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터뷰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회장님 취미사업에 기업희생, 구단 통해 기밀비 조성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khmzip@donga.com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2/4
-한때 대우로얄즈를 독립법인으로 만들고 시민구단으로 가자는 움직임도 있었죠?

“제 아이디어였어요. 앞서 말했듯 축구팀이 해마다 200억원 가까이 쓰는데 이 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먼저 축구팀에 예산 신청할 때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어요. 근거 없는 예산은 모조리 깎았죠. 그랬더니 일주일 만에 원상복귀 되어서 다시 올라와요. 축구단 단장이 ‘꼭 필요합니다’ 한마디만 하면 회장 결재가 나니 돈을 안 내줄 수 있나요. 축구단을 이렇게 운영해서는 안 되겠다, 해마다 60억원씩 쓰는 프로구단이라도 독립법인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자, 자생력 있는 법인을 만들자고 제가 회장님께 제안해서 시민구단을 구상했죠. 1989년이에요.”

프로팀은 치외법권 지대

-몇 년 사이 대전시티즌·부산아이콘스·FC서울 대구FC·인천유나이티드 등 독립법인, 시민구단 창단이 붐입니다. 15년 전에는 왜 실패했습니까?

“한마디로 대우그룹이어서 안 된 거죠. 시민구단이라도 대우가 완전히 빠질 수는 없고 시민과 대우가 50 대 50 지분을 갖고 기업과 연계한 수익사업도 펼칠 계획이었어요. 명칭에서 ‘대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데까지 진전됐는데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시민들이 반대해요. 대우가 대주주고 시민은 들러리냐는 불만이었어요. 그리고 당시 이미 대우 주가가 너무 낮아서 부실 이야기가 나오는 터라 반응이 더 부정적이었어요. 대우가 끼는 한 시민구단은 도저히 안 되겠구나 싶어 포기했죠.



-얼마 전 전남 드래곤즈 전 사무국장 P씨가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에서 뒷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축구계가 어수선합니다. 전남구단은 P씨를 횡령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수사가 다른 구단으로도 확산될 조짐이에요. P씨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한두 푼도 아닌 수십억 원을 개인이 10년씩 유용할 수 있는지, 구단 운영을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프로구단은 치외법권 지역이라고 하면 이해 되나요? 전남드래곤즈 같은 독립법인도 감사기능이 유명무실한데 대기업 일개 부서처럼 운영되는 구단이라면 오죽하겠어요. 감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대우에서 프로축구단 단장 자리는 ‘평양감사’로 통했습니다. 서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내 경쟁이 치열했는데 회장의 왼팔, 오른팔이 아니면 엄두를 못냈죠. 제가 부장 시절인데 김 회장이 조용히 저를 불러 극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계열사거니 했는데 프로축구단을 하라는 겁니다. 현 구단장이 왼팔이라면 전 구단장은 오른팔, 내분이 벌어져 오른팔이 왼팔을 찌른 거죠. 김 회장께서 제게 투서를 보여주면서 ‘너한테 시킨 이유를 알겠지?’ 해요. 구단장은 사장급인데 그냥 사장급도 아닌 그룹 핵심이 가는 자리거든요. 정말 조용히 하라는 의미죠. 상사인 기획조정실장에게 말도 못하고 부담스러워서 이리저리 빼고 버티는데 회장이 5일 단위로 확인을 하는 겁니다. 해외출장 중에도 전화로 ‘했느냐’고 물어 할 수 없이 축구단 사무실로 갔죠. 한 달 동안 장부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선수연봉 구단장 마음

-투서내용이 예산 전용 같은 비리였던 모양이죠? 이번 전남 구단에서처럼 선수 스카우트 비리라도 확인됐나요?

“투서는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된다는 내용이었는데, 감사를 해보니까 현 구단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임도 더하면 더했지 다를 게 없었어요. 구단장 마음대로 예산을 쓰는 것이 관행이었죠. 예를 들어 예산의 50%가 선수 연봉 등 인건비인데 아예 연봉지급 기준이 없어요. 제가 과거 몇 년 간 선수별 득점현황 등 팀 기여도와 연봉 증가율을 하나하나 대조했거든요.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연봉이 오른 경우가 있어 ‘이 선수 연봉이 왜 이리 높냐’고 물었더니 ‘구단장 딸이 좋아하잖아요’ 해요. 이렇게 구단장 입맛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는 데다 인건비는 회장 결재도 필요없어요. 연봉책정 기준이 없으니까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기 일쑤고요. 또 스카우트 비용은 에이전트에게 주었다는데 제대로 된 영수증 한 장 없어요. 에이전트 수령증이라고 해서 손으로 얼마라고 쓰고 사인한 게 전부죠. 에이전트에 확인했더니 ‘예, 받았습니다’ 해서 다시 세무서에 알아봤죠. 신고도 하지 않았더군요. 세무서도 축구단은 쉽게 눈감아 줬죠.”

-한 번도 자체감사나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나머지 50%도 집행이 엉망이긴 마찬가지였겠네요.

“인건비는 구단장 전결사항이고 나머지 50%가 더 복마전이에요. 영수증이 남아 있는 게 20%쯤 될까. 그것도 메모수준의 가불증 같은 거였죠. 왜 돈 쓴 영수증이 없느냐고 했더니 축구선수들을 위한 접대비래요. 접대비, 진행비, 판촉비, 섭외비, 기타비 해서 영수증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 회장께 보고했더니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물으셔서 ‘글자 그대로 진행비, 섭외비랍니다’ 했죠. 다 없애라고 하셨어요. 그 길로 김 회장이 축구협회 이사회를 소집하더군요. ‘축구경기 하는데 웬 진행비, 접대비, 섭외비가 이렇게 많으냐’고 화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후 다른 구단들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로얄즈는 정말 예산의 40%를 깎았습니다. 구단장도 외부에서 모셔와 아주 ‘타이트’하게 운영했어요. 그런데 그 후로 팀 성적이 막 떨어져 바닥을 헤매는 겁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로얄즈가 21게임 연속 무패 기록에 K리그 3회 우승 등 성적이 아주 좋았거든요. 90년대 중후반 로얄즈 성적이 계속 나빴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붕괴됐죠. 왜 그렇게 성적이 떨어졌는지는 지금도 의문부호예요.”

2/4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khmzip@donga.com
목록 닫기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서울유나이티드’대표 김우일이 털어놓은 ‘요지경 프로축구’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