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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논쟁 불러일으킨 영화 ‘화씨 9/11’

예술의 얼굴을 한 ‘정치적 폭탄’

  • 글: 이상용 영화평론가 dictee@empal.com

뜨거운 논쟁 불러일으킨 영화 ‘화씨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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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저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명백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아마도 미국민에게 2004년 선거에서 조지 부시를 패배시키는 일보다 더 큰 지상 과제는 없을 것이다. 파멸로 가는 모든 길이 그와 그의 행정부를 관통하고 있다. 이 미친 세월이 4년 더 지속된다면 캐나다조차 그렇게 추운 나라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4년 더? 나는 4분도 못 견디겠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받은 수천 통의 이메일과 편지는 모두 다음과 같은 절박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를 제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 ‘화씨 9/11’은 부시를 대청소하기 위해 만든 영화다. 이 작품은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을 걸고 영화는 부시 가문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알 카에다 집단 간에 이어져온 부적절한 커넥션을 소상하게 묘사한다. 부시와 딕 체니가 탈레반 사절단을 맞아 가스관 공사를 따낸 기록을 공개하고, 부시 부자가 밀접하게 관련된 군수업체 칼라일그룹에 빈 라덴 가문이 투자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곧 빈 라덴가를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인 소유 회사들이 아들 부시가 운영했던 회사에 투자했으며, 바로 그때 아버지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음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절정은 다름아닌 9·11 테러가 일어나던 날 아침 부시의 표정이다. 스크린엔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부시가 참모로부터 사태를 보고받고도 10분 가까이 아무렇지도 않게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펼쳐진다. 참모의 보고를 귓속말로 전해 들은 부시의 얼굴엔 놀라움이 아니라 마치 “한다더니 정말 했네”라는 식의, 어느 정도 사태를 예감한 듯한 멀뚱한 표정이 떠오른다. 이렇게 마이클 무어는 거대한 음모 이론 속으로 파고든다.

냉정히 말해 ‘화씨 9/11’은 새롭게 뭔가를 말하는 영화는 아니다. 무어는 언론에서 이미 제기했던 문제들을 놓고 자신의 촬영팀이 찍은 것과 텔레비전 뉴스 화면 등에서 구해온 이미지를 편집해 종합했을 뿐이다. 부시 일가와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이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추론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낱낱이 파헤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투자된 사우디 왕실의 돈이 천문학적 규모라는 것, 테러가 발생하고 그 연장선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사우디 왕실은 물론이고 그들과 사업적 공모 관계를 맺은 부시 일가와 관료 집단이 군수업체의 호황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해석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문제는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공포 분위기를 통해 미국 시민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이익을 보는 측은 부시 일가와 측근들 그리고 기업인들이다. 일반인은 억울한 피해를 보며 살 뿐이다. 무어는 바로 이 점에 분노한다.



공항 검색대에서 한 산모가 아기에게 먹일 젖을 미리 짜 담은 병을 통째 마셔야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이클 무어는 공항 보안당국이 위험하다며 경계하는 것의 순위를 매긴다. 그중 제일 위험한 것이 엄마의 젖이고 그나마 괜찮은 것은 라이터와 성냥이다. 아마도 라이터를 만드는 대기업이 뭔가 관계 당국에 로비를 한 모양이다는 게 무어의 추론이다. 조금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 비상식적인 광기에 대해 탄식하고 분노하는 동시에 낄낄대며 웃고 있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은 외부인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나라가 됐다. 이른바 애국법이 발효된 후 유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 목록까지 FBI 파일에 저장되는 가공할 만한 경찰국가가 된 이 나라에서 정작 그 법을 통과시킨 의원들 가운데 법안을 제대로 읽은 이가 한 명도 없다는 어느 의원의 증언을 들으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한 늙은 의원은 마이클 무어에게 말한다. “이보게 젊은 친구. 의원들은 원래 법안을 읽지 않는다네. 법안을 일일이 다 읽다간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어. 그럴 시간이 없어. 그렇게 하면 나라가 운영되지 않아.” 이쯤 되면 무어의 저서 제목처럼 누구라도 자신의 나라를 되돌려달라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테러 위협은 대국민 선전용?

무어는 관객에게 이 자명한 공포정치의 맥락을 까발리며 시종일관 저능아 같은 조지 부시를 야유하고 정치가들의 거짓말과 실제 피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여준다.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목표물에 대해 정확한 포격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 다음에 무고한 이라크의 한 마을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한 상황을 이어 붙이거나, 살인 무기를 감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하는 부시의 목소리와 평화롭게 일상을 즐기는 바그다드 시민의 모습을 병치시키며 무어는 자명한 악의 전쟁에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를 줄기차게 들이댄다.

이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미학이나 수법은 아니다. 그보다는 신문 보도를 열심히 읽지 않는 대다수 미국 국민이나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차원의 홍보에 가깝다. 그런데 이 한 편의 영화가 전세계에 충격을 주는 것은 부시 정권이 지금까지 전개시켜온 대(對)테러 정책과 이라크전쟁 명분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거짓말이라는 게 처음부터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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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상용 영화평론가 dicte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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