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사망 25년, 왜 지금 박정희인가

“나라 위해 흙탕물 뛰어든 지도자, ‘흙 묻었다’고 깎아내려서야…”

‘개발독재 선봉’ 남덕우 전 총리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나라 위해 흙탕물 뛰어든 지도자, ‘흙 묻었다’고 깎아내려서야…”

2/5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위주의 정권에서 인권유린, 정치적 탄압 등 과오가 있었던 건 사실이죠. 경제적으로도 지역간 격차, 노동3권 제약 등 폐단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하지만 박 대통령의 철석 같은 신념과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경제개발과 근대화가 이뤄졌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 무릇 역사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합니다. 역사의 주역을 맡은 대통령에게도 양면이 있지요. 부정적 측면을 합리화할 필요성도 없지만 긍정적 측면을 무시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죠.”

주지하듯 경제발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꼽혀왔다. 역대 대통령 인기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개발독재의 공(功) 못지않게 과(過)에 주목하는 것이다. 정경유착, 관치금융에 기인한 금융부실, 재벌 비대화에 따른 기업간 불균형, 동서(東西)간 도농(都農)간 경제력 격차 확대, 빈부격차 심화….

-가시적인 실적주의, 성장제일주의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결국은 관념과 현실의 차이입니다. 관념적으로는 얼마든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그림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해라면 지역격차, 분배 불균형, 노동3권 제약, 뭐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 아닙니까. 지역격차가 왜 생겼느냐. 그때는 수출제일주의였어요. 수출을 해야 경제개발이 된다는 논리였는데 당시로서는 정당한 노선이었죠. 수출을 하려면 인프라를 개발해야 해요. 그럼 적절한 장소가 어디냐. 항만이 있는 부산이죠. 그래서 관련 시설이 다 부산에 집중됐죠. 전라도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그래서 지역 불균형 문제가 생긴 겁니다. 성장전략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어요.



다음으로 분배 문제인데, 뭐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경제개발 때문에 분배상태가 악화된 것인지는 한번 따져봐야 해요. 분배 문제를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을 늘리는 겁니다.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수립하기 전 실업률이 20%였어요. 고용증가가 소득분배의 제1보예요. 제2보는 복지시책 마련이고. 노동3권을 왜 그토록 제약했는가. 국회에서는 최저임금제를 얘기했죠. 물론 좋은 얘기입니다. 그것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지킬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처벌받으니까.

그런데 현실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단 말이야. 최저임금제 시행은 그런 사람들의 고용마저 막는 셈이지. 최저임금제는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하고 실업률이 저하됐을 때 시행하는 제도예요. 사람들은 아름다운 모델을 설정해놓고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늘 비판합니다. 비판하는 건 당연해요. 그런데 현실과 씨름하는 사람 입장은 달라요.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지.”

“인플레 무서워 성장 포기할 순 없었다”

-중화학공업의 중복과잉투자가 한국경제를 주름지게 했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이 완전무결한 경제정책을 시행할 수 있겠어요.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잉투자 때문에 인플레가 일어난 건 사실이에요. 전혀 예상치 못한 오일쇼크가 발생하는 바람에 그런 일이 생긴 거죠. 그런데 지금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게 뭐냐고. 결국 중화학공업 아닙니까. 그때 일으켜놓지 않았다면 이후엔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지금 한국경제가 이만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다 그 덕분이죠. 역사적 측면에서 경제흐름을 성찰해야지, 특정시기만 보고 비판하면 안 되죠.

인플레 없이 모든 게 잘됐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1차 오일쇼크가 난 후 내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임명됐어요. 중화학공업을 잔뜩 벌여놨는데 유가가 폭등하니 큰일이 났죠. 물가상승, 국제수지 악화, 성장 둔화라는 3중고의 위기에 빠졌어요. 고민 끝에 유가 폭등으로 물가도 잡지 못하고 국제수지도 방어하지 못하는 마당에 성장마저 희생할 순 없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성장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갔어요. 결국은 인플레가 일어나고 국제수지가 악화됐어요. 그 점에 대해 비판을 많이 받았지요. 비판은 당연해요. 하지만 실제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독재가 IMF 금융위기의 뿌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지.”

-관치금융의 폐해로 금융체계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인데요.

“고도성장 정책이 원인이었어요. 산업화 초기 큰 자본가가 있나, 투자재원이 있나. 기업들이 자기자본이 없었잖아요. 그 사람들한테 자금을 공급하자니 관치금융이 필요했던 거요. 박 대통령은 금융기관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유흥업 등 쓸데없는 데만 융자해주고 일반기업에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는 거지. 수출확대회의가 열리면 재무부 장관은 늘 피고였다고. 수출이 잘 안 되면 재무부의 긴축정책 탓이라 하니. 박대통령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재원 배분에 간섭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됐습니다. 융자를 해줄 때도 건전성보다는 외형으로 판단했지요. 또 정부가 모든 걸 뒷받침하니 일이 잘못돼도 정부가 해결해주겠지 하고 안이한 생각을 갖게 된 거요. 그러다보니 금융기관이 방만해졌지.”

2/5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목록 닫기

“나라 위해 흙탕물 뛰어든 지도자, ‘흙 묻었다’고 깎아내려서야…”

댓글 창 닫기

2019/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