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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옥 민정수석 수뢰사건’, 검찰 파워게임에 놀아난 언론 ‘한건주의’

“검찰 간부, 서점으로 신문사 간부 불러 007작전 하듯 서류 건넸다”

  • 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신광옥 민정수석 수뢰사건’, 검찰 파워게임에 놀아난 언론 ‘한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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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검찰 내부의 암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얻었다. ‘신동아’ 2002년 4월호 기사도 이른바 음모론을 추적한 바 있다. 여러 정황에 비춰 ‘제보자’는 검찰간부인 듯하다.

당시 신씨는 J일보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출석한 J일보 관계자는 당연히(?) 취재원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로부터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신씨의 석연찮은 구속과정을 두고 파워게임설(說)이 그럴 듯하게 나돌았다.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과의 불화설, 차기 검찰총장 경쟁설(신씨는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등이 그것이다.

수사 라인이 아닌 쪽 간부일 수도

이와 관련해 기자는 최근 흥미로운 소문을 들었다. J일보 고위관계자가 신씨에게 검찰간부 관련설의 진상을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신씨는 기자가 이에 대해 묻자 부인하지 않았다.



신씨에 따르면 그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 J일보 고위관계자가 특별면회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보도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중앙일보 고위관계자)는 ‘나는 (보도경위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자기네 간부가 검찰 간부한테 (자료를) 받았고, ‘이건 확실하다’고 판단해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자기는 힘도 써보지 못했는데, 설령 미리 알고 (기사를) 막는다 해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그쪽에서는 확실한 것으로 믿었다는 것이다.”

J일보가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것은 2001년 12월11일이다. 신씨가 들려준 J일보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J일보 편집국 간부와 검찰 간부는 기사가 나가기 전날 만났다고 한다. 장소는 강남의 한 서점. J일보 고위관계자의 표현대로라면 ‘007작전 하듯’ 스쳐 지나가며 서류봉투를 주고받았다는 것. 봉투 안엔 신씨의 비리 관련 자료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신씨는 이 자료에 대해 “J일보 고위관계자의 설명과 기사 내용으로 미루어보면 그때까지 수사에서 확인된 내용과 풍문을 바탕으로 만든 검찰 내부 보고서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J일보 고위관계자는 신씨를 특별면회할 당시 부장급 간부 2명을 대동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신씨의 증언.

“그(J일보 고위관계자)가 자료를 건네준 검찰 간부의 이름까지 거론하려고 해 내가 입을 막았다. 그 얘긴 그만하자고. 교도관이 듣고 있는데, 친정인 검찰에 관한 수치스러운 얘기가 나올 것 같아서였다.”

J일보 고위관계자가 신씨를 면회하면서 이런 얘기를 털어놓은 데는 신씨와 J일보 간의 소송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신씨는 구속되기 전 J일보사와 기자 4명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지금도 진행중인데 조만간 판결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인 검찰의 간부가 건넨 자료라면 신빙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언론계 상식이다. 따라서 J일보 고위관계자가 신씨에게 그런 얘기를 털어놓은 속내는 기사를 쓸 수밖에 없던 상황을 이해하고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뜻으로 짐작된다. 신씨도 같은 생각이다.

J일보 관계자가 신씨에게 들려준 얘기가 사실이라면 문제의 검찰간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간부는 “현직 법무부 차관을 끌어내리는 자료가 검찰에서 언론사로 넘어갔다면 평검사 선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나중에 책임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부, 그것도 고위간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간부는 또 문제의 자료가 수사팀에서 만든 공식 보고서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J일보 보도는 결국 오보 아니었나. 수사팀에서 작성한 내부 보고서라면 틀린 내용,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될 수 없다. 수사보고서에는 확인된 사실만 기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문서가 넘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수사라인이 아닌 쪽 간부가 수사팀에서 흘러나온 내용과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섞어 만든 자료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간부의 추론은 일리가 있다. 정확한 수사내용을 담은 자료였다면 ‘골프가방’이니 ‘1억원’이니 하는 엉뚱한 기사가 나갔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한 간부에 따르면 수사팀은 J일보에 관련기사가 나오기 전 진승현씨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내용은 신씨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게 아니라 최씨한테 1억원을 줬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씨를 불러 조사해야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씨를 소환하기 직전 J일보 보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J일보측에서 진승현이 정확히 어떻게 진술했는지를 모른 채 검찰 수사팀이나 수사보고라인에 있는 고위간부를 통해 진승현의 진술 중에 신광옥 관련 내용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한 상태에서 기사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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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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