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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되풀이되는 ‘不姙회동’ 의원들은 중구난방

  • 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천정배·김덕룡의 원내정당화 실험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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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인관계. 1970년대 초 서른 살의 나이에 정치권에 입문해 30년을 넘긴 김 대표는 현역 의원 중 가장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파를 초월한 스킨십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 초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잠시 구속됐던 이재정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가장 먼저 차입금을 넣어준 사람은 열린우리당 사람이 아닌 바로 김 대표였다.

반면 주변에서 ‘목포가 낳은 3대 천재’로 불리는 천 대표는 그 자신도 “그리 사교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편이다. 원내대표를 맡은 뒤로 많이 나아졌다는 평이지만 여전히 사람을 대할 때면 어색하고 수줍은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꽤 두꺼운 안경알 너머로 가늘게 뜬 눈은 상대적으로 큰 눈의 김 대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들은 술 한잔도 같이하기 힘들어 보인다. 환갑을 넘긴 김 대표는 여전히 양주 스트레이트에 폭탄주를 즐긴다. 그는 “양주는 웬만큼 마셔도 괜찮은데 맥주는 배불러서 이상하게 싫다”고 말한다. 천 대표는 폭탄주 두 잔이면 얼굴이 불그레해진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러니 같이 앉아서 술이나 한잔 마실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눈길을 보낸다.

조급해진 천정배



천정배·김덕룡 두 원내대표는 늘어나는 내부의 비판과도 싸워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주요 계파의 중진이 돈과 조직으로 원내를 장악하는 일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됐다. 요즘 원내대표들은 전체의 60%가 넘는 초선 의원들의 각종 의견 개진과 입법 활동에 골머리를 앓고, “어른대접 해주지 않는다”는 보수 성향 중진원로들의 불평을 감수해야 한다.

집안 사정은 천 대표가 좀더 복잡한 편이다. 5월 원내대표 취임 직후 지금까지 천 대표는 주요 현안에 대해 통일된 의사결정을 내려본 적이 거의 없다.

아파트 분양원가공개 파동을 시작으로 최근의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이르기까지 천 대표는 원내 초선 의원들과 청와대와 중앙당 등 전방위의 의견을 들어가며 눈치를 살펴야 했다.

이러다 보니 당내 초선 의원들은 “우리는 어차피 청와대와 교감하며 정치하는데 원내 눈치까지 볼 필요 있느냐”는 말을 사석에서 공공연히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청와대와의 관계가 점점 서먹해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난 열린우리당 한 중진의 전언.

“청와대와 천 대표의 간극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아무래도 지난해 10월 천 대표가 당시 대통령 국정상황실장으로 있던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등 노 대통령 핵심 386측근을 향해 ‘사약을 받아야 한다’ 운운하며 정면 비판한 것을 비롯해 최근 들어 주요 정책을 놓고 청와대와 의견차를 보인 것에 따른 앙금이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천 대표가 얼마 전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나 국정에 대해 이런저런 제안을 했는데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이 주변에 ‘천 대표는 아직도 나를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후보로 보는 모양이지’라는 말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사이가 더 이상해지면 안 될 것 같아 얼마 전 천 대표의 손을 억지로 잡고 청와대에 같이 들어갔다.”

천 대표가 요즘 들어 그답지 않은 조급증을 보이는 것도 이런 정치환경 탓일 가능성이 높다.

천 대표가 국가보안법, 과거사 기본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관련법 제정 및 개정안 등에 대한 당론을 10월17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확정하겠다고 치고 나온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당 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한 언론관련 법안-신문법(가칭), 언론피해구제법,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천 대표와 일부 당내 중진의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들린다.

열린우리당 문광위 소속 모 의원의 보좌관은 최근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10월 초만 해도 국가보안법, 과거사 기본법 등을 놓고 논란이 극심해 당내 중진 가운데 에는 언론관련 법안은 국감 후에나 다루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이미경 문광위원장은 언론관련 법안이 소관 상임위의 핵심사안인 만큼 당론을 미리 정해 문광위에 올려 야당과 한판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문광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어차피 표결로 가도 수가 많으니까 우리가 원하는 바는 이룰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천 대표는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며 강행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안다.” 천 대표는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김덕룡 대표는 겉으로는 천 대표보다 사정이 나은 듯하다. 박근혜 대표 체제 출범 후 단행된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구조조정 결과, 남은 100여명의 당직자 중 70% 가량은 ‘김 대표 사람’이라는 해석이 당내 정설이다.

한나라당 연찬회를 왜 호남에서?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부대표단도 김 대표에게 호의적이고,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 이른바 소장파 그룹도 김 대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비판을 쏟아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남, 특히 TK(대구 경북)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의 중진들은 공개적으로 김 대표의 원내 장악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등 끊임없는 적개심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같은 중진으로서 김 대표의 독주를 제어하겠다는 ‘정치공학적’ 논리 외에 그가 당내 몇 안되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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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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