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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의 ‘김선일 사건 감사’ 칼날 비판

초점도, 의지도, 문제의식도 없는 ‘외교부·국정원 면죄부 주기’

  • 글: 우원식 국회의원(열린우리당)·전 ‘김선일 피랍 및 피살사건 국정조사특위’ 위원 ws57@assembly.go.kr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의 ‘김선일 사건 감사’ 칼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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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대한 부분이다. 청문회를 통해 정부의 모든 부서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잘못됐지만, 과정이나 총론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진솔한 반성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게 된다. 재발방지대책 역시 공염불된다.

앞에서 제시한 핵심쟁점 가운데 우선 ‘외교통상부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피랍인지 시점’ 관련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감사원의 발표결과는 이 문제에 대해 ‘김천호와 가나무역 직원, 주변 인물, 주이라크대사관 직원, AP통신 관계자 40여 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하였으나 사전인지 했다는 진술이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였음’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미리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의 목적이 ‘실체적 진실의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강구’라면, 정부가 사전에 알았다는 증거가 없음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는데 왜 정부만 알지 못했느냐, 즉 ‘우리 정부는 왜 사전에 알 수 없었는가’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김천호 사장이 다른 교민들에게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알려줬고, 현지 대사관에서도 가나무역 직원의 신상변동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정부는 몰랐다’고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사전에 알 수 없었던 이유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 작업 없이 ‘위기관리시스템 개선’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은 과연 정부에서 말하는 ‘위기’시점이 언제냐는 점이다. 위기는 김선일씨 피랍순간부터 시작되는가, 아니면 한국인에 대한 테러조짐이 발생한 순간 시작되는가. 이번 사건에서 위기의 출발은 김선일씨 납치 시점이 아니라 오무전기 직원이 살해된 2003년 11월이나 한국인 억류가 있었던 4월7일, 최소한 재외국민 보호매뉴얼이 시작된 이후 가나무역 직원에 대한 테러첩보가 처음 국가정보원에 입수된 5월10일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시스템의 문제를 확인하려면 김선일씨 피랍 시점부터 시스템을 점검해서는 안 된다. 즉 김선일씨 피랍의 사전인지 문제와 위기관리시스템 점검은 같은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 둘을 분리하면 김선일씨 사건에서 교민관리 문제는 현지 대사관만의 문제, 즉 전체 위기관리 시스템 밖의 문제가 된다. 바로 이 때문에 현지 대사관 직원에게만 책임을 묻고 외교안보 라인에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감사원의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미군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발표 내용에 따르면 감사원은 ‘미군은 사전에 납치사실을 알았다는 사실을 미발견했다’고 결론내렸다. 다음은 그에 관한 감사원 발표를 인용한 것이다.

▲김선일이 6월17일 KBR(가나무역에 군납업무 하청을 준 업체·편집자주) 직원과 함께 납치된 뒤 AAFES에 통보하고 모술에 KBR측과 협의차 갔다는 당초 진술을 김천호가 번복하고, 특히 AP통신이 입수한 비디오테이프에서 납치시점이 5월31일경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때 김천호의 당초 진술에 신빙성이 없으며

▲미 국무부, 다국적군사령관 등도 ‘언론보도 이전에는 몰랐다’고 확인하고 있는 등 미군이 사전인지하였다는 사실 미발견.

이를 살펴보면 감사원은, 논란이 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진술, 즉 피랍사실을 KBR에 알리고 이를 협의했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미군의 사전인지도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듯하다. 그러나 김천호 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과 미국이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전자가 후자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리적 연관성이 없는 두 사실을 병렬적으로 나열해 결론을 유도하는 데 어떤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정조사에서도 김천호 사장의 1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미군 사전인지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 정부가 고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6월21일 이전에 미국이 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였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됨. … 판단근거 - 6월2일 AP통신이 바그다드 지국이 고 김선일씨 피랍사실이 녹화된 테이프를 입수한 사실이 밝혀졌는바, 이라크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미국이 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임. 고 김선일씨 피랍 당시 미국계 회사인 KBR 소속 차량이 함께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있고, 6월10일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이 가나무역 원청업체인 미국회사 AAFES에 고 김선일씨 실종에 관해 문의한 사실이 있음.’ (국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36쪽에서 인용·강조는 필자)

중요한 것은 가나무역이 미군 AAFES에 군납을 하고 있던 업체라는 점과 여러 증언에서 나왔듯이 김선일씨 납치사실을 AAFES의 매니저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미군이 알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미군의 사전인지 여부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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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원식 국회의원(열린우리당)·전 ‘김선일 피랍 및 피살사건 국정조사특위’ 위원 ws57@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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