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미아리·영등포 집창촌 여성 현장 인터뷰 “紅燈은 하루아침에 꺼지지 않아요”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4-10-26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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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단체는 자발적으로 일하는 우리에게 태클 걸지 말라
    • 업주와 아가씨는 공생관계, 착취·배후조종 같은 건 없다
    • 막말로 우리가 숨어서 성매매하며 에이즈 퍼뜨리면 어쩔 건가
    • 우리도 여잔데 시집 갈 돈은 모아야 하지 않나
    • 정치인이 ‘영계’ 더 밝힌다
    • 내세우긴 뭣해도 우린 엄연한 ‘전문직’ 여성
    미아리·영등포 집창촌 여성 현장 인터뷰 “紅燈은 하루아침에 꺼지지 않아요”
    2004년 9월23일은 대한민국 성매매 역사를 새로 쓴 날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성매매 알선업주 처벌 강화를 핵심으로 한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이날을 기점으로 전격 발효됨에 따라 전국의 집창촌은 일제히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유흥업소, 휴게텔, 퇴폐이발소, 안마시술소 등 각종 퇴폐업소의 ‘밤꽃’들도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이 ‘잠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부터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경찰의 대대적인 성매매 특별단속에 대해 전국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들은 10월1일 인천시청 앞 시위를 시작으로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시위, 10월11일 평택 시위 등 잇따라 집회를 개최하며 ‘생존권 보장’을 외쳐대고 있다. 이에 앞서 9월29일엔 미아리 집창촌(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 윤모(24)씨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윤씨는 유서에서 ‘내가 죽는 것은 악덕 업주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책 때문이다. 우리가 내는 벌금으로 잘 먹고 월급도 받는 당신(국회의원)들이 왜 밑바닥까지 들어온 우리를 죽이려 하느냐’고 적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왜 ‘그들만의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을까. 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에 그토록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이는 걸까.

    그동안 언론매체들은 ‘불 꺼진 집창촌’ 풍경만 집중 부각했을 뿐, 그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전하는 데는 다소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신동아’는 무엇보다 그들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며칠간 매일 한 차례씩 미아리 집창촌 종업원들의 대표격인 한 여성을 거듭 설득한 끝에 그들의 말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는 조건으로 인터뷰 일시를 잡을 수 있었다.

    10월10일 일요일 오후 7시. 거리 입구를 반쯤 가린 장막을 들추고 들어가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 미아리 집창촌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드문드문 들어선 슈퍼마켓에서 새어나오는 형광등 불빛만 골목길을 어스름히 비출 뿐, 성매매 업소 유리문 너머엔 ‘아가씨’들의 실루엣조차 비치지 않았다.



    같은 시각, 미아리 집창촌 중심부의 한 4층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자율정화위원회’ 사무실엔 성매매 여성 2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창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임원진을 보충 선출하기 위해 논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사무실에 딸린 작은 방에서 미아리·영등포 집창촌 여성들과 2시간여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법 시행 직후인 9월27일부터 미아리 집창촌 여성들을 대표하는 26세의 한 여성은 자신을 ‘미아리 아가씨 운영위원회 대표’라고 소개했다. 성매매를 한 지 4년쯤 됐고, 이름은 ‘김○○’이라고 했다. 김씨 외에도 미아리 집창촌에서 일하는 윤모(24)씨와 또 다른 김모(34)씨, 영등포 집창촌에서 일하는 김모(26)씨와 나모(25)씨 등 4명이 인터뷰에 동석했다. 편의상 아래에서는 이들을 거명한 순서대로 아가씨 1∼5로 표기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약속 깼다

    -먼저 특별법 얘기부터 하죠. 특별법 시행에 따라 경찰이 특별단속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당하다는 생각이 앞서죠. 원래 정부는 집창촌을 2007년부터 차례로 없애겠다고 발표했었고, 그건 우리도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전업(轉業)을 준비한다든지, 그때까지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간다는지 하는 생각을 아가씨들마다 하고 있었죠. 그런데 느닷없이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그런 계획이 다 무너져버렸어요. 당초 ‘2007년부터 단계적 폐쇄’라는 약속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깨버린 거죠.”(아가씨1)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었나요?

    “아가씨마다 다르지만, 제 경우는 부모님이 편찮으시니까 병원비를 좀 여유 있게 모아두고, 이 일을 그만둔 뒤 조그만 가게라도 하나 차릴 수 있을 만큼 자금을 모으려 했어요. 2∼3년만 더 일하면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봤어요. 일부에선 여기 있는 아가씨들이 사치가 심하고 유흥비도 많이 써서 과연 돈을 모을 수 있냐고들 하지만, 사실 이 일 하면서 명품 한번 사본 적 없어요. 우리가 입는 옷이나 신발, 가방은 전부 짝퉁 아니면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 산 거예요.”(아가씨1)

    “저도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치료비가 필요해요. 또 이 일을 그만두면 전셋집이라도 얻어야 할 것 아녜요? 우리도 여잔데 시집 갈 자금도 조금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지금 법을 시행하면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죠.”(아가씨5)

    -특별단속 이후 업소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손님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돕니까.

    “그렇진 않아요.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보일 정도는 아녜요. 정말 법 시행 이후 업소 문이 닫혔는지 호기심에서 들르는 손님도 있고, 술김에 기분 좀 풀겠다며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요. (손님이) 완전히 끊어진 건 아녜요. 단지 우리가 손님을 못 받을 뿐이죠. 오히려 손님들은 ‘우릴 좀 받아달라’고 부탁해요. 그런 손님 많아요. 용돈 줄 테니 밖에서 만나자는 사람도 있고. 물론 우리도 돈 버는 건 좋죠.

    하지만 법 시행 이후 단속에 걸리면 예전처럼 50만∼70만원 벌금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무조건 형사입건이에요. 말 그대로 ‘별’을 달아야 하는 거죠. 그것도 평생 ‘윤락 별’을. 우리도 이런 생활 하다 사회에 나가면 일반인에 묻혀 조용히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젠 그럴 기회를 아예 주지 않겠다는 거 아녜요?”(아가씨1)

    ‘구슬 꿰기’ ‘마늘 까기’도 생각

    -요즘 뭘 하고 지냅니까. 하루 일과가 어떤가요?(이때 자신의 이름을 ‘△△’라고 밝힌 23세 여성이 방으로 들어와 인터뷰에 참석했다. 이 여성은 ‘아가씨 6’으로 표기한다)

    “영업할 땐 보통 오후 5시쯤 일어났죠. 지금은 그냥 내쳐 잘 때가 많아요. 보통 오후 6∼7시쯤 일어나 밥 먹고 TV 보다가 뉴스도 보고 ‘아, TV에 또 내 얼굴 나왔다’ 그러곤 하죠. 단속 뜬 이후 우린 솔직히 가게로 못 나가요. 그렇다고 누구에게 빈대 붙을 수도 없잖아요. 이제까지 집안을 먹여 살리던 아가씨 중 일부는 단속이 나와도 가게로 나가곤 해요. 그러면 경찰관들이 ‘여기 왜 나와 있냐’며 ‘게임방 같은 데라도 가서 밤 새고 아침 되면 들어가라’고 하죠. 그래서 밖으로 나가잖아요.

    그런데 그러다 밤에 성폭행이라도 당하면 누가 책임을 져요? 업주들은 게임비까지 대줘요. (집창촌) 밖에선 업주들을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아요. 솔직히 우리요, 구슬 꿰기, 마늘 까기 같은 것도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인근 상권도 완전히 죽었어요. 좀 나쁘게 얘기하면 우리한테 기생해서 살던 상가 상인들도 거의 문을 못 열어요. 외상대금조차 못 받아내니 그저 손발 놓고 있는 거죠, 뭐.”(아가씨6)

    “제가 아는 평택 집창촌의 한 아가씨는 단속 이후 부산 집에 짐 정리하러 갔다가 강도에게 강간당하기도 했어요. 범인도 잡지 못했대요. 이런 데 있는 아가씨가 성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죠? 그러면 그냥 무시해요.”(아가씨5)

    월수입 300만원대

    -단속 전엔 하루 몇 시간씩 일하고 보수는 얼마나 됐나요?

    “자기 마음이에요. 일하다 아프면 일찍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통상 오후 7, 8시부터 시작해서 하루 10∼12시간씩 일했어요. 손님 많으면 돈 더 벌려고 더 오래 하는 거고.”(아가씨1)

    -월급은 얼마나 받았나요?

    “보통 320만원 정도요.”(아가씨2)

    “영등포는 월급제가 아녜요. 마담이 없는 대신 아가씨들이 직접 손님을 잡아요. 수입은 말 못해요. 그냥 자기가 뛰기 나름이에요.”(아가씨4)

    -마담(여종업원을 관리하고 호객행위를 하는 여성)이나 업주(이른바 ‘포주’로 불리는 성매매 업주)의 월수입은?

    “그건 우리가 모르죠. 마담이나 업주한테 직접 물어보세요.”(아가씨5)

    -업주는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요즘은 ‘탕치기(성매매 여성의 선불금 사기)’가 많아 그렇지도 않아요. 그걸 업(業)으로 삼은 아가씨도 있어요.”(아가씨5)

    -출퇴근하는 아가씨는 얼마나 돼요?

    “거의 출퇴근해요. 아가씨들이 직접 원룸이나 방을 얻기도 하고 업주가 얻어주기도 하죠. 가게에서 숙식하는 아가씨도 있긴 해요. 때 되면 밥 주고 전기세를 따로 낼 필요가 없으니 편하죠.”(아가씨1)

    -가족이 있는 집에서 출퇴근하는 아가씨도 있을 법한데요.

    “더러 있어요. 그런 아가씨들은 ‘직장’이 정해져 있어요. 대개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 야간작업하는 공장에서 일한다고 가족에게 둘러대는 거죠. 낮에 일하는 아가씨들은 화장품 방문판매 일 한다고 하고….”(아가씨6)

    -단속이 심해지면서 일부 아가씨는 해외진출을 모색한다는 소문도 들리던데요.

    “미국·일본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고, 중국·캐나다로도 가요.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사이트에 아가씨를 모집하는 알선업체 광고가 많아요. 선불금은 현지 업소에서 대주죠. 해외로 나가면 계약기간이 보통 6개월이에요. 그런데 만일 그 기간을 안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오잖아요? 그땐 거의 병신이 되죠. 계약파기에 따른 처벌이 뒤따르는 거죠. 외국에서 죽은 아가씨가 있다는 소문도 있고. 사실 저도 가고 싶지만 그런 게 무서워서 못 가요.”(아가씨6)

    미아리·영등포 집창촌 여성 현장 인터뷰 “紅燈은 하루아침에 꺼지지 않아요”

    자신들의 집회 관련 기사를 챙겨 읽고 있는 집창촌 여성.

    “주변에 외국행을 알아보는 아가씨가 적지 않아요. 그런데 대개 브로커를 거치는 불법적인 경우가 많아요. 이번 단속 이전에도 해외로 가는 아가씨들은 있었어요. 나가서 잘되면 좋은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죽임을 당한다든가 하는 사례는 아예 파악조차 안 되죠.”(아가씨1)

    -외국에선 주로 어떤 업소로 갑니까.

    “갈 당시엔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몰라요. 예를 들면 알선업자들이 룸살롱이라고 말해줬는데, 막상 현지에 가보면 여기 같은 집창촌인 경우가 종종 있죠. 그래도 외화 벌어오면 정부도 속으론 ‘좋다’ 그러겠죠. 참 우리나라가 안 되는 게 올림픽 같은 땐 모두 한 가족처럼 뭉치다가도 이런 일(특별법 시행) 닥치면 나 몰라라 하는 거죠. 우리가 다른 나라 아가씨들이에요? 우리가 국가에 큰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왜 죽이려고 하냐고요?”(아가씨5)

    우리가 범죄집단인가?

    -집창촌 여성 중에 사정이 딱한 아가씨가 많나요?

    “밖에서 보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집창촌에 오는 아가씨 대다수가 사실 집안이 어려워요. 얼마 전 여기서 자살기도 사건 있었던 것 아시죠? 그 아가씨도 부모가 없는 8남매의 가장이에요. 고1짜리 애를 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은 아버지가 투병생활 오래 하다 돌아가시고 지금은 어머니가 투병하고 있어요. 요즘은 업주들이 빚이 남은 아가씨들보고도 웬만하면 ‘그냥 집으로 가라’고 해요. 안 그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일을 못 하는데…. 업주들도 파이낸스나 일수쟁이한테서 빚 얻어 아가씨들 선불금 주는데 우리가 일을 못 하니 어쩔 수 없는 거죠.”(아가씨1)

    -아가씨 중에 신용불량자도 많을 것 같은데요.

    “있죠. 여기서 일하다 그렇게 됐다기보다 신용불량자가 돼서 오는 경우가 더 많죠. 저는 이곳에 와서 ‘신불(신용불량)’을 풀었어요. 저 같은 사례가 종종 있어요.”(아가씨1)

    “저는 신용카드말고 휴대전화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어요.”(아가씨5)

    -예전처럼 인신매매로 집창촌에 들어오는 아가씨는 없나요?

    “그런 건 아주 오래 전 얘기죠. 아무라도 여기 오기 전에는 적잖이 망설이게 돼요. 일단 무섭다는 느낌이 앞서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곳에서 일하는 지인(知人)한테 사전에 많은 얘기를 듣고 왔어요. 요즘은 대개 미리 정보를 알고 와요.”(아가씨1)

    -9월29일 자살을 기도한 윤씨는 어떤 상태인가요?

    “많이 회복됐죠. 그런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몰라요. 기자들이 찾아오고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안정을 취하기 위해 숨어 있을 거예요. 우리도 문병을 갔는데 여기 사정이 안 좋아서 90만원 정도 모아 성의만 표시했어요.”(아가씨1)

    -아가씨들과 업주들의 항의성 시위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정부 관계부처와 여성단체들은 특별법 제정 취지가 성매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거기에 공감하나요?

    “여성단체에서 말하는 ‘성매매 피해여성’은 우리에게 해당하지 않아요. 폭행, 협박, 감금, 부당한 선불금에 시달리는 아가씨들만 피해여성이라고 하잖아요. 우리처럼 갈취나 폭행을 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위해 여성단체가 취한 조치는 사실 아무것도 없어요.”(아가씨1)

    “우리가 국회 앞에서 집회하던 10월7일에 여성단체에서도 기자회견을 했잖아요. 그때 그들이 한 말이 이래요. ‘정부와 사법당국은 성매매 특별법을 무력화하며 불법적 행동을 일삼는 범죄집단에 강력히 대처하고 처벌해달라.’ 우리를 아예 범죄집단으로 취급하더라고요.”(아가씨6)

    “우리가 1 대 1로 얘기 좀 하자고 하면 그 사람들(여성단체 회원)이 피해요.”(아가씨5)

    “우리가 집회하던 날 인천에서 온 여성단체 관계자도 3명이나 있었어요. 만나기도 힘든 그 사람들이 왔으니 우린 당연히 얘기하자고 그랬죠. 그런데 그냥 가버렸어요. 그 사람들 쉽게 빠져나가게 경찰이 우리를 버스로 둘러싸기까지 했어요. 우리가 자기네한테 돌을 던지기라도 했어요? 침을 뱉었어요? 욕을 했어요?

    그들은 한마디로 대화하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집회한다니까 구경 온 거예요. 어느 언론에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봉변당할 뻔했다는 기사가 났는데 명백한 오보예요. 그날 어느 업주가 발끈해 소리 한번 지른 것 가지고 봉변 어쩌고 하면 좀 심하죠.”(아가씨1)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를 업주들이 조종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디서부터 그런 말이 퍼졌느냐 하면, 우리가 집회를 할 때 몇몇 업주가 물 날라주고 밥 날라주고 하는 걸 보고 그러는 건데…. 솔직히 말해 아가씨와 업주는 공생관계예요. 그런 시각에서 우리가 밥 벌어먹겠다고 시위하러 가는데 업주들이 가게만 지키고 앉아 있으면 어쩔 거예요? 달리 보면 그게 업주들의 표현방식이에요. 아가씨들은 직접 몸으로 뛰지만, 업주들은 그러지도 못하니까 그런 식으로 표현한 거죠. 그걸 갖고 업주가 뒤에서 시켰네 어쩌네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우리는 집회 시작할 때 아가씨들에게 물었어요. ‘이 자리에 강요에 의해 나왔거나 집회에 참가하기 싫은 사람은 당장 돌아가달라’고.”(아가씨5)

    성매매는 필요악

    -어쨌든 아가씨들도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 않나요?

    “물론 (성매매가) 좋은 건 아니라고 봐요. 그렇지만 ‘필요악’ 아녜요? 이런 생활을 하기 전엔 저도 (집창촌) 저런 거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 상대방 처지에서도 봐야 하는 거. 정부는 부정하겠지만, 솔직히 정부가 우리 때문에 얻는 이득도 꽤 있을 거예요. 그게 금전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거 아녜요? 성범죄가 덜 발생한다는 것.”(아가씨1)

    -성매매가 반사회적 행위라는 점엔 동의합니까.

    “수요는 그대로인데, 남성분들 이해하시죠? 수요는 그대론데 공급이 딸리면 공황이 와요. 이것(성매매)도 그런 케이스라고 봐요. 공황이 오면 공급자보다도 더 음성적으로 될 수 있는 게 수요자예요. 예를 들면 채팅을 해서 아가씨를 집으로 불러들인다든가…방법은 참 많아요. 반사회적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우리를 사회와 공생하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아가씨4)

    “지금 우리나라에 성이 무척 개방돼 있잖아요. 문란하다고 할 만큼. 그런데 (성매매를) 반사회적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옛날의 윤리의식에 매몰돼 일방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거죠. 전 그런 행태를 이해할 수 없어요.”(아가씨5)

    “요즘 인터넷을 통한 원조교제나 전화방, 주택가 등지에서도 많이 숨어서 (성매매를) 하는데, 그렇게 할 바에야 이런 곳과 같이 특정지역을 만들어 떳떳하게 하자고요. 음성적인 성매매는 근절하고.”(아가씨6)

    “이제까지 범죄는 미아리, 청량리, 영등포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주로 출장안마, 노래방 도우미 그런 쪽에서 일어났어요. 유영철 사건 보세요. 그렇게 음성적으로 파고들다 보면 오히려 죽어가는 여성, 피해 보는 여성이 더 늘 수밖에 없고, 경찰도 더 피곤해져요.”(아가씨1)

    “우리는 이런 곳에서 영업하니까 신변보호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국가가 여기서 일하는 아가씨를 다 등록제로 해놓으면 신변보호는 더 확실히 돼요. 법적으로 허가만 안 나 있지 보건증 등 관리받을 것 다 받고 있잖아요.”(아가씨6)

    “여기가 없어져서 제가 만일 음성적인 성매매를 하다 에이즈에 걸렸다 쳐요. 막말로 2년 전 어느 여성처럼 제가 사회에 너무 불만이 많아서 에이즈에 걸린 상태로 돌아다니며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한다면 그걸 단속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아가씨1)

    -그래도 특별법이 선불금 등 성매매 관련 채권을 완전 무효화한 것은 잘한 것 아닌가요? 이제 선불금을 못 갚아 사기죄로 고소당할 일은 없잖아요.

    “국가에선 선불금으로 볼지 모르지만 우리는 돈이 너무 필요해서 빚을 내는 거라 생각해요. 사회에서 흔히 선불금이라고 알고 있는 건 이런 거죠. 예를 들어 어떤 아가씨가 어떤 다방에서 300만원을 빌렸는데 그걸 못 갚자 거기서 그 아가씨를 300만원+α+소개비를 받고 다른 데로 팔았어요. 그러면 금액이 불어나죠? 이건 인신매매죠? 그렇게 불어난 금액을 아가씨에게 물리는 게 선불금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선불금은 달라요. 어머니가 갑자기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 돈을 업소에서 빌려쓴 뒤 일하면서 차차 갚아나가는 것, 그게 선불금이에요. 일반 직장의 가불형태라고 보면 돼요.

    우리는 선불금에 발목잡혀 있는 게 아니라 일해서 선불금을 까고 돈을 더 모을 수 있으니까 여기 붙어 있는 거예요. 개인마다 휴대전화 있고 인터넷 되는 세상인데 옛날처럼 업소에 붙잡혀 있을 이유가 없어요. 경찰청이 운영하는 ‘긴급전화 117’을 통해 신고한 아가씨들 보면 거의 선불금 있어요. 특별법이 ‘선불금 무효다’ 하니까 거기로 간 사람들이에요. 대놓고 얘기하자면 그게 ‘탕치기’나 다름없죠.”(아가씨5)

    “저는 카드빚을 내 호프집을 하다 망해서 매달 일정하게 들어가는 금액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업주한테 며칠 있으면 빚을 갚아야 하니 좀 빌려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빌려쓴 뒤 월급 받아 갚았어요.”(아가씨3)

    -그렇다면 강요에 의한 성매매는 전혀 없다?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죠, 아직은. 우리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그건 수많은 자갈에 파묻힌 모래알 하나에 불과하다는 거죠. 그런 여성을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으면 그들에게 적용해야 하는데 우리까지 싸잡아 그런 여성들로 간주하니 문제죠.”(아가씨1)

    -업주 중엔 집창촌이 없어지면 성매매 여성이 폭력조직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던데….

    “벌써 연관된 사람도 일부 있어요. 우리도 단골손님과 1 대 1로 만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성매매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신변보호가 안 되니까 덩치들과 손잡는 거죠. 더욱이 덩치들은 아는 사람이 많고 택시업계로도 광고를 때려요. 만일 손님이 50만원을 준다, 그러면 아가씨 얼마, 덩치 얼마 이렇게 나누는 거죠.”(아가씨1)

    -집창촌 여성들의 연령대는 어때요?

    “스물셋, 스물넷 정도면 어린 축에 끼이죠. 우리 가게 막내는 스물하나예요.”(아가씨6)

    “웃기는 건 정치인들이 여기 오잖아요? 못 믿겠다고요? 실제로 와요. 와서는 ‘가장 어린 아가씨가 누구야? 영계 없어요?’ 하고 물어요. 서비스 좋은 아가씨가 아니라 어린애만 찾는 거죠. 배지 달고도 와요. 저도 국회의원 받아본 적 있어요. 누구라고 말 못하지만.”(아가씨6)

    “형사들도 놀러와요. 우리가 떠보죠. ‘진짜 형사예요?’ 하고. 그러면 신분증을 보여주기도 해요. 전엔 부산에서 올라온 경찰관들이 ‘9월23일부터 조심하라’고 하더니 그후 다시 나타나 단속을 돌더라고요. 타 지역 경찰관들도 여기서 단속을 하더라고요.”(아가씨1)

    -한 달간의 특별단속이 끝나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끝나고 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좀 (단속이) 헐거워지겠죠. 한 달이 지나 지금과 똑같이 강력단속을 펼친다고 해도 우린 여기서 떠날 수 없어요. 버티는 수밖에. 일단 정부가 우리에게 약속을 안 지켰으니까.”(아가씨1)

    -독자적으로 (성매매를)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요. 그러면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보건관리도 안 되죠.”(아가씨1)

    -다시 집회를 열 계획이 있나요?

    “현재로선 잡혀 있는 게 없어요. 다시 집회가 열리면 그땐 영등포 쪽 여성들은 옷 벗고 설칠지도 몰라요.”(아가씨5)

    -평소 업주에게 착취당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일을 해서 같이 수입을 나누는 건데 무슨 착취예요? 업주가 신변을 보호해줍니다. 게다가 밥 해주는 아줌마, 빨래·청소 해주는 아줌마 고용해서 편의를 봐줘요.”(아가씨6)

    단속은 점차 헐거워질 것

    -일부 업주와 경찰의 유착관계도 있을 텐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이런 건 있어요. 경찰이 몇 개월에 한 번씩 업소에 고정적으로 들러 ‘이 집 언제 단속 맞았지? 어, 다시 단속 맞을 때 됐네’ 그러고는 아가씨들 죽 불러들여요. 그래서 조서를 꾸미는데 어떤 경찰관은 형식상 아가씨한테 뭘 물어보기라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질문하고 자기가 대답하고 그걸 컴퓨터에 입력하고는 ‘어이, 아가씨, 여기 지장 찍으면 돼’ 그래요. 그걸 월례행사처럼 해서 벌금 때려요. 경찰만 그런 게 아니라 관할구청에서도 그래요.”(아가씨1)

    -아가씨들이 집회 등을 통해 ‘여성단체는 뭘 모른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뭐죠? 여성단체에서 집창촌에 나와보기도 할 것 아닙니까.

    “나와도 우리하고 얘기한 적 없는데요, 뭐. 지난 여름에 여성단체에서 나와 콘돔과 물수건, 연고 같은 걸 나눠주면서 ‘깨끗하게 사용하세요’ ‘상처 난 데 바르세요’ 그러데요. 그것뿐이에요. 그 사람들, 우리하고 절대 면담 안 해요. 기껏 물어보는 게 ‘선불금 있느냐’는 거예요. 없다 그러면 ‘있지 않느냐’고 살살 꼬드겨요. 그러면서 사진만 찍어가요, 동의도 없이. 그거 초상권 침해 아녜요?”(아가씨5)

    -그래서 현실을 모른다?

    “그렇죠. 경찰에서 ‘긴급전화 117’을 24시간 운영한다고 해서 호기심에 걸어봤더니 받지도 않았어요.”(아가씨3)

    -성매매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데, 우리 사회의 통념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물론 사회통념은 그렇죠. 그런데 우리나라 법이 독일법체계를 많이 따른 걸로 알거든요. 독일의 경우 이렇게까지 집창촌을 억압하지 않는 것으로 알아요. 공창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세계화’ 어쩌고 하지 말고 그런 것부터 해결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장은 결국 공창을 만들어 직업인으로 인정해주든지, 그게 안 된다면 전업을 준비할 수 있게 2007년까지 유예기간이라도 달라는 겁니다. 인터넷 보면 ‘너희는 세금도 안 내지 않냐’고들 하는데 법적으로 인정된 직업인이 아니니 세금 못 내는 것뿐이에요. 주민세 같은 세금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내고 있습니다.”(아가씨6)

    -여성부나 여성단체에 대한 불만은?

    “성매매 피해여성의 상황에 대해선 우린 잘 몰라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요. 어쨌든 여성단체들이 그런 소수의 여성을 보호해주는 건 좋은데, 자율적으로 밥벌이하는 우리한테까지 태클 걸지는 말라는 거죠. 지금은 우리보고 죽으라는 거잖아요.”(아가씨1)

    -여성단체들은 성매매가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근절하고 싶은 거겠죠.

    “그렇다면 예전엔 왜 콘돔까지 나눠주면서 ‘일하는 데 힘든 것 없으세요?’ 하고 묻고 다녔냐고요. 왜 ‘성매매를 없애자’는 지금과 다른 그런 모순된 행동을 했냐는 거죠. 그것부터 말이 안 되잖아요.”(아가씨5)

    -그렇더라도 성매매가 여러분의 인권을 좀먹는 거라 생각해본 적 없나요?

    “인권이란 게, 말 그대로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 아녜요? 다들 말로는 열심히 떠들어요. ‘직업에 귀천은 없다.’ 현실도 그런가요? 오히려 인간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제 권리 아닌가요? 물론 이 일이 공개적으로 내세우긴 뭣하지만 엄연히 우리의 직업이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느껴요. 웃으실지 모르지만 이것도 ‘전문직’이에요.”(아가씨1)

    -현실적으로 평생 이 일을 할 수는 없을 테고, 그러고 싶지도 않죠?

    “그러니까 유예기간을 달라는 거잖아요.”(아가씨4)

    -만에 하나, 2007년까지 집창촌 폐쇄가 유예된다면 그때까지 뭘 준비할 수 있죠?

    “돈 모아서 전업 준비해야죠. 어차피 여기 오래 있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3년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요. 우리도 시집은 가야죠.”(아가씨1)

    -자격증 가진 아가씨도 있나요?

    “많죠. 간호, 미용, 컴퓨터…. 저는 지금 돈만 있으면 어린이집 차려도 돼요. 유아교육 3급, 보육교사 2급 등 자격증만 3개 있어요. 전문대학 졸업하면서 딴 거죠.”(아가씨1)

    성범죄 증가, 불 보듯 뻔해

    -지금 유예기간을 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예전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서도 성매매는 불법이었어요. 그렇죠? 이번 특별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이후 사실상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린 그런 거 몰랐어요. 들어본 적도 없어요.”(아가씨5)

    -법이 통과된 것도 몰랐다?

    “예. 이번 법은 정부와 여성단체가 주도해 만든 거잖아요. 6개월이 있었다면 여성단체에서 하다못해 그걸 알리는 종이쪼가리 하나라도 집창촌에 돌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린 뉴스에서 떠들기 전까지는 몰랐죠. 법조항이 그렇게 강하게 바뀌었다는 것도 뒤늦게 인터넷 뒤져서 알게 됐어요.”(아가씨5)

    -여성들의 성매매는 결국 경제적 이유 때문이겠죠?

    “그렇죠. 먹고 살기 위해서, 가족 부양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반 직장 다녀서 얻는 수입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돈에 훨씬 못 미쳐서 이 일을 하는 거죠.”(아가씨1)

    -손님 중에 외국인도 있나요?

    “거의 없어요. 일본 사람만 받아요. 대부분 바이어 접대로 오는 사람들이죠. 우리는 엔화도 많이 벌어들였어요.”(아가씨6)

    -성매매를 단속하면 성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까.

    “당연하죠. 생각해보세요. 여기 손님 중에는 유부남도 있지만, 총각도 있고 홀아비도 있어요. 가격도 룸살롱 2차보다 훨씬 싸요. 남자들이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는 욕구가 성욕이라는데, 섹스상대 없는 남자들은 어떻게 할 거예요? 자위도 하루이틀이지. 단골손님 중엔 장애인도 적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걷지 못하거나 앞이 안 보인다고 해서 성기능까지 장애는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집창촌을 폐쇄하면 어떻게 되겠어요?”(아가씨6)

    -홍등(紅燈)은 하루아침에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뜻인가요?

    “당연하죠.”(아가씨 1∼6)

    인터뷰를 끝낸 방 안엔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미아리를 떠나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머리는 지끈거렸다. 담배연기에 취해서일까. 아니면 ‘성매매 근절론’이 외치는 당위와 ‘성매매=필요악’임을 내세운 ‘성매매 불가피론’이 존재하는 현실간의 좁혀지지 않는 괴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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