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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백 인터뷰

‘국제영화제 킬러’ 김기덕 감독

“이창동 감독이 만들면 ‘사회를 보는 시선’, 내가 만들면 ‘김기덕이 하는 짓’이래요”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국제영화제 킬러’ 김기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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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 킬러’ 김기덕 감독
그는 정말로 서운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기왕 이렇게 된 거,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5편에 들고 수상까지 하면 좋겠다”고 툭툭 털었다.

전통찻집 야외로 자리를 옮겼다. 기와지붕, 미닫이문, 작은 문갑이 놓은 온돌방, 흙벽을 타고 올라간 녹색 덩굴, 흙바닥…. ‘빈 집’의 한옥을 떠올리게 했다.

-베니스영화제 수상을 축하합니다. 귀국 후 매우 바빴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바쁜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뷰에, 강연에, 축하행사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빈 집’ 홍보에 정말 정신이 없어요. 물론 찾아주는 곳이 많아 기쁘긴 하지만, 저야 꾸준히 영화만 찍어왔을 뿐 달라진 게 없거든요. 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하자 혜성처럼 나타난 명감독인 양 갑자기 여기저기서 찾아대는 걸 보면 좀 서글퍼집니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붙이는 일을 하는 태석은 전단지가 떨어지지 않은 ‘빈 집’에 들어가 며칠간 살다가 나온다. 어느 날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간 고급주택에서 멍투성이의 선화를 만난다. 태석은 남편의 폭력과 광적인 집착에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선화의 손을 잡고 함께 떠난다. 두 사람은 고급주택에서 철거되기 직전의 낡은 아파트까지 떠돌아다니며 다양한 인간군상과 만난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은 ‘가택침입죄’라는 세속의 잣대에 걸리고 만다. 태석은 감옥에 가고, 선화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감옥에서 태석은 전방 180도만 볼 수 있는 사람의 눈을 피해 숨는 이른바 ‘유령연습’을 하고 출옥 후 선화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태석과 선화, 선화 남편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빈 집’의 줄거리다. 김기덕 감독의 이전 영화와 마찬가지로 10억여원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다. 영어 제목은 ‘3 Iron’. 골프에서 가장 강하다는 3번 아이언을 말한다. 7월2일 촬영을 시작해 18일에 크랭크업 했고 10월15일 개봉한다.

독특하고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적인 영상 때문에 그의 작품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빈 집’은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파격과 폭력성이 많이 희석됐고 간간이 실소를 머금게 하는 유머까지 들어 있다. 김 감독 스스로도 9월21일 기자시사회에서 “내 영화가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이 영화는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 덧붙여 이 영화가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자신의 영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빈 집’에 대한 언론과 평단의 반응도 ‘김기덕이 달라졌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빈 집’에서는 김 감독의 스타일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폭력성이 줄어든 대신 한결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졌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관객들이 변했다고 하면 변한 거겠죠. 영화를 겉으로만 보면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빈 집’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생각하지 않고 김기덕이 전에 비해 약해졌다, 강해졌다 또는 순해졌다, 잔인해졌다만 보는 거니까요. 그건 영화의 본질이 아니죠. 잔인한 영화를 보고 싶으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순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는 게 안전하겠죠. 제 영화의 주제는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표현 방법이 변했을 뿐이죠.”

-‘빈 집’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정해진 것이 없어요. ‘이것을 말하고 싶다’고 전제하는 게 싫어요. 관객이 보는 데 따라 달라질 수 있죠. ‘빈 집’은 네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거죠. 피폐한 두 영혼이 만나 사랑을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독특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아마 대다수 관객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둘째는 모든 게 ‘선화’의 판타지라는 겁니다. 태석이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 거죠. 선화에게는 한국 주부들의 불만이 모두 들어 있지요. 경제권을 박탈당하고 집에 갇혀 살아야 하는 불만들…. 이들이 꿈꾸는 것은 누군가가 찾아와서 자신을 구원해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태석과 함께 빈집을 떠돌아다니지만 이는 자신이 혼자 집에서 탈출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셋째로 태석의 판타지일 수도 있어요. 썰렁한 집을 돌아다니는데, 한 여자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 여자의 구원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없겠습니까.

넷째로 선화의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어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선화는 ‘사랑해요’라고 말합니다. 관객은 태석에게 하는 말로 알겠지만 남편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어요. 태석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남편과 불행한 현실을 해결해보려고 태석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낸 거죠.

이렇듯 제 영화는 뚜렷한 결말이 없어요. 마지막 장면은 모두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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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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