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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언

힘겨운 첫발 내딛는 자치경찰제

단체장 리더십, 주민 참여가 ‘태생적 한계’ 극복 요건

  • 글: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wpyo@hanmail.net

힘겨운 첫발 내딛는 자치경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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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장은 시장 군수가 직접 임명하기도 하고 시장 군수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선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행정학자들이 말하는 자치경찰의 전형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식 자치경찰은 과거 지방토호세력의 도구가 되어 부패와 비리의 대명사로 전락한 전례가 있어 최근에는 시장이나 군수와 경찰 사이에 경찰위원회를 두거나 독립적인 감사관을 두는 등 제도를 개선해왔다. 또한 점차 광역화, 조직화, 첨단화하는 범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주 경찰과 연방경찰조직의 권한과 관할권이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대륙 국가들은 우리처럼 국가경찰을 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인 경찰제도를 운영해왔다. 통일성과 균질성, 효율성 및 강력한 집행력이 필요한 경찰업무의 특성에 따라 전국 방방곡곡의 경찰인력을 일사불란한 지휘통제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다.

하지만 유럽대륙 국가들은 공룡 같은 거대 국가경찰조직으로는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지역실정에 맞는 탄력적인 경찰행정을 펼칠 수 없고 지역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들은 자치단체장에게 제한된 행정경찰 운영권을 보조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즉 국가경찰과는 별도로 지방자치정부에서 예산을 배정해 자치법규 집행과 질서유지 및 범죄예방 활동을 하는 자치경찰을 스스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대륙형 자치경찰과 유사

지금 우리 정부가 도입하려는 자치경찰제는 이러한 유럽대륙 국가들의 보조적·제한적 자치경찰 제도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 물론 이러한 제도는 ‘국가경찰의 장점과 자치경찰의 장점이 조화된 합리적 제도’라는 평가와 함께 ‘진정한 자치경찰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패전 이후 점령국 미국에 의해 우리의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시·정·촌 단위의 분권적 경찰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통치방식에 젖은 일본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맞지 않아 다시 국가공안위원회가 관리하는 국가경찰과 광역행정단위인 도도부현(都道府縣)의 공안위원회가 관리하는 지방경찰로 새롭게 재편됐다.

일본 자치경찰은 영국 경찰처럼 지방정부에서 독립된 한편, 유럽대륙과 같이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의 이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자치경찰’의 개념에는 맞지 않으며, 일본에서도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 단위가 아니라서 실질적인 민주 자치경찰이라고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이처럼 자치경찰제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특히 각 국가별로 독특한 역사와 문화 및 시대적 요구에 따라 형성되고 변화되어 온 다양한 경찰제도를 자치경찰이냐 아니냐로 일도양단할 수는 없다. 지방정부에 대한 경찰의 귀속 여부를 중심으로 구분할 것인지, 경찰조직이 구성되는 지역단위가 어디냐로 판단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지방경찰이 관장하는 업무의 범위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학술적·실무적으로 전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껏 제기된 자치경찰제 도입 주장들은 ‘경찰을 지방분권화하자’는 정도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한 이들은 지방분권화의 방법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고, 영국 미국 유럽 및 일본식 제도나 이들의 절충안이 그 모델로 떠올랐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안은 이러한 논의들을 포함, 제도 변화가 가져올 실질적 기대효과나 제약 요인, 예상 문제점을 모두 감안한 것이라 판단된다. 그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유사한 경찰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역사의 변천 과정이 비슷한 유럽대륙의 ‘중앙집권-지방분권 혼합식 제도’를 현실적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자치경찰제가 행정자치와 같은 의미라면 행정의 자치가 가져온 변화를 통해 자치경찰제 도입의 기대효과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주민이 주인이요 고용주인 지역경찰이 생긴다. 시민들은 그동안 거대한 권력의 일부로 느끼던 낯모르는 경찰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기회를 갖는다. 지역에서 선발된 자치경찰은 그 지역에만 머물며 주민들을 위한 범죄 예방과 질서 유지 활동을 벌인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무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우리 지역의 치안인력을 다른 지역에 빼앗기지 않고 지역실정에 맞는 안정적 치안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과거 우리 지역의 경찰인력이 다른 지역의 대규모 파업이나 시위현장에 동원되거나 우리 지역과는 상관없는 탈주범 검거나 마약류 단속을 위한 일제 검문검색에 동원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치경찰제의 출현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지역의 치안 공백을 막아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민의 여론과 표를 의식한 자치단체장이 치안확보를 위해 관심과 열의를 쏟고, 자치의회가 치안정책의 타당성과 경찰력운용의 효율성을 치열하게 점검하고 감시하며, ‘지역실정에 맞는 고객중심의 맞춤치안’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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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wp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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