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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언

힘겨운 첫발 내딛는 자치경찰제

단체장 리더십, 주민 참여가 ‘태생적 한계’ 극복 요건

  • 글: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wpyo@hanmail.net

힘겨운 첫발 내딛는 자치경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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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첫발 내딛는 자치경찰제

서울 시내 한 파출소 광경.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주민이 고용한 경찰관이 주민이 부여한 사무를 관장한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가장 환영하는 이는 자치단체장이다. 이들은 그동안 경찰 소방 교육이 빠진 ‘불완전한 자치행정’의 한계로 인해 지역정부 수장(首長)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제 자치경찰을 통해 못다한 정치적 구상을 실현하고 주민의 지지를 한껏 받겠다는 소망을 피력하고 있다.

전국 60여 지방대학에 설치된 경찰관련 학과들은 지방정부와 연계해 졸업생의 취업기회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지역경찰 인재의 자격과 자질을 충족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훈련하며, 재학중 인턴십 등 현장경험의 기회를 다양하게 부여할 수 있다. 교수와 연구원들은 지방정부의 용역을 받아 지역의 범죄예방책과 효율적 지역경찰 운영기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국가경찰이나 여성부, 국가인권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등의 지방경찰 교육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안전과 민생보호라는 양대 가치 사이에서 갈등해온 국가경찰의 처지에서 보면, 자치경찰제 도입은 민생관련 업무의 과감한 분리이양을 통해 국가적 치안목표와 사회적 범죄 대처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지역주민의 민원이나 지역행사 질서유지, 지방자치단체 업무협조에 에너지를 쏟아붓던 경찰들이 테러 마약 조직범죄 연쇄살인 납치 유괴 산업스파이 화폐위조 등 국제적이고 광역적인 범죄와 대규모 사건 및 사고 대책 마련에 주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기에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가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제도에 너무 익숙하다는 점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균등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에 상관없이 필요한 곳에 경찰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국가경찰제의 효율성은 분단 상황과 좁은 국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장점이다.

지역간 자치경찰 편차 우려



둘째, 아직 채 성숙하지 않은 지방자치제도다. 우리나라 지방정치의 수준이나 주민 참여도, 단체장을 비롯한 지방 관료의 청렴성과 공정성 등에 대해 국민의 신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믿을 만한 통제장치조차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하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찰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한다는 것에, 국민이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지역간 불균형과 낮은 지방재정 자립도 문제다. 아직 지방화가 채 진전되지 않아 각 지역이 나름의 산업과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고, 각종 세제의 지방이전이 완료되지 않았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초 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과연 전반적으로 자치경찰의 질과 장비, 처우 및 근무여건 등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간 자치경찰의 편차가 매우 클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속된 중앙집권적 경찰제도의 경직성과 권위적 이미지, 무시된 지역특성과 주민과 괴리된 치안 등의 문제는 하루빨리 시정돼야 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제약요인들로 인해 한국은 지금의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제를 미국이나 영국의 완전한 지방분권적 경찰제도처럼 급격하게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민주화와 분권화’라는 자치경찰의 이념을 조금 희생시키더라도 지나친 혼란과 경찰력의 무력화, 지역 패권주의의 도래는 막아야 한다.

한국형 자치경찰의 태생적 한계

이러한 ‘한국적 상황’은 2006년부터 실시될 자치경찰제에 여러 가지 태생적 한계를 부여했다. 우선 기존 국가경찰체제는 그대로 유지한 채 기초자치단체에 과 단위 행정경찰조직을 신설함으로써 자치경찰의 규모가 지나치게 왜소하다는 지적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와 책임의 구분 역시 모호하다. 특히 정작 경찰의 상징인 수사업무 등 핵심적 경찰권이 자치경찰에는 주어지지 않아, 한국의 자치경찰은 ‘무늬만 경찰’이지 실제는 기존 청원경찰과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취약한 자치치안 재정도 한계로 꼽힌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재원을 확충할 때까지 ‘자치경찰이 정착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단 중앙정부의 보조금과 범칙금 수입 등에 의존해야 한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관리기관 없이 자치단체장에게 경찰운영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치경찰을 민주적이고 실효성 있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극복해야 하며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제도보다 운용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번에 도입되는 자치경찰제는 민주와 분권, 자율을 이념으로 하는 분권적 경찰제도가 우리 사회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적 성격이 짙다.

그러므로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지역 언론 그리고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새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경찰분권화를 단계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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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wp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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