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對이라크 비밀공작 ‘플랜 B’ 폭로한 화제의 신간 ‘지휘계통’

이스라엘, ‘미국의 패배’ 대비해 쿠르드 특공대 맹훈련중

  • 정리: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입력2004-10-26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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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이라크 비밀공작 ‘플랜 B’ 폭로한 화제의 신간 ‘지휘계통’
    對이라크 비밀공작 ‘플랜 B’ 폭로한 화제의 신간 ‘지휘계통’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가장 열렬히 지지했던 이스라엘 샤론 정권은 2003년 7월 부시행정부에 이렇게 경고했다.“여름이 지나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은 차량폭탄 공격을 비롯해 극렬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이스라엘 첩보원들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란 정보요원들과 아랍 무자헤딘의 은밀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경비가 허술한 이란-이라크 국경을 제집 드나들듯 넘나들고 있다’고 알려왔다. 이 같은 정보에 따라 이스라엘은 부시행정부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900마일(1448.1㎞)에 이르는 이란-이라크 국경선을 봉쇄해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했다.

    이란-이라크 국경은 그 뒤로도 내내 허술하게 관리됐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중근동정책연구소 부소장 패트릭 클로슨은 “부시행정부는 이란과 관련한 이스라엘쪽 정보를 일부러 무시했던 건 아니다”고 밝힌다. 백악관과 가까이 지내는 그는 미국이 이란-이라크 국경을 막는 데 애쓰지 않은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3년 여름, 미국은 이란인들이 국경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 이라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당시 하루에도 수천 명의 이란인이 국경을 넘나들었는데 그들 중엔 시아파 성지로 떠나는 순례자도 많았다. 총을 들고 미군을 겨냥해 쏘지 않는 한 그들을 내버려두는 게 낫다고 미국은 판단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부시행정부의 그런 판단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국경을 넘어온 이란인들이 이라크 안에다 사회사업 자선기구 등을 만들고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인을 무장공격하는 인력을 충원할 것이라 믿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라크의 시아파 반미 이슬람 성직자 모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란의 앞잡이(stalking-horse)라고 믿는다. 알 사드르를 따르는 민병대 조직인 마흐디군이 병참·통신·훈련 부문에서 이란으로부터 은밀하게 지원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미국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2003년 가을 이라크에 가서 그곳 상황을 살피고는 크게 실망했다. 곧바로 이스라엘로 갔던 그는 이스라엘 고위 정치인, 정보 관계자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잘못하고 있다. 우리 이스라엘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서,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만 하는가.”

    전 이스라엘 총리 에후드 바라크는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인물이다. 그는 딕 체니 미 부통령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바라크 전 총리의 측근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바라크는 체니에게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본다. 남은 문제는 미국이 얼마나 체면을 구길 것이냐일 뿐이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2003년 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부시행정부는 이라크에 안정이나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데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 이스라엘 전직 정보장교가 필자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 샤론 정권은 미국이 이라크의 혼란스런 상황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이라크에서 패배하지 않겠지만, 정치적으로는 패배할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따른 혼란이 자국에 끼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라크 내 쿠르드족과의 관계를 보다 밀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그 요지다.

    그러나 미국의 몇몇 관리는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움직임이 격화되는 마당에 쿠르드 지역에 비밀요원을 대거 파견하기로 한 샤론 정권의 결정은 더욱 큰 혼란과 폭력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못마땅해했다.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은 2004년 여름부터 쿠르드 지역에서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쿠르드 특공대원들을 훈련시키는 한편 보다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쿠르드족 밀집지역에서 비밀작전을 벌이는 일이 그것이다. 쿠르드 지역에 파견된 이스라엘 요원들 중엔 해외정보 수집 및 분석기능을 맡아온 모사드 요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사업가로 행세하거나, 아예 이스라엘 여권을 지니지 않고 다니기도 한다.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대사관 대변인 마트 레게브는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필자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주변국들도 이스라엘 요원들이 쿠르드족 주거지역에서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쿠르드 관리들과 미 국무부 대변인도 “그 질문에 대해 할말이 없다”고 했다.

    對이라크 비밀공작 ‘플랜 B’ 폭로한 화제의 신간 ‘지휘계통’

    이스라엘은 ‘플랜 B’에 따라 이라크 쿠르드족 특공대를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의 한 고위간부는 이스라엘 요원들이 쿠르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필자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그곳(쿠르드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워싱턴 당국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누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뭘 해라 말아라 하는 걸 봤는가. 그들은 언제나 국가이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움직일 뿐이다”며 웃었다. 또한 “이스라엘 정보요원이 쿠르드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은 미 정보요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플랜 B’에 따라 모사드 요원 파견

    이스라엘의 한 전직 정보요원은 공작원을 쿠르드 지역으로 보내기로 한 샤론 정권의 결정을 모사드에선 ‘플랜 B’라고 일컫는다고 말해줬다. ‘플랜 B’ 때문에 현재 이 이스라엘과 긴장관계에 있다. 당연히 터키 정치인들은 플랜 B를 아주 못마땅히 여긴다. 터키뿐 아니라 쿠르드족이 많이 살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도 이스라엘의 플랜 B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2004년 6월 ‘정보 요약(Intel Brief)’엔 아래와 같은 글이 실렸다(‘정보 요약’은 전 CIA 대(對)테러 부서 책임자 빈센트 캐니스트라로와 1980년대 후반 CIA 이스탄불 부지부장을 지낸 필립 지랄디가 펴내는 개인적인 정보 소식지다).

    “터키의 정보소식통들은 ‘이스라엘 요원들이 쿠르드 지역에서 독립국가를 이루려는 쿠르드족의 야망을 부추길지 모른다는 점을 터키정부가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알려왔다. 터키인들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정보활동이 이라크 북부지역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란의 이라크 접경지역 일대에 사는 쿠르드족들로 하여금 반(反)시리아·이란 행위를 부추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쿠르드 지역에 개입한 역사는 오래다. 1960~70년대 이스라엘은 쿠르드족의 봉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중동지역의 비(非)아랍 세력과 연합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정책목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75년 쿠르드족은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했다. 포드행정부가 자치를 열망하는 이라크 쿠르드족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이란 팔레비 왕정의 결정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후 20년 동안 배신과 폭력이 반복됐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전투기 공습은 물론 화학무기 공격마저 마다하지 않은 사담 후세인 정부군의 잔인한 공격에 큰 희생을 치렀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지금 이라크에서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의 중심도시인 키르쿠크를 차지하려 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키르쿠크의 다수 주민은 아랍계 이라크인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970년대 후세인이 키르쿠크 일대를 ‘아랍화(Arabize)’하려는 계획에 따라 옮겨온 사람들이다. 쿠르드족은 키르쿠크와 그 일대 유전지대를 역사적인 고향으로 여긴다. 미국의 한 이라크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키르쿠크가 쿠르드족의 위협을 받는다면, 수니파 이라크 저항세력이 그곳으로 몰려들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그 지역 일대에 몰려 사는 터키계 이라크인들도 동요할 것이다. 그럴 경우 키르쿠크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 또 쿠르드족은 키르쿠크를 차지한다 해도 석유를 제대로 수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송유관이 수니파 이라크인들이 지배하는 지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매우 화가 났다. 미국이 이라크 주권 관련 유엔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거부권 조항을 이라크 헌법 조항에 넣지 않은 탓이었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즉각 “쿠르드족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에서 2등(second-class) 국민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항의서한을 부시행정부에 보냈다. 독일정부 안보분야에서 일하는 한 고위관리는 이렇게 증언한다.

    “부시행정부 내의 일부 사람들, 특히 (유대인 네오콘 출신으로 이스라엘의 국가이익을 챙겨온) 국방부 부(副)장관 폴 월포위츠와 그의 측근들은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세워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지닌 쿠르드 독립국가의 출현은 이웃나라인 이란·터키·시리아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스라엘, 쿠르드족 특공대 양성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이룬다면 이는 지정학적으로 이스라엘에 반가운 일이다.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과 시리아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선언한다면 자국내 쿠르드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터키가 반발할 것이고, 그럴 경우 터키-이스라엘의 우호관계는 깨질 것이다. 한편 터키와 시리아는 불편한 관계이고, 터키와 이란은 오랫동안 중동지역의 라이벌로 지냈다. 그런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터키가 미국에 협조하지 않자 이스라엘과 터키 사이엔 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이처럼 쿠르드족 문제는 이들 여러 나라 사이에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부분이다.

    미 정보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2004년 6월 이라크 주권 이양 뒤 쿠르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요원들의 단기 활동목표는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과 군사적 균형을 이루도록 쿠르드족 특공대를 양성하는 것이다. 한 정보관계자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시아파 바트당(후세인 정권 당시 집권당) 무장세력이 반미저항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이스라엘은 그 특공대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슈메르가(Peshmerga)’로 일컬어지는 쿠르드족 민병대 규모는 7만5000명. 이는 이라크 수니파와 시아파 민병대를 합친 숫자보다 많은 것이다.

    이스라엘의 한 전직 정보요원은 “2003년 말부터 이스라엘 요원들은 쿠르드 특공대를 훈련시켜왔다”고 털어놨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비밀특공대 미스타라빔(Mistaravim)과 마찬가지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미군 특수부대가 규정상 수행하기 어려운 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아파와 수니파 저항세력 내부에 침투해 정보를 수집하고 지도자를 죽이는 임무 따위다. 이런 임무는 저항세력을 제압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 여겨진다.”

    정보요원들에게 실제로 그런 특공작전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한 전직 정보요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마키아벨리 같은 수법으로 쿠르드족을 지원해왔다. 후세인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게 바로 현실정치(Realpolitik)다. 쿠르드족과 손잡음으로써 이스라엘은 이라크는 물론 적대국가인 이란·시리아를 견제하고 정보를 챙기는 눈과 귀를 얻게 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미 부시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쿠르드 지역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지 않았다. 문제는 터키다. 이라크 아랍인들을 견제하기 위해 훈련시킨 쿠르드 특공대가 거꾸로 터키 안으로 침투 공격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이스라엘-터키 관계가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터키 관리들, “좌시하지 않겠다”

    워싱턴 중근동정책연구소 부소장 패트릭 클로슨은 “이스라엘 안보에 관한 한 이란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쿠르드 지역에 이스라엘이 근거지를 마련하면 이란의 동향, 이를테면 핵무기 개발 움직임 따위를 감시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직 미 고위 정보요원은 “이스라엘은 쿠르드족과 유착관계를 맺는 것이 터키와 유대관계를 맺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길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터키에게 “이스라엘은 터키를 사랑하지만, 이란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2004년 여름 앙카라에서 만난 터키 고위관리는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부터 이스라엘 요원들은 쿠르드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그들은 다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에도 위험할 뿐 아니라, 우리 터키에도 위험스런 일이다. 터키는 이라크 영토가 쪼개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되도록 좌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쿠르드족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터키는 쿠르드족을 겁내지 않는다. 너희들이 우릴 두려워해야 한다’고. 현재의 이라크 영토가 보존되는 한 터키는 참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대안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스라엘과 쿠르드족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터키 고위관리들에 따르면, 터키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정보요원들이 쿠르드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에 우려를 나타냈고 이스라엘로부터 “그럴 리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한 고위관리는 “이스라엘은 쿠르드 지역에서 특공대를 훈련시키고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을 부정하면서,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면 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들의 소행이라 주장했다”며 “터키 정보망은 그런 해명이 엉터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터키 고위관리는 다음과 같이 음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라크가 쿠르드와 아랍 이라크(시아, 수니)로 나누어진다면 지금보다 더한 유혈사태와 고통이 중근동지역에 몰아칠 것이다. 그 경우 누가 비난받아야 마땅하겠는가. 멕시코와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비밀스런 목적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만약 이라크가 쪼개지고 쿠르드족이 석유산지인 키르쿠크를 차지하려 든다면,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사라예보에서와 같은 유혈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런 사태의 근본적 책임을 져야하며 전세계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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