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禮學의 풍모 깃들인 위풍당당한 사대부 고택

  • 사진·글: 정경택 기자

    입력2004-10-28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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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후기를 풍미한 유학자 우암 송시열과 동춘당 송준길의 종택이 자리잡은 곳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 대전 회덕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대부가의 상징인 정침과 사랑채를 온전하게 갖춘 고택엔 예학의 깊이와 여류 문인의 시향이 감돈다.


    禮學의 풍모 깃들인 위풍당당한 사대부 고택

    종가의 차남인 14대손 송윤진(오른쪽)씨와 종중이사인 11대손 송익순(왼쪽)씨.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호남선으로 갈라지는 곳, 회덕 분기점이 나온다. 지금은 교통요충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은진 송씨를 빼놓고는 회덕을 얘기할 수 없다. 지금도 연산의 ‘광김(光金)’과 회덕의 ‘은송(恩宋)’이라면 알아준다.

    대덕문화원 자료에 따르면 이 고장의 인물 74명 중 송씨가 37명이나 된다. 이곳이 은진 송씨의 본거지임을 짐작케 하는 자료다. 은진 송씨가 이곳의 맹주로 자리매김한 데는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1606~72)과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89)이 있다. 둘 다 문묘에 오른 성현 18인에 속한다.

    송준길의 종가가 있는 곳은 행정지명도 송촌동이요, 주변아파트 단지도 ‘선비마을’이다. 종손이 기거하는 곳으로서 사대부가의 상징이랄 수 있는 정침, 사랑채, 가묘, 별묘 등을 온전하게 갖춘 종택은 우리나라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송준길의 호 동춘당은 별당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송준길과 송시열은 먼 숙질간으로 한집안인 데다 두 사람의 할머니가 자매간으로 외척이었다. 그러다 보니 송시열이 어려서부터 이곳에 와 송준길과 동문수학하며 김장생(金長生·1548~1631)의 예학(禮學)을 계승하게 되었는데 둘의 성격은 너무나도 달랐다.



    송시열은 조선왕조실록에 그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른 인물로서 조선 후기 모든 논쟁의 진원지였으며 사후에도 공과(攻過)가 거론될 만큼 ‘화약고’였던 데 반해, 송준길은 그의 호 동춘당(항상 봄과 같다는 뜻) 만큼이나 온화한 성격으로 영남학파와 기호학파의 예학을 아우른 인물이다.

    禮學의 풍모 깃들인 위풍당당한 사대부 고택

    의락당 뒤편에 아파트가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아파트 단지도 ‘선비마을’로 불린다.

    그는 영남 남인의 거목 정경세(鄭經世)의 사위였던 탓에 영남학파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항상 분쟁의 중심에 선 송시열의 뒤치다꺼리에 바빴는데, 이는 조선 중기 동서 화합을 시도했던 이율곡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동춘당이 죽고 나서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되었고 든든한 버팀목이 없어진 송시열은 훗날 남인의 탄핵으로 사약을 받았다. 동춘당의 보이지 않는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종가 옆에는 동춘당의 손자 때 분가한 ‘소대헌(小大軒)’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는 은송이 자랑하는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또 다른 한 명은 동춘당의 외손녀 인현왕후)인 호연재(浩然齋) 김씨 부인의 시향(詩香)이 스며 있다. 호연재는 동춘당의 증손자 송요화의 부인으로, 당시 허난설헌을 비롯한 몇 안 되는 사대부 출신 여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생 출신들이 문학의 한 주류를 이뤘던 당대를 비추어볼 때 보석 같은 인물이다.

    친정 형제자매에게 보낸 서신이 남아 있는데 기생의 작품만큼 감칠맛이나 기교는 없으나 친정식구에 대한 그리움과 한이 절절히 배어 있다. 서신을 비롯한 작품 200여 수와 당시의 생활상을 담은 ‘자경편’, 이 집안의 또 다른 명물인 송순주(松荀酒)의 비법을 담은 ‘우음제방’이 전한다.

    禮學의 풍모 깃들인 위풍당당한 사대부 고택

    ①② 송준길의 체취가 스민 필기도구와 소품 들. ③ 이 집안의 가양주인 송순주의 비법을 담은 ‘우음제방’. 아래 떡볶이 요리법을 담은 글이 재미있다. ④ 송순주를 곁들인 다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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