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호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칠레와는 ‘몸풀기’, 게임은 지금부터

  • 글: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입력2004-12-27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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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FTA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2005년 벽두부터 유럽과의 FTA 협상도 시작된다. 머지않아 10개 FTA 협상이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칠레 한 나라와 FTA를 맺는 데도 기진맥진한 우리 정부의 리더십으로 과연 ‘동시다발 FTA’의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FTA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대국민 홍보전략 수립과 전문인력 보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검토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경제개방에 대한 국내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FTA 관련 논의는 구체적 결실을 보지 못했다. 당시 비공식적 차원에서 FTA를 검토했던 대상국은 미국이었다. 1984년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브록 3세(Brock Ⅲ)는 한-미 FTA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우리측에 전달했다.

    1988년 미 상원은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과의 양자간 FTA 체결 타당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듬해 USITC는 이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면에서 한-미 양국간 FTA는 바람직하나, 한국 내 반미 감정이 매우 높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북미지역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추진되자 우리 정부도 자체적으로 FTA 정책 추진에 대해 검토한 바 있으나,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되자, 국내의 반(反)개방 정서가 확산됐고 FTA 논의는 또다시 중단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FTA의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공개할 경우에 발생할 파장을 우려해 당시 정부는 비공개로 FTA를 검토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21세기위원회’는 FTA를 향후 정책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던 필자에게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 당초 이 보고서는 1996년 하반기 ‘21세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농업 등 취약산업이 반발할 것을 우려해 기회를 놓쳤다.

    그 후 정부가 FTA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동아시아 금융위기다. 금융위기 전만 해도 우리 정부는 다자체제의 틀 안에서 지역주의의 확산을 방지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내 지역무역협정위원회(CRTA)가 지역주의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안정적 수출시장 확보와 투자유입 확대 등 FTA를 활용한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고, 경제제도의 선진화 및 투명화, 구조조정의 가속화, 새로운 동맹관계의 확보 수단으로도 FTA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에 신설된 통상교섭본부는 FTA 추진을 핵심 통상정책분야로 정하고, 한국의 첫 FTA 대상국 선정에 대한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시장개방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 1998년 중반까지는 관련 부처 담당자, 업계 대표, 경제전문가가 주로 참여하는 형태로만 논의를 진행했다. 당시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와의 FTA에 관심을 가질 만한 국가와 공식 및 비공식 접촉을 시도했다.

    그 결과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칠레, 뉴질랜드, 이스라엘 6개국이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왔고, 첫 FTA 대상국 선정 작업은 자연히 이들 국가에 국한됐다. 여러 기준을 적용해 검토를 거듭한 결과 정부는 칠레를 첫 FTA 대상국으로 선정했다.

    칠레냐 싱가포르냐

    한-칠레 FTA에 대해 우리 농업계는 반대했고, 2000년 이후 일본이 농업문제가 전혀 없는 싱가포르와 FTA를 추진하자, 정부가 첫 FTA 대상국으로 싱가포르를 선정하지 않은 사실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의 FTA보다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의 강화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 검토를 사실상 거부했다.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는 과정에 외화자산이 바닥나고,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하락한 상황에서 여러 국가가 우리나라와의 FTA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우리 정부의 FTA 추진의지를 의심하는 국가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개방에 대한 보수적 입장, UR에서 이미 확정된 농업 개방으로 인해 전개된 일련의 국내 정치적 혼란, 농업의 정치적 민감성 등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FTA 정책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리나라의 FTA 정책은 초기에 정부가 주도했다. 그러나 FTA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FTA로 기업의 활동범위가 확대되고,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누린다는 점에서 기업이 FTA 정책 수립에 중요한 작용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기업이 FTA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를 보기 어려웠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도 있었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직후 우리 기업들은 FTA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북미지역이나 유럽에서 지역무역블록을 형성, 손실을 경험하고 있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당장 ‘발등의 불’인 재벌 해체, 기업 투명성 강화, 내부 구조조정, 급변하는 금융환경 등에 우선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개방정책에 보수적이었고, 개방정책은 기업에는 득이 되지만 농민에게는 어려움을 준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농업개방을 수반하는 FTA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안할 경우에 예상되는 농민단체들의 반기업적 집단행동을 우려했다.

    실제로 농민단체들은 농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지지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2003년 두산그룹 최고경영자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칠레 FTA에서 농업개방을 지지하고 조기 국회비준을 주장하자, 농민단체는 두산그룹이 생산하는 소주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두산소주 불매운동

    기업들은 정부의 FTA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라갈 뿐, 적극적인 정책 제안은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당시 민간 기업들은 FTA 정책 전문가를 확보하지도 못했다. 과거부터 통상정책은 정부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되어 개별 기업과 산업별 협회는 정부 정책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렇게 정부가 FTA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했으나, 일부 FTA는 민간이 활발하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멕시코와의 양자간 FTA이다. 일본과의 FTA는 1999~2000년 국책연구기관간 공동연구보고서 발표로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고, 이후 ‘한-일FTA 비즈니스포럼’을 결성해 양국 민간업계가 FTA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우리나라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은 비즈니스포럼의 최종보고서를 통해 양국 정부가 한-일 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조기에 개시할 것을 건의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일 양국은 2003년 12월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막상 FTA 협상이 개시된 이후 FTA를 지지해온 우리 업계의 기존 태도에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드러내놓고 반대 의견을 밝히지는 않지만, 일본과의 FTA 추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04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FTA 민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업계의 모 인사는 “한-일 FTA는 양국의 산업구조가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명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협상”이라고 지적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밀하게 준비한 후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여건만으로 보면 일본과의 FTA에서 우리나라에 불리한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득이 되도록 협정을 이끄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기간에 대일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을 자유화의 예외로 설정하고, 한-일 FTA에 일본으로부터의 산업 및 기술 협력, 일본의 비관세장벽 완화 등을 포함시키면 분명 윈-윈(win-win) 방식의 FTA가 될 것이다.

    멕시코와의 FTA 논의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말부터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 협상을 개시하자 멕시코는 우리와의 FTA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칠레와의 FTA 타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멕시코와의 FTA를 선뜻 수용할 수 없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2002년 하반기 칠레와 협상해온 FTA 타결이 가시화하자 멕시코와의 FTA 검토를 제안했다. 그러나 멕시코는 이미 우리나라와 FTA를 추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본을 FTA 대상국으로 정했다.

    우리 정부가 멕시코에 FTA 협상을 제안할 당시 멕시코는 일본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본과 유사한 산업 및 수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와의 FTA에 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2003년 말 멕시코 정부가 일본 이외 다른 국가와의 FTA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한-멕시코 FTA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나 현지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이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를 통해 멕시코 내의 경쟁에서 불이익 해소를 위한 FTA 논의 재개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공식 및 비공식 채널을 이용해 멕시코를 설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5월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한-멕시코 경제협력위원회에서 우리측이 양국간 협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FTA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멕시코측은 한국의 이러한 제안에 동의를 표했고, 한 달 후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개최된 한-멕시코 통상장관회의에서 양국은 FTA 논의를 재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멕시코와의 FTA로 우리 경제가 받을 불이익은 별로 없다. 일부 농산물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칠레에 비하면 훨씬 덜 심각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업계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매우 크다. 따라서 가급적 빨리 협정을 체결할수록 유리하다. 멕시코가 이미 40여 국가와 FTA를 체결했고, 총수입의 95%가 FTA하에서 특혜관세로 수입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업계가 받는 차별적 대우로 인한 손실이 적지 않다. 멕시코와의 FTA는 이러한 불평등한 교역여건을 개선하고, 멕시코를 기반으로 한 북미 및 남미 지역의 진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FTA 전쟁’, 정부보다 기업이 먼저 나서라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아세안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한편 동아시아의 지역주의는 중국과 일본이 역내 주도권 경쟁 차원에서 FTA 체결을 선도하고 있다. 2001년 11월 중국은 아세안과의 FTA 추진을 제안, 협상을 주도해 3년 만에 모든 협상을 타결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일본 역시 아세안과의 FTA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세안(ASEAN)+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주창해왔으나, 아세안과의 FTA에 대해서는 2002년까지 우리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허브로 발전하려는 아세안은 2002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에 FTA 검토를 공식 제안했으나, 당시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리 국무총리가 농업의 민감성을 이유로 거절함으로써 한때 양 지역간 관계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당시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동아시아연구그룹(EASG) 등을 제안해 동아시아 경제협력 논의를 주도하고, 국제 사회에 개방과 개혁 의지를 표방해온 우리 정부의 변화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국내 언론에서 총리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총리는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정상회의에서의 발언을 뒤엎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필자는 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말레이시아에 있었고, 총리의 그러한 발언에 대해 아세안 학자들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對)아세안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한 정부는 서둘러 아세안과의 FTA를 추진하기로 했다. 2003년 양 지역간 FTA 검토를 위한 산관학 공동연구회를 설치하기로 했고, 2004년 양 지역의 통상정책 담당자,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한-아세안 FTA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지난 11월 노무현 대통령은 라오스 비엔티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공식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세안과의 FTA는 우리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세안 10개국이 우리나라와의 협상에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다 아세안 국가들이 자체 협상안을 만들기에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다. 아세안 국가들도 각기 일본, 인도 등과의 FTA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태국, 베트남 등 일부 아세안 국가는 농산물 수출국이므로 농업분야 개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개연성도 크다. 이 부분도 정부가 굳건한 정책의지와 더불어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일본, 멕시코, 아세안 외에도 우리 정부는 캐나다, 인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노르웨이 등이 회원국), 중남미공동시장(MERCOSUR,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이 회원국), 미국, 중국 등과 FTA를 추진하고 있다. 머지않아 모두 10개의 FTA를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서울에 주재하는 어느 나라 대사관의 경제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대뜸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FTA 추진 소식이 들리는데, 과연 한국정부에 FTA 추진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고 물었다. 외국인들이 이럴진대, 우리 국민이 정부가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FTA 시대를 준비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우리는 칠레와 FTA를 맺을 때 온 나라가 떠들썩할 만큼 정치사회적 갈등을 겪지 않았던가.

    농업 구조조정 서둘러야

    우리나라가 총 20여 국가와 10개 FTA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칠레와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 반(反)FTA 정서가 전국을 휩쓸었던 점에 비추어 정부의 FTA 추진 정책방향 및 경제적 효과 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을 먼저 펼쳐나가야 한다.

    또한 농업을 비롯해 국내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5~10년 후 우리 산업이 지향해야 할 장기적 비전 아래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 점진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할 분야를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경쟁력은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즉 현재 경쟁력이 없더라도 앞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와의 FTA는 농업 문제가 끼어들지 않아 별 문제 없이 수월하게 타결됐다. 그러나 일본 이외 다른 지역과의 FTA는 대부분 국내 농업의 구조조정을 수반할 것이다. 따라서 FTA이행특별법에 따른 1조5000억원과 농업구조조정 지원금 119조원 등 농업분야 지원금을 활용해 농업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향후 농업정책은 농업 지원에서 농촌 지원으로, 생산 지원에서 생계 지원으로, 정부 개입이 아닌 시장기구를 통한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관세가 철폐되면 생산자의 가격경쟁력이 관세율만큼 약화되고, 취약산업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개별기업 관점에서 보면 구조조정은 손실이 되지만,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산업을 지원할 경우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 가능성, 다른 분야 재배치 가능성을 고려해 경쟁력 향상 지원, 구조조정 지원, 사회보장 지원으로 구별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정부 지원이나 단기간의 보호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라면 경쟁력이 향상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개방된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렵지만 다른 분야로 재배치가 가능하다면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개방으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 이전을 유도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면 사회보장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내부 역량 강화도 과제

    내부적으로는 FTA 추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통상교섭본부는 FTA전담국을 설치해 전방위 추진 태세를 갖춰가고 있으나, 재경·산자·농림부 등 경제 부처의 전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2005년부터 전개될 FTA 업무는 과거와는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차원이 전혀 다르다. 현재의 인력만으로는 FTA 추진 초기단계에 필요한 막중한 분석작업을 수행하지 못해 정책 결정에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FTA 담당부서의 인력 증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FTA 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대국회 설득, 대국민 홍보 등 우리 사회 내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계의 반(反)FTA 분위기도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일본과의 FTA에 대해 노동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데다, 제조업 기반이 있는 멕시코·캐나다·아세안·미국 등과의 FTA도 노동계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는 노동계와의 대화를 강화하는 한편, FTA 추진 필요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FTA는 우리가 상대국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WTO를 통한 전면적인 시장개방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즉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을 감안해서 적당한 상대를 선택하고 개방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FTA 추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외 협상 못지않게 대내 협상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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