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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학자의 현장제언

다문화 사회, 연착륙으로 가는 길

‘용광로’에서 ‘모자이크’로 ‘디아스포라’에서 ‘초국적인’으로

  • 글: 박화서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이민학 hspark@mju.ac.kr

다문화 사회, 연착륙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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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독일의 극우파 청년들이 터키인이 모여 사는 지역에 불을 지르고 주민을 폭행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외국인의 모국 송금에 의한 국부 유출도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고, 외국인 범죄율 증가, 외국인 혐오증 확산, 정치 불안, 테러 집단의 은거 등 많은 문제에 시달리게 됐다.

지금도 독일의 보수파 정당인 CDP는 ‘주류문화(Leitkultur)론’을 주장한다. 외국인은 모국의 문화, 종교 등을 포기해야 하며, 그들이 독일 주류문화에 흡수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말은 ‘독일인이 주인이며 외국인은 주변인으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차별주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터키계 사람들은 이슬람 교리가 독일의 기독교 전통과 상충할 때 자기의 종교를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터키 여성이 이슬람식으로 머리에 히잡을 쓰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학교 분위기와 맞지 않으니, 히잡을 쓰면 입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프랑스 교육부의 결정도 이런 맥락이다. 주류문화론은 인종차별주의, 문화차별주의를 공식화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전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인구를 차별할 수도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이민국가의 동화정책은 ‘용광로식’에서 ‘모자이크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용광로식 동화정책이란 과거 미국의 이민 정착정책으로 이민자들이 미국의 주류층인 백인, 앵글로색슨, 신교도 문화에 융합해 들어가는 형태다. 따지고 보면 이민자들이 언어적·문화적으로 항상 주류층보다 못한 위치에서 살아가게끔 만든 정책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자이크식 동화정책을 펴 이민자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한다. 이것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고유 문화를 간직한 채 거주국 사회에 잘 적응하게끔 돕는 정책이다. 모든 민족과 문화를 동등하게 보고, 서로 보완하게 하는 다문화 정책이다.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고유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는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는 인식에 근거한 이민정책이다.



국가군(群) 따라 다른 수민정책

한국이 어떤 형태의 다문화 사회를 형성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면 우선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이민학에서는 민족, 국가, 주권에 대한 개념에 따라서 국가를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원초적 개념으로 형성된 국가다. 그 예로 이스라엘과 한국을 들 수 있다.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쫓겨나 전세계로 흩어져 떠돌던 유대민족은 1948년 영국과 세계 강대국의 묵인하에 지금의 이스라엘 땅으로 밀고 들어가 나라를 세웠다. 그 땅은 오래도록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이었다. 2000년이 지나 나타난 유대인들은 “이곳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땅이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냈다.

한국은 반만년 전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의 후예인 한민족이 한반도의 주인이라 믿고 있다. 한국인은 영토, 민족, 국가에 원초적 소속의식을 갖고 사는 국민이다. 그리고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외쳐왔다. 수천 년 동안 순수 혈통을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둘째, 공화적인 국가 소속의식을 가진 나라가 있다. 유럽이 그렇다. 그들은 1815년 빈 회담에서 비로소 국제사회 개념에 합의해 민족국가라는 근대적 국가 단위로 유럽의 국제질서를 재편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영토가 임의로 나뉘거나 합쳐졌다. 때문에 유럽인들은 앵글족, 색슨족, 켈트족, 게르만족, 노르만족, 슬라브족, 라틴족, 훈족 등의 피가 다양하게 섞여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엔 혈통주의적 국적의식이 없었다. 독일도 2002년부터 국적 혈통주의 원칙을 버렸다.

셋째, 전통적 이민국가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그런 나라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민족이 들어가 개척하고 일궈낸 근대 국가들이다. 인구의 증가와 경제·문화 발전을 철저히 이민에 의존한 나라다. 이 나라들은 백인이 사회의 주류이던 시대를 1960년대 중반에 마감하고 이제는 다문화 사회라는 정체성을 내걸고 있다.

이렇게 국가군(群)을 나눠보면 나라에 따라 외국인 정책의 성격과 한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각국의 외국인 수민정책은 이러한 국가별 성격에 따라 아주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다문화 사회 이념을 가장 잘 실현한 이민국가인 미국, 캐나다, 호주는 최근 들어 외국인 입국 절차를 오히려 강화했다. 원치 않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이들을 강제 출국시키는 데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예컨대 호주는 이민성 직원만 4000명이고 1년에 국경수비 및 불법이민 관리 비용으로 3억9000만 호주달러를 지출한다. 미국은 9·11 테러사건 이후 이민성의 권한을 늘렸다. 국가에 위협이 될 외국인을 색출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산망과 첨단 기계를 도입했다. 소수민족 집거 지역에 대해서도 동향을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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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화서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이민학 hspark@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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