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호

핏속 따라 흐르는 희고 고운 내 님의 손짓

  • 글: 김용택/시인 사진: 김성남 차장

    입력2004-12-27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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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속 따라 흐르는 희고 고운 내 님의 손짓
    핏속 따라 흐르는 희고 고운 내 님의 손짓
    눈이 온다. 산과 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풀잎과 풀잎 사이, 집과 집 사이. 눈이 산을, 들을, 마을을, 들길을 하얗게 그리며 눈이, 눈이 온다. 세상을 그리며 오는 눈송이들은 눈을 환하게 뜨고 강물로 무심히 사라진다. 산과 들은 희고 강은 큰 붓자국처럼 검고 힘차다.꽃이 핀다. 산에 강에 언덕에 꽃이 핀다. 이 세상을 환하게 열어제치며 꽃은 핀다. 강바람이 불고 꽃이 진다. 산을 날아온 꽃잎들을 강물이 싣고 간다. 세월처럼, 사랑처럼, 기쁨처럼, 슬픔처럼 강물은 꽃잎들을 싣고 흐른다.오! 산아! 저문 산들이 마을을 데리고 강으로 내려와 얼굴을 씻고 일어선다. 검은 산을 넘어온 달이 강물 속에 눈부시게 부서진다. 강기슭을 허무는 달빛아! 소쩍새가 검푸른 산을 운다.억새야! 산 아래 섬진강 언덕에 피는 희고 고운 내 님 손짓일레라. 나는 못 간다. 저 가을 섬진강 작은 마을 동구 단풍물 드는 느티나무 두고 나는 못 갈레라. 내 핏속을 따라 흐르는 저 고운 강 두고 나는 못 갈레라.강물이 흐르는 산 아래 작은 마을, 가난이 아름다웠던 작은 마을, 내 숨결이 살아난 작은 마을에 나는 세상과 숨을 쉬며 살았다네. 나는 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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