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호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바람은 공산에 찬데

  • 편집기획·진행: 황일도

    입력2004-12-28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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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부는 역사적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나 종교·풍속에 관한 사진들이다. 이미 소개된 것도 일부 있다. 우선 대원군의 사진은 교과서에 실릴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이다. 관복을 입은 이 사진 외에 대원군이 중국 베이징 근처 바오딩(保定)에 유폐되었을 때 사진관에서 찍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어가행렬과 황태자비의 장례식, 러시아 군사교관 사진도 종종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군사교관과 훈련받는 한국군 사진은 채색된 것도 있다.

    눈이 밝은 독자라면 이들 사진에서 근대로의 변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군인의 경우 구식군대와 신식군대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 변화가 바로 드러난다. 어가행렬을 호위하는 구식군대 군인들의 차림새와 서양식 모자에 각반을 치거나 구두를 신은 신식군대 군인의 차림새는 쉽게 대비된다.

    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도 다르다. 총이나 서양식 칼에 맞선 전통적인 칼이나 창이 풍기는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그런 점에서 전통 관복을 입은 관리와 서양식 복장을 한 순검이 함께 찍은 사진은, 전통과 근대의 공존을 보여주면서도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한 분위기는 황태자비의 장례식 사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시기의 사진에선 외세의 창궐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항 이후 한국은 열강의 각축장이었다가 1894년 청일전쟁과 1904년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본이 독무대를 이룬다. 사진 속 러시아 군사교관이 머물던 시기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사이였다. 일본이 국권(國權)을 침탈하자 전국에서 의병이 봉기하여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이 시기 의병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는 일본군과 일본군에 체포되어 호송당하는 의병을 찍은 사진이 남아 아픈 역사를 말 없이 증언한다. 무장해제된 남루한 복장의 의병과 집총한 일본군, 그리고 그 광경을 웃으면서 바라보는 일본인. 한 시대의 비극이 엉성한 구도의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태극기와 일본기 사이로 이토 히로부미와 하세가와 요시미치의 얼굴이 보이는 사진도 우리에게는 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침략의 원흉인 두 사람 옆에 태극기가 게양된 사진 한 장은 1905년 이른바 을사조약에 따라 통감부가 설치된 후 한반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은 을사조약을 한국 내정 장악의 기회로 삼아 결국 국권을 빼앗고 만다.



    서양인들이 찍은 사진에는 교회나 미션스쿨이 자주 등장하는 데 비해, 일본인들의 관심은 사찰을 비롯해 불교와 관련한 사진에서 읽을 수 있다. 일제는 국권을 빼앗자마자 사찰령을 내려 한국불교를 장악했다. 1911년의 일이다. 또한 일본불교의 한국 전도에도 열심이었다. 불단이며 범종 사진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향후 불교를 장악하기 위한 관심의 일단이 아니었나 싶다.

    남산 국사당 안의 무신도도 널리 소개된 풍경이다. 민간신앙의 중심이었던 국사당은 1925년 인왕산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을 만들면서 취한 조치였다. 남산은 서울을 수호한다 해서 목멱대왕(木覓大王)에 봉한 곳인데, 일제는 그 기를 막으려 남산 아래 공사관을 설치하고 일본인 거류지로 삼았다. 을사조약 이후 공사관은 통감부가 되었고 경복궁에 새 청사를 지을 때까지 총독부로 사용됐다. 그리고 조선신궁을 남산에 지으면서 국사당을 쫓아낸 것이다.

    3부에 수록된 사진은 비록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전통과 근대를 보여주며 나라 잃은 슬픔을 표정 없이 드러내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그 표정 없음이 의미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글을 읽을 때 행간을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찾는다고 하듯 이 사진들 속에서 말로 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을 읽어낼 수 있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b>고종의 부친. 1820~98년. 1863년 말 고종이 즉위하자 섭정이 되어 실권을 잡고 쇄국정책과 개혁정치를 추진했다. 1873년 실각했다가 1882년 임오군란과 1894년 갑오경장 직후 일시 집권한 바 있다. 고집스러워 보이는 눈과 얼굴 윤곽에 성품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어가 행렬 </b>임금의 행차가 수표교를 지나는 모습. 호위군인들이 전통적인 복장을 한 것으로 미루어 시기는 1890년대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황태자비 장례식 </b>1904년 황태자비의 장례식 광경. 뒤에 순명효황후(純明孝皇后)로 추증된 황태자비는 민태호의 딸로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서 세상을 떠났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러시아 군사교관과 한국군 </b> 러시아 군사교관에게 훈련받은 한국군. 1896년경의 사진으로 오른쪽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러시아 교관이다. 서양식 복장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의병 진압에 나선 일본군 부대 </b>1904년 러일전쟁 발발 후 전국에서 의병이 봉기했고, 1907년 일제에 의해 한국군이 강제 해산된 뒤 해산 군인들이 의병에 참가하면서 일본군과의 전투가 급증했다. 사진은 의병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을 준비하는 일본군.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체포된 의병을 호송하는 일본군 </b>일본군이 체포한 의병들을 호송하는 광경. 일본군 병사와 일본인들이 구경하고 있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구식군대의 지휘관 </b>군복을 차려 입고 칼을 잡고 있는 구식군대의 지휘관. 도도한 자세에도 쇠잔해 몰락해가는 권위가 엿보이는 듯하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구식군대의 지휘부 </b>남한산성을 수비하던 구식군대의 지휘관과 그 막료들이다. 지휘관이 ‘남한수어제군사령(南漢守禦諸軍司令)’이라고 쓰인 군령기를 들고 있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장교와 병사 </b>서양식 군복 차림의 장교와 병사. 왼쪽 탁자에 깃 달린 장교모자가 놓여 있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이토 히로부미와 하세가와 요시미치 </b>태극기와 일본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의 오른쪽은 한국 침략의 원흉인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다. 왼쪽은 조선군사령관을 역임하고 뒤에 조선총독이 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종 </b>절의 종각에 스님과 신도가 한가롭게 앉아 있다 사진에 찍혔다. 동(銅)으로 만든 종은 대중을 모으거나 때를 알리는 데 사용됐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계룡산 갑사(甲寺) 불단 </b>사찰의 대웅전에 불상이 안치돼 있다. 여러 형태의 불상이 안치된 이곳은 계룡산에 있는 갑사로 삼국시대 이래 여러 차례 중건된 절이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절에서 열린 잔치 </b>절에서 환갑잔치라도 연 듯하다. 앞쪽에 행사의 주인공이 근엄한 모습으로 앉아 있고, 뒤쪽에 스님들이 앉았다. 나이 든 스님은 경건하게 합장을 한 반면 젊은 스님은 사진에 정신을 빼앗긴 듯 보인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서울 남산 국사당의 무신도(巫神圖) </b> 남산 국사당은 서울을 수호하는 신당으로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국가의 공식행사인 기우제나 제사 등을 지냈다. 조선 말기에 그려진 무신도가 걸려 있다. 1925년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을 건립하며 국사당을 인왕산으로 옮겼다.

    제3부 - 대한제국의 끝과 통감정치의 시작

    <b>장승과 솟대 </b>동네 어귀나 길가에는 장승과 솟대가 세워졌다. 마을을 지켜준다는 단순한 민간신앙뿐만 아니라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표시하거나 이정표의 기능을 갖는 상징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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