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강현욱 전라북도지사 “늘 광주 1번, 전남 2번, 전북 3번? 이건 ‘전북 죽이기’”

  •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5-02-23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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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욱 전라북도지사 “늘 광주 1번, 전남 2번, 전북 3번? 이건 ‘전북 죽이기’”

    ● 1938년 전북 군산 출생<br>●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br>● 1965년 제3회 행정고시 합격<br>● 재무부 이재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 장관, 제15∼16대 국회의원, 환경부 장관<br>● 2002년∼ 전북지사

    주민정서로만 보면, 전북은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지자체일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2월4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사업계획을 변경 또는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그 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초대형 국책사업인 새만금 공사가 또다시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을 비롯,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유치의 공전(空轉), 무주의 2014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탈락 등 굵직굵직한 악재가 최근 몇 년새 잇따라 터져나와 민심은 그야말로 바닥을 헤맨다.

    게다가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4년 말 현재 인구점유율(전국의 4%)에도 못 미치는 3.1%로 전국 최하위권이고, 18.9%인 재정자립도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15위로 전국평균(5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중앙의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005년 벽두부터 전북의 현주소가 이렇듯 암울하니 도민 누구라도 할 말이 많을 법하다. 1월28일 전북도청 집무실에서 강현욱(姜賢旭·67) 전북지사를 만났다.

    재정자립도, 16개 시·도 중 15위

    -민심이 여러모로 좋지 않은 듯합니다.



    “전북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던 3대 국책사업이 정부의 미온적 대응과 정략적 발목잡기에 휘둘리면서 도민들이 분노를 넘어 실망과 좌절의 나락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도 태권도공원 하나는 건졌군요.

    “전북은 태권도공원이 처음 추진된 2000년부터 전국에서 맨 먼저 도내 후보지를 무주군으로 단일화해 치밀한 유치계획을 수립했어요. 태권도공원 유치에 성공했다고 무주의 민심이 크게 좋아진 건 없습니다. 그 동안 정책적 차별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로 300만명이던 인구가 계속 감소해 급기야 마지노선인 200만명선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도민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터라 자괴심도 그만큼 큰 겁니다. ‘전북 홀대’로 인한 민심 악화는 어느 특정 시·군에 국한한 문제가 아녜요.”

    -전북의 요즘 경제상황은 어떻습니까.

    “무척 어렵죠. 경제는 매년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IMF 외환위기 이후 전북의 경제성장률은 전국평균의 절반 수준이에요. 특히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원하는 시장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아 신규 창업 기업이 감소하고 기존 기업의 도산이 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02년 1572개이던 전북지역 신설 법인이 2004년엔 1179개로 줄었고, 부도법인은 2002년 76개에서 2004년 100개로 늘었어요. 이런 현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경제가 고사(枯死) 위기로 치닫는 주원인입니다.”

    1차산업 비중 전국평균의 3배

    -전북 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소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지역별 낙후도를 따질 때 흔히 전북·전남·강원을 대표격으로 꼽는데, 강원은 거의 산간지역이라 관광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주산업이 없죠. 전북의 경우도 전형적인 농도(農道)여서 1차산업은 발달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2차 산업의 비중이 낮아요. 1차산업인 농림어업의 비중이 전체 산업의 11.7%로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높아요. 또 대도시가 없다 보니 아무래도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는 편이죠.”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결정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결과에 대한 승복 여부를 떠나 이번 후보지 결정은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법과 원칙이 무시된 정략적 결정은 전북과 강원, 나아가 국가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제대회인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성공리에 개최하고, 동계올림픽 유치를 10년간 준비하며 동계스포츠 메카를 꿈꿔온 무주를 제쳐두고, 2000년 당시 준비기간이 1년도 안 된 평창을 2010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결정한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이번에 또다시 평창을 2014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서둘러 결정했어요.

    경기시설 부문에 느닷없이 기후와 환경을 추가하고 국제스키연맹(FIS)의 실사(實査) 과정 막판에 관련 책임자를 강원도 자문역을 맡았던 인물로 바꾸는가 하면, 국가기관인 국립지리원의 공식자료에 기록된 남덕유산의 표고차 855m를 무시하고 700∼800m라는 주관적 의견을 받아들이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KOC는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후보지 결정 여부를 떠나 그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할 겁니다.

    또한 실사 결과는 전북에 대한 우선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음에도, 기다렸다는 듯 신청절차도 밟지 않은 채 서둘러 평창으로 결정한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온 사전담합 의혹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 봅니다.”

    -전북은 KOC가 평창을 후보지로 지정한 것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 밝혔는데요.

    “KOC의 명백한 과실에 대해 국제전문가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가처분 및 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런 상태라면 설사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KOC가 새로운 절차를 거쳐 국내 후보지를 결정할 경우 ‘2000년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란 의견도 만만찮아 최종결정을 유보한 상탭니다. 법적 대응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사전담합 의혹으로 지역간 갈등을 야기하고 전북도민의 자존심에 씻기지 않을 생채기를 남긴 KOC는 공식 사과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겁니다.”

    -태권도공원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됩니까.

    “5000만 전세계 태권도인의 성지(聖地)로 조성될 태권도공원 면적은 당초 계획엔 못 미치지만 총 70만평으로, 명예의 전당, 종합수련원 등 태권도 관련 핵심시설이 20만평에 들어섭니다. 나머지 50만평엔 부대시설과 관광시설이 들어서 태권도 발전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동력이 되리라 봅니다. 우선 1단계로 올해부터 2008년까지 국비 1644억원을 포함한 사업비를 투자해 부지매입 및 기본핵심시설을 완공하고, 2단계로 2009∼11년 부대시설과 관광시설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간사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태권도공원이 제대로 조성될 경우, 6000명의 고용 유발, 연간 138만명의 관광객 유치, 35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함께 장수 경주마목장, 지리산 통합문화권, 섬진강 영상벨트조성사업과 연계한 동부산악권 6개 시·군의 균형개발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 판단합니다.”

    원전센터, 반드시 전북에 유치할 것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시각이 어떠했다고 봅니까. 주민들 사이의 갈등 치유가 무엇보다 큰 과제인 듯한데….

    “1월25일, 원전센터 유치지역에 대한 각종 정부지원을 담은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어요. 부지선정을 위한 새로운 절차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국가숙원사업 해결 및 전북의 낙후를 탈피하기 위해 원전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주민·지역간 갈등이 심화된 채 상처만 입었어요.

    이제 정부가 새로운 절차 추진을 결정한 만큼, 이후 부안이 후보지에서 배제될 경우 정부는 그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표명하고 부안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정책적 배려를 해줘야 합니다. 전북도는 지역 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립공원지역인 부안에 300만평 규모의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위도에는 한전 수련원 건립과 위도관광랜드 조성, 바다목장 및 위도 어업기반 확충사업 등을 배려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겁니다.”

    -혹시 부안이 아닌, 도내 다른 지역에 원전센터를 유치할 가능성은 없는지요.

    “아직 새로운 절차에 대한 정부의 세부 추진방침이 나오지 않아 전북도의 구체적 계획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전북을 방사선융합기술(RFT)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엔 변함이 없으므로 이와 연계된 원전센터를 반드시 유치할 생각입니다. 원전센터 후보지를 주민 스스로 결정한 지역에 한해 유치청원을 받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므로 무엇보다 지역민의 의사통합과정이 중요해요. 따라서 어느 지역이든 주민투표에 의한 가부 결정이 선결과제인데, 다행히 후보지 중 하나인 군산에서 원전센터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민의사만 통합된다면 어느 지역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LG전선 공장 이전은 절망 속 위안

    -지난해 전북도가 올린 몇 가지 성과가 있다면?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결정과정에 상실감을 맛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숙원인 LG전선 군포공장의 도내 이전이 확정됐고, 고등법원 전주지부와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및 나노기술 집적센터를 유치했으며, 장수 경주마목장과 도립미술관이 개관하는 등 전북의 미래 발전에 초석을 다졌다고 봅니다.”

    -LG전선 군포공장의 이전은 1992년부터 공들여온 사안이 아닌가요? 수도권 대기업을 비수도권에 유치하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지난해 12월 이전이 확정됐는데,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수도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LG전선은 1992년 도내 전주완주산업단지와 입주계약을 체결하고 1996년 본격 이전을 추진하다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이전이 전면중단됐어요. 이후 재추진 과정에도 현 군포공장 부지에 대한 매각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매각협상 중단사태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죠. 특히 군포시와 노조의 반대가 결정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했는데, 기업유치만이 낙후한 전북이 도약할 기회라는 생각에 청와대 등 모든 관련기관에 50여차례 건의한 끝에 어렵게 이뤄냈죠.

    이번 이전으로 약 1000억원의 신규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산돼 투자가 미약한 전북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특히 LG전선 협력업체가 300여개에 달하는데, 이 기업들이 LG전선을 따라 점진적으로 이전할 경우 전북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겁니다.”

    -올해 도정(道政) 설계는 어떻습니까. 2005년을 ‘신성장동력 창출의 원년’으로 정했다던데….

    “전북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새만금지구 복합레저단지 조성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지난해의 국책사업 부진으로 상실감에 젖어 있는 도민이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기진작에도 힘쓸 생각입니다.”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정부는 혁신도시 건설이 낙후지역 개발을 통한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재계의 반응은 시큰둥한데요.

    “정부가 추진중인 혁신도시는 관광레저형, 지식기반형, 산업교역형, 혁신거점형 등 4대 유형의 기업도시입니다. 전북에선 현재 새만금지구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비롯해 군산·익산의 산업교역형, 전주·완주의 지식기반형, 무주 등 모두 6개 지역이 혁신도시 건설을 희망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전북도는 각 유형별로 도내 자치단체간 협의를 거쳐 후보지를 단일화하는 한편, 3∼4개 대상기업과 접촉하는 등 대응전략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기업도시 건설의 취지는 기업용도에 맞는 도시를 건설해 정부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기업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이익금 환수율 조정 등 각종 인센티브에 대한 정부안이 확정되면 재계도 적극 나설 겁니다.”

    -새만금 사업 얘기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새만금 사업은 고군산군도 개발과 신항만, 기업도시 유치 등 전북 발전을 견인할 6대 사업이 연계돼 있는 전북의 최대 현안입니다. 현재 정부가 내부토지 이용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며, 관건인 방조제 구간 공사는 1991년 첫 삽을 뜬 이래 공사가 두 차례 중단됐지만 2006년 완공을 앞두고 총연장 33km 가운데 2.7km만 남겨놓아 공정률 92%입니다. 현재 세 번째 공사중단 위기를 맞고 있으나 전북은 더 이상 새만금 중단 획책 세력에게 휘둘려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정부에 조속한 완공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해수 유통을 전제로 한 개발방안 등은 새만금 사업을 백지화하라는 주장과 다름없으므로 방조제 조기완공 외에 그 어떤 대안도 수용할 수 없음을 이 자리에서 밝혀둡니다.”

    -1996∼98년 환경부 장관을 지냈는데, 새만금 사업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새만금 사업은 전북의 희망이자 국가의 미래가 걸린 대역사(大役事)입니다. 사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안 한 게 아녜요. 1990년 초, 농림부에서 했어요. 그 뒤로도 환경단체들과 수백 번 회의했습니다. 1999년에는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는 일부 환경단체 등 반대론자의 주장을 수렴해 2001년까지 2년여 동안 공사를 중단한 채 민관공동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끝에 수질이 나빠지면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친환경적인 순차적 개발’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 검증된 국책사업이에요.

    환경단체 주장에 맞서다 보니 일부에선 이분법적 시각에서 전북도와 정부가 환경을 도외시한 채 개발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만의 하나 환경단체 주장대로 정말 환경에 문제가 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반대론자들이 아니라 전북도민이 아니겠어요?

    제가 환경부 장관으로 있을 때 새만금 사업을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환경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어요. 예를 하나 들죠. 수질평가 때 물 속에 함유된 인(P) 성분에 대한 법정 규제치가 미국·영국·일본엔 없어요. 특히 농업용수엔 아예 기준조차 없어요. 미국과 영국은 식수와 공업용수조차 규제치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규제치를 만들었어요. 이걸 근거로 환경단체들이 시비를 거는 겁니다. 한번은 환경부 관계자에게 왜 인에 대한 규제치를 그렇게 높였냐고 따졌더니 잘못됐다고 하더군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너무 심한 규제치를 택했어요. 우리나라는 환경문제만큼은 일등국이에요.(웃음)

    이젠 국력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찬반논쟁을 거두고 방조제 완공 이후 생성되는 내부토지에 대한 효율적인 이용방안을 마련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개발과 환경보전을 병행하는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새만금지구에 복합레저형 기업도시를 유치하려는 계획의 타당성은 뭡니까. 전남지역의 ‘J프로젝트(전남도가 추진중인 서남해안해양레저타운 건설계획)’와 비교할 때 사실상 골프장 경쟁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요.

    “국내외적 관광여건을 살펴볼 때 동북아 관광시장이 급성장해서 해외관광객이 2000년 5200만명에서 2010년엔 1억10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해외관광객 수가 급격히 늘 겁니다. 이에 때맞춰 정부가 국가균형발전과 기업 투자촉진을 위해 기업도시특별법을 제정해 민간기업이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만들 수 있게 했잖아요. 전북도 여기에 발맞춰 새만금지구에 2000만평 규모의 복합레저형 기업도시를 건설해 국제적인 문화·관광·레저·스포츠의 거점으로 구축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겁니다.”

    -정부가 큰 관심을 쏟는 여러 국책사업에서 전북이 타 시·도에 비해 소외당한다고 생각합니까.

    “낙후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북이 홀대받고 있는 건 여러 부분에서 감지됩니다. 실제로 정책의 방향이 그렇게 흐르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돕니다. 지난해 전북은 군산을 중심으로 한 전북 서부지역이 국가경제특구로 지정(부산·인천·광양이 지정됨)되도록 의욕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때도 모든 법적 요건을 다 갖췄는데 전남 광양이 선정됐다는 이유로 보류된 바 있어요.

    새만금 사업만 해도, 두 차례의 공사중단도 모자라 또다시 표류위기에 놓였는데도 법원의 권고조정안이 발표되는 시각에 문화관광부 장관은 버젓이 전남에 내려가 J프로젝트를 특별지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최적지로 평가했던 새만금지구 내 복합레저기업도시 건설과 J프로젝트가 중복되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북도민이 느낄 소외감을 짐작하고도 남지 않습니까.”

    미국·일본·독일, 새만금에 눈독

    -전북지역의 경우 외국기업이 투자유치 의향을 보인 곳은 없습니까.

    “새만금지구에 대해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여럿 있어요. 만일 새만금 관련소송이 순조롭게 끝나고 방조제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미국·일본·독일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일 겁니다.”

    -외자유치와 관련해 좀더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본 쪽에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국제관광도시를 만들자, 미국 쪽에선 복합적인 관광레저도시를 만들겠다, 자기들한테 맡겨만 주면 투자유치까지 알아서 해주겠다고 해요. 독일은 물류에 관심이 많아요. 중국과 가까운 새만금 항만을 중심으로 물류단지를 만들겠다는 거지요.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자는 등 교섭 시도가 많은데, 아직은 새만금 사업이 해결되지 않아 답보상태입니다.”

    -충청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마련에 대한 전북도민의 반응은 어떤가요?

    “신행정수도 이전으로 이른바 ‘블랙홀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해 기대를 건 전북도민들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의 위헌결정으로 충청권 주민 못지않게 충격과 실망감에 휩싸였던 게 사실입니다. 그 후속대책으로 청와대와 국회를 제외한 모든 부처의 이전을 통해 행정특별시 건설을 촉구해온 전북으로서는 이전대상에서 외교 및 통일부가 제외돼 아쉽긴 하지만 일단 대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북에 김제공항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공항 개발은 당장은 큰 경제성이 없을 듯한데요.

    “공항 건설은 당장의 항공수요를 따지기보다 해당지역 발전을 가속화하는 SOC의 하나라는 점에서 잠재적 수요까지 거시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당장의 이용객만 고려한다면 낙후지역은 영영 희망을 가질 수 없지 않겠어요? 더욱이 전북은 전국 유일의 항공오지여서, 도민의 생활불편은 물론 각종 국제대회, 국제포럼 그리고 국내외 자본 유치와 관광객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외 자본 유치에 있어 공항의 존재 유무가 투자여건에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이 되고 있어요.

    현재 경제성 논란을 야기하는 공항들은 대개 수도권에 근접해 있거나 이미 공항이 존재하는 대도시 인근지역이어서 접근성에서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전북은 사정이 달라요. 군산공항은 군사시설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데다 광주공항까지 거리가 멀어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전북도는 타당성 논란에도 올해 김제공항 부지 매입비 23억원을 확보했어요. 이 매입비를 토대로 우선 올해 안에 공항부지를 완전히 확보해 차후 조기착공에 대비해나갈 겁니다. 착공시기는 지방공항 전반에 대한 용역결과가 나오는 오는 5월쯤 결정될 전망입니다.”

    ‘국회 전북인 전성시대’

    -강 지사께선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꿨고, 지난해 3월엔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옮겼는데, 세 정당을 두루 거친 만큼 현 정부 및 정치권에서 인맥이 넓지 않은가요? 그런 인맥을 잘 활용하면 전북 발전에 적잖은 도움이 될 법한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섭섭하게 생각하는 이도 많겠죠. 그래도 역시 집권여당에 소속하는 게 업무 추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요즘 어디 그렇습니까. 무엇보다 단체장은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만큼 특정 정당에 매달리긴 현실적으로 어렵죠.”

    -정부나 정치권에서 전북 등 낙후지역의 여론에 귀기울인다고 봅니까.

    “정치적 안목에서 본다면 지역별 민심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게 정치 아닙니까. 전북은 과거 전라감영이 있던 곳으로, 전남북과 제주를 관할하던 센터였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자존심으로 따지면 전북이 호남의 맹주인데 지금은 광주가 1번, 전남이 2번, 전북이 3번이잖아요. 정부가 무슨 사업을 안배할 때도 전북엔 3분의 1, 4분의 1밖에 안 줍니다. 그래서 도민의 마음이 편치 않죠. 좀 심한 말로는 ‘전북 죽이기’라고 하지요.”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진안),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익산) 등 여야 원내대표는 물론 김원기 국회의장(정읍), 김덕규 국회부의장(무주) 등 국회 지도부까지도 ‘전북지역 향우회’나 다름없다시피 합니다. 가히 ‘국회 내 전북인의 전성시대’라 할 만한데 이것이 ‘전북의 전성시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사실 기대가 크죠. 그런 만큼 도민들이 섭섭해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당이나 정부의 요직을 맡은 분들의 처지에선 고향을 특별히 챙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분들의 애향심에 대해선 의심치 않지만….”

    -덕담만 하는 것 같은데요.

    “잘들 할 겁니다. 지금 전북의 신문들에 정치권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그분들이 많이 노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1995년 이창승 전 전주시장, 1998년 강수원 전 부안군수, 2000년 이형로 전 임실군수, 2001년 국승록 전 정읍시장 부인, 2001년 김상두 전 장수군수, 2002년 유종근 전 전북지사, 2003년 이철규 전 임실군수 등이 잇따라 비리혐의로 구속됐는데, 단체장의 부패를 차단하는 일도 전북 발전에 무엇보다 중요할 듯합니다.

    “단체장의 유고로 1∼2년씩 행정공백이 빚어지고 지역주민을 실망시키고 공직자들에게 정신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등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손실이 있을 거라 봅니다. 공직자 스스로 혁신을 해야 하고, 주민 감시도 강화해야 하겠죠. 같이 노력해나갈 수밖에 없죠.”

    ‘강만금’의 결자해지는 지사직 사퇴

    -1월26일, 새만금 사업이 전북의 바람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지사직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제겐 새만금과 관련해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1987년 새만금 사업이 대통령 결재를 받아 처음 시작될 당시 제가 경제기획원 예산실장이었어요. 그리고 1990년 경제기획원 차관일 때 처음 추경에 관련공사비가 들어갔어요. 그 뒤 농림부 장관 재임시 사업을 키웠어요. 그 다음에 환경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정부와 국회를 왔다갔다 하며 제 생명처럼 추진해온 게 바로 새만금 사업입니다.

    제가 이번에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새만금 사업이야말로 제 일생과 동급으로 평가받을 만큼 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향후 그 사업의 향방이 어떻게 되든 제가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섭니다. 만일 앞으로 사업이 중단되면 그 국가적 손실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시작한 사람들부터 책임져야 할 것 아닙니까. 그중 한 명이 바로 접니다. 그렇다고 저 혼자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껏 사업을 끌어오며 거기에 참여했던 찬성자나 반대자 다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퇴를 운위한 겁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차원에서….”

    새만금 사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강 지사는 ‘강만금’이란 별칭으로 통한다.

    -실제로 사퇴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물론이죠. 제 입으로 새만금 사업은 전북의 꿈이자 희망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희망이라고 외쳐온 마당에 사업이 완전히 중단되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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