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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의 한미은행 변칙인수 논란

금감위는 ‘편법’ 알고도 모른 척, 칼라일은 허위 신고 의혹

  •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칼라일의 한미은행 변칙인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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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J.P.모건이 칼라일과 함께 한미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공동 설립하면서 이 페이퍼 컴퍼니 구성 자본의 50%를 독자적으로 댄 것이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돈을 마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정통한 소식통은 “J.P.모건 측이 출자하기로 한 50%의 지분 중 실제 J.P.모건의 돈은 25%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J.P.모건이 25%만 출자했다면 자본금이 2억달러인 이 SPC에서 칼라일이 댄 돈은 1억달러가 되지만 J.P.모건이 댄 돈은 나머지 1억 달러 중 25%인 2500만달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J.P.모건이 칼라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만 집어넣었는데도 금감위는 이를 ‘J.P.모건과 칼라일이 5대5로 공동출자한’ 것으로 보고 한미은행 주식 취득을 승인해줬다는 말이다. 칼라일 김병주 회장도 ‘파이낸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4분의 1도 안 되는 자금을 제공한 J.P.모건과 경영권을 공유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코세어, “한미 인수 ‘도왔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파이낸스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그나마 J.P.모건 측이 49.9%를 초과할 경우 한미은행의 지주회사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50% 출자에 난색을 표시했고, 결국 칼라일 측은 이를 받아들여 ‘J.P.모건 49.9% 대 칼라일 50.1%’라는 타협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는 금감위의 승인사항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칼라일이 J.P.모건 지분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금감위에 허위보고했거나 금감위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한미은행을 칼라일에 넘기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2500만달러밖에 출자하지 않은 J.P.모건이 칼라일과 어떻게 공동 경영을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J.P.모건 코세어 스스로도 홈페이지를 통해 2000년 11월에 한미은행 인수를 ‘도왔다(helped)’고 언급하고 있어 의혹을 더한다. 코세어는 한미은행 인수에 자신들이 칼라일과 공동 참여한 것이 금감위의 승인을 얻는 데 ‘쓸모있었다(instrumental)’고만 밝히고 있을 뿐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 홈페이지도 최근 폐쇄되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칼라일이 한미은행 지분을 인수한 경로에도 투명하지 못한 구석이 발견된다. 당시 한미은행 주식을 사들인 곳은 칼라일-J.P.모건뿐이 아니었다. 이들 대주주 이외에도 채드윅, 스칼렛, 이글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적게는 1%에서 많게는 3.96%까지 한미은행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 4% 이하 투자자들이 사들인 지분은 칼라일-J.P.모건 지분보다 훨씬 많은 2800억원 어치나 된다. 이들은 누구인가. 또 이들은 왜 한 날 한 시에 ‘고만고만한’ 지분을 사들여 3년 뒤 또 한 날 한 시에 팔았을까.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이들 소액 투자자들 역시 실질적으로는 칼라일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칼라일의 위장 지분이었다는 말이다. 당시 칼라일의 김병주 회장 역시 “직접 이들 지분을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했다”고 밝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칼라일의 투자방식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칼라일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한미은행 투자금액은 모두 4억3500만달러(한화 약 4785억원)다. 이중 4000만달러(약 440억원)는 2000년 9월의 금감위 승인과 관계없이 그 해 6월 한미은행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했을 때 실권주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이미 투자한 금액이다. 이 돈은 이미 6월말 한미은행 계좌에 입금됐다.

나머지 3억9500만달러(약 4345억원)가 칼라일이 J.P.모건 코세어와 함께 한미은행의 주식(DR)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금감위가 밝힌 칼라일-J.P.모건 코세어의 투자 규모는 2억달러(약 2200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194억원어치의 우선주를 포함한 금액이므로 순수하게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을 통해 실제 투자된 금액은 2006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칼라일의 위장 지분(?)

그렇다면 나머지 1억9500만달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돈은 칼라일의 DR 인수 당시 4% 이하의 지분을 투자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우회’투자된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도 한미은행측 자료에 의해 지분율 4% 이하 개별 외국투자자들의 DR 취득예정분을 포함할 경우 외국인 총 투자규모는 칼라일이 밝힌 대로 2200억원이 아니라 46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 4% 이하의 투자자는 금감위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외면했을 뿐이다.

칼라일은 왜 이런 복잡한 방식을 택했을까. 어차피 한미은행 주식을 ‘4% 이상’ 보유하게 되면 지분이 많건 적건 똑같은 금감위 심의대상인데도 거추장스럽게 이를 잘게 쪼갠 이유는 간단하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J.P.모건이 1억 달러 이상은 투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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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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