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한국 남성-중앙亞 여성 결혼 사기 급증

‘얼굴마담’에 속고 ‘선불금 증발’에 울고 ‘사라진 아내’에 땅치고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5-03-24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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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여성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분고분한 여성을 찾는 한국 남성과 경제적 도움을 원하는 중앙아시아 여성의 요구가 딱 맞아떨어진 것. 그러나 ‘어리고 예쁜 신부’만 찾다간 큰코다치기 일쑤다. 한국 남성의 외모지상주의를 간파한 결혼중개업체들이 갖은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중앙亞 여성 결혼 사기 급증

    전복열·장안나 부부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속옷 통신판매업을 하는 전복열(44)씨는 2년 전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4세 장안나(27·여)씨를 아내로 맞아 현재 한 살 터울의 형제를 뒀다. 생후 45일째라는 둘째아들을 안고 취재에 응한 부부는 첫눈에도 무척 다정해 보였다.

    전씨는 러시아 지역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현지를 드나들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한국 남성의 맞선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본 뒤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결혼중개업체를 소개받았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현지 업체가 추천하는 두 여성의 프로필을 봤어요. 둘 중에 지금 아내의 모습이 첫눈에 쏙 들어 제 프로필을 현지로 보내고는 바로 가서 만났지요. 첫 만남을 앞두고 도서관에 가서 중앙아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도 했습니다.”

    사실 그는 장씨와 맞선을 보기 전, 프로필을 본 또 한 명의 여성을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결혼해서 한국에 오면 공주가 될 것 같은 환상을 품고 있어 퇴짜를 놓았다. 반면 장씨는 집안도 좋고 대학교수인 데다 현명한 여성이었다. 전씨는 “‘땡잡은 기분’으로 산다”고 했다.

    결혼 전 장씨는 대학원을 나와 우즈베키스탄 외국어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했다. 장씨도 결혼생활에 무척 만족해했다. 성격이 밝고 애교가 많아 부부 금실이 좋다.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틈나는 대로 문화강좌나 모임에도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외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은 대개 아내가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전씨는 다르다. 아내가 행복해야 자신과 가정이 행복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떨어진 환경에서 살아온 부부 사이에 문화충돌은 없을까. 전씨는 “가끔 부모님 앞에서 아내가 내 볼에 키스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있다. 아내가 자라온 문화에선 자연스런 행동이지만 나로선 당황스럽다. 그래도 부모님이 눈총을 주지 않고 나름의 애정표현으로 이해해줘 다행”이라고 했다. 아내 장씨는 “남편이 나이가 많지만 생각이 젊어 나를 많이 이해해주고 마음씨도 좋다. 생각이 통하니까 나이차를 별로 못 느끼고 산다”고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는 국제결혼 가정이 많지만 장씨는 시부모와 관계가 좋은 편이다.

    상품화한 결혼

    이제 한국에도 국제결혼시대가 열렸다. 그 시작은 중국 조선족이다. 이후 동남아 산업연수생들이 국내로 몰려들고 국제결혼을 통한 ‘농촌 노총각 짝짓기’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5, 6년 전부터는 베트남 및 필리핀 여성들과의 국제결혼도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러시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의 여성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국내 거주 국제결혼 커플이 급증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대의 국제결혼은 일면 자연스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대부분 ‘사랑의 결실’인 데 비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합은 좀 다른 양상을 띤다. 외국인 이주여성의 국내 정착을 돕는 이주여성인권센터 최진영 상담실장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은 ‘인신매매적 결혼’ 또는 ‘상품화한 결혼’이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수긍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전복열씨 부부처럼 국제결혼 커플이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낮은 우즈베키스탄과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신붓감을 구하는 한국 남성은 우선 ‘돈’으로 신부의 환심을 산다. 한국 남성을 신랑감으로 원하는 외국 여성 역시 경제적 도움을 원한다. 양자 사이에서 결혼을 알선하는 국내외 결혼중개업체 중 상당수가 허위·과장 광고로 남녀의 몸값을 부풀려 상품화하는 등 이익 좇기에 혈안이 돼 있다.

    1960~7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을 감행한 수많은 한국 여성의 그늘진 삶이 오늘날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외국 여성의 삶에 그대로 겹쳐진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본다지만 일부 한국 남성들의 국제결혼관은 외려 세계화나 글로벌 시대에 역행한다.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많은 남성이 ‘기가 세고 목소리가 큰’ 한국 여성을 피해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외국 여성을 아내로 맞길 원한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피해를 보는 한국 남성도 많다.

    국제결혼한 부부 여러 쌍과 자주 모임을 갖는다는 S씨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사는 한 러시아 여성은 술집에 나가 일한다”며 “아내는 ‘결혼은 결혼이고 술집에 나가는 건 즐기는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남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인 남편이 러시아의 처가에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주다 형편이 어려워져 송금을 중단하자 아내가 친정에 간다는 핑계로 본국에 가선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100만원이면 러시아에서 1년 동안 편히 놀고 먹을 수 있는 거금. 러시아인 아내는 그 돈을 다 쓸 때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다가 돈이 떨어지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데리러 오라고 했다.

    급증하는 ‘우즈베키스탄 아내’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배우자는 약 16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이 약 10만명, 한국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이 약 6만명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외국인과의 결혼은 2만5658건으로 국내 총 결혼건수의 8.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61.2%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03년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결혼이 6444건을 차지한 반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은 1만9214건에 달했다.

    한국 남성과 중국 여성(한족, 조선족 포함)의 결혼은 1만3373건으로 전체 국제결혼 커플의 69.6%였다. 다음으로는 베트남 여성이 1403건, 일본 여성이 1242건, 필리핀 여성이 944건, 태국 여성이 346건,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329건, 몽골 여성이 318건, 러시아 여성이 29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전년도에 비해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 세 배, 우즈베키스탄 여성과의 결혼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우즈베키스탄에 7년째 거주하며 수도 타슈켄트시 소재 국립 동방학대학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수로 재직중인 김춘식씨는 “최근 2, 3년 사이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한국 남성이 급증했다. 우즈베키스탄 여성은 나이차가 20년씩 나도 상관하지 않고 한국 남성과 결혼한다. 주로 돈 때문이다. 이 나라는 국민소득이 낮고 경제상황이 어려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남자는 물론, 여자도 대학을 졸업(국가 지원)해도 일자리가 없어 러시아나 주변 나라로 돈을 벌러 나간다. 이곳 여성의 최고 직업이 룸살롱 접대부라 할 만큼 경제사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국제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성이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복열씨는 자신의 경우를 진솔하게 들려줬다.

    “30대 때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해 결혼시기를 놓쳤어요. 저와 맞을 사람은 30대 중·후반의 여성일 텐데, 그런 여성들의 친구들은 이미 안정된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니 눈들이 높지요. 나이 40이 넘도록 돈도 별로 못 모은 남자와 쉽게 결혼하려 하겠어요? 마흔이 넘어서도 결혼을 안 한 친구가 서너 명 있는데, 이들은 어렵게 맞선을 봐도 번번이 깨졌습니다. 선보러 나온 여자들이 최소한 아파트 한 채는 있고 연봉이 1억원쯤 되는 신랑감을 찾더라는 거예요.”

    한국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국제결혼에 뛰어든 이면에는 10명에 1명꼴로 여성이 부족한 성비 불균형, 독신여성의 증가, 남성의 경제적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 등의 요인이 있다. 또한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40세 안팎의 남성과 남녀평등을 외치는 여성 사이의 간극이 남성들의 국제결혼을 부추긴다.

    결혼 적령기를 한참 넘긴 한국 남성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한국 여성과의 결혼 기피 이유’는 결혼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부모 모시기를 싫어한다, 대기업 직원이나 전문직만 찾는다, 최소 연봉 4000만원에 중산층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키가 작거나 잘생기지 못했거나 대머리인 남성은 싫어하는 등 외모를 보는 기준이 까다롭다, 나이 많은 남자를 싫어한다 등이다.

    영세업체의 생산직 근로자인 정모(45·남)씨는 2년 전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러시아 여성과 결혼했다. 17평 아파트 한 채가 전재산인 그는 아내와 결혼할 때 외모와 학력만 고려했다. 정씨는 고졸이지만, 아내는 대학을 졸업한 데다 늘씬한 키에 모델 뺨치는 외모를 지닌 백인 여성이다.

    “저야 변변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벌어놓은 돈도 없는 데다 생긴 것도 별로잖아요.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한국 여성과 결혼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국제결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더니 다들 한심해하더라고요. 자존심이 엄청 상하고 오기가 생겨, 그날로 러시아 최고의 여자와 결혼하리라 마음먹었어요.”

    요즘엔 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친구들 모임에 아내와 팔짱을 끼고 등장하면 모두 마냥 부러워하는 분위기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국내에서 신부를 구하기 쉽지 않은 농촌 노총각과 저소득층 도시 근로자에서 비롯된 국제결혼 열풍은 최근엔 전문직 남성으로까지 확대됐다. ‘우즈베키스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우사모)’의 운영자이자 중앙아시아 전문여행가인 이한신씨는 “우사모 오프라인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국제결혼 커플 40쌍을 살펴보면 한국 남성의 직업이 교수, 의사, 대기업 직원 등으로 다양하다”고 전한다. 30대 중·후반에서 40대에 이르는 전문직 남성이 우즈베키스탄이나 러시아 여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이유는 콧대 높은 한국 여성들에게 염증을 느껴서다. 우즈베키스탄이나 러시아 여성은 한국 여성 못지않게 모성애가 강하고 가정을 중시하여 남편에게도 잘하는 편이라는 것.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지에서 살아가는 고려인 후세들이 가부장적인 문화를 이어받았다는 것도 중요한 선호요인으로 꼽힌다.

    전문직 남성도 국제결혼 대열에

    둘째 이유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다. 이한신씨는 최근 전문직 남성들 사이에서 번지는 국제결혼 트렌드를 색다른 관점에서 설명했다.

    “한국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어요. 그 속도를 따라가다 지쳐버린 사람들 중에는 아무리 잘나가는 직업을 가졌다 해도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훗날 중앙아시아 국가로 이민 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지역 여성들과 결혼하려는 거죠.

    직장인 평균 월급이 40~50달러에 불과한 중앙아시아 국가에선 물가가 저렴해 약간의 목돈만 있으면 일하지 않고도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면 연금이 월 200만원 정도 나오는데, 이 돈이면 중앙아시아에선 황제처럼 살 수 있거든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이 활발한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은 모두 빈국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그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능력 있는 한국 남성을 만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아울러 가난한 자신의 집안을 도울 수 있길 희망한다.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결혼중개업체의 맞선을 통해 더욱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한다. 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이 쓰는 비용은 수백만원에서 2000만원선에 이른다. 국가별로 보면 우즈베키스탄 1500만~2000만원, 필리핀 800만원, 베트남 1200만~1400만원 등이다. 이 가격에는 현지에서의 맞선부터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결혼정보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러시아 여성과의 결혼진행 비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원하는 여성과 접촉시 진행비용 330달러(약 35만원), 러시아 입국 후 맞선 진행시 소개비용 2000달러(약 210만원), 교제 성사시 사례비 500달러(약 53만원), 결혼 성사시 사례비 1500달러(약 160만원).’ 이를 모두 합치면 500만원에 가깝다.

    또한 홈페이지에는 ‘왕복 항공권, 비자 발급비, 결혼서류 수속비, 맞선에서 결혼식까지 숙박 및 식대 등 현지 체류비, 여성과의 식사 및 유흥, 관광, 개인통역, 개인운전기사 등 일체의 모든 경비는 한국 남성이 직접 지불한다’고 명기돼 있다.

    현지 결혼식만으로 지출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외국인 아내의 입국 비용, 즉 항공권과 초청장, 비자 발급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여성과의 결혼에는 필수조건이 붙는다. 100~200달러를 매달 처가에 보내야 하는 것.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시에서 올해 초까지 수년간 결혼중개업체를 운영했던 우즈베키스탄인 이리나(50·여)씨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자신도 결혼할 나이의 딸이 있는데,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이 마치 돈에 팔려 한국 남자에게 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것. 현재 타슈켄트시에만 크고 작은 결혼중개업체들이 20여개 되는데, 대부분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리나씨는 “한국 남성과 결혼을 희망하는 현지 여성들의 연령층은 대략 19∼30세다. 이들의 90% 이상이 대졸 학력을 갖고 있지만 취업이 어려워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공직자나 의사, 교사 등 엘리트 여성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국제결혼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한다. 국내외 결혼중개업체, 중개업체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결혼중개에 뛰어든 전문 브로커, 지인이나 아내의 친척 등 안면이 있는 사람의 소개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결혼중개업체나 브로커의 장삿속에 피해를 입는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이 적지 않다. 베트남 전문 결혼중개업체를 운영하는 김홍선씨는 “한국 남성들이 한꺼번에 많은 여성을 보기를 원해 많게는 40명까지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업체는 하루에 100명까지 볼 수 있다고 광고한다. 현지 에이전시들의 영세한 사정으로 볼 때 그처럼 많은 인원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남성-중앙亞 여성 결혼 사기 급증

    박희태씨와 우즈베키스탄인 박무니카씨 부부의 결혼식. 박씨는 결혼중개업체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아내를 구하러 직접 현지로 건너갔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필리핀에서 맞선을 볼 때 한국 남성이 상대 여성에게 통상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다. 맞선 장소에 나오기까지의 교통비와 헤어·메이크업비 등을 감안해 여성에게 지급되는 20~50달러다. 이 돈은 대개 맞선을 본 여성과 중개업체 혹은 브로커가 나눠 갖는다.

    ‘꽃뱀’과 ‘미끼’의 유혹

    이러한 관행을 악용하는 여성들이 바로 ‘꽃뱀’이라 불리는 미모의 ‘맞선 전용’ 여성이다. 이들은 한국 남성이 결혼상대자로 점찍어도 절대 응하지 않는다. 업체는 갖은 핑계를 대며 여성들을 빼돌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동남아 여성들과 한국 남성을 연결해주는 모 중개업체 사장은 “현지 에이전시 중에는 맞선 전용 여성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기도 한다. 맞선 한 번에 1만∼2만원을 받는다고 할 때 열번만 맞선에 나가도 10만원을 번다. 현지 직장인 한 달 월급보다 많은 액수다. 업체와 여성이 손쉽게 돈을 버는 만큼 한국 남성들은 주머니만 털리는 꼴”이라고 폭로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선 얼굴마담격인 ‘미끼’가 활동하고 있다. 이한신씨의 설명이다.

    “국내 업체 중에 카자흐스탄 현지 에이전시와 업무제휴를 맺고 결혼을 주선하는 곳이 있어요. 업체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많은 카자흐스탄 여성의 프로필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일류 모델 뺨치는 수준이죠. 그런데 이 프로필의 절반 이상이 가짜라고 보면 됩니다. 유흥업소 아가씨나 매춘여성들을 고용해 한국 남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로 쓰거든요. 에이전시는 미끼를 절대 맞선에 내보내지 않고 대신 다른 여성과 선을 보게 합니다. 먼 곳까지 비싼 왕복 항공권을 끊어 간 남성들은 그래도 어쩔 수가 없죠.”

    결혼비용 뻥튀기

    이씨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미끼’가 극성을 부리게 된 데에는 미모만 중시하는 한국 남성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한국 남성의 외모지상주의가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2002년 우즈베키스탄인 박무니카(22·여)씨와 결혼한 목수 박희태(44)씨는 결혼중개업체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직접 아내를 구하러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간 경우다. 현재 박씨 부부는 세 살 배기 아들을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돈만 받고 맞선은 주선하지 않은 결혼중개업체의 장삿속을 떠올리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오른다.

    “중개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의 프로필을 훑어보고 업체로부터 상담도 많이 받았지요. 그런데 한 업체는 계약금 50만원을 받고 나서도 맞선을 보게 해주기는커녕 이런저런 핑계로 자꾸 돈만 요구했어요. 결국 업체를 통한 결혼은 포기하고 직접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시로 날아가 몇 달 동안 살다 아내를 만난 거예요. 중개업체들은 한국 남자를 상대로 일등 신랑감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돈만 뜯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일부 부도덕한 결혼중개업체들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결혼비용 부풀리기, 회원 신상과 관련한 허위정보 유포, ‘선불완납’ 후 돈만 떼먹고 달아나기 등 그 수법도 다양하다. 매춘여성을 처녀로 둔갑시켜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 체류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원하는 여성을 소개한 사례도 있다. 한 여성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잠적해버리기도 했다.

    우사모 홈페이지에는 “최근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한국 남성의 혼인이 크게 늘면서 현지 결혼중개업체들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우즈베키스탄 여성이 주재국(작스)에서 혼인신고서류에 대한 영사의 확인을 받거나 한국 입국비자를 취득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랐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이 주축이 된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핵심내용은 결혼중개업에 대해 현재의 신고제 대신 허가제를 도입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불법 업체는 법적 책임을 분명히 지도록 법률을 강화했다.

    결혼중개업체 사람들은 대부분 새 법률안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허가제든 신고제든 법망을 피해 영업할 사람들은 다 한다. 자칫 음성적인 브로커들만 활개치게 할 수도 있다. 업체에서 갖가지 사기 노하우만 배운 직원이 자신의 업체를 차리고 돈벌이에 뛰어드는 경우가 허다한 게 이 바닥”이라는 것.

    모 결혼중개업체 사장은 “업체에 사기를 당하거나 돈을 뜯기지 않으려면 맞선에서 결혼까지 계약서를 꼼꼼히 작성해 공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추가비용을 요구하면 계약을 무효화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업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공증을 받게 한다”고 귀띔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결혼중개업체를 운영하는 J사장은 결혼중개업체를 고르는 요령을 들려줬다.

    “오래된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는 사람이 많은데 회사를 차려놓고 10년 동안 내내 사기를 쳐온 업체도 있다. 맞선을 포함해 결혼에 드는 총 비용을 ‘선납완불’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업체는 십중팔구 사기를 칠 염려가 있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가 화려하다고 무조건 믿어선 안 된다. 돈만 많이 주면 며칠 안에 근사한 사이트를 만들어주는 회사가 얼마든지 있다. 반면 업체가 문을 연 지 최소 1년 이상 됐고, 특정 국가 한 두 곳만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곳을 고르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다. 한 업체에서 10여개 국가를 상대하는 경우 돈벌이가 주목적일 수도 있다.”

    김춘식 교수는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을 둘러싸고 최근 우즈베키스탄에 감도는 분위기를 우려했다.

    “2, 3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 가운데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여성이 점차 늘면서 한국에 대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혼해 한국에 갔다가 남편의 폭언, 폭행에 시달리다 돌아와 충격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국제결혼을 꿈꾸는 한국 남성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경제사정이 열악한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에게 한국 남성과의 결혼은 막말로 가족을 위해 자기 몸을 담보로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모에게 매달 생활비 송금을 약속받고 처음 만난 외국 남성과 일주일 만에 결혼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면 약속과 달리 이런저런 핑계로 돈을 부쳐주지 않고,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는 데다 술주정을 일삼고 심지어 변태 성행위를 요구하는 남자들이 있어 도망치다시피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혼생활의 행복은 남녀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유지될 수 없다. 머나먼 나라에서 신부를 데려갔으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이해하고 노력하며 살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은 아직도 과거의 순박한 한국 여성 기질을 그대로 갖고 있다. 믿고 신뢰하고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어리고 예쁜 아내만 찾지 말라”

    25세 연하의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시티결혼문화원 이경선 대표는 “우리 회원들도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 여성을 찾는데, 외국인 여성을 고를 때 나이 차가 너무 나면 좋지 않은 것 같다. 아내와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나이 어린 아내의 사고방식이나 문화에까지 눈높이를 맞춰야 하니까 이중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한 외모가 뛰어난 여성은 떠받들어줘야 해 부담스럽다. 한국 여성이든 외국 여성이든 예쁘면 ‘공주병’ 있는 건 마찬가지”라고 충고했다.

    국제결혼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발견한 네티즌의 글은 평범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 아내 얼굴은 평범해요. 하지만 제가 나이가 많은데도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저를 감싸주고 배려하는 모습에 반해 결혼했어요. 물론 맞선에서 만난 상대 중에는 더 아름답고 더 많이 배웠고 더 멋진 여성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왠지 끌리진 않았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제 아내가 편했어요. 저를 마냥 편하게 대해주니까요. 아내는 나이가 어린데도 넓은 마음을 갖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평생을 함께할 여인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처지에 맞게 아내를 골라야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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