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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축구계 권력 판도

非축구인 16년 장기집권에 축구인 ‘역성(易姓) 혁명’ 수순 밟기?

  • 글: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yjongk@donga.com

요동치는 축구계 권력 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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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 회장과 축구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그는 1993년 처음 축구협회를 맡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월드컵 공동개최를 성사시켰다. 월드컵 유치 경쟁 당시에는 일본 단일 개최가 유력했지만 정 회장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FIFA 위원들을 설득해 결국 공동 개최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2002 월드컵 때는 명장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꿈에 그리던 사상 첫 본선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룩했다. 월드컵은 700만 붉은 물결의 길거리 응원을 낳는 등 개인주의가 팽배하던 한국 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했다.

1994년 FIFA 부회장에 당선된 정 회장은 국제 축구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부패한 제프 블래터 회장의 반대세력인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당시 장 루피넨 사무총장 등과 연대, 2002 월드컵 직전 열린 FIFA 총회에서 블래터 재선에 반대하는 등 국제 축구계 개혁에도 동참했다.

축구 열풍 덕분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그는 지금도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 회장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비판이 만만치 않다.

“한 번으로 족하다. 축구 발전에만 전념해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 회장은 앞으로도 축구와 정치를 연계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후계자 1순위’ 조중연

그렇다면 정 회장이 점찍어둔 차기 축구협회장은 누구일까. 정 회장이 “축구인은 물론 문화계, 언론계, 경제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회장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혀 어느 누구에게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그리고 이제 막 제50대 회장 임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차기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협회 안팎에선 현재 축구협회 구도상 조 부회장이 정 회장의 뜻을 가장 잘 이어갈 후계자라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조 부회장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조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축구협회 외부에서는 “한국 축구를 망치고 있는 주인공”이란 비난을 받지만,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탁월한 행정력으로 협회를 이끄는 인물”로 일컬어진다.

조 부회장은 탁월한 행정가다. 정 회장의 지시가 떨어지면 조 부회장은 반드시 추진한다. 협회의 한 직원은 “조 부회장은 어떤 일이든 끝까지 밀어붙여 성과를 낸다. 일부에서 조 부회장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이런 추진력 때문에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조중연 해병대 라인 ‘인의 장막’

최근 조 부회장이 이뤄낸 실적들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먼저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 건립.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일본 등이 확보한 축구 트레이닝 센터를 우리나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정 회장은 조 부회장에게 이를 지시했고, 결국 만들어 냈다. 조 부회장은 파주시를 설득해 부지를 확보한 뒤 재경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국회의원 90명의 동의를 얻은 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파주 NFC 관련법을 통과시키게 함으로써 3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축구협회 자금, 국민체육진흥공단 지원금 등으로 120억원을 조성해 축구의 요람을 탄생시켰다.

월드컵 본선 16강에 진출할 경우 선수들에게 군복무 면제 혜택을 주게 된 것도 조 부회장의 노력 덕분이다. 여론을 의식한 정 회장이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자 조 부회장은 국회의원 147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마침내 국회의원들이 결의문을 작성, 국방부에 제출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대립했지만 한국팀이 16강에 진출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방장관에 지시, 대통령령으로 군복무 면제 혜택을 줬다. 월드컵 16강 진출시 군복무가 면제되는 혜택은 한시법이 아닌 영구법으로 보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월드컵 16강 이상에 진출하면 병역 대상 출전 선수들은 모두 군 면제를 받게 된다.

또 하나의 사례는 1996년에 경찰청팀을 창설한 것이다. 선수들은 이곳에서 훈련을 계속하면서 군복무를 마칠 수 있다. 조 부회장은 “프로 선수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간 3억5000만원을 경찰청팀에 지원하도록 했다. 또 최근엔 광주 상무 엔트리를 25명에서 50명으로 늘려 군 입대 때문에 축구선수 생활을 중단하는 유망주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조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의 한 중견 직원은 “정 회장의 뜻을 받들어 업무를 추진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결국 그게 자신의 입신과 연결되고 있어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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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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