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눈은 관상의 90%, 함부로 칼 대면 ‘자해행위’

  • 글: 한동균 성형외과 전문의 www.bestps.co.kr

    입력2005-03-24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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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로부터 눈은 ‘마음의 창’으로 비유되어 왔지만, 최근엔 눈꺼풀이 마음의 창이 된 듯하다.
    • 쌍꺼풀 수술을 하려는 환자들이 차고 넘친다. 수술방법은 환자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 얼굴이 풍기는 인상과 눈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심상을 보여주는 눈의 성형과 관상학.
    눈은 관상의 90%, 함부로 칼 대면 ‘자해행위’

    최근 눈꺼풀 수술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 전문가가 볼 때는 잘된 수술이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상안검이완(Blepharochalasia)이라는 진단을 받고 성형수술을 했다. 수술한 눈은 부기가 약간 덜 빠진 듯 보였지만, 전문가가 볼 때는 잘된 수술이다.

    격세지감이랄까. 청와대 대변인과 언론이 전하는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에 관한 보도, 그리고 누리꾼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합성사진과 수술 전후 비교사진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을 보고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아직 유교 사상이 지배적인 우리의 시각에선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거움’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필자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그의 수술을 지지한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맨 먼저 보는 곳이 눈이라고 한다. 눈만 마주쳐도 어느 정도 상대방을 파악하고 심지어는 제압할 수도 있다. 또한 눈은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량의 70%를 비주얼로 인식하게 한다. 마음의 90% 가량은 눈에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다. 해부학, 그리고 성형과 관상에서 눈은 이처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눈알은 무게 7g, 지름 25mm, 부피 6.5cc로 탁구공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조그마한 눈알은 대단히 복잡한 조직으로 되어 있어, 인간의 감각기관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알은 얼굴뼈에서 튀어나와 있다. 어느 정도 끄집어내도 시신경만 다치지 않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눈알이 튀어나온다’거나 ‘눈알을 뽑아버린다’는 상스러운 말이 실제 가능하다는 얘기다. 눈알을 잡아당기거나 약간 뽑은 채로 안와뼈 수술을 해도 수술 후 손상 없이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수술실에서 이러한 광경을 보면 누구라도 자신의 눈알이 뽑히는 착각이 들 만큼 엽기적인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눈은 시각신경 구조를 얼굴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기관으로 ‘밖에서 보이는 뇌’로도 불린다. 즉 ‘뇌의 생각’이 눈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시각의 능력을 한껏 올려 말한 금언일 것이다.

    또한 눈은 빛에너지에 가장 민감하고 빛을 흡수하여 뇌에 전달하는 세포집단이다. 가령 사과를 봤을 때 그것이 ‘사과’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될까. 그 과정은 이러하다.

    눈에 들어온 빛은 망막의 시세포를 자극해 흥분시킨다. 흥분은 대뇌 후두엽의 ‘1차 시각령’에 이른다. 이때 시야의 좌우는 반전된다. 왼쪽 시야는 주로 우뇌로 들어가고, 오른쪽 시야는 좌뇌로 들어간다. 나아가 상하 방향도 반전된다. 빛에너지는 각막과 수정체를 거치면서 영상이 뒤집혀져 망막에 맺히는데 대뇌의 마루엽(두정엽)과 뒤통수엽(후두엽) 사이에 있는 시각중추가 한 번 더 정보를 뒤집기 때문에 세상을 바로 보게 된다. 실제 눈의 망막에 도달한 정보를 뇌의 후두엽에서 인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002초로 그 어떤 첨단 컴퓨터나 카메라보다 정밀하고 빠르다.

    이처럼 상세한 인식의 출발과 끝은 망막에 맺히는 빛에너지이고, 이는 화학에너지(뇌의 시냅스 신경전달물질)로 뇌에 일정 시간 저장된다. 저장이 곧 인식이고 아는 것이다.

    눈은 뇌과학의 첨병

    관상과 성형을 이야기하면서 뇌와 눈, 그 부속기관을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눈에는 단순히 신체기관으로만 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고, 관상학에서 다룰 수 없는 자연과학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관상에서 포함하는 행동과 걸음걸이, 심지어 눈의 깜박임 등도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총체다.

    눈을 깜박이는 패턴이 사람마다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은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 눈의 깜박임도 관상이다. 갓난아기는 처음엔 전혀 눈을 깜박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깜박이기 시작한다.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시간당 깜박이는 횟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성인이 되면 일정해진다.

    우리 뇌에는 ‘도파민’이란 화학물질이 있는데, 이는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거나 뇌의 여러 영역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 분비가 심하게 줄면 파킨슨병에 걸리고, 지나치면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킨다. 파킨슨병은 손을 심하게 떨고 자신의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전 권투 세계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도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눈의 깜박거림은 도파민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눈의 깜박거림도 뇌의 화학물질과 일정한 연속성을 갖는다. 하물며 눈알과 눈의 부속기관은 말할 나위도 없다. 눈 깜박임은 수면시간(8시간)을 빼면 하루에 1만1520번(평균 5초에 한 번)이고, 눈알은 하루에 9만 번 이상 움직인다. 사람은 태어날 때 눈을 뜨고 죽을 때는 눈을 감는다. 평생 3억 번 이상 떴다 감기를 반복하면서도 고장나는 법이 없다.

    또한 눈은 하나가 아닌 둘로, 일란성 쌍둥이처럼 같이 먼 곳을 바라볼 때는 다른 한쪽을 조절하면서 회로를 견제한다. 이른바 원근조절작용과 안구의 수렴운동인데 눈동자가 회전하는 운동을 보면 그 조화가 절묘하다. 이러한 운동으로 뇌는 물체까지의 거리를 지각한다. 현대과학은 아직도 조절작용을 응용하고 모방할 뿐이다.

    흔히 몸이 피로하면 눈알의 흰자위에 핏기가 어리면서 눈이 충혈된다. 이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일종의 건강 주의 척도가 된다. 사람의 눈 흰자위는 동물의 그것과 색깔이 다르다. 눈매가 동그랗지 않고 옆으로 길쭉한 것은 사람이 수평인 세계에 적응하면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인류학자들은 설명한다.

    눈동자 색깔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눈동자를 덮는 홍채(눈조리개)의 멜라닌 색소의 양과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른 이 홍채의 구조나 색상의 특징을 이용한 것이 바로 홍채인식 자물쇠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을 이용하는 원리와 똑같다.

    눈의 부속기관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눈물샘이다. 눈물은 스트레스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될 때 이것을 밖으로 내보내 몸 안에서 ‘독’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다. 슬프거나 기쁠 때, 감정이 북받쳐오를 때 흐르는 눈물은 눈꺼풀에 덮여 있는 눈알 위쪽 가장자리에 있는 ‘주 눈물샘’에서 나온다. 눈물은 눈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눈물의 하수도’인 눈물소관, 눈물주머니, 코눈물관을 통해 코로도 빠져나간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아무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이다. 사람은 보통 2∼10초마다 눈을 깜박거려 눈물을 배출하며, 평소 한쪽 눈에는 6∼7ml의 눈물이 흐른다. 이 눈물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눈동자에는 핏줄이 연결돼 있지 않으므로 눈물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따라서 눈물이 없으면 눈동자의 세포가 말라죽는다.

    관상에서는 일반적으로 눈과 눈썹, 눈꺼풀, 눈 주위의 인당(눈썹 사이 미간의 정점), 눈꼬리(눈의 지느러미)를 이야기한다. 속눈썹은 200개 정도 되는데, 늙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 유일한 털이다. 머리카락처럼 자라지 않는 것은 혈액 공급의 한계 때문이다. 200개만 선택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DNA의 조화인지…. 아마도 이 털의 염기서열은 특혜를 받은 것 같다.

    인당이 넓으면 넓을수록 학운과 재운이 좋고 앞길이 탁 트인 광명천지의 상이다. 필자의 인당을 거울에 비춰보면 별로 손댈 필요가 없어 보이지만, 피로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면 인당과 눈썹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알 색도 변한다. 불혹이 지나면서 눈 주위에 주름이 많이 생겼고 눈꺼풀도 처졌다. 눈꼬리는 생기가 없고 눈알의 흰자위는 과거보다 퇴색되어 맑지 못하다. 각막수술(라섹)로 시력을 회복한 것 외엔 노화로 관상이 변했다. 뭔가 이미지가 변한 것 같은데도 정녕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형국이다.

    인당 넓으면 광명천지의 相

    “얼굴 고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저는 생긴 대로 살래요. 얼굴에 칼 대는 것도 싫어요.”

    분명 개선해야 할 얼굴인데도 이런 말을 늘어놓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얼굴을 개선해 외모도, 인생도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실제로 눈이 작은 사람이 쌍꺼풀 수술을 하면 인상이 몰라보게 변한다. 시야도 변한다.

    성형수술은 미적 관점만을 고려하는 게 아니다. 기능성을 가미한 성형이야말로 성형수술의 백미다. 기능이 좋아지면 터보엔진을 단 자동차처럼 성능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가격도 오르고 디자인도 향상되는 법이다.

    얼굴은 변화 없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는 못난이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물이 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잘생긴 사람이 훗날 못난이가 되기도 한다. 성형수술의 실제를 보면 눈과 눈뼈의 수술은 관상의 호전과는 관계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우선 가장 흔한 쌍꺼풀 수술부터. 우리나라의 옛 인물화를 보면 쌍꺼풀을 가진 미인이 거의 없다. 있더라도 가느다란 속쌍꺼풀 정도랄까. 그런데도 눈에서 풍기는 그윽함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요즘은 다른 서양 문물이 그런 것처럼, 쌍꺼풀도 동양인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뿐 아니라 수술로라도 쌍꺼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양 인식이 바뀌었다. 또 특수층 여성들만 받던 쌍꺼풀 수술을 어린아이 때부터 시켜야 한다는 부모도 생겨났다. 하지만 쌍꺼풀은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는 것일까. 또 쌍꺼풀 수술이 그렇게 간단한 것일까.

    눈이 얼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얼굴이 풍기는 인상과 눈은 궁합이 맞아야 한다. 탤런트 누구의 눈이 예쁘니 그대로 해달라는 사람일수록 얼굴 생김새를 보면 그 탤런트와 전혀 다르다. 자기에게 없는 것이어서 더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쌍꺼풀 수술로 자기 얼굴이 어떻게 바뀔지는 스스로 쌍꺼풀을 만들어보면 알 수 있다.

    수술은 눈의 특성에 따라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하며, 그 모양도 얼굴 형태에 따라 달라야 한다. 젊은 미혼 여성일수록 가능하면 수술 흔적, 즉 흉터를 적게 하는 방법이 좋다.

    눈의 양쪽이 원래 다른 것처럼 수술 후에도 두 눈의 쌍꺼풀이 똑같이 되긴 힘들다. 그러나 눈에 띄게 짝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가 봐도 수술한 눈처럼 보이면 실패작이다. 가끔 수술 후 눈이 완전하게 감기지 않는다거나 눈을 잘 뜰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데 대개는 무자격 인의 시술 탓이다. 일단 수술을 받고 나서 잘못됐을 때 원상복귀는 불가능하고, 재수술은 첫 수술보다 더 힘들며 그 결과도 완전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눈 주위 지방 제거는 위험

    쌍꺼풀 수술과 함께 눈의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도 신중히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 눈두덩이 불룩하다고 해서 지방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나이가 들면 지방은 자연히 줄어드는데 지방을 미리 제거해버리면 나중엔 눈이 움푹 꺼져 나이가 더 들어 보이거나 피곤한 인상으로 비치기 쉽다. 특히 눈두덩과 눈 아래의 지방을 빼는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지방은 그 조직 자체가 하나의 팽윤조직으로 볼륨을 유지하게 하는 필수요체다. 그런 걸 빼버리면 그야말로 ‘바람 빠진 축구공’이 되는 것이다.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가느다란 눈을 크고 시원스런 눈매로 고쳐 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이는 수술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 안쪽을 여는 수술은 흉터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흉터는 일단 생기면 감출 수도 없고 잘 없어지지도 않는다. 쌍꺼풀 수술로 눈이 커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눈의 가로폭, 즉 길이가 짧은 사람이 수술을 잘못 받으면 깜짝 놀란 사람의 눈처럼 되기 십상이다.

    한편 눈꼬리는 수술로 길게 만들었다 해도 원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크고 시원스런 눈을 갖고 싶은 꿈은 깨지고 수술의 고통과 함께 흉터만 남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쌍꺼풀 수술은 창문의 커튼을 조정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창문 자체가 작은 경우에는 커튼을 아무리 고쳐도 창문이 커지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눈알을 둘러싼 뼈를 수술해 ‘창틀’ 자체를 넓힐 수는 있지만, 이는 미용적으로 눈을 조금 크게 하기엔 너무 부담이 큰 수술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반갑잖은 현상 중 하나가 눈이 처지는 변화다. 노 대통령의 눈이 그런 경우다. 처지는 정도는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처지는 형태에 따라 수술법도 달라진다. 윗눈꺼풀이 처져 있을 때 쌍꺼풀이 있는 경우는 그 주름을 따라 여분의 피부를 잘라내고 불룩한 눈두덩의 원인이 되는 지방을 제거하면 된다.

    그러나 쌍꺼풀이 없는 경우에 처진 눈을 교정하면 피부의 절개선을 따라 쌍꺼풀이 생기게 되므로 수술 전에 그 위치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도 쌍꺼풀이 생겼다. 이렇게 비교적 간단한 윗눈꺼풀 수술에서도 좌우 눈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아랫눈꺼풀이 처진 경우에는 윗눈꺼풀보다 고려할 점이 많다. 너무 팽팽하게 하느라고 피부를 많이 잘라버리면 아랫눈꺼풀이 뒤집어지는 안검외반증이라는 골칫덩이가 생길 수 있다. 안검외반증은 수술 직후 아랫눈꺼풀이 부어 그 중력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부기가 빠지면서 정상적으로 된다. 안검외반증의 경우 심하지 않으면 좀 불편하고 부자연스럽더라도 시일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된다.

    올라간 눈, 내려온 눈은 눈꼬리에 의해 결정된다. 서양인들이 동양인의 눈을 ‘차이니즈 아이(Chinese eye)’라고 하는데 이는 눈꼬리가 치켜올라간 것을 이른다. 눈꼬리가 올라간 눈은 가느다란 눈에 많으며, 차갑고 냉정한 느낌을 준다. 눈꼬리가 내려온 눈은 사람이 좋고 상냥한 느낌을 준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근거 없는 얘기다.

    서양에서는 섹시하게 보인다고 눈꼬리를 올려달라는 주문이 많으나 우리는 눈꼬리를 내려달라는 주문이 대다수다. 근거가 있든 없든 눈꼬리가 주는 인상을 염두에 둔 때문인 듯하다.

    ‘차이니즈 아이’와 ‘몽고 주름’

    선천적인 염색체 이상으로 눈꼬리가 지나치게 내려온 ‘몽골리즘’ 때문에 똑똑지 못한 인상을 준다고 눈꼬리를 올려달라는 사람도 있다. 눈꼬리의 위치를 올리거나 내리는 수술은 여러 가지로 시도됐으나, 뼈와 인대를 이동해 그 위치를 잡는 방법이 고전적인 수술방법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는 ‘몽고 주름’의 경우, 수술 전에 미리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가령 동양인에 많은 몽고 주름을 제거하고 백인과 같은 눈을 희망한다 해도 얼굴 전체의 조화와 균형이 다르기에 수술 후에 백인 같은 눈의 매력이 나오기는커녕 동양인의 매력인 아몬드형 눈의 장점마저 잃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눈 안쪽 부분에 수술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다.

    눈은 관상의 90%, 함부로 칼 대면 ‘자해행위’

    20대 여성의 눈밑 부위에 생긴 지방. 눈두덩이 불룩하다고 해서 지방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몽고 주름이 있는 사람은 그 주름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선에 따라 쌍꺼풀을 만들 때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또 폭을 지나치게 넓게 수술한 쌍꺼풀은 화장을 서구적으로 하면 돋보일 수 있으나 화장을 지운 얼굴에서는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또 젊었을 때는 그런 대로 괜찮지만 나이가 들수록, 또 눈 주위의 화장을 엷게 할수록 부자연스러워진다.

    의사라면 누구나 수술 결과를 좋게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인체의 특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어떠한 성형수술이든 본인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수술 과정을 거치는 것이므로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될 수는 없다. 다만 시술자의 기술과 환자의 체질에 따라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도록 할 수는 있다.

    셋째, 수술 후에는 필연적으로 흉이 생기게 마련이다. 흉이 전혀 없는 수술이란 없으며, 되도록 다른 사람이 잘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시술자의 기술이고 능력이다.

    넷째, 쌍꺼풀의 경우 양쪽이 완전히 똑같이 될 수는 없다. 수술하지 않은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듯, 타고난 쌍꺼풀 역시 양쪽이 똑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쌍꺼풀 수술을 아주 간단한 일로 여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얼굴이 풍기는 인상과 눈은 조화를 이뤄야 하므로 각자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다른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모양도 얼굴에 따라 달리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중요한 수술을 마치 미용실에서 파마 하듯 “가서 하고 와라” 승낙하는 부모도 문제다. 어찌됐건, 몸에 칼을 대서 째고 꿰매고 마취를 하는 ‘수술’인 만큼 신중을 기하지 않고 선뜻 결정해서는 안 된다.

    대체로 젊은 여성의 쌍꺼풀 수술은 수술 흔적을 작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눈꺼풀의 구조는 결코 간단치 않다. 눈꺼풀이라는 피부 아래에는 눈을 감게 하는 근육이 있다. 그 밑에는 눈을 보호하는 지방 조직과 지방을 싸고 있는 주머니가 있고, 또 그 아래에 눈을 뜨게 하는 근육(안검거근)이 있으며, 그 밑에 다시 눈을 깜박이게 하는 또 다른 근육이 있다. 그 아래에 있는 점막(결막)이 눈동자와 접촉하게 되어 있으니 손으로 잡으면 얇아 보이는 눈꺼풀도 다른 인체조직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근육구조와 신경, 혈관, 눈물샘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조직들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수술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얼굴에 따라 다른 수술법

    쌍꺼풀 수술을 하려는 사람들 중 안검하수증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안검하수증은 정면을 주시할 때 한쪽 또는 양쪽 눈을 정상적으로 뜰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선천적인 경우도 있고 후천적으로 윗눈꺼풀에 손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윗눈꺼풀을 끌어올리는 근육의 작용이 없거나 약해서 생긴다. 대개 눈을 감는 데는 지장이 없다. 다만 눈꺼풀 자체의 근육 힘만으로는 눈을 잘 뜰 수가 없다.

    따라서 이마에 주름을 만드는 근육의 힘을 이용해 눈썹을 올림으로써 이마에 주름살이 생기거나, 또는 고개를 뒤로 젖혀 앞을 보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한쪽 눈에만 안검하수증이 생긴 경우엔 정면을 볼 때 두 눈이 다르게 보이는 짝눈이 된다. 쉽게 말하면 눈동자가 정상보다 많이 덮이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의 대다수는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한다. 눈꺼풀을 올리는 근육의 힘이 약한 경우엔 근육 힘을 증가시키는 수술이 필요한데, 이런 환자는 수술 결과가 가장 좋다. 그러나 이 근육의 힘이 아주 약하거나 근육 자체의 힘이 전혀 없는 경우엔 그 치료가 문제된다. 이때는 이마 주름살을 만드는 이마 근육의 힘을 눈꺼풀을 올리는 데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 근육의 힘을 그 근육의 정상적 역할이 아닌 눈꺼풀을 올리는 데 이용하므로 수술해서 완벽하게 좋아지기는 힘들다.

    나와 외부를 이어주는 것은 이미지다. 이미지는 누군가의 의식 속에 각인되는, 외부로 투영된 나의 모습이다. 망막세포의 빛에너지가 뇌에 저장되는 기억과정이다. 대개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 이미지로 말한다. “그 사람 과묵하면서도 성실하게 보이더라” “그 사람 꼭 사기꾼 같아. 눈을 너무나 깜빡이거든” 하는 식이다. 관상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어도 관상전문가 이상의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경험적 이미지의 통계치를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이미지를 주게 되는가 하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잘 보이고 싶은데도 미움을 받는다면 필경 이미지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는 사회생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지는 서구적 개념이다.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하면 보통 수긍을 한다. 그러나 인위적인 ‘메이킹’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서양의 관상철학과 동양의 관상철학은 해부학적 지식과 통계의 차이일 뿐이다. 고정관념의 뿌리가 인식을 지배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일종의 범주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을 파악하는 데도 어투, 생김새, 종교, 인종, 국적, 성 등으로 분류하고 같은 범주에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식으로 성원들의 특성을 일반화할 때 고정관념을 적용한다고 한다.

    고정관념은 사회적 학습에 의해 형성되는데, 이는 정보처리를 하는 눈과 뇌가 작용한 결과물이다. 만일 다른 요인들이 동일하다면 단순히 노출된 얼굴의 모습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관상의 출발이자 발아점은 곧 눈이 되는 것이다.

    눈을 분석할 때는 반드시 눈썹과의 조화를 봐야 한다. 눈 길이와 폭을 측정해야 하며, 눈동자의 빛과 색을 관찰해야 한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한다. 거짓말을 하면 눈빛이 변하고 빛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데 차질이 빚어진다.

    여성은 남성의 신체적 특징에 매력을 느낀다. 헌칠한 키, 군살 없는 배…. 특히 표정이 풍부한 눈을 놓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눈도 눈꺼풀이 눈동자를 덮어 처진 눈이라면 당연히 정보수집능력이 떨어지고 관상학에서 얘기하는 포용능력도 떨어져 보인다. 당연히 뇌의 정보인식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수술이 잘됐다면 노 대통령은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커져 사회 전반에 대해 더 큰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성형이 추구하는 기능과 모양을 충실히 이행하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우리 몸에서 중요하지 않은 기관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런데 동양의학이나 철학이 오장육부를 다루면서도 빠뜨린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췌장과 직장이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에 대한 상세한 과학도 없다.



    눈과 관련된 동양철학의 논리도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사주를 비롯해 이른바 동양 5술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게 관상이다. 관상은 보는 행위(觀)로 상(相)을 논하는 학문으로 관상의 90%가 눈이라는 이야기는 합리적이다.

    ‘사주불여관상, 관상불여심상(四柱不如觀相 觀相不如心相)’이라 했다. 심상의 핵심은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데 있다. 뇌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즉 눈과 뇌를 정밀하게 사용해서 심상의 변화를 도모할 때다. 눈뜸과 눈감음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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