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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④

900년 이어온 匠人의 손길 문경 도자기

흙과 물 어우러진 하늘재 가마터, 투박한 막사발의 현묘한 불춤

  • 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900년 이어온 匠人의 손길 문경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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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년 이어온 匠人의 손길 문경 도자기

문경도자기전시관의 벽면을 장식한 조형물. 문경의 가마터에서 발견된 도편과 현역 사기장들이 제작한 전통 도자기 문양을 한자리에 붙인 것이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구경을 하고 왔어요. 이 나라에 완전히 없어지고 말았다고들 생각해온 조선시대 사기막 가마를 보고 왔어요’. (1987년) 10월 중순에 나눈 점심 자리에서 문화재위원 예용해씨가 그리 설명했다.”

민속학자이자 문화재 전문위원이었던 예용해씨(작고)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한창기씨 역시도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곧장 관음리로 달려간 그를 안내한 이는 김정옥(현재 66세)씨였다.

오늘날 김씨는 문경읍 진안리에 자리잡은 영남요의 주인이자 도예명장이며, 사기장(沙器匠) 가운데 유일하게 중요 무형문화재(제105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도예가로 손꼽힌다. 그런 김씨가 한창기씨 일행의 길잡이로 나선 것은, 그 가마가 160년 전쯤 김씨의 5대조가 처음 만든 이래로 대대손손 사용해온 망뎅이 가마였기 때문이다.

단숨에 관음리로 달려간 한씨가 본 것은 단순한 가마가 아니었다. ‘앞에 가서 보아도 곁으로 비켜서서 보아도 암팡져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가마 자체가 ‘구성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조형 덩어리’였다.

해묵은 가마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늘어놓은 까닭은, 이 망뎅이 가마가 오늘날 문경 도자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자 매력이기 때문이다. 원래 망뎅이 가마는 문경지방에서만 쓰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가마다. 가마의 구조가 독특해서 1000℃ 이상의 고열에도 끄떡없을 뿐만 아니라 불길의 흐름을 부드럽게 해준다고 한다.



망뎅이(망댕이)는 내화성이 강한 진흙을 20∼25cm 길이로 빚어 길쭉한 전통 팽이 모양으로 만든 흙뭉치를 말한다. 이것을 거꾸로 촘촘히 박아 반구형(半球形)의 가마 칸을 만든다. 그리고 내벽은 진흙물로 매흙질(흙벽을 매끈하게 바르는 일)을 하고, 외벽에는 짚을 섞은 진흙을 두껍게 바른다. 이 외벽의 흙이 비바람에 씻겨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마 위에 초가지붕을 얹는다. 대체로 망뎅이 가마는 경사 15。 가량의 비탈에 대여섯 개의 흙무덤 봉분 같은 것이 나란히 연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불꽃에 따라 독특한 색깔 연출

관음리 묵심도요의 이학천(45)씨는 망뎅이 가마와 내화벽돌 가마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화벽돌로 만든 가마라 해도 장작을 땐다면 전통가마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망뎅이 가마에 비해 단열효과는 훨씬 떨어지죠. 사람의 손으로 만든 망뎅이의 내부에는 미세한 공기구멍이 무수히 많은 반면, 기계로 찍어낸 벽돌 내부에는 공기구멍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공기구멍이 많은 망뎅이는 같은 두께의 벽돌에 비해 두 배 이상이나 단열효과가 좋습니다.

게다가 끝이 뭉툭한 망뎅이가 촘촘히 박혀 돔 형태를 이루면 볼록거울처럼 열을 반사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릇을 구울 때 불때는 시간은 물론 땔감도 꽤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또한 불꽃의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온도에 따라서 독특한 색깔과 문양이 만들어진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현재 문경지방의 전통 망뎅이 가마가 이 ‘조선 백자 가마’뿐인 것만은 아니다. 문경도자기협회에 가입한 20여명의 장인들 모두 망뎅이 가마에다 적송(赤松) 장작으로 불을 때서 도자기를 굽는다고 한다.

문경도자기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정옥씨는 “전통 망뎅이 가마만 사용하는데다 한 사람의 장인이 성형하고 문양을 넣고 구워내는 일까지 도자기의 모든 제작 과정을 직접 해낸다는 점이 문경 도자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이곳의 장인들은 전통에 매우 충실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누대(累代)로 가업을 잇는 장인들이 유달리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김정옥씨의 경우만 해도 아들 경식씨가 영남요에서 8대째 가업을 잇고 있으며, 묵심도요 이학천씨 집안도 7대째 이어지는 도예가문이다. 이처럼 도자기의 전통이 탄탄한 문경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6명뿐이라는 우리나라의 도예명장 가운데 3명이 살고 있다. 영남요의 김정옥씨와 묵심도요의 이학천씨, 그리고 문경요의 천한봉(72)씨가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든든한 문경 도자기의 토대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은 아니다. 유구한 역사를 통해 다져진 것이다.

오늘날까지 문경에서 발견된 가마터는 모두 80여개소에 이른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문경시 동로면 노은리와 간송리 일대에서 발견된 12세기의 청자 가마터다. 그밖에도 가은읍 완장리에서는 14∼15세기 무렵의 청자 가마터, 동로면 생달리에서는 16세기의 분청사기 가마터, 가은읍 완장리와 문경읍 용연·갈평리 일대에서는 16∼17세기 가마터, 문경읍 관음리와 가은읍 완장리 일대에서는 19∼20세기의 가마터가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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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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