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5억대 자금 수수 미스터리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4-21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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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비서실장 때 출처불명 5억3500만원 받아 빚 변제
    • ▶열린우리당 공천 신청자, 현금 3억5000만원 ‘배달’
    • ▶공직자 재산신고, 증여세 납부 절차 안 밟아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5억대 자금 수수 미스터리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중인 2003년 출처가 분명치 않은 돈 5억3500만원을 받아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문 의장은 이 자금에 대해 공직자 재산(채무)신고나 증여세 납부 절차를 밟지 않았다. 2004년 4월 17대 총선 때 경기 의정부 지역 열린우리당 후보 공천을 신청한 Q변호사는 이 자금 중 3억5000만원의 현금 전달 과정에 개입했다. 문 의장의 5억대 자금 수수와 관련된 의문점과 이에 대한 문 의장의 해명을 취재했다.

    2004년 4월 총선 때 문희상 의장은 경기도 의정부시(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당선을 전후해 일부 주간지와 지역신문은 “문 의원(후보)의 수억원대 채무변제에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당시 문 의장 본인이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아 이 문제는 흐지부지됐다. 한 주간지는 2004년 6월13일자에서 “문희상 의원측이 애매하게 답했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문 의장 본인은 이 주간지와 인터뷰하지 않았다. 한 인터넷 언론은 2004년 4월14일자에서 문 의장에 대해 “채무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 2월 문희상 의장은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당선무효소송(원고 한나라당, 피고 문희상)에서 승소해 의원직을 유지했다. 이 소송 과정에서 문 의장측이 대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문 의장이 2003년 5억3500만원의 채무를 변제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2004년 6월 문 의장의 소송대리인(변호사)은 대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원고(문희상)는 1995년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모씨로부터 10억9500만원을 차용한 사실, 그후 2003년 6월3일 1억8500만원, 2003년 11월9일 3억5000만원을 변제한 사실은 다툼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증여세 미납은 인정한다”



    문 의장이 5억3500만원을 마련해 자신의 채권자 이씨에게 채무를 변제한 2003년 6월, 2003년 11월은 그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2004년 말 문 의장(당시는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3시간 동안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6월에 갚은 1억8500만원의 경우 일부는 장모가 돌아가시면서 어디서 큰 돈이 났는지, 나에게 쓰라고 주신 돈이다. 장모상 때 받은 조의금도 포함돼 있다. 또한 나의 경제적 어려움을 안타깝게 여긴 지인, 친척이 준 돈도 있다. 11월에 갚은 3억5000만원의 경우 지인, 친척 등이 마련해준 돈이다. 여러 사람이 순수한 마음에서 약간씩 모아서 마련해 준 것으로 대가성이 전혀 없으며 문제될 게 없는 돈”이라고 밝혔다.

    “돈을 준 사람들의 이름과 얼마씩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줄 수 있나”라는 질문에 문 의장은 “여러 사람이 나의 경제적 어려움을 안타깝게 여겨 도와준 것이다. 순수한 뜻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신 것인 만큼 그분들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되기에 누가 얼마를 줬는지 일일이 밝히는 것은 어렵다. 언론이 요청한다고 해서 내가 이를 구체적으로 밝혀줄 수는 없는 입장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그렇다면 지인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그 돈의 성격은 빌린 것인가, 아니면 증여받은 것인가. 빌린 것이라면 공직자 재산신고 때 채무신고 누락, 증여받은 것이면 증여세 미납에 해당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선 문 의장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문 의장의 사위(변호사)가 대신 답변했다. 그는 “빌린 것은 아니며 증여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증여세는 납부했나”라는 질문에 대해 사위는 “증여세 미납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문 의장은 듣고 있다가 “나중에 갚아드려야지”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여러 사람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았더라도 국세청에 증여자의 실명과 증여액을 신고한 뒤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채무는 공직자 재산등록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자도 재산등록 때 채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문 의장의 경우 2004년 4월 17대 총선 때의 후보자 재산등록, 당선 후 국회의원 재산등록 때 5억3500만원 부분에 대해선 신고하지 않았다. 다음은 이어진 기자의 질문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고위 공직자다. 본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다못한 지인 등이 도와준 것이라고 하지만 5억3500만원은 통상적 상호부조의 범위를 넘어서는 거액으로 볼 수 있다고 여겨진다. 공직자 재산신고나 증여세 납부 등 돈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돈 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투명해야 할 고위 공직자로서, 누구로부터 얼마씩 받았는지 출처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줄 수는 없는가.”

    이에 대해 문 의장은 “다시 말하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돈이다. 도움을 주신 분들의 입장이 있으므로 그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이 2003년 11월9일 채권자 이모씨에게 3억5000만원을 변제하는 과정이 눈길을 끈다. 채권자 이모씨는 2004년 11월 대법원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 신고서’에서 “2003년 11월9일의 문 의장 채무 변제 때 Q변호사가 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Q변호사는 문 의장의 고향인 의정부에서 1988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으며, 의정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을 해왔다. Q변호사는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의정부지역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다음은 채권자 이씨가 법원에 보낸 서류의 내용이다.

    “문희상씨에 대한 채권을 본인의 딸인 이남옥이 양도받은 뒤 변호사를 선임, 문씨에게 밀린 채무의 상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면서 월급 압류 등 법적인 절차를 취하자 2003년 6월 밤 12시 경 문희상씨의 부인 김모씨가 느닷없이 본인의 집으로 와서 1억8000만원을 두고 갔습니다.

    2003년 11월 경엔 Q변호사가 저와 문희상씨와의 채권채무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 주겠다면서 유난히 나서서 일을 진행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은 Q변호사와 문희상씨가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2003년 11월9일 Q변호사가 혼자 3억5000만원을 들고 찾아와 이 돈을 주었습니다. Q변호사는 본인에게 떠넘기듯이 돈을 주고 간 것입니다. 그날 저녁 문희상씨 부부가 찾아와 화해하자고 말했으며, 대학에 강사로 출강 중이던 딸의 대학교수 자리도 알아봐 주겠다는 언사를 했습니다.”

    이씨의 딸인 이남옥씨(목동 가족치료연구소 소장 · 독일 올덴부르크 대학 심리학 박사)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Q변호사는 11월9일 당시 1만원권 현금으로 3억5000만원을 여행용 가방 세 개에 나눠 담아 와서 아버지의 의정부 자택에 내려놓고 갔다. 상당한 부피와 무게였다. 돈 전달을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러면서 Q변호사는 ‘이 돈을 받고 문희상 실장과의 채권-채무관계는 모두 정리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나 때문에 돈 받은 것을 아느냐”

    그러나 이씨측이 3억5000만원을 받은 뒤에도 이씨측과 문 의장 사이의 채권-채무관계는 종결되지 않았다. 그러자 Q변호사는 이씨측에 강하게 항의를 해왔다고 한다. 이남옥씨는 “Q변호사가 2003년 12월 목동 내 연구소로 직접 찾아와 ‘돈을 받아 놓고 왜 일을 그렇게 하냐. 나 때문에 3억5000만원 받았다는 것을 아느냐. 왜 내게 고마워하지 않냐’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남옥씨는 “제3자인 Q변호사가 왜 우리에게 문희상씨와의 합의를 종용했는지, 왜 본인이 직접 돈 전달까지 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Q변호사는 이씨의 연구소를 찾아온 당일 저녁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연구소에 찾아갔던 일은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Q변호사는 의정부에서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뛰었고 당내 경선에도 출마했으나 이 지역에서 학원재단을 경영하는 강성종 현 의원이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지난해 말 Q변호사를 인터뷰했다.

    “2003년 11월9일 현금 3억5000만원을 들고 이모씨의 의정부 자택에 찾아가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의 채무 변제용이라며 그 돈을 전달해준 사실이 있나”라는 질문에 Q변호사는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제3자인 Q변호사가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과 이모씨 간의 채권-채무를 해결해주겠다면서 이씨에게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하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한 데는 열린우리당 공천 문제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문희상 실장의 도움은 전혀 받지 못했다. 돈을 전달해준 일에 대해 후회하고 있으며 자숙하고 있다. 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 일에서 나는 빼달라. 언론에 기사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억5000만원 준 적 없다”

    문 의장과 Q변호사 사이엔 또다른 의문이 있다. 문 의장측 변호인은 대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2003년 11월9일 3억5000만원을 변제했다”고 밝혔다. 문 의장도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인정했다. Q변호사는 본인이 현금 3억5000만원을 이씨에게 건네줬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희상 의장은 기자에게 “나는 Q변호사에게 3억5000만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수 차례 확인 요청을 했으나 문 의장의 대답은 같았다.

    Q변호사에게 “3억5000만원은 Q변호사가 직접 조성한 돈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내가 조성한 것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그렇다면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측으로부터 건네받은 돈인가”라고 재차 묻자 Q변호사는 “그것은 확인해 줄 수 없다.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3억5000만원을 굳이 현금으로 전달한 경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문 의장은 “내가 Q변호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는데, Q변호사가 현금으로 줬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했다.

    문 의장이 빚 변제에 사용한 5억3500만원 중 특히 3억5000만원은 공천 희망자가 현금 ‘배달’ 과정에 개입한 점, 공천 희망자의 손에 3억5000만원이 들어오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이 되지 않는 점 등이 의문이다.

    문 의장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5억3500만원 수수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이미 당사자 반론 청취에 이르기까지 모든 취재를 끝냈다. 지난해 말 취재를 마치고도 수 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보도를 하게 된 것은 문 의장의 보도 연기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해 말 여러 차례에 걸쳐 “기사가 보도될 경우 대법원에서 진행중인 국회의원 당선무효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보도를 미뤄달라”고 ‘신동아’에 요청했다.

    ‘신동아’는 그가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보고 문 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보도를 미뤘다. 문 의장의 대법원 재판은 지난 2월 문 의장의 승소로 종결됐다.

    이 재판은 국회의원 후보의 ‘채무신고 누락’이 선거의 당락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끼쳤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문 의장이 승소했다고 해서 그의 출처불명 자금 수수와 관련된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신동아’는 지난 3월에 이 문제를 보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 의장 측은 “3월 중순에 발간되는 신동아에 이 보도가 나갈 경우 4월 초에 열리는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장 경선이 끝난 뒤로 보도를 미뤄달라. 경선 이후엔 더 이상 보도를 연기해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재차 연기를 요청해왔다. ‘신동아’는 문 의장의 두 번째 요청도 받아들여 3월에도 보도하지 않았다.

    문 의장은 4월2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의장에 당선됐다. 4월 중순 문 의장측은 “문 의장과 ‘의장 취임 인터뷰’를 하자. 인터뷰 주제는 문 의장의 정치역정과 각종 정치 현안을 다루는 것으로 하고, 빚 변제 문제는 거기에 녹여서 기사화하자”고 제의해 왔다. 신동아는 이 제의를 거절했다.

    “3억5000만원 준 적 있다”

    그러자 문 의장측은 “자금 출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반론을 서면으로 보내겠으니 이를 실어달다”고 요구해왔다. 문 의장은 기사 마감일인 4월15일 저녁 8시40분경 해명서를 보내왔다.

    문 의장은 해명서에서 “2003년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시절 갚은 5억3500만원 중 1억8000만원은 어머니와 장모가 작고하면서 각각 8000만원과 1억원을 남긴 돈이며, 3억5000만원의 경우 2002년 모친상 때 받은 조의금 1억1500만원, 2003년 장모상 때 받은 조의금 1억5000만원에서 장례비를 뺀 돈, 유산에서 1억3000만원, 형제들이 준 1억2000만원, 장남이 준 6000만원, JC회원인 지인 홍모씨와 권모씨가 준 4000만원을 합해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의장은 “5억3000만원에 대해 증여를 받았다고 한 것은 용어 선택에 혼동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나중에 갚아드려야지’한 것은 대여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자신이 받은 돈은 증여세 납부나 재산신고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문 의장은 “Q변호사가 전달한 3억5000만원은 내 아내가 준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해명서 내용과 관련, 이를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자료는 보내오지 않았다. 해명서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장 및 국회의원 재임때 각각 1억 5000만원과 1억1500만원의 조의금을 받았다는 점, JC회원 2명으로 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다.

    문 의장은 ‘자금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가 해명서에선 상당부분의 출처를 타계한 가족이 남긴 돈 등 가족 내부로 돌렸다. 또한 인터뷰에선 Q변호사에게 3억5000만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해명서에선 Q변호사에게 3억5000만원을 준 적이 있다고 했다. 문의장은 또 “Q변호사가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줬는지 모른다”고 했다가 “Q변호사에게 현금으로 준 게 맞다”고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 습관 때문에 Q변호사에게 3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줬다”는 이색적 주장도 했다. Q변호사가 문 의장측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해주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신동아’는 문 의장의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이 반론서의 주요 내용을 별도의 기사(120쪽)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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