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김한길 ‘서울 탈환論’ vs 진대제 ‘유비쿼터스 서울學’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프로젝트’ 맞대결 스타트?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5-04-21 15: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2002년 12월 대선 노무현 당선, 2004년 4월 총선 과반의석 확보, 이제 남은 것은 2006년 6월 지자체장 선거 압승!
    • 열린우리당의 당면 과제다. 지자체장 중에서도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목표. 과연 이 목표를 이뤄낼 최적의 인물은 누구일까. 최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김한길 의원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 두 사람의 주목할 만한 행보가 감지되고 있는데….
    김한길 ‘서울 탈환論’ vs  진대제 ‘유비쿼터스 서울學’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는 아직도 1년 넘게 남았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여당 내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3월27일 치러진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가 불을 댕겼다. 김한길 의원과 유인태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김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 그에 따라 자연스레 열린우리당의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거론되면서 두 사람의 경쟁력 비교와 함께 당사자의 의중에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두 사람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더 나아가 김의원은 ‘서울 탈환’을, 진 장관은 ‘유비쿼터스 서울’을 기치로 내걸고 단계적 수순을 밟고 있으리라는 구체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작 당사자들은 출마의사를 묻는 질문에 의도적으로 답변을 피하거나 ‘전혀 생각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법. 두 사람의 최근 행적을 살펴보면 누가 군불을 땠는지는 몰라도 연기는 분명히 난다.

    열린우리당 서울시당대회가 열린 3월27일 서울 장충체육관. 수많은 대의원의 눈과 귀는 후보자들 중 특히 김한길, 유인태 두 후보의 연설에 쏠렸다. 양측의 대결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정동영계와 이에 도전하는 재야파의 세(勢) 대결로 치달으면서 선거 막판 과열 양상을 보였다.

    또한 ‘서울 탈환’을 기치로 내세운 김 의원의 선거 전략이 ‘서울시장 당내 경선 공정관리’를 강조한 유 의원의 전략에 다소 밀리면서 선거 당일에는 어느쪽의 우세도 점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대회장엔 긴장감이 흘렀다.



    “저는 1997년과 2002년 두 번이나 대통령을 만든 사람입니다. 사심 없이 서울시당을 운영하고 관리해서 내년에는 꼭 서울시장을 만들겠습니다.”

    김 의원은 연설에서 ‘사심 없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강조했다. 선거기간 중 ‘사실상 서울시장 선거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당 안팎의 비판적 시각과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유 의원처럼 ‘서울시장 경선을 공정관리하겠다’거나 서울시장 출마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는 발언은 끝내 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을 살짝 비켜간 것이다.

    서울시당 선거에 출마한 후보 23명의 연설로 당헌·당규상 선거운동은 끝난다. 그런데 투표가 시작되자 체육관 한쪽 계단에 김 의원의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가 나타났다. 최씨는 투표를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대의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하며 남편인 김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 홍보물을 봐도 후보 23명 중 22명은 ‘서울시당 중앙위원 후보’로 돼 있는 데 비해 김 의원만 유일하게 ‘서울시당 중앙위원장 후보’였다. 김 의원은 그렇듯 서울시당위원장에 사활을 건 모습이었다.

    김 의원측은 당초 당의 이분화를 막기 위한 ‘하방운동’을 출마명분으로 내세웠다. 의원들이 당 중앙위원회 출마를 기피해 원내와 중앙위 사이의 의견조율이 어려웠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 중진급이 중앙위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인태 의원이 내세운 출마의 변도 같았다. 그런 까닭에 한때 김 의원과 유 의원, 두 사람은 선거운동을 함께 다니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합의는 오래가지 못했다. 선거에 임하는 두 의원의 태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유 의원측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은 ‘김영춘 의원 후임인데 무슨 큰 자리라도 된다고 난리들이냐’며 선거운동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김 의원측은 두 차례나 대통령 선거를 기획한 전력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지방권력을 교체하기 위한 ‘적임자론’을 내세우는 등 선거운동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출마명분으로 내세운 단순한 ‘하방운동’ 차원을 넘어선 형국이었다.

    “출마하라면 못할 것도 없다”

    김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 출마준비는 이미 지난 2월 설 무렵 시작됐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와 서울시당 대회를 앞두고 새로 선출된 당협회장에게 난을 보내는가 하면 신임 대의원에게는 빠짐없이 축하엽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 의원이 맡고 있는 수도권발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국회건설교통위원장 명의로 보내졌다.

    당 일각에선 김 의원이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상임중앙위원 선거를 포기하고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방향을 바꾼 것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봤다.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의 48개 지역구와 수만명에 달하는 기간당원을 관리하는 위치다. 당내에서 상임중앙위원보다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지 모르지만,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기에는 당내 그 어떤 자리보다 유리한 것이다.

    그러니 서울시당위원장 출마선언을 하는 날 김 의원의 발언은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이날 김 의원이 기자들과 오찬을 나누며 발언한 내용 중 일부다.

    “서울시 발전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 시청사 이전문제를 함께 검토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가령 광화문 문화관광부 사옥은 40년 된 건물인데, 문광부를 이전하고 거기에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 어떨까 싶다. 세계 100대 기업의 아시아 본사와 세계기구를 유치하면 서울의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부터 명동에 이르기까지 금융허브를 조성하면 좋겠다. 그래야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지 않겠나. (서울시장 출마의사와 관련) 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지금은 누가 후보로 나가느냐보다 우리 당이 이기느냐가 더 큰 문제다. 반드시 서울을 탈환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민주당과 통합해야 할 것이다. 나도 민주당에서 큰 사람이다.”

    김 의원의 발언은 서울시의 발전대책에 집중됐고,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라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답한 것은 결코 부정의 의미가 아니다.

    여기에 서울시당 중앙위원 선거를 3일 앞두고 서울시 대의원들에게 김한길 수도권발전대책특위 위원장 명의로 보내진 우편물은 선거에 집착하는 김 의원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다. ‘서울시 발전 종합대책안’이라는 문건과 함께 동봉된 편지에는 “첨부하는 자료는 당정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라고 설명돼 있다. 아직 당정간에 합의되지도 않은 안을 선거 직전에 대의원들에게 보낸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노력을 기울였으나 선거 결과는 김 의원의 아쉬운 패배. 표차는 불과 58표(0.6%). 당선될 것을 확신하고 당선 소감까지 준비한 김 의원에겐 충격이었다.

    최우선 목표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김 의원은 이번 선거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된 인터뷰는 일절 거부하고 있다. 측근의 말을 통해 김 의원의 복잡한 심기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참모정치만 해왔다. 이제야 비로소 개인정치, 대중정치를 시작하는 단계다. 당내 선거도 이번이 처음이다.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할말도 많지만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 말하지 않겠다. 다만, 언제 우리가 서울시장 출마한다고 한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그런데도 김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데, 궁극적으로 그 때문에 이득을 본 쪽은 어디인가. 그걸 잘 따져봐야 한다.”

    이 측근은 “‘서울 탈환’을 내건 것은 당의 염원을 담은 것일 뿐, 내년에 원내대표에 출마하는 것이 김 의원의 첫 번째 목표”라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김 의원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서울시장 안 나가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웃기지 않은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라며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 “다행인 건 우리가 예상한 목표 득표수는 다 나왔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결코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당 안팎에선 서울시장을 목표로 한 김 의원의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해석이 대세를 이룬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이보다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김 의원은 이번 선거과정에 노골적으로 서울시장 출마의지를 표명했다”며 “그런데도 선거에서 진 것은 의원이나 대의원 중 김 의원으로는 서울시장 탈환이 어렵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보다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김 의원 캠프에서 내건 ‘서울 탈환’이라는 슬로건은 선거 초반 대의원들에게 매우 어필했다. 메시지가 단순하면서도 아주 강렬했다. 대의원 중에는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구청장이나 시·구의원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김 의원의 슬로건은 ‘내년 선거에 함께 나가서 서울을 탈환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김 의원이 석패하긴 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어쩌면 ‘절반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다. 대의원의 절반이 김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또 일각에서는 “서울시당위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당 경선에 참여할 경우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많다”며 “그런 점을 감안하면 김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에 당선되지 않아 오히려 서울시장 경선 출마 등 정치적 행보가 자유로워졌다”고 분석한다. 김 의원측도 이와 같은 긍정적인 해석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당내의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지는 분명치 않지만, 김 의원은 선거 이후 초선 의원들과 부쩍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서울 탈환論’ vs  진대제 ‘유비쿼터스 서울學’

    정부부처간 교환강의 계획의 일환으로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과기부 직원들에게 IT 산업발전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서울시장 이야기 나오던데, 하는 거야?”

    “진 장관, 시장만 해서 되겠어. 대권 꿈까지 꿔야지.”

    4월 초 서울시내 모 음식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경기고 동기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친구들의 ‘덕담’이 쏟아졌다.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를 전후해 진 장관이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대망론’까지 나온 것을 친구들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진 장관의 거취에 대한 친구들의 관심도 컸다. 하지만 진 장관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갔다.

    이날의 화제는 단연 진 장관의 서울대 강의 후일담이었다. 진 장관은 3월17일 서울대 기초교육원 ‘관악초청강좌’에 출강, 정통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IT839 전략과 유비쿼터스 정책에 대해 강의한 바 있다. 반응은 뜨거웠다.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진 장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진 장관의 고교 동기인 서울대 행정학과 오연천 교수는 “진 장관의 강의가 워낙 재미있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의 반응을 보니까 인기가수 이효리만큼 인기가 높았다”며 “우리 같은 나이에, 그것도 현직 장관이 그처럼 인기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동기모임은 당 중앙상임위원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을 위로하기 위해 진 장관이 직접 나서서 만든 자리였다. 동기모임 회원들의 면면은 쟁쟁하다. 진 장관과 신 의원을 포함해 진영 한나라당 의원,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 노연상 S-오일 사장, 정수봉 한컴 사장,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오연천 서울대 교수, 선우석호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진 장관에겐 하나같이 든든한 정신적, 정치적 후원자들이다. 이날 밥값은 진 장관이 냈다.

    노 대통령의 진대제 출마 제안說

    진 장관에 대한 동기들의 평가는 한 마디로 ‘극찬’이다. 임지순 교수는 진 장관에 대해 “세계적 수준의 과학지식과 경영 마인드를 가진 보기 드문 CEO형 장관”이라고 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정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진 장관을 정치와 연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전문가로서 진 장관을 좋아합니다. 내가 보기엔 진 장관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무현 정부에서 지금 최장수 장관 아닙니까. 내가 아는 진 장관은 노 대통령과 ‘코드’가 잘 안 맞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잘하는 것을 보면 진 장관의 능력이 정말 탁월한 것 같아요. 자기 분야에서 저렇게 잘하고 있으니 다른 길로 가면 좀 아까울 것 같습니다. 뭐, 모르죠, 다른 쪽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지….”

    다음은 역시 고교 동기엔 진영 의원의 말이다.

    “야당 의원이라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운데…. 진 장관이 장관 한번 하려고 삼성을 나왔겠습니까. 좀더 큰 꿈이 있겠죠. 삼성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도 있지 않습니까. 삼성에서 도와주면 뭔들 못할까요. 동기들도 대충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놓고 물어보지 못할 뿐이지요. 그날 동기모임에서도 서울시장 이야기가 잠깐 나왔어요. 진 장관이 뭐라고 답한 것 같은데 그리 특별한 내용은 아닌 듯합니다. 별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진 의원은 진 장관이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오연천 교수는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생각이다.

    “진 장관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그걸 이야기하겠습니까. 지금은 나가고 싶어도 말을 못하지요.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의중이죠. 또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론과 야당측 후보를 고려해 진 장관이 적당하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레 나갈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정치가 그런 것이 아닙니까.”

    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설은 청와대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정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두 달 전쯤 ‘서울시장 후보로 나갈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다. 당신만한 적임자가 없으니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진 장관에게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진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어필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치밀한 준비를 바탕으로 윗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 그리고 정통부 건물의 위치가 청와대와 가까워 전화보다는 대면보고의 기회가 잦은 것 등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노 대통령을 대하는 진 장관의 태도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있다. 지난 연말 진 장관 부부는 노 대통령 부부로부터 저녁만찬 초대를 받았다. 여느 장관 같으면 식사만 하는 정도에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진 장관은 그 자리를 위해 정통부 직원들에게 ‘유비쿼터스 시연 및 설명회 자료’를 준비시켰다. 이날 만찬 이후 진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는 전언이다.

    주식 백지신탁한 까닭은?

    진 장관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IT839 전략도 그 골자를 보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위한 ‘동북아 IT허브 구축’ 등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정확히 코드를 맞추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야 그런 진 장관이 싫을 이유가 없다.

    2003년 2월27일 참여정부 출범부터 시작한 진 장관의 임기는 벌써 2년 2개월이 넘어섰다. 그렇다면 진 장관이 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끝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치권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진 장관의 임기를 최장 내년 상반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기적으로 지자체 단체장 선거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부상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진 장관 본인은 이에 대해 전면 부인한다. 진 장관은 얼마 전 ‘동아일보’ 청와대 출입기자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체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진 장관이 ‘유비쿼터스 서울’을 이슈로 삼으면 당선 가능성이 꽤 높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되묻자 진 장관은 “이제 답변 좀 준비해야겠다”며 화살을 비켜갔다.

    노 대통령의 독일 순방길에 동행한 이 기자가 대통령을 수행한 진 장관에게 다시 한 번 “서울시장 나간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고 하자 “이거, 도망가야겠네…” 하며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진 장관은 거듭된 질문에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는 전언이다.

    진 장관은 재산이 많다. 특히 주식으로 큰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 장관은 이미 모든 주식을 백지신탁으로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자신이 어떤 주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진 장관 나름대로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말 아무런 사심이 없어서일까.

    김한길보다 진대제가 우세?

    현재 열린우리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김 의원보다 진 장관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등 주요 지자체 선거에서 정치인보다는 기업경영이나 행정경험이 있는 인물이 더 인기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열린우리당의 취약지역인 서울 강남과 서초에서 득표율이 높은 사람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정치에 웬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하지만 김 의원에게는 장점인 특유의 친화력과 기획력이 있다. 또 강남권에서 김 의원의 인기가 오히려 진 장관을 앞설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 의원도 아주 유복하고 부유한 것으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가 강남지역 등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편 한나라당에서는 김 의원보다는 진 장관을 부담스러운 상대로 꼽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10명 중 9명은 김 의원보다는 진 장관을 부담스러운 상대로 꼽을 것”이라며 “특히 진 장관이 정통부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유비쿼터스 전략은 향후 서울시의 미래와 직결되는 만큼 선거에서 상당한 흡입력을 가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