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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

‘동북아 균형자론’, 어떻게 볼 것인가

‘최악의 상황’ 염려한 절박한 선택 vs ‘최악의 상황’ 부를 수 있는 미숙한 개념

  • 진행·정리: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동북아 균형자론’,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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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우리는 주한미군의 대만해협 개입을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 이라크 파병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겪은 여론 양극화보다 훨씬 심각한 혼란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대만해협 문제는 이라크와 달리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대만해협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분명 우리의 충성도를 시험하려 들 것이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만해협 사태에 관여할 경우-단순히 미군에 대한 기지제공이든 경제적 지원이든-중국의 대응조치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고 와서는 안 될 상황이지만, 그런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결정의 순간은 분명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 문제를 논의하는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 1차회의가 끝나지 않았습니까. 한국은 심각한 고민과 준비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진창수 : 중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일본 우익이나 보수세력은 한국을 이용해 중국을 포위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을 확대하려는 사고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이 최근의 한일문제에 비교적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도 아직은 대중국 관계에서 한국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본 정치가 앞으로도 계속 미일동맹의 틀 속에서 움직일까요? 그럴 개연성이 크기는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도 국민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를 반영한 것이 참의원선거 결과였고요. 중국을 포위하는 미일동맹의 틀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긴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정권적 차원에서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렇듯 중일관계가 어디로 나아갈지 확정되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가 ‘너희는 이 방향으로 갈 것이다’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이러이러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동북아 균형자론’, 어떻게 볼 것인가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상황에서 한국이 미일 간의 경쟁이나 미중 간의 대립을 공식화해버리고 동북아 균형자 같은 카드를 꺼내면 오히려 그러한 경향을 더욱 촉매할 수도 있습니다.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우상 : 개연성이 있으면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겠죠. 뭔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동북아 안보공동체를 만들자고 나선다고 해서 뚝딱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동북아 문화공동체 같은 아이디어가 나을 수 있겠죠. 우리가 군사적인 강자가 아니므로 군사안보는 잘 모르겠다, 대신 문화공동체를 만들어서 통하자는 식으로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우회하는 방법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안보공동체, 아직은 꿈일 뿐

사회 : 동북아 안보공동체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동북아 균형자론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그림은 동북아에서 다자안보공동체를 구성하는 형태인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가 함께 참여했던 OSCE(유럽안보협력기구)가 그 모델인 것 같고요. 궁금한 것은 이러한 동북아 안보공동체 구상에 대해 각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의 문제입니다.

김우상 : 장기적으로 볼 때 동북아 안보공동체라는 아이디어에는 미국 중국 일본이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은 그에 대비해 봉쇄정책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중국이 민주화 해 국제체제의 파트너가 되면 동북아안보공동체는 모두가 동의하는 대안으로 제기되겠지만, 아직은 미국이 중국을 수용할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미일동맹 체제 하에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겠죠.

진창수 : 1996년 일본이 미국과 신안보선언을 준비할 때, 일본의 지식인들이 다자안보협력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비판적인 논의가 일자마자 바로 빼버리고 미일동맹 강화로 결론 지었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현재 일본은 장차 중국이 조화로운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일본의 우익은 중국이 산업구조상 10년 내에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위기가 오면 중국의 내셔널리즘과 어우러져 긴장이 높아질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구상입니다. 그 바탕에서 헌법도 고치고 군대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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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정리: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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