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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스타일은 잊어라, 이제 한반도 전쟁은 ‘이라크戰’이다”

전쟁예비물자(WRSA-K) 철수와 미국의 ‘전쟁 개념’ 변화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6·25 스타일은 잊어라, 이제 한반도 전쟁은 ‘이라크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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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들은 “모든 쟁점을 ‘동맹의 위기’라는 틀에 맞춰 해석하면 정작 본질적인 의미를 놓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WRSA의 폐기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때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쟁의 양상이나 개념을 미국이 어떻게 변경하고 있는지와 관련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라진 ‘전시증원 69만’

‘더 본질적인 변화.’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WRSA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기로 하자. 대략 60만t 규모로 알려진 한국 내 WRSA는 각종 총탄과 포탄, 공중투하미사일 등 230여 종으로 구성돼 있지만 99% 이상이 육군 탄약이다. 미군은 1970년대 이래 전쟁 발발 등 유사시에 대비해 태국과 필리핀, 대만 등 우방국에 WRSA를 배치했다(이 가운데 한국에 배치된 것은 WRSA-K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미 의회는 이러한 방식이 비경제적이라고 판단해 2000년 WRSA 프로그램 폐지법안을 만들어 2002년부터 각국에 남은 WRSA를 폐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유사시’란 당연히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한국군과 주한미군 주둔병력만으로는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주변과 미 본토에 있는 미군부대가 추가로 투입된다. 이른바 ‘전시증원병력’이다. 이들이 모두 직접 무기와 장비를 싣고 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평소에 주한미군 기지에 장비를 배치해 증원병력은 몸만 날아와 참전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캠벨 참모장이 줄이겠다고 언급한 M-1 전차 등 수개 여단 규모의 사전배치 장비는 대부분 이들 증원부대가 사용할 것들이다.

이렇게 보면 이들 사전배치 장비와 WRSA의 규모를 조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즉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증원되는 미군병력의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결론이다. 유사시에 증파되는 병력의 규모는 이제까지 상시 주둔 미군보다 더 큰 대북억제력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미 양국이 전쟁 발발 상황에 대비해 작성해둔 이전의 작전계획에 따르면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가시화될 때 미군은 데프콘 3 상태부터 크게 3단계로 나뉘는 증원작전을 펼친다고 한다. 해공군의 감시전력이 한반도로 이동하는 신속억제방안(FDO·Flexible Deterrence Option), 7함대와 3함대의 5개 항모전투단과 공군전투사령부 산하 10여 개 비행단이 배치되는 전투력 증강(FMP·Force Module Package) 조치, 끝으로 모든 증원전력을 실어 보내는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TPFDD·Time Phased Forces Deployment Data)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로 전개해오는 미군의 총 증원병력은 69만명에 이른다는 것이 그동안 한미 양국의 설명이었다. 사전배치 장비와 WRSA의 규모 조정은 이러한 증원병력 예정규모를 줄이겠다는 공식적인 통보나 다름없다. 2003년부터 주한미군의 상시 주둔 규모 감축이 거론되면서 전시증원병력의 규모 감소 또한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었지만, 한미 양국 사이에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진 적은 아직까지 없다.

뒤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여기에 미군의 군사변환 및 주한미군의 재편과 관련해 새로 등장한 ‘순환배치’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병력의 숫자는 급속히 줄어들게 된다. 물론 증원병력의 감소가 그대로 증원 ‘군사력’의 감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변환 방안, 즉 기존의 보병사단을 스트라이커 전투여단(SBCT)으로 재편하는 방안에 따르면, 1개 스트라이커 여단의 전투력은 기존 1개 사단병력에 맞먹는다는 평가다.

전선전에서 종심작전으로

그러나 병력 수가 감소하면 지상전의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새로운 성격의 증원병력으로는 이제껏 생각해온 한반도 전쟁 개념, 즉 ‘손에 손 잡고 쭈욱 북으로 반격해 올라가는’ 식의 전쟁은 수행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한반도 유사시에 벌어지는 전쟁의 양상 자체, 정확히 말하면 미국이 상정하는 한반도 전쟁의 개념이 바뀌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한미연합군 부대가 휴전선 수십km 이내에서 전선을 틀어막고 여기에 본토에서 시차별로 꾸준히 증원돼오는 병력을 투입해 장기간에 걸쳐 전선을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는 식의 전쟁 개념이 상식이었다. 6·25전쟁 당시의 상황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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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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