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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오늘, 다시 교육을 생각한다

일파만파,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 후폭풍

‘저주받은 89년생’, 내신·수능·논술 ‘버뮤다 삼각지’에 빠지다

  • 글·사진: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일파만파,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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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에서 5명의 친구와 함께 단지 호기심 때문에 집회를 구경하러 왔다는 이모(16)양은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 친구들이 시험공부하느라 돌아가며 코피를 흘리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양과 친구들은 갑자기 취재진이 몰려들자 “TV에 얼굴이 나오면 학교에서 징계를 받을지 모른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상 초유의 ‘고1 반란’은 우려와는 달리 조용히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학생이 아니라 어른들이 주도한 집회였다”고 비판했고, ‘내신도 본고사도 싫다’는 식의 대안 없는 피켓 구호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구들을 밀어내는 잔혹한 경쟁은 싫다”는 학생들의 공통된 외침은 결코 흘려들을 수 없었다.

“교육부 못 믿겠다”

2005년 봄, 새 입시제도로 한바탕 진통을 겪은 우리 교육현장의 풍경이다. 지난해 10월 교육부는 내신성적의 비중을 높이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 바로 새 대입제도의 취지다. 새 대입제도에서는 내신성적의 산출방법도 달라진다. 현재 수·우·미·양·가 평어 중심의 절대평가에서 9등급 상대평가로 바뀐 것. 절대평가 체제에서 빈발했던 일선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막아 내신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목적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새 대입제도의 파장은 커졌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던 목표가 무색하게 내신 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가 급증했다. 친구들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내신등급제에 대한 고1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교육부 게시판에는 ‘고1’ ‘저주받은 89년생’과 같은 ID로, 내신등급제에 항의하는 글이 수천건씩 올라왔다. ‘인터넷 키드’의 조직적인 반란은 ‘폭풍전야’를 예감케 했다.



이렇듯 교육부의 꿈과 현실이 엇갈린 이유는 뭘까. 무엇이 고1 학생들을 폭발하게 했는가. 그 원인은 교육주체간 의사소통이 꽉 막힌 데 있었다.

고교 1년생들은 내신 반영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오해했다. ‘내신 반영비율을 높인다’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의 일반화된 설명을 ‘내신으로 대학 간다’는 논리로 비약한 것이다. 모든 과목의 성적이 입시전형에 반영될 것이라 여긴 학생들은 예체능 과목의 과외도 불사했다. 사실 교육부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에 대해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원칙만 발표했을 뿐, 실질 반영률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학이다. 이러한 사실이 초기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서울 강남 J고의 한 1학년 담임교사는 교사에 대한 교육부의 입시정책 지도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논술고사 위주의 전형안을 발표하는 걸 보고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육부가 제시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 원칙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금껏 내신 준비를 강조해왔는데, 아이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죠. 이것은 교육부가 교사에게 입시 지도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또한 내신등급제가 논란을 부르자 교육부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부터 내신 반영 비중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가 ‘시험 한 번의 실제 내신 반영률은 0.625%에 불과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앞으로 교육부를 믿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3년 전 발표된 7차 교육과정에 따른 입시안을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느라 힘들었는데, 다시 새 입시안을 대하니 정말 힘에 부칩니다.”

위기감 부채질한 언론

교육부 정책이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갈팡질팡해왔다. 지난해 고교등급제 파동을 보며, 광주에서 서울의 한 외국어고로 진학했다는 배모(16)양의 이야기는 귀기울일 만하다.

“지난해에 고교등급제 파동이 한창이었잖아요. 명문대에서 입시 전형에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걸 알고, 엄마가 저를 서울로 보내기로 결심하신 거예요. 광주에는 1등급으로 분류될 만한 학교가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원서 마감 이틀 전, 외고에 입학지원서를 넣었죠.

그런데 막상 외고에 들어오고 나니 정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준다는 거예요. 내신 반영 비중이 높아진 새 입시안 때문에 오히려 외고 학생이 불리해진다는 이야기도 들렸고요. 그런데 또 최근 주요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보면, 내신이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기도 해요. 정부 방침을 무조건 믿어야 하는 건지,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겠어요. 무슨 입시제도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혼란스럽고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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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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