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호

변비 상식, 만성 변비엔 안 통한다

  • 글: 정희원 강남서울외과 원장

    입력2005-05-25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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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비 상식, 만성 변비엔 안 통한다
    최근 만성 변비로 고통을 겪던 70대 할아버지가 투신자살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처구니없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만성 변비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매우 크다. 물론 변비는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화장실 걱정에 눈뜨기가 괴로울 정도라면?

    요즘은 남성 변비 환자가 많아졌다. 운동 부족,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이 주원인. 그런데도 남성들은 변비를 여자들이나 겪는 것으로 여기면서 자가 치료에만 힘쓸 뿐이다. 유산균 발효유와 담배는 남성 변비 환자에게 최고 인기 상품.

    하지만 유산균과 변비의 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산균 제품의 식이섬유가 변비 해소에 지원군이 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흡연이 대장운동을 증진한다고 믿는 것도 오해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던 습관을 기억하는 뇌가 조건반사를 일으킨 것일 뿐 흡연과 대장운동은 상관관계가 없다.

    급성 변비는 곧잘 만성 변비로 진행된다. 만성 변비는 급성 변비와 명백히 다른, 전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만성 변비로 인해 치질 또는 치열이 생길 수 있고, 고혈압 환자가 아침에 과도하게 힘쓰다 혈압이 급상승해 쓰러질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위장병학 저널’도 변비에 대해 경고했다. 약한 변비의 경우엔 식이섬유 섭취가 도움이 돼도 심한 만성 변비엔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 무작정 식이섬유를 과다 복용하다 오히려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분 섭취나 운동도 마찬가지로 지적됐다. 약한 변비엔 도움이 되지만, 심한 만성 변비엔 무용지물일 수 있다고 한다.



    변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문제다. 만성 변비는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약을 오래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준다는 오해 탓에 많은 환자가 약 복용을 거부한다. 변비약 때문에 대장이 상한다는 소문도 약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학계는 복용 권장량만 지키면 변비약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 강조한다. 안전성이 걱정되면 ‘둘코락스’처럼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약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다.

    전문가 상담을 받는 남성 변비 환자는 전체의 20%. 변비에서 벗어나려면 구전(口傳)하는 정보에 의존해선 안 된다. 전문가와 상의해서 생활요법과 함께 적절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급성 변비가 만성화하기 전에 치료하는 게 급선무. 변비가 나타날 때는 현미, 야채, 과일 등 변을 부드럽게 하는 식이섬유 식품을 많이 먹는다. 장운동은 아침에 가장 활발하므로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어 변의 양을 늘려야 한다. 기상 후 마시는 한 잔의 물도 장운동을 자극한다. 다리 혹은 허리 근육과 같이 큰 근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산책, 조깅, 수영, 줄넘기 등 유산소 운동으로 장운동에 힘을 실어 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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