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호

76년 전통의 마산 무학소주

소주시장에서 약주시장으로,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 글·사진: 허시명 여행작가, 전통술 품평가 soolstory@empal.com

    입력2005-05-26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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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년 전통의 마산 무학소주

    57t짜리 매실 침출주 저장통.

    무학소주의 고장 마산을 찾았다. 요즘에야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 그 말이 쏙 들어갔지만, 과거 한 시절 마산을 얘기할 때면 ‘물 좋은 곳’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마산역에 내리자 몽고간장 홍보부스가 눈에 띄었다. 유년 시절에 듣던 몽고간장의 CM송이 귀에 친근하게 들려왔다. 몽고간장은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몽고간장 부스 옆에는 몽고정(蒙古井)에 대한 안내판이 서 있다.

    몽고정은 몽고인이 팠던 우물을 말한다. 몽고인이 언제 마산까지 찾아왔던가? 고려가 몽고족(원나라)의 말발굽에 짓밟힌 충렬왕 원년(1274), 몽고군과 고려군은 합세해 일본 원정에 나섰다. 당시에 합포라고 부르던 마산은 원정대의 출정기지였다.

    일본 원정은 2차에 걸쳐 시도됐다. 1274년에 총병력 4만여 명이 900여 척의 배에 나눠 타고 원정길에 나서 쓰시마를 점령하고 하카타와 이키까지 진출했으나 일본군의 저항과 태풍으로 패퇴했다. 1281년에는 4400여 척의 배에 총병력 15만여 명이 타고 다시 공격에 나섰지만 이때도 일본군의 저항과 또다시 닥친 태풍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비록 원나라의 주도로 이뤄진 일이긴 해도 우리 역사상 최초로 대일정복을 시도했던 기지가 마산이었다.

    당시 일본 원정대로 내려온 몽고군은 한꺼번에 집결한 수많은 병사의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5~6개의 우물을 팠다. 무학산 아래, 마산시 자산동 3·15의거탑 옆에 지금도 당시 몽고정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물은 있지만 이미 우물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몽고정이 산업화와 도시화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 아쉽다. 우물을 잃으면서 ‘물 좋은 마산’이라는 말을 앞세울 수 없게 된 것도 아쉽다. 마산 물이 좋다는 말은 단순하게 좋은 약수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주도(酒都)’, 즉 술의 도시라는 말을 듣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마산에 일본인의 발길이 잦았다. 1899년 마산이 개항한 후 한일강제합방이 되던 1910년까지 마산으로 이주해온 일본인이 5941명에 달했다.

    과거 두척산이 지금의 무학산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도 일본인들에 의해서다. 마산에 살던 일본 거류민이 창원 감리에게 ‘무학산 기슭에 일본인 전용 공동묘지를 만들어달라’고 청원하면서 무학산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그때부터 두척산을 무학산으로 불렀다. 그후 오래도록 익숙하게 사용해서 다시 과거의 산 이름으로 바꾸기가 어렵게 됐다고 향토사학자인 이학렬(77세)씨는 말한다.

    몽고정도 1932년에 일본인 단체인 고적보존회가 명명한 이름이다. 그전에는 고려정(高麗井)이라고 불렀다. 마산에는 이렇게 일본의 흔적이 구석구석 박혀 있다.

    ‘술의 도시’라는 말도 일본인들 때문에 생겼다. 1904년에 아즈마 다다오(東忠男)가 마산에 아즈마(東) 청주양조장을 세웠다. 마산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공장이다. 1905년에는 이시바시(石橋) 양조장이, 1906년에 고단다(五反田) 양조장과 나가다케(永武) 양조장이 세워졌다. 한일합방 이전인 1909년까지 마산에 7개의 일본식 청주 양조장이 생겼다. 1920년에는 13개로 늘었고, 연간 생산량은 792㎘에 달했다. 마침내 1928년에는 부산의 청주 연간 생산량 1800㎘보다 더 많은 1980㎘를 기록하면서 마산은 전국에서 청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도시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술의 도시, 술의 고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오늘날 마산은 술의 도시라고 하지는 않지만, 술의 명성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일본식 청주공장은 1970년대까지 가동하던 백광 양조장을 마지막으로 모두 없어졌지만, 경남 소주시장의 맹주인 무학소주가 건재하고, 하이트 맥주 마산공장과 일본 수출용 진로소주를 만드는 진로저팬 공장이 있다. 또 주정공장인 무학주정이 있고 함안군으로 이사한 뒤 부도가 났지만 주정공장 유원산업도 오래도록 마산에 있었다.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부산의 소주회사 대선주조를 키운 사람도 마산에서 주류업으로 기반은 닦은 최재형씨다.

    76년 전통의 마산 무학소주

    소주 증류기와 소주 저장탱크.

    그렇다면 마산의 물맛과 술맛은 어떨까.

    무학소주는 마산시 봉암동에 본사가 있고 중리에 제2공장이 있다. 봉암동 공장문을 들어서니 지게차들이 분주하게 대형트럭 짐칸에 술 상자를 실어올리고 있었다. 지게차는 한 번에 1200병의 소주를 들어올리고, 5t 트럭 한 대엔 1만2000병의 소주가 실린다. 하루에 몇 병의 소주가 공장문을 나서냐고 물으니 70만병이란다. 하루에 70만병의 소주라, 실로 엄청난 양이다.

    도대체 누가 그 많은 술을 마셔댈까 싶은데, 무학소주가 경남 소주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마산시와 합작품 ‘가을국화’

    무학소주 미래경영사업부의 박철우씨는 때마침 중리공장에서 약주인 국화주 ‘가을국화’가 처음 출시되는 날이라며 그쪽부터 안내했다.

    대형 소주회사에서 국화주라? 그것도 약주라? 뜻밖이다. 소주를 만드는 대형 주류회사는 서울, 부산 그리고 8도에 한 개씩 해서 전국에 모두 10개가 있다. 그중 두산에서 ‘군주’를 만들고 금복주 계열사인 경주법주에서 ‘화랑’을 만들뿐, 약주는 대형 주류회사가 거들떠보지 않는 주종이다.

    무학이 약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은 ‘백세주’와 전통주가 넓혀온 약주시장이 이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중리공장에서는 5월초 마산시민의 날을 앞두고 국화주를 시험 출시하는 중이었다. 흥미롭게도 무학은 마산시와 공동 출자해 국화주를 만들고 있었다. 마산시에서 17억원, 무학에서 17억원을 출자했다는 것. 대형 주류회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합작은 매우 드문 일이다. 중리공장의 책임자 박중협씨의 설명이다.

    “지난 3년 동안 네다섯 가지 발효주를 개발하기 위해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산시가 마산의 특작물인 국화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국화주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지요. 국화주는 우리 조상들이 가을이면 즐겨 빚어 마시던 술이기도 하고, 지역기업으로서 지역산업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 싶어 흔쾌히 국화주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날 생산 예정된 국화주는 3만병. 소주 70만병에 견주면 미미한 숫자지만, 무학으로서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옥점조 상무는 “무학이 발효주를 만들었으니 비로소 종합주류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금빛 돌며 맑디 맑은 술

    무학은 1929년 일본인이 세운 소화주류공업회사로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1965년에 지금의 회장 최위승씨가 기존의 양조장을 인수하면서 시작한 회사다. 1973년에 정부의 양조장 통폐합 조처 때에 경남의 36개 소주회사가 무학을 중심으로 통합,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면서 회사는 급성장했다.

    그동안 무학의 주력 상품은 희석식 소주인 ‘화이트 소주’와 매실주인 ‘매실마을’이었다. 주정공장에서 구입한 주정(酒精·95% 에틸알코올)에 물을 타고 감미한 것이 ‘화이트 소주’이고, 매실을 침출시켜 만든 제품이 ‘매실마을’이다. 두 술 모두 발효시켜 빚은 게 아니다. 발효주는 ‘가을국화’가 처음이다. 주류회사 설립 40년 만에 알코올을 직접 생성해 빚은 발효주를 내놓았으니,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화주 ‘가을국화’는 찹쌀과 전분과 누룩과 감국을 재료로 쓴다. 찹쌀과 감국은 마산 농민이 생산한 것을 구매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박중협씨는 향을 맡아보라며 중국 감국과 마산 감국을 펼쳐보였다. 중국 감국은 빛깔이 탁하고 향도 흐릿한 데 반해 마산 감국은 향이 진하다.

    알코올 13.5%의 국화주를 잔에 따르니 엷은 금빛이 도는 맑디맑은 술에 국화향이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다. 말린 감국에서 느껴지는 은근하고 깊은 향에는 못 미치지만, 국화향은 충분히 느껴진다. 한 모금 마시니 혀에 신맛이 채이다가 차츰 입안에 쓴맛이 돈다. 목으로 넘기고 나서도 쓴맛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바로 국화의 쓴맛이다.

    76년 전통의 마산 무학소주

    빈병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세병기(洗甁機) 안으로 들어간다.

    ‘가을국화’를 빚는 데는 10일이 걸린다. 현대화한 약주들과 비슷하지만 전통적인 약주에 견주면 술 빚는 기간이 짧은 편이다. 전분과 찹쌀가루에 곧바로 물을 섞는 생쌀발효법을 사용하는데, 당화력을 강화한 전통 누룩으로 당화시키고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다. 국화는 갈아서 직접 술 속에 넣는다. 술에 쓴맛이 강하게 도는 것은 국화에서 추출된 맛 때문이리라. 발효는 7일이면 완성된다. 1차 여과를 하고 살균한 뒤에 탱크에 담아 3일 동안 숙성시키고 나서 다시 여과해 술병에 담는다.

    대형 소주회사가 약주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미 개척된 시장에 뒤늦게 무임승차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약주시장의 확장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세계화된 자유경쟁시대인 만큼 후자에 더 무게를 두는 게 바람직할 듯싶다.

    사실 대형 주류회사의 자본이 전통 약주시장에 유입된 적이 없다.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주들은 자본이 영세하고, 생산과 판매가 분화되지 않아 그간 시장에서 악전고투해왔다. 그 속에서 발전의 가능성을 열어간 것이 ‘백세주’이고, 그 뒤를 좇아간 것이 ‘산사춘’이다. 두산의 ‘군주’가 열정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패퇴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고, 경주법주의 ‘화랑’은 꾸준히 서울시장을 넘보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약주가 손에 꼽을 정도니, 시장의 울타리가 아직은 좁다고 봐야겠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약주가 출현한다니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만하다. 그런데 그 기대는 새로운 약주가 얼마나 매출을 올릴 것이냐가 아니라, 약주시장을 얼마나 새롭게 열어갈 것이냐에 모아져야 할 것이다.

    경남 소주시장 90% 장악

    무학에서 매실주를 처음 만들 무렵에 있었던 일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학의 옥점조 상무가 당시 상사와 함께 보해 ‘매취순’ 공장을 견학하던 때의 일이다. 보해의 공장장은 “매실주 제조공정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데, 결국 경쟁업체가 되겠지만 무학 실무자들에게는 발가벗고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말처럼 죄다 보여주고 나서 보해 공장장이 한마디했다.

    “무학에서 매실주 만드는 것 잘 시작했습니다.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합시다. 기술자의 양심만은 지킵시다. 주질(酒質)을 떨어뜨리지 맙시다. 조금 팔린다고 숙성 기간 어기지 말고, 원가 낮추려고 원액 함량 떨어뜨리지 맙시다. 만약 무학이 주질을 떨어뜨린다면 매실주 전체의 이미지가 떨어지게 됩니다. 기술자의 양심을 걸고 그런 일은 하지 맙시다.”

    옥씨는 이 말을 듣고 보해 공장장이 그렇게 고맙고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약주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술개발로 부단히 술맛을 높여나가면서 좋은 술로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진정한 기업정신이지, 싼값으로 기존시장을 나눠먹자고 달려들면 약주시장은 사나워지고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하루에 70만병의 소주가 문을 나서는 봉암동 무학소주 공장을 가보자. 공장 안의 견학로를 따라가보니, 거대한 세병기(洗甁機)에서 몸을 헹구고 나온 술병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면서 술이 주입되고 뚜껑이 닫히고 살균이 된다. 보이는 것은 온통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가는 소주병들뿐이어서, 좀 단조롭게 느껴졌다. 공장 시설이 자동화되고 거대해지다 보니 ‘보는 맛’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기술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이라지 않은가. 물론 희석식 소주의 생산량도, 소비량도 세계 최강이다.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많이 수출되는 한국술은 단연 소주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소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주(國酒)로 자리잡은 것이다.

    현재 무학의 시장점유율은 전국적으로는 8%, 대선주조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부산에서는 5%에 불과하지만, 경남에선 9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소주를 만드는 공정을 살펴보자.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은 주정공장에서 만든다. 소주공장과 주정공장은 거의 붙어 있지만 법상 별개의 회사인 경우가 많다. 무학도 무학소주는 형이, 무학주정은 동생이 운영하는 형제 회사다. 국세청이 세금 관리의 편의를 위해 두 회사를 분리하도록 한 것이다.

    주정회사는 95% 에틸알코올 상태로 정제시킨 주정을 소주공장으로 보낸다. 주정의 원료는 타피오카, 고구마, 옥수수, 보리 따위로 전분이 들어 있는 모든 곡물. 요즈음은 외국에서 생산된 거친 주정을 수입해 주정회사에서 정제하는 경우가 많다.

    무학소주를 브랜딩하는 김영남씨는 “우리나라 주정회사의 기술수준은 세계적이다. 정제된 주정은 알코올 시약보다도 더 순수하다. 숙취 요소인 퓨젤유나 아세트알데히드가 ppm 단위에서도 검출되지 않는다. 분석 장비로도 안 잡힐 만큼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한다.

    저도주(低度酒) 바람 일으킨 무학

    소주공장은 그 주정에 물을 섞어 알코올 35% 정도로 희석한다. 이때 팔용산 지하에서 뽑아올린 물을 역삼투압 방식으로 여과시킨 물을 사용한다. 소주는 발효주와 달리 미네랄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순수하게 걸러진 물을 쓴다. 35%로 희석한 주정을 활성탄과 맥반석과 규조토로 1차 여과한다. 그리고 알코올 21%로 맞춘 다음 설탕보다 100배나 단 스테비오사이드와 상쾌하고 청량감이 있는 구연산을 넣어 맛을 안정시킨다. 단맛을 강화하고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소금을 조금 넣는다. 여기에 숙취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과 아르기닌을 추가한다.

    무엇으로 여과하느냐, 감미료는 무엇을 쓰고 얼마나 넣느냐가 소주회사의 노하우다. 이 과정에서 품질이 결정난다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다. 그런 까닭에 10개 소주회사에서 내놓는 소주의 맛은 엇비슷하다. 특정 회사의 소주를 두고, “그래 이 맛이야, 소주는 이래야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상표를 떼고 나서 다른 소주들과 섞어놓으면 그 맛을 가늠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소주를 만드는 연구자들조차 그 맛을 구분해내기 어렵다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래서 소주는 95%가 동일하고 5%만 차이난다는 것 아니겠는가.

    ‘감미료의 차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는 희석식 소주 맛의 차이는 그 정도뿐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맛에 따라 소주를 선택하지 못하고 애향심이나 익숙해진 습관에 따라 술을 찾는다.

    소주에는 향이 별로 없다. 주정의 강렬한 알코올 향은 최소한으로 제거된 상태다. 맛은 알코올 21%로 내려오면서 한층 더 달달해졌고 혀를 감전시키는 자극성도 많이 줄어들었다. 중년층은 소주가 이래서 쓰냐고 말하지만, 저도주를 선호하는 젊은층의 기호에 맞추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소주에 저도주 바람을 처음 일으킨 회사가 바로 무학소주다. 무학이 1995년에 알코올 23%의 순한 소주를 출시한 뒤로 대선주조가 그 뒤를 이으면서 경상남도 지역의 주류시장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이를 금복주가 받고, 진로가 뒤따르면서 전국적인 저도주 현상을 이끌어냈다.

    세계시장 공동대응 전략 필요

    소주는 두 차례 여과된 뒤에 저장탱크에서 72시간 머문다. 짧은 시간이지만 알코올과 물이 부드럽게 결합하는 숙성 기간이다. 이때 술의 맛도 훨씬 안정된다. 좀더 오랜 시간 숙성시키면 소주의 품질이 더 좋아지겠지만 저장 용기의 한계 때문에 병입(甁入)단계로 넘어간다. 병에 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필터 여과를 거친다. 그렇게 해서 맑은 소주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소주가 경쟁력 있는 것은 값싸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증류주 중에 이만큼 저렴한 술은 없다. 저렴한 재료를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량 생산하다 보니 더욱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희석식 소주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게 한국의 소주다. 진로가 일본시장 1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두산 경월소주가 바짝 쫓고 있다. 무학도 지난해 일본에 100억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올해는 200억달러가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의 4대 유통회사와 수출계약을 맺어서 전년대비 두 배 이상의 신장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주시장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진로의 매각이 완료되면 한 차례 격변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에 문제가 있던 부산의 대선주조도 롯데계열사로 들어갔고 대전의 선양도 새로운 주인을 찾았으니, 저마다 전열을 정비해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하지만 제한된 시장을 두고 홍보전에 판촉전으로 이어지는 과당경쟁은 서로간에 제살 깎아먹기다. 주류시장은 소주만의 경쟁을 그냥 봐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도주 시장을 형성한 와인과 맥주시장의 확장이 더 큰 위협 요소다. 한편으로 고급화된 술시장은 위스키가 장악하고 있다. 이제 값싸고 익숙하다는 것만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여기서 출혈 경쟁을 한다면 소주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품질의 개발과 세계시장을 향한 공동대응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소주는 세계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한국 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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