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호

국내 최대 전자사전 메이커 에이원프로

日 샤프 이어 점유율 2위, “그러나 올해는 바뀐다”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5-06-28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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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중 도서 10만권 저장 전자사전 시스템 구축
    • 두산동아, 민중서림 2大 사전업체와 독점계약
    • 베트남, 미국, 일본 시장 진출 초읽기
    국내 최대 전자사전 메이커 에이원프로

    김남중 에이원프로 사장은 다양한 제품과 기술력, 편리한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 시장 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2005년초 전자책(e-book) 바람이 한창일 때만 해도 모든 책이 디지털 단말기를 통해 보급되리라는 예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전자책 바람은 한두 해 반짝하다 사라졌고, 종이책은 건재를 과시했다. 사실 전자책이 예상만큼 본격화하지 못한 원인은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은 데 있다. 이 분야에 의욕적으로 투자했던 기업이 하나 둘 손들고 나가자 언제부터인지 개발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 매출 500억원 목표

    그러나 소리 없이 전자책 시대를 열어가는 곳이 있다. 전자사전 업계다. 중·고등학생의 조기유학, 대학생의 해외 어학연수, 기업의 세계 진출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대외 교류가 확대되면서 전자사전은 필수품이 됐다. 포켓용 디지털 단말기 하나만 갖고 있으면 영어, 중국어, 일어, 한자의 웬만한 단어를 검색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엔 회화나 작문 연습도 할 수 있고, 어학 관련 도서 수십권을 내장할 수도 있다. 어학분야의 개인교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이뿐인가. 라디오와 MP3, 카메라 기능이 들어있어 오락적인 요소까지 갖춘 것이 요즘 전자사전이다.

    에이원프로는 전자사전의 이 같은 ‘진화’를 선도하는 회사다. 1993년 창업한 이래 일본 업체가 쌓아놓은 두터운 진입장벽을 뚫고 현재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일본의 샤프전자가 90% 이상 장악하던 시장에서 중소업체가 기술력과 충실한 애프터서비스로 25%의 시장을 차지한 것이다.



    김남중 에이원프로 사장은 올해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한다. 그는 “올해 1000억원대 전자시장에서 5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며 “벌써 1/4분기에 127억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비 100%의 고성장이 가능할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김 사장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어 보인다. 올 들어 3개월 만에 12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1년에 508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초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매출이 늘어 지난 3개월 실적이 좋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여름방학 기간인 8월만 빼면 매출 규모는 매월 비슷하다는 것.

    국내 최대 전자사전 메이커 에이원프로

    에이원프로가 두산동아와 함께 만든 전자사전. 디자인적 요소를 강화한 제품이다.

    그가 100% 성장을 장담하는 또 다른 근거는 최근 ‘프라임 영어사전’으로 유명한 두산동아와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은 데 있다. 지난해까지 샤프전자와 독점계약을 맺었던 두산동아는 올해 거래선을 국내업체인 에이원프로로 바꾸었다. 이렇게 되면서 에이원프로는 국내 3대 사전업체 중 두산동아와 민중서림 두 곳과 독점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사전시장의 70%를 차지한 두 기업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두산동아와 함께 만든 첫 작품이 지난 5월 내놓은 ‘프라임 에이원프로’다. 이 제품에는 두산동아가 자랑하는 19종의 풍부한 프라임 사전 콘텐츠가 수록돼 있다. 여기에다 5인치 대형 LCD 화면을 장착해 가독성을 높였다. MP3 플레이어, FM 라디오, 보이스리코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도 추가했다. 또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해 필기체 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확장 슬롯을 이용하면 메모리 용량을 최대 1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MP3 플레이어나 라디오를 켜놓은 상태에서 사전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걸어다니는 내비게이션’

    MP3와 휴대전화가 생존경쟁을 벌이듯, 전자사전 업계에도 그 못지않게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동종업체간 경쟁은 오히려 신경이 덜 쓰이는 싸움이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 전혀 다른 시장이던 디지털 기기들이 영역을 허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MP3업계의 강자 아이리버의 ‘레인콤’은 지난해 초 ‘아이리버 딕풀’이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MP3에 전자사전 기능을 더 넣은 제품이다. 지난해 1만5000개가 판매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레인콤은 이미 MP3 업계에서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전자업체다. 1000억원대의 전자사전 시장에 레인콤이 뛰어든 것은 에이원프로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이뿐인가. 전자사전 시장이 더욱 커지면 대기업도 뛰어들 게 분명하다. MP3 시장만 봐도 그렇다. 아이리버가 짭짤하게 돈을 벌어들이자 대기업 삼성전자가 끼어들면서 제품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다. 기술전쟁은 물론 자금전쟁까지 벌여야 하는 중소기업으로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사장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우선 더 싸고, 더 편리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진할 생각이다. 그는 초등학생에게도 필수품으로 등장한 전자사전이 고가 제품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전 검색 기능을 중점적으로 보강하고, 나머지 기능은 줄여 값싼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MP3의 공격에는 큼직한 스크린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5인치 크기에 컬러 모니터와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해 손쉽게 단어를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하고 키보드의 면적을 넓히기 위해 숫자 입력키를 없앨 예정이다. 대신 그 기능은 글자 키에서 사용하도록 한다. 확보된 공간에는 조그셔틀 키의 크기를 키워, 단어를 검색하는 데 편리하도록 개발한다. 조그셔틀 키는 위치를 추적하고 길을 찾는 기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말하자면 전자사전에 걸어다니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는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 3권 수록

    국내 최대 전자사전 메이커 에이원프로
    김 사장이 밝힌 회사의 미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전자책이 실현하지 못한 세상을 앞당기는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다. 현재 에이원프로가 판매하는 전자사전에는 어학 관련 서적 100권 분량을 담을 수 있다. 여기에 메모리 카드만 갈아 끼우면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은 책이 전자사전에 수록된다. 에이원프로는 올해 11월까지 홈페이지에 10만권의 책 내용을 올려놓고 전자사전 이용자가 손쉽게 내려받게 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엔 무선 인터넷 기능을 첨가해, PC에 연결하지 않아도 보고 싶은 책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거대한 개인용 도서관이 소비자의 주머니 안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해외진출 역시 역점을 두고 진행할 사업이다. 베트남의 최대 국영출판사와 독점계약을 맺은 에이원프로는 내년 5월, 베트남에서 전자사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인구 8500만명의 베트남엔 아직 이렇다 할 전자사전 업체가 없다. 대만과 홍콩계 기업이 진출했지만, 초기단계여서 시장 개척의 여지가 크다.

    미국도 큰 시장이다. 타깃은 영어 실력이 부족한 히스패닉 이민자들. 3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전자사전 업계가 군침을 흘리는 대상이다. 에이원프로는 내년 하반기 이들에게 판매할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즈음 일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2007년엔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김 사장의 미래 파일에는 국어 사랑에 대한 프로젝트가 들어 있다. 한국인의 외국어 배우기 열풍으로 정작 국어사전은 개정판을 못 낼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 점을 안타깝게 여기는 김 사장은 국내 최대 국어사전인 두산동아 ‘표준국어대사전’ 3권을 전자사전에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국어사전보다 수록 어휘가 5배나 많아 작업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전자사전에 한 번 담아놓으면 그때부터 최신 어휘나 단어를 수록하는 것이 쉬워진다. 종이서적은 개정판을 내야 하지만 전자사전은 새 단어를 첨가하기만 하면 된다.

    일본 업체의 전자사전이 국내에서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일본 회사에 ‘국어 사랑’까지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에이원프로의 작업은 의미가 작지 않다. 국내업체가 전자사전 시장에서 1위에 오르기를 기대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배경엔 이런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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