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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마지막회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비린내 싹 가신 뽀얀 속살에 점잖은 양반 나리도 군침 ‘꿀꺽’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사진 양영훈 기자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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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까지 나르는 데만 이틀

안동 초입의 채거리장은 한때 영남 북부지방에서 가장 큰 어물전이 들어섰던 장터다. 당시 장터 주변에는 마방(馬房)만도 대여섯 개에 이르러 장터를 드나드는 우마차의 채찍질소리가 그치질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채거리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임동댐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수몰지역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영덕 강구항에서 임동 채거리장까지 고등어를 운반하는 데에 이틀이나 걸리다보니, 고등어를 상하지 않게 하려면 소금간이 필수적이었다. 소금간을 하는 방법에는 대체로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고등어를 잡자마자 즉석에서 배를 따고 간하는 방법, 포구에 도착해서 간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내륙의 소비지로 운반해서 간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전통적으로 안동 간고등어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을 모두 사용해왔다. 열다섯 살 때부터 ‘간잽이(간을 맞추는 사람)’를 해왔다는 이동삼(65)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래 고등어는 상하기 직전에 고기 맛을 가장 좋게 하는 효소가 나옵니다. 영덕이나 울진에서 소금을 한번 친 고등어를 안동 채거리장까지 갖고 오는 데에 하루가 넘게 걸리니까, 그 무렵이면 고등어가 막 상하기 직전의 상태가 되지요. 그때 소금으로 한번 더 간을 맞추면 가장 맛있는 간고등어가 됩니다.”

“상하기 직전 소금간해야”



‘염장 지르기’로 옛맛 되살린 안동 간고등어

해동, 할복, 세척, 염장, 숙성의 단계를 거친 간고등어를 저울에 달아 크기별로 나누고 있다. 이렇게 가공된 간고등어는 비닐팩으로 진공포장되어 해외로도 수출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안동 간고등어는 안동의 지리적 여건이 탄생시킨 특산품인 셈이다. 하지만 그 시절의 안동 간고등어는 보통 짠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안동 사람들은 짜디짠 간고등어를 반의 반 토막으로 썰어 밥상에 놓고 온 식구가 한 끼니의 밑반찬으로 먹었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전라도 밥상에 빠지지 않는 젓갈과 같은 구실을 안동지방에서는 간고등어가 대신해온 셈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간고등어를 즐겨 먹던 안동 토박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밥상에 간고등어가 없으면 반찬투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안동 사람들이 간고등어를 유난히 즐겨 먹지만, 간고등어가 안동지역만의 특산품은 아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안동 간고등어가 자반고등어의 대명사가 된 것은 (주)안동간고등어 류영동(46) 대표의 공이 크다.

“제가 해물을 아주 좋아해서 오래 전부터 생선장사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참에 몇몇 지인과 술자리를 같이했는데 누군가가 ‘간고디이(간고등어)가 안동의 명품이 될 수 있을 낀데’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릎을 탁 쳤습니다.”

마침 당시 한 지역신문에 안동 간고등어를 주제로 한 캠페인성 광고가 몇 차례 나간 적이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 지방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광고였는데 이 광고에 바로 안동 간고등어를 한 손에 든 할머니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 광고가 나가자마자 신문사에 ‘안동 간고등어를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답니다. 그래서 ‘바로 이거다, 내가 한번 해보자’고 뛰어들었죠. 안동사람들이 선호하는 간고등어를 위생적으로 가공하고 포장해서 마케팅만 잘하면 히트상품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는 곧바로 시장조사에 나섰다. 최대 소비지인 서울, 우리나라 연근해산 고등어의 집산지인 부산공동어시장 등지를 직접 돌아다녔다. 시장 규모와 소비자의 기호를 조사하고, 고등어의 가격과 출하량을 파악했다. 당시 그가 조사한 바로는 고등어의 시장 규모가 한해 4000억여 원쯤 되었다. 그중 안동 간고등어가 10%만 차지해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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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사진 양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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