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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검사의 사명은 ‘악의 징벌’… 교과서대로 살고 싶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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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나쁜 사람을 처벌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강력 업무의 매력도 업무 성격상 우리 사회 구성원이 모두 손가락질하는 ‘진짜 나쁜 사람’을 잡아들인다는 데 있지요. 형사부 검사로 근무할 때 가장 힘이 빠지는 경우가 피해자도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일 때였거든요. 사기 고소 업무가 많은 형사부 업무를 하다 보면, 피의자와 고소인 중 누가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인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의미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하게 구별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부 일은 보람이 더 큽니다.”

그는 검사의 사명이 ‘악의 징벌’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선악의 구별에 더욱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강력부 검사의 범죄 소탕기를 다룬 영화 ‘공공의 적 2’를 떠올린다. 영화에서 절대악에 맞서 싸우는 강철중(설경구 분) 강력부 검사의 활약을 보며, ‘이 세상에 착한 사람과 나쁜 놈의 구별이 저리도 분명하면 기사 쓰기 참 편하겠다’고 중얼거린 적이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시대, 선과 악,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혼란스러운가.

그가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사법연수원에서 검찰 시보 생활을 할 때다. ‘검사는 와일드한 성격에 형사처럼 총 들고 뛰어다니며 범인을 검거하러 다니는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2001년 5~6월 서울 남부지검으로 매일 출근했습니다. 특히 피의자와 벌이는 진실게임은 묘한 흥분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피의자를 심문하다 보니 거짓말하는 것이 훤히 보이더군요.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것이 마치 하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듯 즐거웠습니다.”



마약사범 킬러

이쯤에서 그가 수사한 사건들을 살펴보자. 그는 7월초 중국산 필로폰 1.27㎏을 들여온 3명의 밀수범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수사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필로폰만 먼저 압수했고, 정작 필로폰 소유자인 밀수사범은 검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약수사관 3명이 부산에서 밤낮으로 잠복근무한 끝에 범인들의 소재를 파악, 검거에 성공하기까지엔 김 검사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사흘 내내 검찰청에서 밤늦게까지 대기하면서 잠복근무 상황을 점검했고, 범인 신병 추적을 위한 단서 찾기에 골몰했다. 그의 부르튼 입술은 마약 밀수범을 검거하기 위해 며칠 밤을 지새우며 생긴 영광의 상처다.

첩보에 의존하는 마약 밀수범 수사는 열에 아홉은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이 강력통 검사들의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5개월 안에 두 차례에 걸쳐 6명의 마약 밀수범을 검거한 그의 실적은 두드러진다.

범인 검거율이 높은 비결을 묻자 그는 “운이 좋았다. 다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될 것이다’고 생각하면서 수사팀이 포기하지 않고 호흡을 맞춰 최선을 다한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 3월과 4월엔 주말마다 예외없이 수배 중인 마약사범이 검거되거나 필로폰 관련 첩보가 접수돼 조사를 벌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에 퇴근하면서 수사관들에게 “내일 봅시다” 하고 인사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피의자와 벌이는 심리전

그의 논리력과 끈질긴 설득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지난 봄을 뜨겁게 달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취업비리 수사 때였다. 울산지검 소속 검사 4명이 한팀을 이뤄 벌인 이 수사에서 20명의 노조간부가 사법처리되고 8명이 구속됐다. 김 검사는 이중 2명을 구속시켰다.

신고와 제보가 없어 전적으로 계좌추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이 수사에서 김 검사는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취업비리 개연성이 높은 한 노조 간부에게 3000만원의 돈을 보낸, 현대자동차 신입사원의 부모를 만나 중요한 진술을 확보한 것.

처음엔 “차용 관계에서 빌린 돈을 갚았을 뿐이다. 추천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던 신입사원의 부모는 4시간에 걸친 김 검사의 설득으로 마침내 입을 열었다. 브로커를 통해 알게 된 노조 간부에게 취업을 알선해준 대가로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 “지금 회사를 다니는 자녀에게는 어떤 피해도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진실한 태도가 부모의 마음을 움직였다. 난항을 거듭하던 수사는 이후 급물살을 탔다. 한 명의 혐의를 포착하자 다른 관련자들의 혐의도 줄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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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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