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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검사의 사명은 ‘악의 징벌’… 교과서대로 살고 싶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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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족집게’ 20대 특수부 여검사 김희경

김희경 검사는 “법적 절차대로만 수사하면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릴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울산지검 특수부 한찬식 부장검사는 “김 검사가 특별한 제보나 수사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끈기 있는 설득으로 사건 당사자의 진술을 받아내 현대차 노조 취업비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며 몸을 사리지 않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김 검사의 적극적인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김 검사가 분신처럼 여기는 사건 중에는 형사부에 근무할 때 기소했던 아동 성폭력 사건도 여럿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함으로써 범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아동 성폭력 수사는 인내와 공부가 필요하다.

“2003년 수원지검 형사부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을 전담했습니다. 그해 가을 6세, 4세인 어린 아들과 딸을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아버지를 기소했습니다. 고소를 당한 아버지는 ‘이혼한 부인이 아들, 딸을 회유해 거짓 진술을 시켰다’고 주장했죠. 애초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고추 장난을 했다’고 진술한 아들은 아버지와 며칠을 함께 지낸 후 ‘이모(어머니의 동성애인)가 자신을 성추행했다, 이모가 거짓말을 시켰다’고 말을 바꿨어요.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피의자는 치밀하고 냉정한 성격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청산유수처럼 변명을 늘어놓더군요. 그러나 물고 물리는 추궁과 심리전 가운데 제가 던진 한 가지 질문이 갑자기 피의자의 태도를 바꿔놓았습니다. 냉정을 잃고 말을 머뭇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사실 최초에 이뤄진 진술 녹화에서 아이들은 ‘고추 장난이 뭐냐’는 질문에 극도의 두려움을 보였습니다. 그의 딸은 ‘그거 비밀인데’ 하고 입을 닫았고, 아들은 ‘쉿! 그거 아버지가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된댔어’ 하고 시선을 돌렸지요. ‘아이들의 반사적 행동이야말로 당신이 몇 년간 아이들을 입막음해온 증거가 아니냐’는 질문에 피의자는 말문이 막혀 식은땀만 흘렸습니다. 그때 ‘이 사람은 범인이 확실해’ 하고 감을 잡았죠.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 사건은 대법원에 가 있어요. 누가 뭐래도 저는 피의자의 혐의를 확신합니다.”

김 검사는 피의자를 압도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가기 직전 수사기록을 3~4번씩 검토한다. 피의자의 변명과 거짓말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강성 여검사’ ‘포커페이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언성을 높여 “당신 이거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며 속사포같이 추궁하던 그도 일단 피의자가 조서에 지장을 찍고 검사실을 나설 땐 한층 부드러워진다. “요즘 벌이가 쉽지 않죠? 조사받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부드러운 여검사에게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할 피의자가 있을까.

제주도 모범생 소녀의 꿈

김희경 검사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도 제주도 토박이다. 학창시절 모범생이던 그는 부모와 선생님께 반항해본 기억이 없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반장 같은 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교실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다.

그는 신성여고에 진학하며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조기유학’을 떠난다. 제주도 사람들에게 한라산을 넘는다는 건 곧 문화공간의 변화를 의미한다. 신성여고는 제주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가톨릭계 학교다. 좋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난 것이다.

하숙집 생활은 외로웠다. 일요일마다 서귀포 집에 다녀왔다. 일요일 오후 3시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가는 시외버스에 오를 때마다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토록 눈물 많던 그가 거칠디 거친 직장에선 단 한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별수없는 여자군”이란 말은 결코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은 학교 건물 옥상에 올라 상공을 가르는 비행기를 바라봤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섬 사람들은 누구나 열린 공간을 동경해요. 저도 언젠간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국제 비즈니스 전문가나 국제변호사 같은 직업을 막연히 동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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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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