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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한승주 전 주미 대사의 북핵·6자회담 진단

“북·미 갈등만 무마하려는 건 핵심 비켜가는 편의주의”

  • 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songmh@dong.com / 사진·김형우기자 동아일보사진 DB파트

한승주 전 주미 대사의 북핵·6자회담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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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모종의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다른 한편 북한 입장에서도 원칙적인 합의라는 것은 어느 단계에선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제 생각으로는 몇 주 후에 회의가 다시 열리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핵 폐기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쉽게 합의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리라는 겁니다. 어렵게 협상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더 큰 대가를 얻겠다는 계산이 있었겠지요. 물론 북한과 미국이 서로 비난하지 않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는 것이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4차 회담은 성과 없는 회의는 아니었다, 일단 문제해결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힐 수석대표의 역량

-하지만 이번에 북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에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앞으로 갈 길은 훨씬 먼 것이 사실입니다. 일례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구체적인 순서에 있어 북한과 미국은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체제보장을 해준 다음에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난 다음에 관계정상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협상을 통해 이런 절차에 대해 합의해 나가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지요.



“북한 처지에서는 그동안 6자회담에 나오는 것 자체가 큰 지렛대였다는 점에서 4차 회담에 응함으로써 그것을 절반쯤 사용한 셈이지요. 이번에 원칙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다음 번에는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놨고, 또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활용할 지렛대를 많이 남겨놨다고 할 수 있어요. 예컨대 북한은 이번에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외에도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한반도 비핵지대화, 미국의 핵무기 제거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전에 없던 조건을 새롭게 제시해서 향후 협상에서 교환할 카드로 만들어놓은 것이라 앞으로 그 과정이 길고 멀고 또 비쌀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겠지요.”

-4차 6자회담에 대해 최근 미국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더군요. 회담이 속개된 후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도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대화가 계속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는 말씀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회담에 대해 긍정 혹은 부정 쪽으로 치우쳐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회담은 모두 허사다, 이렇게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고, 그런 식의 비관론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한편 국내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이제 핵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미국만 융통성을 발휘하면 핵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식의 평가는 너무 안이한 인식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봅니다.”

-이번 회담이 이전 세 차례 회담과 다른 양상을 보인 배경으로 북한측 요인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씀하셨습니다만, 미국측 요인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집권 2기로 접어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젠 뭔가 결실을 봐야 할 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외교 장악력과 함께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의 협상력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있는 듯합니다. 주미 대사를 지낸 입장에서 이번에 미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한 배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시 행정부 1기 때에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면이 있었고, 또 북한에 대한 불신도 매우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른바 네오콘적인 생각이 강했지요. 그러던 것이 1차 6자회담 이후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 대화파쪽, 그러니까 콜린 파월 등 국무부의 의견으로 기울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딕 체니 부통령으로 대표되는 강경파의 영향력은 여전히 컸어요. 비유하자면 운전은 부시 대통령 혹은 국무부가 하는데 신호등이나 속도 조절은 강경파가 하는 식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집권 2기에 들어와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거기에 힐 대표가 등장했지요. 힐 대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힐은 미국 정부 안에서 강경파나 대화파와 두루 통할 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주한 대사로 부임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국무부 차관보로 자리를 옮긴 후 6자회담 수석대표가 됐으니,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에 그런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셈이지요.

“또한 힐 대표는 자기가 미국 정부에서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과 대화할 때에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북한에 대해 쓴소리,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북한이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만드는 재치도 갖고 있어요. 힐 대표의 이런 장점이 4차 회담의 연장선상에서는 무언가 작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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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논설위원 songmh@dong.com / 사진·김형우기자 동아일보사진 DB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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