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법률지식·권리분석·현장답사 3박자 갖춰야 성공 직행

  • 김길태 지엔비그룹 회장 reitsarena@naver.com

    입력2005-09-07 09: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번쯤신문에서 ‘법원 경매 부동산의 입찰 매각공고 안내’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문에 게재된 부동산은 7~14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매각공고는 대부분 신건 경매(처음 경매되는 부동산)와 재경매(낙찰됐지만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재입찰된 것) 그리고 구건 경매(유찰된 부동산, 1회 유찰될 때마다 20~30%씩 낮아진 가격으로 다시 입찰에 부쳐지는 것)로 나뉜다. 어느 누구에겐가 낙찰될 때까지 경매는 계속된다.

    호가제 시절, 경매는 ‘어깨들’의 전유물

    경매는 빚을 갚지 않아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통 민사소송을 낸다. 소송을 제기하는 데 필요한 서류는 차용증, 현금보관증, 지불각서, 송금영수증 등 금전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증서다. 이것만으로도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을 강제집행하려면 승소한 판결정본과 판결확정증명원 그리고 송달증명원을 첨부해야 한다. 민사소송의 번거로움 없이 집행하려면 공정증서(공증법률사무소를 방문하여 작성)를 받아두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하면 된다. 여기에서 판결정본이나 공정증서로 강제집행하는 것을 부동산 강제경매라고 말한다. 저당권 설정으로 강제집행하는 것은 담보권 실행에 의한 임의경매라고 한다.

    과거 부동산 경매는 매수 희망자끼리 마주 서서 가격경쟁을 벌이는 구두 호가(呼價)방식으로 진행됐다. 호가제는 1993년 5월까지 시행된 법원 부동산 경매 방식이다. 호가제 시절, 좋은 물건은 인상을 쓰는 ‘어깨들(조직폭력배)’의 전유물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경매에 참여하기를 꺼렸다.

    법원에서 진행하는 동산 경매와 법원 집행관이 직접 주도하는 골프회원권 경매는 아직도 호가제로 시행된다. 비리 발생 소지가 많다. 미술품 경매도 호가제를 선호한다. 부동산 경매는 서면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용지를 받아 칸막이가 있는 기록대에 들어가 가격을 적어넣으면 된다. 입찰 마감 후 입찰서를 개봉하여 최고가 매수금액을 제시한 자에게 낙찰된다.



    법원 경매방식이 호가제에서 서면입찰로 바뀌면서 일반인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경매가 공정해진 덕분이다. 그러나 ‘어깨’가 사라진 자리에 악덕 경매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다. 이들은 법률을 악용해 경매를 지연시키기도 하고, 특정인에게 낙찰되도록 교묘한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악덕 경매 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법원은 민사소송법에서 민사집행에 관한 부분을 분리하여 시행했다. 채무자가 함부로 이의신청하는 것을 막고, 지루한 명도소송을 폐지했다. 낙찰자에게 유리하도록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남의 불행을 최소화하는 길

    부동산 경매는 국세청이 세금을 내지 못한 사람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재산공매’와 금융기관에서 채권회수를 위해 유입한 ‘비업무용 부동산 공매처분’ 그리고 법원에서 시행하는 ‘부동산경매’의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압류재산 공매와 비업무용 공매는 자산관리공사에서 진행하지만, 부동산 및 동산 경매는 법원에서 진행한다. 따라서 법원 경매 부동산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채권자)이 법원에 강제매각 의뢰를 하면(신청 접수) 경매법원이 여러 사람에게서 매수신청(응찰)을 받아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사겠다는 최고가 매수 희망자에게 물건(채무자 소유 부동산)을 낙찰시킨다.

    경매사업을 하다보면 경매가 파산에 몰린 채무자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 않다. 입찰자는 채무자(또는 담보제공자)와 연관이 없으며 또 채무자가 입찰자의 거래 상대방도 아니다. 입찰자는 법원이 제시한 부동산을 사는 것뿐이다. 따라서 경매신청의 기입등기가 완료되는 시점부터 채무자의 재산은 이미 자기 것이 아니다.

    채권자가 담보로 잡아둔 부동산을 처분할 때, 그 부동산에는 여러 법적권리가 얽혀 있다. 얽힌 부분을 공정하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법원의 구실이 중요하다. 만일 개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법질서는 혼란스러워진다. 경매 제도는 이렇듯 불가피한 제도다. 채권자나 임차인을 위해서도 경매의 이미지는 좋아져야 한다. 경매가 이기적인 행위라고 하면 응찰자가 줄어들어 낙찰가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채권자나 임차인에게 돌아갈 변제의 몫은 줄어들고, 후순위 권리자나 경매부동산 소유자 역시 조금도 배당받지 못한다.

    경매 입찰은 공익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 적정한 현금화를 도와줌으로써 피해를 줄여준다.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불행을 최소화하는 길은 더 많은 사람이 경매에 참여해 경매부동산이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매는 쉽지만 경매 전문가가 되기는 쉽지 않다. 법원 경매든 자산관리공사 공매든 경매는 간단하며 배우기도 쉽다. 고학력자나 전문적인 율사가 경매에 관여하는 일이 거의 드문 것은 경매가 너무 쉬운 일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정작 경매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전문가가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매에 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는 투자대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는 증권시장이나 부동산시장과 달리 경기를 덜 탄다. 오히려 경기가 어려울 때가 기회다. 법원경매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것도 1997년 12월3일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도를 내는 기업체가 줄을 잇자 각 지방법원 경매계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경매신청이 쇄도했다. 물건은 평소보다 30~40% 늘어난 반면, 응찰자는 줄어 그만큼 유찰횟수가 늘자 입찰가격이 하락했다.

    내 눈에 좋으면 남의 눈에도 좋다

    또 다른 장점은 시가보다 30~40% 싸게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 경매 부동산은 현 시가를 반영하는 감정평가액을 최초 입찰가격으로 해 경매를 시작한다. 감정평가액은 권리금이 없고 부동산 투기 붐으로 형성된 거품이 배제된 가격이기 때문에 부동산 과열 현상에 따른 투자손실이 없다.

    법원경매는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입찰가격을 20~30%씩 떨어뜨려 입찰 희망자를 유인한다. 보통 3~4회 유찰 되면 가격은 시세의 반값으로 떨어진다. 최저 입찰가가 1억원일 때 유찰됐다면 다음 경매의 최저 입찰가가 8000만원이 되고, 또다시 유찰되면 6400만원 그 다음에는 5120만원이 된다.

    경매에 나온 부동산을 철저하게 조사하면 싸고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모델하우스를 보고 다닐 정도의 성의만 있으면 된다.

    무엇을 조사해야 할까. 우선 해당 부동산에 대한 하자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자에는 선순위 세입자와 유치권 및 유익비(물건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비용) 청구권이 있는지, 말소되지 않은 선순위 가압류와 가등기·가처분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 다음에 현장을 답사해 주변 환경, 교육여건과 건물이 낡은 정도, 리모델링 비용 등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경매부동산 물건은 하자 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기 때문에 권리분석만 정확히 하면 손해 보는 경우가 없다. 일부 경매 전문가는 초보자에게 세입자가 많거나 선순위 세입자 또는 복잡한 권리가 있으면 경매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됐다. 내 눈으로 보아도 위치가 좋고 교통이 편리하며 건물이 깨끗한 데다 하자도 없다면 다른 사람도 같은 판단을 한다. 이러한 물건은 경쟁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최고가 입찰가격도 의외로 높아 매력이 별로 없다.



    반대로 건물이 조금 낡아 보이고 권리관계가 복잡하여 짜증이 나는 경매물건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남의 눈에도 좋지 않게 보이는 물건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건은 쉽게 경락(競落)되지 않아 수차례 유찰될 확률이 높다. 이런 물건을 차분하게 분석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비결이다.

    법원 감정평가금액 맹신은 금물

    경매 물건은 다달이 쉬지 않고 나온다. 싸고 좋은 물건이 계속 나오므로 조급해하거나, 서둘지 말아야 한다. 먼저 부담이 되지 않는 한도에서 경매 물건을 보아야 한다. 그 다음엔 지금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먼 훗날을 위한 투자인지, 노후대책으로 임대 수익을 올릴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결정되면, 종목을 선택한다. 아파트, 주택, 상가, 임야, 농지, 공장 중에 선택하고, 또 범위를 좁혀가면서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법원 경매 부동산은 토지거래허가 지역물건이라도 특별히 허가 받지 않아도 된다. 임야라도 임야매매증명을 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농지만은 예외다. 논이나 밭, 과수원은 농지취득자격 증명원이 발급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지금은 농지취득자격증명원 발급요건이 많이 완화돼 관할 사무소(읍·면·동사무소)에 영농계획서를 제출하면 농지 취득자격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사소한 실수로 입찰자격 취소

    법원 경매는 일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보다 좋은 점이 많지만 위험 부담률도 높다. 최소한의 법률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철저한 권리분석, 그리고 현장답사를 통해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차례 유찰돼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응찰하면 의외의 복병을 만날 수 있다. 낙찰받은 뒤 예상치 못한 부담금이 발생하면 입찰보증금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수해야 한다. 그때는 땅을 치고 통곡해도 별수없다.

    아파트는 토지등기부와 건물등기부등본이 함께 있지만(극히 예외적으로 토지에 대한 별도 등기가 있을 수 있다) 단독주택은 토지와 건물등본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외에 토지대장과 건물관리대장도 확인해야 할 서류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도 살펴보아 공법상의 제한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지적도상으로 도시계획선이 어떻게 되는지, 토지모양은 어떤지, 건축법상 건폐율과 용적률이 제대로 나오는지 살펴야 한다.

    관할 중개업소 4~5곳을 방문해 정확한 시세도 알아보아야 한다. 법원 감정가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 회사에서 산정한 최초 경매가격이다. 하지만 평가하고 첫 입찰까지 5개월 이상이 걸리며 평균 2회 이상 유찰되기 때문에 현재 시세와 가격차이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법원 경매감정평가금액을 맹신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감정가격보다 많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응찰가격을 결정해서도 안 된다.

    경매는 일반 매매와 달리 명도비용, 세입자 합의금 등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또 컨설팅 수수료(감정가 또는 낙찰가의 1~2%), 세금(낙찰가의 6.5% 정도) 등이 일반 매매에 비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전에 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보통 낙찰 뒤 1개월 내에 잔금 전액을 납부해야 하므로 부대비용을 감안해 입찰가를 결정하고 본인의 자금 사정 및 대출 가능 금액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입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입찰 서류가 미비됐거나 내용을 기재한 경우, 입찰보증금이 부족한 경우, 대리인 응찰시 본인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지 않은 경우에는 입찰자격이 취소된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대부분 이런 사소한 것이므로 당일 법정에서 집행관의 안내를 주의 깊게 듣고 응찰에 임해야 한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사례를 통해 경매 노하우를 터득해보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