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지방행정가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 오거돈

“이 시장님, 손 지사님, 지방에서 한 달만 살아보세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2005-09-28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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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증 말더듬 장애를 노래로 극복
    • 지방분권은 수도권에는 건강운동, 지방에는 영양제
    • 연정(聯政), 대통령의 진정성 받아들여야
    •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발언, 바람직하진 않지만…
    • 수요일에는 수산물을 먹자
    • 북한 원양어업 쿼터 공동사용 협의중
    지방행정가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 오거돈
    노래를 좋아하는 기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노래가 있어 행복하다.’ 인터뷰 질문자료를 준비하던 중 오거돈(吳巨敦·57)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장관의 홈페이지(www.okbusan.org)에 적혀 있는 이 ‘감동적인’ 문구를 보고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됐고, 그의 노래를 듣고 나서는 그를 존경(?)하게 됐다.

    홈페이지 ‘OK송’ 코너에는 그가 부른 노래 14곡이 수록돼 있다. 가곡 6편, 가요 5편, 외국 노래 3편이다. 거의 성악가 수준이다. 작은 몸집(정말 작다. 키가 160㎝가 안 되니)에서 어떻게 그토록 우렁차고 중후한 목소리가 나오는지 신기하고 부러울 따름이다. 그 중 특히 기자의 가슴을 뒤흔든 노래는 ‘그리운 마음’. 그의 목소리는 달밤 사막의 샘처럼 그윽하고 고요하면서도 바위처럼 단단했다.

    장관 인터뷰는 대체로 부처 업무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지방행정가 출신으로 부산시장 선거에도 나섰던 준(準)정치인이라는 오 장관의 이력을 감안해 그런 ‘격식’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오 장관도 동의했다. 해수부 장관 인터뷰 기사에서 해수부 얘기가 가장 뒤에 나온다고 불평하거나 못마땅해할 사람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자면 그렇다. 어쨌든 기자는 그가 할 말이 많다는 지역문제나 해수부 정책보다 그의 노래에 대한 얘기부터 듣고 싶었다. 그게 ‘노래가 있어 행복하다’는 사람에 대한 예우일지도 모르고.

    “목청과 음악성은 부모님한테 물려받았습니다. 공부 잘하는 것과 체력도. 제가 노래를 배울 때는 피아노도 없고 녹음기도 없었어요. 조그만 트랜지스터가 있었는데, ‘정오의…’라는 음악프로에 맞춰 노트를 준비해뒀다가 괜찮은 노래가 나오면 가사를 받아 적었습니다. 멜로디를 들으면서 1절 가사를 쓴 다음 2절부터는 따라 불렀어요. 이른바 청음 (聽音) 훈련인데 그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무렵 나온 노래는 거의 모르는 게 없을 정도였지요.”

    “한 곡 쫙 뽑으면 분위기 팍 살았죠”



    오 장관의 음악에 대한 ‘끼’는 성인이 된 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1993년 부산시 동구청장을 지낼 때 그는 ‘멜로 매니아’라는 성악모임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멜로디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초기 회원은 8명으로, 공직자인 오 장관을 비롯해 의사 교수 기업인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성악가에게 레슨을 받았다. 6개월 후부터는 부산문화회관을 빌려 연습장소로 삼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멜로 매니아’ 공연은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매년 한두 차례씩 공연을 하는 ‘멜로 매니아’는 현재 부산에서 제법 알려진 성악모임으로 회원이 3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오 장관은 어릴 때 말더듬이였다. 초등학교 시절엔 책을 읽지 못할 만큼 증세가 심했다. 말더듬이를 흉내내다가 그렇게 됐다는데, 그 시절엔 말 더듬는 아이가 한 반에 몇 명씩 있었다고 한다. 특이한 이름 때문에도 놀림을 받던 그는 5학년이 되자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겠다고 독하게 맘먹었다. 수업시간엔 꼭 손을 들어 질문과 대답을 자청했고, 노래가 발음교정에 좋다는 말에 합창반에도 들었다. 지금은 말더듬 증세를 거의 극복한 편인데, 아직 흔적이 남아 있다.

    -홈페이지에 수록된 노래 중 어느 곡을 가장 좋아합니까.

    “‘Non ti scordar di me.’ 이탈리아 칸초네인데 우리말로 ‘물망초’죠. 우리 가곡 중엔 ‘그리운 마음’이 좋고요.”

    -저도 ‘그리운 마음’이 좋던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노래 부를 때 경상도 억양 나타나는 것. ‘거센’을 ‘그센’으로, ‘떠나가는’을 ‘뜨나가는’으로, ‘지금은’을 ‘지검은’으로….

    오 장관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기자가 지적한 가사를 하나하나 읊조렸다.

    “경상도 사람은 어쩔 수 없어요. 다들 그런데 뭐.”

    -부인도 노래로 공략하셨나요. 여자들이 귀가 약하잖아요.

    “지금도 누가 우리 집사람한테 ‘저 남자가 뭐가 좋다고 결혼했냐’고 물으면 ‘노래 때문에 했다’고 해요.(웃음) 요즘은 노래방이 많아 노래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당시만 해도 노래 잘하면 인기가 대단했어요. 한강 인도교나 창경원 옆길, 덕수궁 뒷길이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는데, 그런 길을 걸으며 한 곡 쫙 뽑으면 분위기가 팍 살았어요.”

    오 장관은 부산 토박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대학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이듬해인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들어섰다. 첫 근무지는 부산시 산림청. 약 10년간 지방근무를 한 후 서울로 올라가 청와대, 내무부에서 근무했다. 1990년대 초반 다시 부산으로 내려온 뒤로는 부산에서만 근무했다.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을 거쳐 시장권한대행을 지냈다.

    서울에선 지방이 안 보인다

    -참여정부는 유난히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방행정가 출신으로서 그 문제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제가 할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부산시 부시장, 시장권한대행을 지낼 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지방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대학교수를 많이 만났는데, 다들 ‘서울에 가지 않고는 도무지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은 대기업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부산지사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본사 직원에게 밥 사고 술 사면서 사정사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교수들도 연구비 지원받으려면 서울에 올라가 교육부 등에 로비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부산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에서 인허가권과 예산을 움켜쥐고 있으니 서울에 가지 않고는 시 행정을 제대로 펼 수가 없어요. 이러니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죠. 부산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국가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지방 살리기’ 운동은 2003년 12월 국회에서 지방자치 3대 특별법(지방분권 특별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됨으로써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오 장관은 “부산이 타 지자체를 선도했는데, 당시 부산의 행정을 책임지던 시장권한대행으로서 그 일에 앞장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수도권 집중화가 가장 심한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정치, 정책, 금융, 교육 등 모든 부문이 서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역대 모든 정권이 중앙집중의 폐해를 인식하고 개선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그 문제를 푸는 데 지방의 참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수도권 사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왔거든요.

    서울에선 지방이 보이지 않아요. 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다행히 참여정부 들어서는 지방의 인재가 역대 어느 정부에서보다 중앙에 많이 진출해 지방 세력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방자치 3대 특별법이 통과된 것도 그런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죠. 비록 위헌논란이 따르긴 했지만, 참여정부가 공주·연기에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결정한 것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갖습니다.”

    “수도권은 비만, 지방은 영양실조”

    -반대여론도 만만찮지요. 특히 수도권 행정의 책임자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는 줄기차게 반대해왔는데요.

    “지역간 갈등은 망국적 요소입니다. 영호남 지역갈등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은 국가발전의 틀을 새로 짠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어요. 지금 수도권은 비만이고 지방은 영양실조입니다. 지방분권은, 수도권에는 건강을 위한 운동처방을 내리고 지방에는 기본 체력을 위한 영양제를 주는 것입니다. 지방에 살아본 사람만이 지방의 소외감을 알기 때문에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 문제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맡겨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처럼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에 소극적인 분들께 지방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보라, 거기서 한번 행정이나 사업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두 분의 언행을 보면 지방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주의 극복은 지역경제력 편차를 해소할 때 가능한 것인데, 두 분은 오히려 국가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확대재생산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어요. 가장 중대한 현안인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대권(大權)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만약 두 분이 더 큰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면 수도권의 양보만이 국민 모두 사는 길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지난해 5월 부산시장권한대행이던 오 장관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여야 양쪽에서 직간접으로 공천 제의를 받았지만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부산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여당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부산시민에게 ‘부산의 발전을 택하겠느냐, 한나라당의 발전을 택하겠느냐’고 물었는데, 많은 시민이 속마음과 다른 투표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민이 그 말에 동의할까요.

    “그럴 겁니다. 내가 할 얘기는 아니지만, 인물은 오거돈이 낫다고들 했으니까요.(웃음) 당시 언론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20% 이상 앞서 나갔는데, 투표일 일주일 전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이거야말로 잘못된 지역구도의 산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이 열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시작시각과 회담 시작시각이 오후 2시로 같았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과 연정(聯政) 정국으로 넘어갔다.

    오 장관은 노 대통령과 특별한 친분은 없다고 했다. 부산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였다는 것. 다만 시장권한대행을 지내면서 노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고, 그의 국정 철학에 공감하게 됐다고 한다.

    “연정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봐야”

    -부산 출신인 노 대통령이 부산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가 뭔가요.

    “잘못된 지역구도의 상징이죠. 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가 호남을 대변하는 민주당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거기에 부산지역 재야 출신 인사들의 그릇된 인식이 가세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재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재야입니다. 노 대통령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지요. 부산의 재야세력은 노 대통령이 3당합당 때 YS를 지지하지 않은 데다 나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쪽으로 돌아선 데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이나 선거구제 개편 제의는 민심과 동떨어져 보이고 여론의 호응도 없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식인들에게서도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념과 정책이 다른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고 선거구제를 개편하면 지역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오 장관은 한참 뜸을 들인 후 나지막이 말했다.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요. 저는 대통령의 제안이 지역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보면 국가지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실수한 예가 얼마나 많습니까.

    “대통령의 진정성을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옳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니 문제라는 거죠.

    “대통령 말씀은 무조건 따라오라는 게 아니라 공론화하자는 거죠. 국무위원으로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여야간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는 연정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남에서 여당 표를 얻으려는 정략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만약 내년에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부산시민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시렵니까. 대통령의 진정성을 받아들이자는 말만으로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영호남 싹쓸이 구도를 깨자는 게 선거구제 개편의 목적입니다. 연정 문제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형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지역구도라는 거죠. 실제로 민생경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해도 지역주의에 근거한 국회의 비생산적인 논의구조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자의 시각과 실제로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솔직하게 얘기한 겁니다. 선거구제 개편은 곧 비효율적인 정치구조를 바꾸자는 겁니다. 전략이나 술수가 아니라 가치와 철학이라고 봅니다.”

    “원래 인기가 없는데요, 뭐”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자신을 뽑아준 국민의 뜻에 아랑곳없이 대통령 자리를 내놓겠다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요.

    “화법의 문제지요. 말씀의 진정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부산의 자갈치시장 아주머니를 기억하시죠? 왜, 2002년 대선 때 TV에 나와 노무현 후보 찬조유세를 했던. 그 아주머니가 얼마 전 신문 인터뷰에서 “제발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소리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민생경제 좀 챙겨라” “선거 때 (노 대통령) 표를 호소했던 사람들에게 낯이 안 선다”는 얘기를 했더군요. 부산 민심의 단면이 아닐까요?

    “‘못해먹겠다’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표현이라고 봐야죠. 노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게 없다면 노 대통령이 아니죠.”

    -정치인 노무현과 국가지도자 노무현은 구분해야죠. 한두 번도 아니고 습관처럼 못해먹겠다고 하니…. 부산에서도 점점 더 인기가 없어질 것 같은데요.

    “원래 인기가 없는데요, 뭐. 대통령 말씀의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죠. 자갈치시장 아주머니의 얘기도 행간의 의미는 그게 아닌데 언론이 특정발언만 부각시킨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기자가 참여정부의 무능력과 노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를 지적하자 오 장관은 “참여정부가 권력 분산을 통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가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맞섰다. 어느 자리에서나 그렇지만 정치 얘기가 나오면 재미있다가도 피곤해진다.

    이쯤에서 접고 오늘의 ‘메인 이슈’인 해수부 얘기를 하자. 오 장관은 수요일인 이날 점심으로 수산물을 먹었다고 한다. ‘수요일에는 수산물을 먹자’는 캠페인대로 실천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해수부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 첫째,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 나아가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하는 부처. 둘째, 바다경제의 주무부처. 셋째, 해양시대를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부처. 그 중 셋째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10년 후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이 바로 해양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해양자원을 발굴하고 이용할 수 있는 MT (Marine Technology), 즉 해양과학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정책은 우리나라가 물류 측면에서 동북아의 균형자 노릇을 함으로써 한·중·일의 지나친 물류 경쟁과 항만에 대한 과잉투자를 막자는 뜻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오 장관은 최근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를 제안했다.

    남북한 공동어로 협의 중

    오 장관은 또 해양오염방지법의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수동적이고 사후적인 개념인 현재의 법안을 바꿔 하수원이나 해역에 방기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해양자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대비해 해양관광레포츠사업을 육성하고 크루즈 관광시설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북해운협력은 단순히 남북간 교류를 확대하는 민족적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해운협정으로 육로와 철도가 뚫린 데 이어 바닷길도 열리게 됐습니다. 한반도가 북쪽이 막힌 섬이었는데, 이제는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 구실을 하게 됐어요.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철도가 경의선에 연결돼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뻗어가는 겁니다. 한민족 제2의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남북수산회담의 의제로는 어떤 게 있나요.

    “조업 충돌이 잦은 서해안에서 평화를 유지하자는 뜻에서 공동어로(漁撈) 방안을 논의하고, 양식 기술과 원양어업 기술을 교류하는 것입니다. 또 북한이 가진 원양어업 쿼터를 남북이 함께 사용하는 문제도 협의하고 있어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있는 쿼터를 북한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서해상의 조업충돌 문제는 NLL(북방한계선) 갈등이 있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텐데요.

    “서해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그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남북한 수산회담이 열린 후 북측 조업구역으로 들어갔다가 나포됐던 우리 어선이 예전과 달리 즉시 귀환 조치된 것도 그런 평화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죠.”

    바다에서 어선과 조업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해경은 해수부 소속이다. 해경이 1차 단속기관이라면 해군은 2차 단속기관이다.

    지방행정가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 오거돈

    정치인의 꿈을 가진 오거돈 장관은 “세상을 편안하고 푸근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해경 경비정의 장비와 시설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잖아도 경비정을 보강하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정부 예산을 확보해 정식으로 사업을 벌이려면 시일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BTL(Build Transfer Lease·민간자본유치사업) 방식을 이용하고 있어요. 민간 투자자에게 선박을 만들게 해 해경이 우선 사용하고 나중에 정부가 사용료 형식으로 건조비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외상 공사죠.”

    -해양안보는 해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장관께서는 OCS(해군학사장교) 출신인데, 해군과는 협조가 잘 되는지요.

    “역대 어느 장관 때보다도 해군과 해경간 긴밀한 협조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해양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해수부 장관,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 해경청장이 참석하는 고위급 모임을 정례화할 예정입니다. 모임을 갖자는 데는 합의했고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고 있어요. 이와 별개로 실무자간 협의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내 입으로 얘기할 수 없잖아”

    -해군이 제주도 화순항에 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환경단체와 지역주민 반대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모양이던데요. 해수부와도 관련돼 있지 않나요?

    “우리와 긴밀히 협의할 사안이죠. 지역의 의견을 감안해야 할 텐데,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라면 적극 협조할 생각입니다.”

    해수부는 올해 총리실이 주관하는 정부 부처 평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오 장관은 “내 입으로 얘기할 수 없잖아” 하며 웃었다.

    “해수부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입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장협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정기협의모임을 열기로 합의했다면서요.

    “당연히 해야지요. 건의사항은 가능한 한 100%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직장협의회가 필요 없는 부처를 만들겠다는 게 제 방침입니다.”

    기자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해수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직장협의회 코너를 열어보았다. 자유게시판에 오 장관에 대한 쓴소리가 있었다. 지난 6월30일 오 장관이 부산롯데호텔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원문 중 일부를 오 장관에게 읽어줬다.

    ‘과연 해수부 장관인지 부산시 장관인지 모르겠다. 정작 고민스러운 건 대상기관 직원인데도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및 반영도 없이 정해놓은 시나리오대로 끌고가면서 부산에 가서 장관님이 왜 간담회를 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오 장관의 표정이 조금 상기된 듯했다.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발표된 후 국무위원들이 부처 관련기관이 이전되는 지역에 내려가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부산권에는 해양수산, 금융, 영화영상 관련 기관이 이전하게 됐어요. 그래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기관들이 부산에 들어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부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했던 겁니다.”

    -직원들 눈에는 기자회견이 정치적 행위로 비친 모양입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오해입니다. 총리 지시로 내려간 거예요. 주요 기관이 이전하는 부처 장관은 모두 해당 지역에 내려가라고 했거든요. 부산은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가장 반발이 심했던 곳 중 하나입니다. 한전, 석유공사 등 이른바 ‘4대 메이저’ 중에서 어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불만이었는데 제가 설명회를 연 후 불만이 잦아들었습니다.”

    어민들과 함께한 여름휴가

    해수부 청사 앞에선 툭하면 어민 시위가 벌어진다. 어민들은 대형버스 여러 대에 나눠 타고 상경해 해수부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 한마디로 생존권 투쟁이다.

    -어민 시위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까.

    “어업 종사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 3중고를 겪고 있어요. 어장 축소, 어업자원 감소, 고유가에 따른 어로비용 증가. 어업만으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요. 어업자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연근해에서의 불법 조업을 엄중 단속하고 있습니다. 해수부 앞 시위는 주로 불법 조업 관행에 젖어 있던 어민들이 벌이는 겁니다. 생계를 보장하라는 거죠.”

    -어민들의 생활고를 해소할 방안이 없을까요.

    “어업만으로는 어려우니 어업 외 소득을 올리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어요. 어촌이나 어항을 관광자원화해 도시민들이 많이 찾아와 돈을 쓰고 가게 하는 방안입니다.”

    -예산은 확보했나요.

    “관광진흥비 명목으로 2012년까지 4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25개의 어촌·어항을 관광지로 만들고 103개의 어촌에 5억원씩 지원해 어촌체험마을로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수산물 소비촉진운동과 더불어 ‘하기휴가 어촌·어항에서 보내기 운동’, ‘5도2촌’ 캠페인, 즉 일주일에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어촌에서 보내자는 캠페인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어민들도 좋아합니까.

    “반응이 좋습니다. 해수부 홈페이지에 수산물 소비촉진운동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어민들의 글이 올라와 있어요.”

    -어민들과 직접 대화도 해봤습니까.

    “물론이죠. 여름휴가도 강원도 고성에서 어민들과 함께 보냈습니다.”

    -어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꿈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오 장관은 “내년에 부산시장 선거에 나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에둘러 답변했다.

    “지금으로선 해수부 장관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성공적인 장관으로 평가받아 참여정부가 역대 정부 중 가장 훌륭한 정부로 기억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내년 일은 그때 가서 판단하겠습니다.”

    예비 정치인에게 ‘어떤 정치를 하고 싶냐’고 물을 때 자주 나오는 답변이 있다.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 오 장관의 답변도 똑같아 약간 실망스러웠는데, 이어진 한마디가 실망감을 덜어줬다.

    “세상을 푸근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그건가. 어쨌든 그가 노래실력만큼이나 멋진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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