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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방행정가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 오거돈

“이 시장님, 손 지사님, 지방에서 한 달만 살아보세요”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지방행정가 출신 해양수산부 장관 오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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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도 노래로 공략하셨나요. 여자들이 귀가 약하잖아요.

“지금도 누가 우리 집사람한테 ‘저 남자가 뭐가 좋다고 결혼했냐’고 물으면 ‘노래 때문에 했다’고 해요.(웃음) 요즘은 노래방이 많아 노래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당시만 해도 노래 잘하면 인기가 대단했어요. 한강 인도교나 창경원 옆길, 덕수궁 뒷길이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는데, 그런 길을 걸으며 한 곡 쫙 뽑으면 분위기가 팍 살았어요.”

오 장관은 부산 토박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대학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이듬해인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들어섰다. 첫 근무지는 부산시 산림청. 약 10년간 지방근무를 한 후 서울로 올라가 청와대, 내무부에서 근무했다. 1990년대 초반 다시 부산으로 내려온 뒤로는 부산에서만 근무했다. 부산시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을 거쳐 시장권한대행을 지냈다.

서울에선 지방이 안 보인다

-참여정부는 유난히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방행정가 출신으로서 그 문제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한다면.



“거기에 대해선 제가 할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부산시 부시장, 시장권한대행을 지낼 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지방에서 활동하는 기업인, 대학교수를 많이 만났는데, 다들 ‘서울에 가지 않고는 도무지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더군요.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은 대기업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부산지사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본사 직원에게 밥 사고 술 사면서 사정사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교수들도 연구비 지원받으려면 서울에 올라가 교육부 등에 로비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부산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에서 인허가권과 예산을 움켜쥐고 있으니 서울에 가지 않고는 시 행정을 제대로 펼 수가 없어요. 이러니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죠. 부산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국가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의 ‘지방 살리기’ 운동은 2003년 12월 국회에서 지방자치 3대 특별법(지방분권 특별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됨으로써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오 장관은 “부산이 타 지자체를 선도했는데, 당시 부산의 행정을 책임지던 시장권한대행으로서 그 일에 앞장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수도권 집중화가 가장 심한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정치, 정책, 금융, 교육 등 모든 부문이 서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역대 모든 정권이 중앙집중의 폐해를 인식하고 개선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그 문제를 푸는 데 지방의 참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수도권 사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왔거든요.

서울에선 지방이 보이지 않아요. 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다행히 참여정부 들어서는 지방의 인재가 역대 어느 정부에서보다 중앙에 많이 진출해 지방 세력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방자치 3대 특별법이 통과된 것도 그런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죠. 비록 위헌논란이 따르긴 했지만, 참여정부가 공주·연기에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결정한 것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갖습니다.”

“수도권은 비만, 지방은 영양실조”

-반대여론도 만만찮지요. 특히 수도권 행정의 책임자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는 줄기차게 반대해왔는데요.

“지역간 갈등은 망국적 요소입니다. 영호남 지역갈등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은 국가발전의 틀을 새로 짠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어요. 지금 수도권은 비만이고 지방은 영양실조입니다. 지방분권은, 수도권에는 건강을 위한 운동처방을 내리고 지방에는 기본 체력을 위한 영양제를 주는 것입니다. 지방에 살아본 사람만이 지방의 소외감을 알기 때문에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 문제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맡겨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요.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처럼 행정수도 이전과 지방분권에 소극적인 분들께 지방에 가서 한 달만 살아보라, 거기서 한번 행정이나 사업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두 분의 언행을 보면 지방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주의 극복은 지역경제력 편차를 해소할 때 가능한 것인데, 두 분은 오히려 국가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확대재생산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어요. 가장 중대한 현안인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대권(大權)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만약 두 분이 더 큰 정치를 하고 싶어한다면 수도권의 양보만이 국민 모두 사는 길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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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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