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창립 10주년, ‘한국發 맥도날드’ 선언한 (주)제너시스 윤홍근 회장

“웰빙 ‘올리브유 치킨’으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을 터”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2005-09-29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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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구멍가게로 인식되던 치킨전문점을 연매출 4500억원의 대기업으로 일군 경영인. 세계 정상의 외식 체인 맥도날드에 도전장을 내고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선언한 개척자. 올리브유 치킨을 선보이며 외식업체의 판도를 바꾼 윤홍근 (주)제너시스 회장의 열정과 야망.
    창립 10주년, ‘한국發 맥도날드’ 선언한 (주)제너시스 윤홍근 회장
    9월1일 경기도 이천의 ‘치킨대학’에서 열린 제너시스그룹 창사 10주년 기념식. 연단에 오른 윤홍근(尹洪根·50) (주)제너시스 회장은 벅찬 감회에 젖었다. 1995년 창업한 치킨 브랜드 BBQ의 성장과정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났기 때문이다.

    제너시스의 대표 브랜드인 BBQ는 1호점을 오픈한 지 꼭 4년 만에 국내 1000호점을 돌파했다. 이는 10년 만에 1000호점을 낸 맥도날드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 현재는 180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BBQ는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3년 중국 상하이에 진출해 현재 10여 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고, 지난 6월엔 스페인 마드리드에 1, 2호점을 열었다. 국내 토종 프랜차이즈 브랜드 BBQ는 이렇듯 순풍에 돛 단 배처럼 해외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개의 가맹점을 열어 세계 1위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윤홍근 회장을 만났다. ‘닭고기 박사’인 그를 만난 건 공교롭게도 ‘구구데이’로 부르는 9월9일. 닭을 불러모을 때 ‘구구’ 하는 점에 착안, 농협이 닭고기 소비 촉진일로 지정한 날이다.

    윤 회장은 약속시각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다. 서울 노원지역 가맹점 순회를 마치고 급히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9월1일부터 두 달간 지방을 돌며 지점을 순회하는 전국 투어에 나섰다. 하루 6~7시간씩 100여 명의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에게서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답사’가 그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BBQ가 벌써 열 살이 됐군요. 창사 10주년을 맞는 감회가 어떻습니까.



    “경영학적 측면에서 기업의 존속기한, 흥망성쇠를 말할 때 3년, 10년, 30년, 100년 단위로 이야기합니다. 10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지요. 보통 창업 후 10년을 존속하는 기업은 거의 1%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30년은 무방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천년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젊은 기업에서 이제 장년 혹은 노년 기업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마음만은 항상 청년이고자 합니다. BBQ로 대표되는 제너시스가 국내 1등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10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고객께 충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창사 10주년 행사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는 9월1일 ‘제너시스 패밀리 페스티벌’과 ‘2020 비전 선포식’을 함께 진행하려 했습니다. 임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전국의 가맹점주 등 모두 6000명을 초대해 제너시스의 10주년을 자축할 계획이었죠.

    그러나 한 가맹점주의 말씀을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됐습니다. ‘10주년 행사에 드는 돈도 돈이지만, 점주들이 하루 동안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데서 오는 유무형의 손실을 생각해달라. 더욱이 새로운 전략상품인 BBQ ‘올리브 럭셔리 치킨’을 시장에 내놓은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되지 않았나. 이제 새 브랜드가 막 불꽃을 피우려는 시점이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을 꿈꾼다면 샴페인은 좀 아껴뒀다 터뜨리자’는 내용이었죠.

    가맹점주들의 진솔한 호소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결국 전국의 가맹점주를 초대하는 대신 제가 그분들을 직접 방문키로 결심했지요. 그래서 9월1일부터 두 달간 BBQ 등 7개 브랜드의 2700여 개 가맹점을 순회하는 전국 투어에 나선 것입니다.”

    “의사소통은 기업 경영의 생명”

    윤홍근 회장은 ‘프랜차이즈는 곧 커뮤니케이션 사업’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본사와 가맹점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가맹점주가 들려준 생생한 현장 이야기는 그가 기업 전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됐다. 올해 5월 출시된 ‘올리브 럭셔리 치킨’을 개발한 것도 고객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가맹점주로부터 ‘여러 주부가 비만을 유발하는 튀김기름에 대한 염려 때문에, 아이들이 치킨을 시켜달라고 조르면 세 번에 한 번만 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아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고객은 몸에 좋은 음식을 원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거죠.”

    BBQ는 지금껏 식용유로 튀기던 치킨을 올리브유, 그것도 최상급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로 튀겨 화제를 모았다. ‘삼순이’ 김선아가 ‘올리브 유∼’ 하고 노래하는 CF로 유명세를 탄 이 제품은 일반 식용유보다 7배나 비싼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올리브유 치킨’ 바람

    -치킨 가격이 2000원이나 올라 먹기가 망설여진다는 사람도 주변에 있더군요. 비싼 올리브유를 고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닭고기입니다. 또한 지방, 칼로리, 콜레스테롤은 낮고 단백질은 높은 대표적인 ‘3저(低) 1고(高)’ 식품이죠. 그러나 튀김용 기름에서 발생하는 트랜스지방산이 비만, 동맥경화, 심장병과 암을 유발한다고 해서 프라이드치킨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인 BBQ는 고객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어요.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웰빙의 총아’라고 부르는 올리브유였습니다. 올리브유는 일반 기름과 달리 성인병과 혈관질환을 방지하고, 항암 효과도 있습니다. 치킨을 먹는 것이 곧 보약을 먹는 것과 같다면 반가운 소식 아닙니까. 건강을 위해 닭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제 건강해지기 위해 닭을 먹는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그러나 올리브유 치킨의 탄생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올리브유의 끓는점이 낮아 튀김요리에 적합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식품영양학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얘기다. 그러나 6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올리브유의 끓는점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기름 속에 함유된 올리브 과육 찌꺼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과육 찌꺼기를 걸러낸 최고급 올리브유를 활용함으로써 BBQ는 불가능의 장벽을 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올리브유로 튀긴 치킨이 일반 식용유로 튀긴 치킨과 같은 고소한 맛이 없다는 점이었다. ‘맛은 과학’이라고 말하는 윤 회장은 고유의 기술로 맛의 한계를 보완했다. 양파 향으로 고소한 맛을 내고, 파우더를 개선해 바삭바삭한 느낌을 강화했다. 그 결과 올리브유에 튀겨내면서 치킨 맛은 한층 담백하고 깔끔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격 상승이었다. 원가 상승을 우려한 가맹점주들이 올리브유 사용을 반대했고, 여러 전문가도 최악의 경기 불황을 들며 고급 치킨 출시에 우려를 표했다.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시장을 구축해왔는데 구태여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윤 회장은 50차례에 걸쳐 결정을 미루다 용단을 내렸다. 1등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였다.

    “최고급 올리브유를 쓰니 7배에 가까운 원가 상승 요인이 있더군요. 1마리당 4000원 정도 비싸진다는 계산이었습니다. 먼저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도움을 구한 곳이 올리브유 제조업체였습니다. 지금껏 올리브유를 상업적으로 대량 사용한 경우는 없었거든요. ‘BBQ가 앞으로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전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10%를 사용할 것이다. 신제품의 성공이 올리브유 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올리브유 제조업체에서 저렴하게 원료를 제공받을 수 있었지요.

    가격 인상분의 일부는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올리브유 치킨을 반대하던 가맹점주들도 ‘고객의 내재된 욕구를 읽어야 한다’ ‘웰빙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는 제 뜻을 결국 따라줬어요. 나머지 인상분은 고객의 부담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치킨 한 마리 값이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올리브유 치킨이 출시되자 처음에는 주문 건수가 평소보다 10~15% 감소했다. 그래도 초기 매출이 30~40% 떨어질 것이라던 예측보다는 긍정적인 성과였다. 그후 매출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 최근엔 주문 건수가 오히려 10%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올리브유 치킨이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뿌리내리려면, 30% 매출 신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윤 회장의 판단이다.

    창립 10주년, ‘한국發 맥도날드’ 선언한 (주)제너시스 윤홍근 회장

    2003년 중국 상하이에 개점한 BBQ 매장.

    중국, 스페인을 사로잡다

    BBQ는 국내시장에서 거둔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업을 시작한 지 겨우 석 달밖에 안 된 스페인 마드리드점은 점포당 하루 400유로(약 60만원)의 매출을 예상했으나, 예측보다 두 배나 높은 700~800유로의 평균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말엔 매출이 1500~2000유로까지 증가할 만큼 인기가 높다. 2003년 중국 상하이에 개설한 BBQ 매장 역시 하루 평균 매출을 2000위안(약 26만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점포당 3500위안 선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한국의 닭고기가 어떻게 스페인과 중국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음식의 특징이 뭔 줄 아세요? 바로 깊고 오묘한 맛입니다. 단순히 굽고 튀기는 서양 음식과 달리, 한국 음식은 원재료에 밑간을 하고 양념에 재는 등 정성스러운 조리과정을 거치면서 은근한 고유의 맛을 창조합니다.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한국 음식은 외국인의 입맛을 매혹하기에 충분하죠. BBQ 치킨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국내 메뉴가 외국인에게 그대로 통하던가요?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바비큐, 야채치킨 등 한국에서 판매하는 BBQ 메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페인 사람들을 위해 매운맛을 다소 순하게 만든 정도지요. 닭을 통째로 먹는 게 익숙지 않은 중국에선 닭다리, 날개, 가슴살 등 부위별로 치킨을 판매하고 있고요. 기본은 BBQ 메뉴 그대로지만, 각 나라의 입맛과 문화에 따라 조금 차별화했어요. 두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프라이드치킨이더군요.”

    -중국을 해외 진출의 첫 무대로 삼은 이유가 있습니까.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과 공통문화권에 속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우리의 맛이 어필하기에 유리할 거라 봤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계 브랜드의 각축장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진출해야 성공 여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을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삼은 셈이죠.

    중국 진출을 위해 약 3년 동안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그동안은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나 외자기업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없었는데, 올해 법이 바뀌어 우리가 해외투자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현재 중국에 10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BBQ는 올해 10월부터 중국 둥베이(東北) 3성(省) 지역에 월 다섯 곳의 매장을 오픈, 연내 100호점 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10년 내 1만개 점포를 만들어 연간 2억2000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스페인을 해외 진출의 두 번째 국가로 정한 것은 조금 의외인데요.

    “‘해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정면승부를 벌이려면 미국 본토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러나 맥도날드, KFC 등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인 미국에 뿌리내리려면 좀더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외사업팀이 미국·유럽·아시아 여러 지역을 검토하던 중 매력적인 시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스페인이죠.

    매년 스페인을 방문하는 5800만~6000만명의 관광객 중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온 유럽인이 많습니다. 또한 저희는 중남미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데, 중남미는 바로 스페인 문화권 아닙니까. 스페인을 거점으로 유럽과 중남미를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겁니다. 스페인은 국민 1인당 닭 소비량이 연간 33마리(한국은 1인당 10마리)에 이를 만큼 넓은 치킨시장을 갖고 있기도 하죠.”

    맥도날드 넘어 세계 1위로

    윤 회장은 중국과 스페인에 음식배달 문화를 전파했다. 도심에 매장이 있는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과 달리 BBQ는 주로 주택가의 작은 점포 위주로 차별화에 나선 것. 특히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지만 배달문화가 없는 중국의 썰렁한 주택가에서 BBQ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엔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익숙지 않아 매장을 찾던 중국인들도 이젠 전화를 걸어 치킨을 주문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시켜 먹는 음식이 피자에 불과했던 스페인에서도 ‘배달 치킨’의 바람이 불고 있다.

    9월4일엔 북한 금강산 제2 온정각에도 BBQ 매장이 문을 열었다. 국내 치킨 브랜드가 북한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남쪽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한 뒤 이산가족 상봉 때 남북 가족들에게 치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판촉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최근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100만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BBQ’ 브랜드 사용을 허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만간 이 두 나라에서도 BBQ 매장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과도 BBQ 진출을 논의 중이다.

    윤 회장이 BBQ를 경영하며 늘 염두에 둔 것은 맥도날드다. 그의 목표는 전 세계에 미국의 음식문화를 전파한 맥도날드를 제치고 BBQ를 세계 1위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만드는 것. 두 브랜드의 10년사를 비교할 때 BBQ의 성장속도는 맥도날드보다 2~3배나 빠르다.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같이 많은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으로 세계 1위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와 같이 음식문화와 맛으로 승부하는 ‘무형의 지식산업’이 세계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죠. 그런 의미에서 BBQ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어요.

    맥도날드가 창립 5년 만에 가맹점 200개를 냈는데, BBQ는 4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습니다. 맥도날드는 1000호점을 내는 데 자그마치 10년이 걸렸어요. 맥도날드는 창립 22주년이 되는 1983년 미국 시카고에 햄버거를 연구하는 햄버거대학을 설립했는데, 우리는 창업 4년 만인 1999년에 치킨대학을 만들었어요. 또 맥도날드는 창업 15년 후에, BBQ는 8년 만에 해외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맥도날드가 세계 1위 브랜드로 등극한 것은 창사 40여 년 만이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BBQ는 창립 25주년이 되는 2020년에 5만개의 점포를 보유한 세계 1위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BBQ의 성장에 자신을 보이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슬로푸드’ 전략에 있다. 기존의 유명 프랜차이즈가 치킨이나 고기를 미리 만들어놓았다가 데우기만 해서 소비자에게 내놓는 ‘패스트푸드’를 판매했다면, BBQ는 소비자의 주문을 받고 나서 조리하는 ‘슬로푸드’를 선사한다는 것. 몸에 좋은 올리브유로 조리한 웰빙 건강식으로 전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윤 회장은 경기도 이천에 설립한 치킨대학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석·박사급 연구원 10여 명이 오직 닭만 연구하는 이곳에서 예비 가맹점주들은 점포 운영에 필요한 기술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내년에 증축공사가 끝나면, 치킨대학 건물은 2배로 커질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이곳을 외식산업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전문대학, 4년제 대학으로 키우는 것이 윤 회장의 소망이다.

    20억원 걸고 극복한 조류독감 파동

    윤 회장이 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4년. 당시 미원그룹(현 대상그룹) 직원이던 그는 미원그룹이 닭고기 생산업체인 ‘천호마니커’를 인수하면서 영업부장직을 맡게 됐다. 미원이 중국에 세운 사료공장의 사장으로 취임하기로 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난 발령이었다. 내심 중국행을 기대했기에 실망이 컸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부도기업 ‘마니커’를 업계 매출순위 1위로 끌어올리며 타고난 영업맨의 자질을 증명해 보였다.

    1995년엔 ‘마니커’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업체인 (주)제너시스를 창업했다. 치킨 전문점 이름을 BBQ라 짓고,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만들며 가맹점 교육도 철저히 했다. 주변에서는 “발에 차이는 게 치킨집인데 장사가 되겠냐”고 말렸지만 윤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동안 치킨을 술안주로만 취급하는 호프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어린이와 주부를 위한 치킨 전문점으로 특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본 것.

    그의 선택은 옳았다. BBQ의 성장과 함께 제너시스는 닭을 숯불에 구워 먹는 ‘닭 익는 마을’, 우동·돈가스 전문점 ‘U9’ 등 7개의 외식업체 브랜드에 2700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굴지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제너시스엔 위기도 수차례 닥쳤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격의 윤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늘 “위기는 ‘위기와 기회’의 준말”이라고 되뇌곤 했다.

    “BBQ 100호점이 탄생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본사는 계속 적자를 냈고, 일부 가맹점 사장들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맛과 신선도가 좀 떨어져도 좋으니 원가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본사 앞에서 가맹점주들이 다른 음식도 팔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일 정도였어요.

    창립 10주년, ‘한국發 맥도날드’ 선언한 (주)제너시스 윤홍근 회장

    영화배우 출신의 설치미술가 강리나씨가 닭의 해를 맞아 선사한 치킨 모형이 윤 회장의 집무실에 걸려 있다.

    하지만 심리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비용의 원료를 쓰는 건 당연한 일이거든요. ‘BBQ 치킨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6개월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지요. 6개월이 흐르자 매출이 거짓말처럼 급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더군요.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닭고기 공급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라도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식습관을 바꾸긴 어렵잖아요. 비싼 소고기 대신 닭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하려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모든 기업이 움츠러드는 사이에 우리는 오히려 공격경영을 펼쳤습니다. 결제조건을 현금 선(先)지급으로 돌려 원재료를 더욱 싼값에 확보했지요. 그 결과 경쟁 체인점들이 가격을 대폭 올린 데 비해 BBQ는 5% 인상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창립 3년 안에 500개 가맹점을 내겠다던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었어요.”

    2003년의 조류독감 파동은 윤 회장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다. 언론이 연일 조류독감으로 수만마리의 닭이 폐사하는 장면을 보도하면서 닭고기 소비량은 급감했다. ‘공들여 일군 사업이 천재지변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절망감이 그를 괴롭혔다. 2주일을 뜬눈으로 지새운 그는 소비자에게 잘못 알려진 정보부터 바로잡기로 결심했다.

    “조류독감은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에 뜨거운 열로 조리된 닭고기를 먹는다고 전염되는 병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시엔 ‘조류독감 걸린 닭고기를 먹으면 무조건 죽는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공포 분위기를 조장했어요.

    가장 먼저 닭고기 소비 급감으로 위기에 처한 외식업체들을 결집시켰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업체 대표들이 각 언론사를 찾아다니면서 ‘닭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도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우리의 딱한 처지를 듣고, 여러 언론이 닭고기 섭취를 권장하는 프로그램과 기사를 내보냈죠.

    그래도 소비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민 카드가 바로 ‘닭고기를 먹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2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광고였지요. 치킨외식업체 회장 자격으로 제가 소비자에게 내놓은 제안이었죠. 닭고기의 안전성을 확신하는 만큼, 사실 100억원을 건다 해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이후 닭고기 소비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배당 안 받는 CEO

    사업가는 윤 회장이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꿈이었다. ‘물건을 만들어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도록 만들겠다’던 그때의 다짐은 제너시스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서울을 다녀온 선친께서 책가방과 운동화를 선물로 주셨어요. 전남 순천에서 통고무신을 신고 책보만 메고 다니던 제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아버지께 ‘어디서 이런 걸 만듭니까?’ 하고 여쭸더니 ‘공장에서 나온단다’ 하시더군요. 공장은 이런 물건뿐 아니라 인간이 필요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거예요.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나도 이다음에 꼭 공장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는 아버지의 선물을 통해 품은 사업가의 꿈을 열 살배기 아들에게 물려주려 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경영 마인드와 전략을 익힌 아들이 ‘천년기업’의 기틀을 유지해 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의 세습’이라기보다는 ‘가문 경영’을 통해 뿌리깊은 기업정신을 이어나가는 것이 그의 관심사다.

    “올해로 열 살 된 아들 혜웅이는 제너시스의 탄생과 동시에 태어났어요. 늦둥이의 탄생과 함께 제 사업도 번창했고요. 아이가 기업 경영에 눈뜰 수 있도록, 그래서 기업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도록 탄탄하게 훈련시킬 생각입니다.”

    ‘기업이 삶이자 인생’이라고 말하는 윤 회장은 10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한 번도 배당을 받은 적이 없다. 벌어들인 돈을 기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곧 자신의 삶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위기에 의연하고, 수익은 회사에 되돌리는 최고경영자의 태도는 부하직원들에게 귀감이 됐다.

    매일 닭 한 마리를 먹는 남자.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며 현장 경험을 수집하는 경영인. ‘하면 된다’는 뚝심과 긍정적 사고로 동네 구멍가게처럼 인식되던 치킨 전문점을 매출규모 45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미다스의 손.’ 윤홍근 회장이 새롭게 일궈낼 세계 진출 성공신화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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