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호

유승민 한나라당 후보

“민심은 ‘盧 정권 심판’ 우리는 ‘2006년 대선’도 준비중”

  •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입력2005-10-24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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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교체를 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버렸다. 어차피 같은 의원 배지를 다는 것인데,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철은 담금질 속에 강해진다. 유승민 후보는 아직 젊다. 그만큼 그의 꿈은 높고 먼 곳에 있다.
    유승민 한나라당 후보
    한나라당의 선거사무소는 늘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선거운동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다른 정당과 다르다. 유승민(劉承旼·47) 후보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실에는 중앙당의 구상찬 부대변인과 이곳 출신의 김성완 부대변인, 그리고 박근혜 대표실의 하윤희 부장 등 ‘선거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해 있었다. 그리고 곧 3~4명이 보강될 것이라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유승민 후보의 부친은 유수호(劉守鎬·74) 전 의원이다. 유 후보와 이번에 맞붙는 이강철 후보는 유수호 전 의원과 1992년 14대 총선 때 대구 중구에서 대결한 바 있다. 이 후보로서는 유씨 부자와 한 번씩 선거를 치르는 기연(奇緣)을 맺게 된 셈이다. 당시 이 후보는 민주당, 유수호 후보의 소속정당은 민자당이었다. 선거 결과는 2만9625표를 얻은 유 후보가 1만2122표에 그친 이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유승민 후보는 부친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직장(한국개발연구원)에 휴가를 내고 대구로 내려왔더랬다. 13년이 지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구 동구을 재선거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한마디로 정권교체를 위한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구가 특히 어렵고, 그중에서도 동구을이 가장 낙후돼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습니까. 먼저 나라 전체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리고 야당 노릇만 8년째인 대구가 그간 차별을 받은 데 기인합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할 때 균형발전특별회계란 게 있어요. 5조원이 넘는 돈이지요. 이것을 지방별로 배분하는데, 인구 1인당 배분비율로 따지면 광주에 지원되는 예산이 대구의 두 배입니다. 또 전남이 경북의 두 배예요. 그간 대구·경북이 너무 소외돼 왔습니다. 대구를 살리자면 당연히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



    -유 후보의 출마가 박근혜 대표 ‘대권 플랜’의 일환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웃으며) 박 대표는 아직 대권 플랜이 있는 분이 아닙니다. 박 대표를 굳이 지목할 것은 아니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서 그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서 정권을 창출해야지요. 이번 네 곳의 재선거도 한나라당의 정권탈환 전략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대구 동구을이 가장 중요하지요. 만에 하나 지면 굉장히 힘들어질 겁니다. 많은 분이 ‘(한나라당) 말뚝만 꽂아놓아도 되는 것 아니냐’ ‘이겨도 본전 아니냐’고 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봐요.”

    -처음엔 출마 제의를 고사하다가 나중에 박 대표의 제의를 받고 고심 끝에 수락한 것으로 압니다.

    “대표께서 직접 요청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니지요. 지난 4·30 재·보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대표께선 일절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총장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대표께서 (출마해달라는)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없지요. 당이, 공천심사위가 결정한 것이지요. 처음에 공천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욕심을 부릴 일이 없었고, 4년 임기를 부여받은 비례대표 의원이기 때문에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고 공천 신청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지역구 재선거에 출마한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당의 결정에 따라 나오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이 있었습니다. 제가 부여받은 비례대표를 그만두고 지역구에 나온 점에 대해선 거듭 국민께 죄송합니다.”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출마하려면 당연히 대표에게 먼저 보고했을 텐데요.

    “10월5일 아침 운영위에서 공천이 결정된 직후에 대표께 정식으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때까지 박 대표도 제 문제에 대해 결심하지 않은 상태였지요.”

    -그 자리에서 박 대표가 별다른 말은 하지 않던가요.

    “박 대표 말이 그렇게도 궁금한 모양이지요(웃음)?”

    -한나라당에서 이번 선거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대리전이란 말이 나오니까요.

    “대표께서는 제가 당의 결정을 따라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격려의 말을 했습니다. 또 이왕 그렇게 결심했다면 꼭 이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나중에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한 참모는 박근혜 대표가 10월9일 대구 동화사를 찾았을 때 자신에게 “유 실장이 출마한 선거구의 분위기가 어떠냐”고 큰 관심을 표명하더라고 전했다. 박 대표의 성격상 보고도 하기 전에 특정 선거구의 판세를 먼저 묻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구도를 노무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아닌, ‘지역일꾼론’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유 후보께선 선거운동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습니까.

    “지역일꾼론에 대해선 같은 생각입니다. 이강철과 유승민 중에 누가 더 지역을 살릴 일꾼인지 지역 유권자들이 판단하겠지요. 제가 이 지역에서 인지도가 조금 낮습니다만, 사실 저는 경제 전문가로서 한나라당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일을 주로 하지 않았습니까. 반면 이강철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에만 5번이나 출마했고, 민주당에서도 일했으며 대통령의 친구입니다. 누가 더 지역일꾼에 적합할지 평가가 내려질 겁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1, 2년짜리에 단기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10년을 내다보고 장기 투자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고 선택해달라’고 했습니다.”

    -당선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봅니까.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깨끗하게 싸워서 당당히 이길 겁니다. 저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을 위해서 이번 선거는 기필코 승리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의 여건이 좀 어렵긴 합니다.”

    뜨거운 정권교체 열망

    -승패를 가를 쟁점이나 변수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쟁점이란 것은 결국 투표하는 분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강철 후보는 공공기관 유치를 쟁점이라고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밑바닥 민심(民心)은 이 정권에 대한 심판이더군요. 이런 정권으로는 나라가 안 되겠다, 거덜나겠다는 것이죠. 정권교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확인했습니다.”

    -공공기관 유치지역 결정 시점이 당초 이달 말에서 한 달가량 늦춰진 것이 여권의 외압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까.

    “사실 입지선정위원회가 선거 훨씬 전에 확정했으면 정치 쟁점이 될 이유가 없었겠지요.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당 후보가 여러 가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이 지역의 개발욕구를 부추기는 정치 게임으로 변질된 겁니다. 그렇지만 혁신도시 입지는 어차피 대구시와 입지선정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지, 대통령이든 대통령의 친구든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권이 자의적으로 연기한 것은 아니라도 결과적으로 선거에 이용됐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자의적으로 연기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저도 당연히 공공기관이 동구로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가 땅이 가장 넓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공공기관 유치를 저비용으로 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 조건이니 동구로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입지선정위원회와 대구시를 상대로 이런 점을 들어 ‘왜 동구여야 하는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치인들, 출마자들이 할 일입니다.”

    -한나라당이 이강철 후보를 사전선거운동으로 선관위에 고발한 상태입니다. 이강철 후보가 정부 관료를 대동해 대구상공회의소 간담회에 참석하고, 대구 지하철 3호선 설계비의 정부 예산 편성을 공약한 행위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까.

    “명백히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합니다. 전형적인 관권 선거지요. 이강철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동구갑에 나와 40층짜리 쌍둥이 빌딩을 짓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안 되는 것을 공약한 것이 아니라면…. 그때나 지금이나 실세(實勢) 아닙니까.”

    -주성영 의원 폭언 사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경위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과 국감 후 술자리를 가진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저나 한나라당이나 국민에게 송구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주성영 의원에게만 덧칠하고 낙인찍는,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주 의원이 억울한 점도 있는 사건이었죠.”

    -열린우리당은 중앙당의 인적 지원이 오히려 해가 된다고 보고, 당 지도부에 대구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본인은 대통령 친구이고 정권 실세라는 말을 하면서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소속 아닙니까. 본인이 어느 당 소속인지를 밝히지 않는데, 그것은 자기가 부끄러워서 그럴 테지요. 대통령의 인기나 정권에 대한 지지도를 동구 유권자들이 눈치챌까 우려해서 말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박풍’은 있다

    -박근혜 대표의 도움, 이른바 ‘박풍(朴風)’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까.

    “대표께서 자주 안 오셔도 ‘박풍’은 있을 겁니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워낙 박 대표를 사랑하니까요. 특히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 전략 차원이므로 중앙당에서 지원할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지원해야지요.”

    -이강철 후보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성품이 노무현 대통령을 닮아서인지 매우 솔직하고 소탈한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지요. 다만 인물대결, 정책대결 측면에서 지역발전에 누가 적임자냐고 물으면 감히 제가 더 적임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TV토론을 자주 하자고 제안했는데 대답이 없습니다. 정책대결을 하려면 TV토론이든, 지상(紙上)토론이든 유권자에게 알려야 될 것 아닙니까.

    서로 뿔뿔이 흩어져 시장이나 다니고 해서는 유권자가 후보들을 직접 비교해볼 기회가 제한됩니다. 그분이 이것 하나만은 알아야 합니다. 대구시민이 바보가 아니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도 얘기하는데, 대통령 친구이고 정권실세라고 선전하면서 이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을요.”

    -4·30 영천 재선거 이후 한나라당 안에서도 대구·경북에서 한 번 정도 실패해야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래야 각성을 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천에서 확인한 것은 국민 사이에선 지역감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구·경북에 말뚝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식의 얘기는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인물의 됨됨이와 능력을 보고 판단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대구·경북에서 제대로 된 일꾼을 내세워서 제대로 된 정책을 펴야 합니다.”

    -유 후보의 향후 정치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당장은 정권탈환이 제 목표입니다. 그 다음엔 2006년이 될지 2007년이 될지 몰라도 대선에서 승리해야죠. 그 이후엔 나라가 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최대한 보탰으면 좋겠습니다.”

    -대선이 2006년에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당연히 있죠. 누가 물러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자꾸 물러난다고 하니까 실제로 언제 물러날지 모르잖아요.”

    -그 경우에도 대비해야겠군요.

    “당연히 해야죠. 우리는 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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