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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파워 현주소

투표율 낮고 ‘몰표 조직력’ 약해 ‘정치적 소수’ 신세

  • 공종식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재미 한인 파워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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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한인이 처음 도착한 1903년은 미국 사회에 한인 이민이 시작된 해다. 이후 100년이 지나면서 미국 주요 대도시 주변에는 대부분 ‘한인 커뮤니티’가 구성돼 있을 정도로 미국 내 한인은 급증했다. 하지만 미국 내 한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공식통계인 센서스 최근 자료(2000년 기준)에 따르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은 모두 107만6872명. 캘리포니아주가 34만5882명으로 가장 많고 뉴욕주가 11만9846명, 뉴욕 인근의 뉴저지주가 6만5349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계 중에서는 중국, 인도, 베트남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인구까지 포함하면 실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은 200만명 정도로 봐야 정확하다는 게 대체적인 추산이다. 불법체류자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한인들이 대체로 센서스 조사에 소극적이어서 다른 국가 출신 이민자에 비해 통계에 잡히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200만은 결코 적은 인구가 아니다. 미국 인구의 0.7%에 해당하는 규모다. 물론 불법체류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추산치지만, 잘만 조직화하면 정치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규모다.



까다로운 유권자 등록절차

그러나 미국에서 한인의 정치력은 그 숫자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 한인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기관에서 미국 내 한인 투표율을 조사한 통계는 아직 없다. 뉴욕, 뉴저지 일대에서 한인 투표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인유권자센터의 통계가 거의 유일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투표율은 1994년 7%에서 지난해 23.5%로 높아졌지만 다른 소수민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1998년의 경우 한인의 투표율은 10%로 주요 소수인종 중에서 가장 낮았다. 유대인이 78%로 가장 높았고, 흑인 43%, 히스패닉 40%, 중국계 35%, 인도계 32%였다.

사실 한인은 본국에서 볼 수 있듯이 어느 민족보다 정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왜 미국에서는 정치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미국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본인이 직접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 등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처럼 선거관리위원회가 알아서 유권자등록을 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투표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또 투표일이 공식 휴일이 아니다. 직장인이 투표를 하려면 따로 짬을 내서 투표장에 가야 한다. 그런데 한인 대다수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어 투표하러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한인의 자영업자 비율은 다른 나라 이민자의 2배에 이른다. 투표하는 행위가 전체적으로는 한인 커뮤니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문제다.

이민 생활 20년째로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하고 있는 김모(50)씨는 11월8일에 투표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하루하루 생업이 바빠 투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투표를 하겠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시와 뉴저지주 등 뉴욕 메트로권(圈)에서 투표할 자격이 있는 한인 시민권자 중 유권자로 등록한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나머지 65%는 아예 투표권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유권자로 등록한 사람이 모두 투표장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투표율은 35%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뉴저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후보자들은 한인 커뮤니티를 아예 선거운동 대상에서 뺄 정도다.

한인들이 유권자 등록을 기피하는 이유는 배심원으로 차출될 가능성 때문이다. 보통 배심원은 유권자 명부에서 선정되는데, 미국 시민이라면 의무적으로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한인들은 이를 귀찮게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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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 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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