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호

‘돈 버는’ 국방개혁 가능하다

PKO 활동으로 국익 확대, 방산 연구개발로 수익창출 유도

  • 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shimkyongwook@kida.re.kr

    입력2005-12-1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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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기적 하이브리드형 개혁안. ’최근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국방개혁안에 대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심경욱 연구위원의 정의다. 21세기 초반 한반도의 복잡미묘한 안보상황을 투영한 이번 개혁안이 성공하려면 국방개혁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그의 제언을 소개한다.
    지난9월 ‘국방개혁 2020’ 안(案)이 발표된 이래 개혁안의 내용을 둘러싼 열띤 공방이 진행 중이다. 비판의 소리는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의견부터 과거 미완성 개혁안의 짜깁기로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동시에 어떤 개혁이건 과거와의 연속성과 혁신성이 적절히 배합돼야 실행에 옮길 기회가 많아진다는 긍정적인 경험론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평가는 이번 개혁안이 그 발의과정에서, 안보위협의 실체를 상정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폭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갖가지 합리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데 기인한다.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면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국방개혁 기조의 모호성 혹은 이중성을 꼬집는 표현일 수도 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시점과 여건 자체가 이중적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방개혁 2020’ 안의 기조와 내용은 우리가 처한 복합적인 국가안보 상황을 가감 없이 투영하고 있다.

    이중적 상황의 한계

    먼저 군(軍)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른바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국방개혁은 오늘날 주요 강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공통 사항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의 경우 한결같이 정치권이 국방개혁의 주요내용을 발의해왔다. 국방개혁과 관련한 모든 기획 및 계획이 국방장관의 권한과 책임하에 수립돼온 한국 실정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만 해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방회의가 개혁의 기본방향을 결정했고, 7개월 동안 여섯 번 소집된 끝에 직업군제를 포함한 ‘1997~2002년 국방계획법’을 채택했다.

    ‘국방개혁 2020’의 경우는 어떨까. 외형상으로는 군이 주도하고 군에서 제시한 개혁안을 국가정상이 승인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내린 ‘법제화와 합리적 개편의 지침’을 군이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상의하달도 아니고 하의상달(bottom-up)도 아닌 우리 나름대로 바람직한 과정을 따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이 안고 있는 또 다른 고민으로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북한은 과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주적(主敵)인가, 혹은 민족번영을 함께 이룩해나갈 파트너인가. ‘국방개혁 2020’은 여전히 적대세력이면서 협력 파트너이기도 한 북한의 실체에 대한 인식의 타협을 담고 있다.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를 현실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따라 대북(對北)억제를 위한 자체 역량 강화를 지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비한 한국군의 새로운 정체성 정향(定向) 요구에도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방개혁 2020’은 남북한 공존기(共存期)를 지향하는 ‘과도기 하이브리드형 개혁안’이라 정의할 수 있다. 사실 ‘현 상황에 맞춘 개혁안으로 2020년 한반도 안보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가’라는 반론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향후 15년간 예상할 수 있는 잠재적 변화의 스펙트럼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넓다. 그렇다면 남북한 대치구도가 엄연히 존속하는 2005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의 공존 구도를 겨냥해 군 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할 것인가. ‘국방개혁 2020’이야말로 한국이 처한 안보환경의 이중성과 시대적 모호성을 그대로 투영하는 개혁안이다.

    시민사회가 먼저 군 이끌어내야

    ‘국방개혁 2020’이 이렇듯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보니,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육·해·공 3군의 동참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개혁의 주 대상은 누가 뭐라 해도 육군이다. 육군도 창군(創軍)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감내할 태세를 갖췄다. 그렇다고 해서 18만의 병력감축과 상부 군 구조의 재편으로 사회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선 안 된다. 육군이 이번 개혁에서 능동적인 주체가 되지 않는 한, 개병제(皆兵制)를 유지하는 한 제2, 제3의 거듭되는 개혁요구에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 누구도 현대가 우주항공의 시대이자 대양(大洋)의 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만큼 해군과 공군 또한 이번 개혁안 추진을 전비태세를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과연 21세기 국가안보 전략의 구현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전략군’으로서 체계와 장비에 걸맞은 전략적 마인드로 무장하고 있는가, 또한 각기 현존 보유전력과 미래 획득자산을 엄중히 평가하고 예상되는 위기상황에 적절한 수준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돈 버는’ 국방개혁 가능하다

    10월18일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 참석해 전시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3군이 ‘국방개혁 2020’의 구현과정에서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자군(自軍) 이기주의를 드러낸다면 모처럼의 역사적 기회를 맞아서도 우리 군은 진일보하는 것이 아니라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서 공멸이란, 군의 모태인 국민으로부터 혹은 군의 모(母)사회인 일반사회로부터 지금보다 더 격리되고 불신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군 스스로의 각오와 성찰 못지않게 군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눈도 달라져야 한다. ‘국방개혁 2020’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이고 거센 반론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군을 품안에 끌어들이고 그 개혁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군과 군인 역시 사회의 일부라는 인식 아래, 이들이 문민정권에서 이뤄져온 민주화 과정에서 고립되고 방기된, 군사정권의 또다른 피해자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1980~9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군의 ‘탈(脫)성역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군사안보의 비중마저 폄하됐다는 점이다. 군사독재정권을 경험한 시민사회가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아래 군을 억제와 축소, 소외의 대상으로 보는 가운데 ‘군의 탈성역화’ 흐름은 어느 사이엔가 군사안보의 중요성마저 평가절하하게 만든 것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18만이라는 창군 이래 최대의 병력감축 폭을 두고도 부족하다고 강변하는 이면에 지난 십수년의 민주화 과정에서 되풀이되어온 ‘군 때리기’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여건에 맞는 21세기형 정예강군을 육성하려면 그 과정에 군이 주체로서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민족을 향한 자신들의 충성심이 ‘단순한 짝사랑’이 아님을 깨달아 개혁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자각이 필수다. 직업군인이 ‘그들’로 남지 않고 ‘우리’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려면, 군을 소외와 위축, 부정(否定)과 억제로부터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민사회의 의지와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개혁안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된 주제 가운데 하나가 재원 마련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6월 장관이 계룡대 3군본부에 내려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설명하고 담당 고위간부가 국방예산의 할당과 관련한 견해와 과제를 피력하는 등, 육·해·공 3군의 고위직 장교들과 공감대를 넓혔다.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한 국방개혁에 소요되는 예산과 관련해서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예산당국과 국방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소속의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검증팀이 검토, 평가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국방부는 개혁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서도 새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특히 예산 당국을 포함한 정부 부처들을 대상으로 이해조정을 거치는 한편 개혁의 세부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나 과학기술부 등 다른 부처의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 군부대와 군기지가 위치한 지자체의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 시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

    또한 민간인력 확대가 국방예산 절감 차원에서 이롭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민간인력은 직업적으로 훨씬 더 안정되고 이동이 적으며, 작전 개입에 따른 공석(空席)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현역군인과 비교했을 때 운영경비가 저렴하다. 민간인력의 교육기간은 현역보다 짧으며, 더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높다.

    나아가 국방분야에서 문민관료들을 ‘전문경영인’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군인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면 전문경영인을 스카우트해 그들의 뛰어난 전문지식을 활용한다. 이제 군도 문민관료를 배척하기보다 예산의 확보와 군인의 위상 제고 및 복지증대를 위해 이들을 능동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의 이익을 증대할 수 있는 전문관료를 찾아 발로 뛰어야 한다.

    ‘소모집단’ 딱지 벗으려면

    또한 비록 한국군이 국방개혁을 통해 첨단 정보과학군을 지향한다고 해도, 단순히 ‘감축되는 병력을 증강되는 전력으로 상쇄한다’는 이미지로 비친다면 개혁은 포스트모던 산업사회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할 우려가 있다. 사실 저렴한 인간병기(兵器)를 값비싼 첨단무기로 바꾼다는 논리는 전근대적이다. 군의 정예화를 위해 ‘인간혁신’이 필요하고, 군의 정예화를 통해 비로소 ‘인간존중’이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강제전역(轉役) 제로(zero)’ 원칙의 국방개혁이어야 한다.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 25대 75인 간부와 병(兵)의 비율이 2020년에는 40대 60으로 확대, 간부의 대규모 감축은 없을 듯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0년까지 부사관은 3만명이 늘고 장교는 1500명이 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군 개혁의 성패는 군인들이 개혁을 주도하도록 만드는 지휘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 국가 차원에서 ‘강제전역 제로’라는 기록을 세우며 제대군인의 지위 및 생활을 보장하는 노력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프랑스의 경우 법률로 공무원 직위의 3%(총 6282직위)를 제대군인 취업직으로 할당하고 있다. 한국에도 제대군인 지원법이 있고, 2003년부터 대통령의 지시로 제대군인 취업지원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제대군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냉담한 반응이다. 국방개혁의 성공적인 이행을 원한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국방개혁에 얽힌 ‘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혁과정에서 돈을 아껴 쓰는 것뿐 아니라 개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넓은 의미에서는 개혁을 통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좁은 의미에서는 대외수출 등을 통해 말 그대로 ‘돈을 벌어들이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의 세계질서에서는 다국적군의 작전이나 국제평화유지활동(PKO·PKF)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어떤 성과를 거두는가에 따라 그 나라의 대외 영향력 수준이 평가된다. 21세기 강국은 세계 어느 곳에라도 분쟁이 발발하면 다국적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병력을 투입하고, 분쟁종식에 기여한 전과(戰果)만큼 재건사업의 파이를 나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스페인, 네덜란드, 호주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군도 이제 한반도 방위에만 매달리는 소극적인 군대여서는 안 된다. 반전론자들의 구호에 등장하는 소위 ‘소모집단’이라는 딱지를 뗄 때가 된 것이다. 국제평화유지 임무영역의 확대를 통해 국익을 창출하는 군대로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 이처럼 국제적 역할을 분담할 때 역으로 한반도 안전보장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우리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안보 책임분담 요구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므로, 이에 대응해 해외파병의 패러다임을 쇄신함으로써 한국인의 공영권(共榮圈) 확보를 위한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안보책임에서 우리 군이 기여하는 몫이 늘어날수록 지구촌 한국인의 생존권역도 살찔 것이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을 ‘돈 되는’ 산업으로

    2004년 3월 이후 국방획득제도의 개선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개혁이 진행 중이다. 현재 추진 중인 방위사업청 개설이야말로 방산(防産)수출 전략 수립과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국익 창출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방분야 연구개발과 방위산업 진작에 중점을 두고 한국을 무기 수출국으로 만드는 ‘국방개혁 2020’의 일부 방안이 평화기조에 역행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지적이 있다. 그러나 무기체계의 해외의존이 심화되는 현실을 그냥 수용하는 것이 평화기조에 순응하는 것일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이 주요 무기체계의 획득을 둘러싸고 자체개발로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해외에서 구매할 것인지 공방을 벌이는 사이에, 중국마저 주요 무기 제공국으로 등장했다. 1998~2002년 중국의 무기 수출규모는 한국의 6배에 이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기수출을 금지해온 일본도 지난해 12월10일 9년 만에 개정한 ‘신(新) 방위계획대강’을 공표하는 자리에서 ‘무기수출 3원칙’ 완화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은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필요한 무기를 미국과 공동 생산할 수 있게 됐음은 물론, 미국과 함께 개발하는 대(對)테러 군수물자도 ‘개별안건’으로 규정, 해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세계경제 12위권 국가이자 7대 무기 수입국임에도 한국은 여전히 수출능력은 물론 자주적인 방산 기반이 미흡하다. 이 경우 앞으로 무기체계가 고성능화하면 할수록 제공국에 더욱 종속될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구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인적·재정적 투자효과가 잠식되거나 사라질 것임을 의미한다. 현 시점에서 핵심 무기체계나 기술부문과 연계된 방산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협력적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전력증강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아직도 일각에선 정부가 방산수출을 지원하는 것을 해당업계 일부 업체에 대해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는 오류다. 방산물자의 수출을 통해 국가와 정부는 화폐가치로 따질 수 없는 실질적인 이익을 장단기적으로 얻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부담해야 할 방위산업 기반의 유지비용과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방산물자를 개발하고 생산할 경우 그 운용주기 동안에는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한다. 양산이 일단락된 후에도 해당업계에서 생산시설과 능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업계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 부담이 된다. 그러나 양산주기가 끝난 방산물자를 해외로 수출하는 데 성공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산기간이 연장됨으로써 생산시설이나 인력의 유지비용을 수출물량에 배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정부는 생산기반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국내 조달단가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정부가 투입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일단 개발에 성공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수출할 경우 정부가 초기에 투입한 연구개발 비용을 수출가격에 반영해 회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구개발비가 일회적인 소모비용이 아니라 투자재원으로 재활용되므로 국방예산 절감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요컨대 방산수출을 통해 우리는 외화획득뿐 아니라 연구개발비 절감, 새로운 고급 인력시장 창출 등 여러 차원에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향후 ‘국방개혁 2020’을 담은 기본법이 발효되면 한국군은 본격적인 개혁의 궤도에 오를 것이다. 지난날 군의 거듭된 개혁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문제접근이나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부족했다는 사실도 그중 하나로 지적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안보와 국방이 군인만의 몫이 아니듯, 군 개혁 또한 군인의 손에만 맡겨놓아선 안 된다는 인식이 사회 지도층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상황, 달라진 인식

    이렇게 보면 ‘국방개혁 2020’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국방개혁이 군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더욱이 9월 국방개혁안이 공표된 이래 기본법 초안을 둘러싼 여론의 공방과 공감대 확보를 위한 군의 다양한 노력은, 국방개혁과 그 비전에 관한 한 전례 없는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문민정권이 들어선 이래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한때 철저하게 가려져 있던 군 내부의 실상을 가감 없이 파헤쳤다. 앞으로도 이들이 3년 단위로 안보환경과 개혁 추진상황을 재평가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금도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까지 군 개혁 방향과 과제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펴고 있다. 요컨대 ‘국방개혁 2020’은 국민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과거의 개혁과 차별성을 두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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