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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언

‘쌀 비준’ 이후 농촌, 어떻게 할 것인가

식량자급목표 수립, 보조금 지원, 악성부채 탕감 서둘러야

  • 윤석원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쌀 비준’ 이후 농촌,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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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소득의 추이를 살펴보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된 1994년 농가 평균소득은 2032만원, 부채는 789만원, 부채비율은 38.8%였다. 10년이 지난 2004년에 농가 소득은 2900만원으로 10년 전보다 868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농가 부채는 약 1900만원이 늘어난 2689만원이다. 부채비율은 92.7%. 10년 동안 농가 소득이 900만원 증가했다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농가 소득과 도시근로자 소득을 비교해 보자. 1994년 농가 소득(2032만원)은 도시근로자 소득(2042만원)과 비슷했다. 그러나 2004년에는 농가 소득(2900만원)이 도시근로자 소득(3736만원)의 77.6%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시와 농촌 가구의 소득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영주가 젊고 규모가 큰 농가일수록 부채 규모가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논 30만ha와 90만 농가는 어디로?

농가의 전체 부채액은 30조원. 이 중 20조원은 정책자금이 부채로 남은 것이고 10조원은 고리채인 상호신용자금 부채다. 정책자금 부채는 정부가 이자율을 3%에서 더 낮춘다든지, 상환기일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신용자금 부채는 별다른 대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6조원의 악성부채는 농민의 목을 죄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119조원을 농업과 농촌에 투자할 것이며, 우선 2008년까지 50조5140억원을 투자하고 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투·융자 지원을 통해 농가의 대규모화를 유도, 2013년엔 평균 6㏊를 경작하는 쌀 전업농이 전체 쌀 생산의 50%를 맡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그 결과 농가 1인당 소득이 도시민보다 5% 정도 많아지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이러한 정부의 중장기 농정방향을 보면 규모화에 의한 경쟁력 제고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격하락으로 인한 소득의 감소는 소득 안전망 장치를 통해 보전하겠다고 한다. 시장기능의 확대를 통해 경쟁에서 뒤지는 중소규모 농가나 농민은 퇴출을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의 대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투·융자 계획과 정책 방향에서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먼저 이 정도의 투·융자액이 과연 획기적인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농림부 예산만 하더라도 연간 약 8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연간 예산이 현 수준에서 동결된다 해도 약 85조원이다. 거기에다 각종 기금만 하더라도 10년이면 70조원대에 달한다. 그렇다면 예산과 기금을 합쳐 155조원에 이르는데 정부가 투자한다는 119조원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 국민은 그 액수가 엄청난 것으로 인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허구한 날 농업부문에 돈을 퍼붓기만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과거 10년의 경험에서 확인한 실패를 반복할 위험도 있다. 농업의 규모화와 전업농 정책을 앞으로 10년 더 시행하면 한국 농업과 농촌의 규모는 머지않아 절반으로 줄 수 있다.

예컨대 6ha 이상 경작하는 대농(大農) 7만호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10년 내 실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설사 실현되어도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논 30만ha와 90만 농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에 대한 대책이 소홀하다.

정부가 쌀 농업을 포기하거나 절반만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결국 대농과 엘리트 농업인만 농업에 종사하게 하고 이들만 지원 육성하겠다는 것인데, 이래서는 한국 농업과 농촌은 해체될 것이 뻔하다.

2005년은 농촌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 시기였다. 4명의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정부다. 2004년은 쌀 재협상이 진행됐고, 2005년은 쌀 재협상 결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노정된 한 해였다. 국회에서의 비준 논란도 불 보듯 자명했다. 사회 전체가 혼란의 와중에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십년 동안 지속한 수매제도를 2005년 중단했다. 모르면 용감해질 수 있다고 했던가. 쌀 비준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기도 여간 힘들지 않았을 텐데, 수매제도마저 바꿔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물론 지금까지 실시하던 약정 수매제도는 UR 협상 이후 수매자금이 해마다 750억원씩 삭감되어 수매물량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마냥 지속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를 3∼5년 늦춰, DDA협상을 지켜보며 바꿔도 늦지 않은데, 굳이 2005년부터 제도를 바꿔야 할 이유는 없었다. 쌀 비준 문제와 함께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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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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