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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승자에게는 파티를, 패자에게는 쉼터를!

‘성장통’앓는 한국 경제,‘제3의 길’은 있다

  •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 전 산업자원부 장관

승자에게는 파티를, 패자에게는 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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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만연한 역동성 퇴조 현상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켜 경제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 교수가 언급했듯 경제주체가 ‘경제하려는 의지(will to economize)’를 상실하면 경제는 퇴보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최근의 북핵 문제, 노사분규와 반(反)기업 성향의 사회 심리 같은 불안요인은 역동성 구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경쟁의 심화와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의 시장규율, 그리고 사회안전망의 미발달로 양극화가 구조적 양태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양극화 체제에서는 시장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약해지고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며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찾지 못한다.

네 번째 변화는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생존질서가 태동하면서 한국의 입지 선정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과 신뢰기반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약화된 반면 중국의 급부상은 동북아에 새로운 생존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하면서 한국이 어느 지점에 서야 할 것이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 상황이 급변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예견하게 하는 조짐이 드러나자 북한을 우리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보는 시각도 등장했다.

점→선→면으로 확장 중

이처럼 우리 내부와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것이 당장에는 우리 경제에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동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고성장 경제개발 국가로 가는 길에 거쳐야 할 운명적 경로다. 개발도상국가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계와 과정을 압축할 수는 있어도 생략할 수는 없다. 현명한 국가는 이러한 성장통(成長痛)을 압축적으로 짧게 마무리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러한 큰 변화의 과정에서 2006년은 한국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2006년은 외환위기가 외화유동성 위기에서 금융위기로, 다시 경제위기로 확장된 1998년 이후 8년째 되는 중요한 해다. 8년간 국내 경기변동의 확장(boom)과 침체(bust) 사이클 곡선을 보면 4년에 한 번씩 중기 사이클의 변곡점이 있었다. 첫 번째 변곡점인 2002년에는 이렇다 할 반등의 계기가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 뒤, 두 번째 변곡점을 찍을 2006년은 다르다. 바닥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 호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모처럼 맞이한 변곡점의 시기에 과욕을 부리면 과거 ‘문민정부’ 초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민정부 초기인 1993년 초 우리 경제는 선순환 궤도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기업투자를 중심으로 점(點·기업)에서 선(線·산업)으로, 그리고 선에서 면(面·경제 전체)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는 큰 흐름의 변곡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김영삼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신경제 100일 전략’이란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며 과욕을 부렸다. 결국 이때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과도한 경기부양 탓에 훗날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눈물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큰 흐름의 변곡점을 앞두고 이렇듯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들이부었기에 1995년 10월 경기 흐름의 정점을 맞이한 뒤 외환위기의 싹을 안은 채 1997년을 맞이한다. 경상적자가 대규모로 쌓이는 가운데 대외신인도가 크게 흔들리고 정치 쟁점이 경제문제를 가리면서 우리는 밑뿌리가 썩어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때가 변곡점이었구나’ 하고 깨닫는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따라서 2006년이 우리 경제의 변곡점이라는 생각에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섞여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2006년을 변곡점이라고 믿는다면 바로 지금이 변곡점 관리에 필요한 지혜를 모을 아주 중요한 타이밍인 것이다.

과욕 부리면 실패 반복

그러나 새해에 우리 정부가 1993년 초와 마찬가지로 재정을 조기 집행해 부족한 기업투자를 메우고 민간소비를 벌떡 일으키겠다는 과욕을 부린다면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기업의 ‘기다려 보자(wait and see)’는 심리적 불안을 불식시키고 기업투자 환경을 조성해 기업이 경제회복의 주역이 되도록 격려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다.

새해부터 시작되는 정치의 계절에 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투자 애로를 구체적으로 해소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재정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해야지, 경기를 일으키는 것을 우선의 목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역동성 약화, 양극화 심화,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 약화다. 역동성이 약화돼 투자 및 소비가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 전반에 계층간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 권위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정부의 사회갈등 해소 능력은 더욱 약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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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 전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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