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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수 국회도서관장의 호소

“지력사회의 허브, 도서관 외면하면 경제성장도 없다”

  • 배용수 국회도서관 관장 jhy@nanet.go.kr

배용수 국회도서관장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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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워라, 미국 도서관

미국도서관협회(ALA) 홈페이지엔 ‘미국 도서관에 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10 surprising facts about libraries)’이라는 게시물이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고, 미국 공공도서관 회원수는 ‘아마존’ 회원의 5배이며, 미국인들이 도서관을 출입하는 횟수는 영화관에 가는 횟수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스낵바에서 보내는 시간의 3배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며, 한 해에 판매되는 스포츠 게임 티켓이 2억400만장인 데 비해 도서관은 매년 11억 명 이상의 이용자가 찾는다는 내용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간의 7배를 그들의 자녀를 위해 학교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데 보낸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초강대국 미국의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사회임에도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지 않으며 한국의 수배에 이르는 고도의 생산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각 개인들에게 기회의 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회의 평등 안엔 ‘범국민적인 도서관 이용’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공공도서관이었다”는 빌 게이츠의 성공담은 도서관을 통한 기회의 평등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으며 공공도서관이 사회간접자본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풍부한 인적자원만이 무기인 한국에 도서관을 살찌우는 전략 수립은 절대적 과제다.

우리의 도서관 실정은 어떠할까. 2004년 말 현재 공공도서관은 487개로 인구 9만9761명당 1개꼴이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각각 3만814명, 4만8427명, 9072명당 1개의 공공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질적 측면에 있다. 우리 도서관은 장서량이 매우 적다. 국민 1인당 장서 수가 한국은 0.85권이다. 미국(2.73권), 일본(2.53권), 프랑스(2.6권)의 3분의 1 수준이다.



장서의 노후화도 문제다. 우리나라 도서관에 있는 책의 절반 이상인 58.9%가 1997년 이전에 출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도 부족하다. 사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5만8000여 명에 이르지만, 정작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서는 1900여 명으로 사서 1명이 주민 2만4000여 명에게 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정한 기준의 30%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어린이 국회’에서 한 시골 학생은 “우리 고장엔 도서관이 없다”며 “읍·면·동에 1개의 도서관을 짓도록 법으로 정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서관계 종사자로서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료 구입비 오히려 줄어

한국사회에서 도서관은 수험이나 취직 준비를 위해 학습하는 물리적 공간인 ‘공부방’ ‘고시원’ 정도의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 ‘보관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은 그나마 진전된 인식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서관이 지식정보의 총체적 관리·유통자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은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이처럼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좀더 열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도서관종합발전계획(2003∼2011)’을 수립해 2011년까지 공공도서관을 750개로 늘리고 인구 6만명당 1관(館) 확보를 목표로 정했다. 이는 매년 38개 도서관이 개관해야 가능한 수치인데, 실제로는 2003년에 9개, 2004년에는 16개 도서관이 개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 예산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국고보조금 정비방안’에 따라 문화관광부의 도서관 자료구입비는 행정자치부가 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행정자치부는 ‘자료구입비’라고 항목을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예산을 내려보내기 때문에 자치단체는 ‘문화관광’ 명목으로만 사용하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도를 악용해 도서관 자료구입비를 오히려 줄이거나 심지어 배정조차 하지 않는 자치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선진 문화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에선 정치인이 도서관 예산을 함부로 삭감했다가 주민의 강한 반발을 사서 낙선한 사례가 빈번하다.

도서관 자료구입비 축소는 출판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서(良書)를 출판하는 출판사가 고전하게 되고 학문·문화·예술 분야 작가의 작품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도서관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인간의 정서 함양과 같은 정신적 활동은 독서를 통해서 고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회 인프라는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지식과 문화의 ‘허브’라 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력사회로 옮겨가는 현시점에서는 도서관을 성장동력의 결정적인 고리로 보는 인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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