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배용수 국회도서관장의 호소

“지력사회의 허브, 도서관 외면하면 경제성장도 없다”

  • 배용수 국회도서관 관장 jhy@nanet.go.kr

    입력2006-02-15 18: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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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용수 국회도서관장의 호소

    서지목록함 대신 검색용 컴퓨터가 설치된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전세계 도서관의 축제인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가 올해 8월 서울에서 열린다. 도서관 종사자들에겐 참으로 뜻있는 해다.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던 도서관과 도서관 문화를 국민 앞에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몇년 사이 한류(韓流) 열풍으로 우리 국민은 문화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체감하게 됐다. 2005년 10월28일 개관한 새 국립중앙박물관을 보면서 문화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3만달러의 선진국에 이르는 길은 문화 분야의 성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제는 ‘문화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 독서량이 세계 166위라니…

    시설의 관점에서 볼 때 문화의 양대 축은 박물관과 도서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준공으로 박물관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 이제는 도서관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고 싶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의 총체적 집합장’ ‘문화의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우선 ‘책을 읽는 곳’이라는 도서관의 전통적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인쇄매체를 잘 읽지 않는다. 책, 신문, 잡지를 사기 위해 매달 쓰는 돈이 가구당 1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신문 1부 구독하는 것말고는 단 한 권의 책도 사지 않는다는 얘기 아닌가. 반면 오락 분야에는 매달 10만원 가까운 돈을 지출하고, 술 마시는 데는 5만6000원, 몸을 가꾸는 데는 6만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전체 소비 지출에서 서적과 인쇄물 구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1.5%로 우리의 세 배였다.



    지난해 7월 리서치컴의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이 한 달 동안 읽는 책은 평균 1.3권이다. 2002년 조사의 0.8권에 비하면 조금 늘어난 수치이지만,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견주면 창피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적은 중국도 2.6권이나 됐다. 한국은 유엔이 정한 평균 독서량 순위에서 세계 166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더욱 큰 문제는 청소년이 책 읽는 것을 더 싫어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도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인쇄매체를 멀리할수록 국민의 전반적 문화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책이 없는 집은 영혼이 없는 신체와 같다”는 키케로의 금언을 아프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책은 세상과 가장 깊숙이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자 통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행위와 일견 비슷해 보인다. 웹에서 텍스트화한 정보를 읽어내려가는 것도 그 효과로 보면 독서와 똑같다는 관점이다. 과거의 책이 오늘날의 인터넷이기 때문에 독서량이 줄어드는 현상 자체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책과 인터넷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인터넷으로는 눈의 피로 등의 문제로 장시간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읽기 어렵다. 인터넷으로 보는 텍스트는 간단하고 단순 주입식이다. 반면 종이로 된 책(인쇄매체)을 읽는 행위는 모니터에 뜬 글을 읽는 행위에 비해 더 장시간, 더 집중하게 한다. 그 결과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읽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 이를 자신의 종합적 사고와 교양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점에서도 ‘독서’가 ‘인터넷 보기’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다.

    이는 인터넷의 시대에도 인터넷이 책을 대체할 수 없으며 책은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존재이유가 된다. 사람들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반추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생산한다.

    특히 산업사회가 지식정보화사회로 이행하고, 근력(muscle power)보다는 지력(brain power)의 발언권이 커짐에 따라 독서의 중요도는 앞으로 더욱 높아져야 한다.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떠다니고는 있지만, ‘고급 정보’는 여전히 인쇄매체의 형태를 통해 유통될 수밖에 없다. 고급 정보는 그 본질적 특성상 ‘불특정다수와의 무차별적, 공짜 공유’라는 인터넷의 속성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지식정보화사회에선 지력이 가장 중요한 생존의 무기가 된다. 그런데 지력은 어떤 것을 아는 것 그 자체라기보다는 정보를 수집·분석·가공·이용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능력은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서만 형성·강화될 수 있다.

    놀라워라, 미국 도서관

    미국도서관협회(ALA) 홈페이지엔 ‘미국 도서관에 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10 surprising facts about libraries)’이라는 게시물이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에는 ‘맥도날드’보다 공공도서관이 더 많고, 미국 공공도서관 회원수는 ‘아마존’ 회원의 5배이며, 미국인들이 도서관을 출입하는 횟수는 영화관에 가는 횟수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스낵바에서 보내는 시간의 3배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내며, 한 해에 판매되는 스포츠 게임 티켓이 2억400만장인 데 비해 도서관은 매년 11억 명 이상의 이용자가 찾는다는 내용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집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시간의 7배를 그들의 자녀를 위해 학교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는 데 보낸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초강대국 미국의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사회임에도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지 않으며 한국의 수배에 이르는 고도의 생산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각 개인들에게 기회의 평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회의 평등 안엔 ‘범국민적인 도서관 이용’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공공도서관이었다”는 빌 게이츠의 성공담은 도서관을 통한 기회의 평등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으며 공공도서관이 사회간접자본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풍부한 인적자원만이 무기인 한국에 도서관을 살찌우는 전략 수립은 절대적 과제다.

    우리의 도서관 실정은 어떠할까. 2004년 말 현재 공공도서관은 487개로 인구 9만9761명당 1개꼴이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각각 3만814명, 4만8427명, 9072명당 1개의 공공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질적 측면에 있다. 우리 도서관은 장서량이 매우 적다. 국민 1인당 장서 수가 한국은 0.85권이다. 미국(2.73권), 일본(2.53권), 프랑스(2.6권)의 3분의 1 수준이다.

    장서의 노후화도 문제다. 우리나라 도서관에 있는 책의 절반 이상인 58.9%가 1997년 이전에 출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도 부족하다. 사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5만8000여 명에 이르지만, 정작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서는 1900여 명으로 사서 1명이 주민 2만4000여 명에게 봉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정한 기준의 30%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어린이 국회’에서 한 시골 학생은 “우리 고장엔 도서관이 없다”며 “읍·면·동에 1개의 도서관을 짓도록 법으로 정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서관계 종사자로서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료 구입비 오히려 줄어

    한국사회에서 도서관은 수험이나 취직 준비를 위해 학습하는 물리적 공간인 ‘공부방’ ‘고시원’ 정도의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 ‘보관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은 그나마 진전된 인식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서관이 지식정보의 총체적 관리·유통자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은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이처럼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좀더 열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도서관종합발전계획(2003∼2011)’을 수립해 2011년까지 공공도서관을 750개로 늘리고 인구 6만명당 1관(館) 확보를 목표로 정했다. 이는 매년 38개 도서관이 개관해야 가능한 수치인데, 실제로는 2003년에 9개, 2004년에는 16개 도서관이 개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 예산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국고보조금 정비방안’에 따라 문화관광부의 도서관 자료구입비는 행정자치부가 자치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행정자치부는 ‘자료구입비’라고 항목을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예산을 내려보내기 때문에 자치단체는 ‘문화관광’ 명목으로만 사용하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도를 악용해 도서관 자료구입비를 오히려 줄이거나 심지어 배정조차 하지 않는 자치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선진 문화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외국에선 정치인이 도서관 예산을 함부로 삭감했다가 주민의 강한 반발을 사서 낙선한 사례가 빈번하다.

    도서관 자료구입비 축소는 출판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양서(良書)를 출판하는 출판사가 고전하게 되고 학문·문화·예술 분야 작가의 작품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도서관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인간의 정서 함양과 같은 정신적 활동은 독서를 통해서 고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회 인프라는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지식과 문화의 ‘허브’라 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지력사회로 옮겨가는 현시점에서는 도서관을 성장동력의 결정적인 고리로 보는 인식의 전환도 요구된다.

    배용수 국회도서관장의 호소

    국내 한 도서관 열람실. 대다수 공공도서관은 정보화의 기반으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공부방’으로 전락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교육·학습·훈련제도의 대대적인 정비와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도서관 강화다.

    공공도서관 진흥을 위해서는 도서관 시설, 장서, 사서를 적정 임계(臨界)수준 이상으로 확충하고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시대환경에 맞게 설정해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규모가 크건 작건 개별 공공도서관이 다른 어떤 종류의 도서관과 함께 이어지고 콘텐츠를 공유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즉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면 공공도서관의 기능은 크게 향상된다.

    연초에 서울시가 ‘문화도시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그 방안 중 하나로 2007년에 디지털 도서관인 ‘서울대표도서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역사, 문화 등 서울 관련 특화자료와 각종 전자북을 갖춘 디지털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지금이라도 이 같은 디지털 도서관 건립이 예고된 것은 다행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현재 70여 곳에 불과한 공공도서관을 대폭 늘리고 우선 올해 말까지 20곳의 도서관을 새로 개관할 예정이다. 자치단체는 예산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차원에서 공공도서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도서관’은 국가가 설립한 도서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도서관은 국가도서관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도서관으로는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 두 곳이 있다. 미국에는 국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국립의학도서관, 국립농업도서관이 있고, 일본엔 국립국회도서관으로 통합된 하나의 국가도서관이 있다. 영국의 경우는 대영도서관(The British Library), 국립예술도서관, 국립보건도서관, 국립시각장애자도서관, 의회도서관으로 나눠진 형태다.

    미래 사회의 중추, 디지털 도서관

    그 형태야 어떻든 국가도서관의 책무는 유사하다. 국가 문헌의 포괄적 수집과 보관, 국가서지(書誌)의 작성과 활용, 외국 문헌 수집, 국내 다른 도서관과의 협력이 그것이다.

    우리 국회도서관은 경제사정이 어렵고 도서관 환경이 열악하던 196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학술지에 실린 기사를 색인해 발간함으로써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학술정보 안내자의 기능을 수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대학 석사 및 박사 논문에 대한 목록도 작성하기 시작했다.

    국회도서관은 국회와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도서관으로 출범했지만 그동안 학위논문, 학술지 등 방대한 자료를 국민에게 제공해왔다. 2002년 9월부터는 일요일에도 개방하고 있으며, 2005년 2월에는 이용자 연령을 만 18세 이상의 국민으로 낮췄다. 국회도서관은 ‘도서관의 도서관’ 기능을 해야 한다.

    ‘도서관의 도서관’기능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디지털 도서관, 즉 전자도서관이라 할 수 있다. 전자도서관 구축은 21세기 지식정보화 기반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다. 전자도서관이란 정보통신기술을 도서관에 접목하여 전세계 어디에서건 인터넷을 통해 도서관의 서지 정보뿐 아니라 그동안 구축해놓은 원문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또 e­book, e­저널 등을 PC, 휴대전화, PDA, PMP 같은 기기에 제공하는 종이 없는 도서관이다.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도서관에 축적된 각종 지적 자산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통적 도서관이 종이에 문자로 씌어진 인쇄매체 위주로 운영됐다면 미래의 디지털 도서관은 영상과 소리까지 포함한 그야말로 모든 형태의 정보의 관리·유통자가 된다. 지금의 과제는 디지털 도서관 중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빠른 시간 내에 구축하는 일이다.

    집에서 도서관 이용하는 시대

    도서관의 개념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도서관, 전통적인 도서관과 디지털 도서관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도서관, 유비쿼터스 초입의 전자도서관이 혼재한다. 문고 수준의 작은 도서관도 없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펼쳐지는 한편에선 미래형 최첨단 도서관들이 건립되고 있다.

    디지털 도서관은 아직 걸음마 상태이며 그 수 또한 절대 부족하다. 일부 대학이 첨단 시설을 갖춘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구현하고 있으나 이용자를 본교생으로 제한하고 있다. 도서관은 IT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도서관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2004년 12월말 기준) 전문·특수도서관(병영도서관은 248개, 예산 편성된 곳 43개)과 학교도서관은 대부분 장서수가 몇백권인 개인문고 수준임.
    국내 도서관 관종별/

    소속기관별 현황
    국회 법원 문광부 교육부

    (교육청포함)
    지자체 정부기관

    및 민간
    국립도서관(3) 국회도서관 1 1
    법원도서관 1 1
    국립중앙도서관 1 1
    공공도서관(487) 공립 공공도서관 223 250 250 473
    사립 공공도서관 14 14
    학교도서관(초·중·고등학교) 9,649 9,649
    대학도서관 435 435
    전문·특수도서관 549 549
    1 1 1 10,307 250 563 11,123


    디지털 도서관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그러나 대학은 디지털 도서관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그 내용이 되는 콘텐츠 확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덜 하다.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이 시급히 연구돼야 한다.

    국회도서관 내 디지털 도서관은 시설과 장비를 마련해가는 단계에 있다. 아직 국회도서관은 독립적 디지털 도서관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2월 12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디지털 도서관 기공식을 열었다. 하지만 콘텐츠 확보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도서관이 그동안 콘텐츠 확보에 매진한 덕분인지 지난 한 해 동안 약 400만명이 전자도서관 등을 이용했는데, 이는 성공적인 디지털 도서관 구현이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국회도서관은 1998년부터 250여 억원을 들여서 박사 및 석사학위 논문, 학술지, 정기간행물, 단행본 등 60여 만권의 원문 DB를 구축해 전국 700여 개 대학, 공공기관, 공공도서관에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자료의 전자납본 시스템, 인터넷 자원 서비스 시스템 등을 통해 국가 전체를 포괄하는 지식정보의 중심으로 그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서관은 ‘삶의 일부’라야

    지난해 말 필자는 고려대 디지털 도서관과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포항공대 청암학술정보관을 방문한 바 있다. 이 도서관들은 첨단 시설을 갖춘 대표적인 디지털 도서관인 동시에 도서관의 개념을 확 바꿔놓은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이다. 이용자의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하고 건축했을 뿐만 아니라 층마다 주제별로 책과 자료를 분류해 서가를 배열하고 개가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국회도서관 신년모임에서 올해 국회도서관의 화두는 안으로는 ‘변화와 도전을 통한 도약’, 밖으로는 ‘도서관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도서관 문화의 정착’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용자인 국민이 도서관의 필요성에 공감해 쉽게 찾고 또 디지털 도서관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익숙하게 접근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배용수 국회도서관장의 호소
    裵庸壽
    ● 1953년 경남 고성 출생
    ● 연세대 법학과 졸업, 경남대 대학원 석사(법학)
    ●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정책위원회 정책기획단장
    ● 제16대 총선 출마(비례대표)
    ● 現 국회도서관장(차관급)


    앞으로 도서관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전방위적인 정보를,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쾌적한 문화 서비스를, 나눔과 연대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쌍방향의 의사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삶의 일부’가 돼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미래형 도서관인 디지털 도서관 구축은 필수 불가결한 과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로부터 아래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어린이까지 모든 이의 지원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도서관은 나라의 미래를 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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