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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압박, 이번엔 마약이다!

“유엔 마약통제기구, 북한 현장실사 추진 중”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美 대북 압박, 이번엔 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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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동안 이러한 국제기구의 압력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치료용 향정신성의약품 수입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의료상황이 악화됐다는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협약가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미 2003년 8월 최고인민회의 차원에서 마약 통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이 법이 북한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마약관련 법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NCB는 2004년 3월 발표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이 INCB에 마약통제 국내법 시행에 관한 법률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INCB의 북한 현장실사 움직임은 그간 진행돼온 이같은 논의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INCB가 마약관련 3대 협약에 대한 구체적인 가입절차를 협상하고 이를 위해 북한의 마약상황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이 이들 협약에 가입하려면 우선 자국 내 마약관리 실태와 통계를 유엔에 보고하고 그 내용에 대해 INCB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마약단속 및 관리기구는 물론 불법거래를 통해 얻은 자금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법령을 만들어 운영상황을 매년 보고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관계자들로 하여금 INCB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실사와 준비를 통해 국제 마약통제 시스템이 부과하는 의무를 충실히 따르겠다는 북한의 의사를 INCB가 확인해야 가입이 가능해진다.

INCB는 1월 한 달 동안 아프리카의 지부티와 중동의 예멘을 방문해 실사임무를 수행했다. INCB 관계자들은 두 나라의 내무·외무·법제·보건·경찰·통관 등 다양한 기관과 협의하고, 유력한 마약관련 후보지역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했다. 두 나라는 INCB 현장임무가 처음으로 수행된 나라였으므로, 상반기 중 실시될 것으로 전해진 북한 관련 임무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위조지폐말고도 난관은 많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을 최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압박과 연결해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정부의 한 마약관련 업무 담당자는 “유엔 산하 기구가 대부분 그렇듯 INCB에도 워싱턴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지금은 위조지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미국이 북한을 ‘범죄국가(criminal regime)’로 표현한 이상 마약문제 또한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NCB 이사회는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한 각국 정부의 추천을 받아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SC)에서 선출하는 13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되는데, 2007년 3월 임기가 끝나는 미국측 전문위원은 국무부 인권담당파트 부차관보를 지낸 35년 경력의 외교관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그간 국무부를 중심으로 의회조사국(CRS),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등 각급 기관의 의회 증언이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마약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 국무부는 2002년부터 ‘북한실무그룹’이라는 전담팀을 구성하고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에 비견되는 ‘불법활동저지구상(IAI·Illicit Activities Initiative)’을 수립해 위조지폐와 마약 등을 중점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최근 위조지폐 문제의 해결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월9일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자기의 국익과 화폐를 보호하려는 데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고, 미국측 당국자들은 이러한 언급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언론에서는 6자회담 재개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마약관련 국제기구의 최근 움직임은 위조지폐 문제가 봉합된다 해도 여전히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성급한 낙관론의 함정

미국이 ‘불법행위’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제기해 6자회담과 북핵 문제 해결의 ‘속도조절’에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정부는 “문제 해결의 큰 고비를 넘겼다”는 낙관적인 전망 아래 이러한 미국측 움직임을 사전에 대비하는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위조지폐 관련 대북금융제재 문제가 불거진 직후 한미 간에는 물론 한국 정부 내부에서조차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마약은 위조지폐보다 더 ‘죄질이 나쁜’ 범죄다. 또 북한 마약과 관련된 조사는 위폐보다 더 광범위하게 진행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INCB의 현장실사는 북한의 마약생산 문제를 수면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연 이에 충실히 협조하고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 문제가 북미 간의 새로운 갈등요소가 되어 6자회담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아 200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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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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