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북한이 핵 포기하면 ‘두 개의 한국’ 용인할 수 있다”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hoon@donga.com

    입력2006-03-03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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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비핵화 약속한 6자회담 공동성명 이행해야
    • 北의 위조 달러와 WMD 확산에 대한 제재는 6자회담과 별개
    • 한국, 2008년쯤 美 비자 면제국 될 듯
    • 한반도 통일 이전에도 북한과 공식관계 맺을 수 있다
    •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에도 도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2월6일, 알렉산더 버시바우(Alexander Vershbow·54) 주한 미대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소정의 ‘과정’을 밟아야 했다. 먼저 미대사관 정문 앞 경비실에서 X레이로 짐 검색을 받았다. 기자는 쇠붙이를 많이 지니고 다닌다. 녹음기, 카메라, 휴대전화, 만년필, 노트북 컴퓨터 등등. 이중 휴대전화는 경비실에 맡겨놓아야 했다. 노트북을 갖고 갔다면 이 또한 맡겨놓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녹색 패찰을 교부받고는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회전문을 통해 차량 몇 대가 주차해 있는 마당에 들어섰다. 대사관 본건물을 향해 걸어가며 흘끗 뒤를 돌아보자 대사관 담장 위 철책 너머로 세종문화회관이 눈에 들어왔다. 색다른 풍경이었다. 미대사관이 갇혀 있는 것인지 서울이 갇혀 있는 것인지….

    마침 밴 차량 한 대가 밖으로 나가려 했는데, 그 과정이 에버랜드에서 버스를 타고 맹수 사파리를 출입하는 것과 비슷했다. 차가 육중한 철문 앞에 다다르면 차 뒤 쪽으로 또 다른 철문이 닫힌 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철문이 열렸다. 들어올 때는 반대 과정을 거친다. 사파리 안의 호랑이와 사자가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듯이 광화문 네거리를 질주하는 차량은 허가 절차 없이는 ‘절대’ 미대사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본건물 현관에서는 녹색 패찰과 함께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녹색 패찰은 마당을 가로지는 것까지만 인정한 ‘허가장’이었던 셈이다. 이곳에서 붉은색 패찰을 교부받아 미대사관 공보처 관계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대사를 만나러 대사관을 방문한다는 것은 통보된 사실이고 공보처 관계자가 안내를 하고 있음에도 거쳐야 할 절차는 모두 밟았다. 일반인이라면 미국 시민권자일지라도 기자보다 훨씬 더 천천히 이 과정을 밟았을 것이다.

    그러나 붉은색 패찰을 받았다고 해서 미대사관 건물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있는 건 아니다.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자 직원이 동행했다. CIA와 FBI 한국거점 같은 유력한 정보기관이 함께 있는 곳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미국대사관은 이스라엘대사관과 함께 전세계에서 출입절차가 가장 까다롭다.



    국적을 막론하고 외교관의 체형은 날렵하다. 얼굴선은 예리하고 대개 은테 안경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행동과 말투는 공손하기 그지없다. 초절정 무공(武功)을 감춘 선비형 무사(武士)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외교관들은 절대 검을 뽑지 않는다. 그가 뿌리는 비술은 언어다.

    “양국관계 비관론 빗나갔다”

    버시바우 대사는 전임자인 허바드, 힐 대사와 더불어 외교전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대사를 지낸 바 있는 그는 질문을 받기에 앞서 간단한 인사를 했다.

    “주한대사로 부임한 지 3개월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국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근무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유지돼온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도전도 해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미 안보동맹은 매우 좋은 상태에 있습니다. 3년 전 한미관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동맹의 와해를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갔어요. 지난 주 한국과 미국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발표했습니다. 몇 개월 후 이 협상이 시작되면 양국은 더욱 포괄적인 관계로 들어갈 것입니다.

    한미 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역시 북한 문제입니다. 북한을 설득해 핵을 포기하게 하고,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동적 변화에 참여시키는 것이 두 나라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러시아 전문가로서 유럽의 냉전해체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한국과 함께 한반도 분단 종식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내가 대사직에서 물러날 때쯤 한반도는 통일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연초 국정연설에서 독재주의 지역의 자유 결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동시에 테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북한 체제를 교체(regime change)하는 것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북한 체제를 교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미국은 한국과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 핵 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 아니라 지난해 6자회담에서 나온 9·19 공동성명도 빨리 실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구축되고, 미-북 관계가 정상화되며,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은 이 문제를 놓고 북한 지도층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어요.

    북한의 체제를 교체하는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닙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공동의 이해를 걸고 있는 사항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핵화를 실현하고 WMD(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중지시키며, 위조 달러 유통과 같은 불법 금융활동을 막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북한이 내부적으로 진정한 정치·경제개혁을 실시해 북한 주민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길 바라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은 견해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 주민이 겪는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북핵 문제 해결입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 몇 년간 북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길이기 때문이죠. 가끔 양국은 이러한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방법, 즉 설명하는 방법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동일하므로 양국이 협조한다면 설명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봅니다.”

    한미, 설명하는 방법이 다를 뿐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열렸습니다. 대사께서도 참여했는데,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한 대사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이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간 시각 차이가 있습니까.

    “그 회의는 북한 주민이 겪는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강조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는 많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의를 계기로 부시 대통령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서울을 방문해 진보단체를 포함한 여러 단체와 사람들을 만났어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데, 그의 방한은 한국의 생각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보다 양국간 의견 차이가 작다고 봅니다. 양측 모두 북한의 인권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에 일어난 북한의 대기근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양국은 잘 알고 있어요.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처한 최악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식량 지원을 포함한 인도적인 지원을 해왔습니다. 미국은 개성공단 건설 등을 통해 북한 경제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려고 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 노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양국이 어느 정도까지 발언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견을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부시 2기 행정부는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핵심 정책으로 삼았기에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이 겪는 인권 유린에 대해 명확히 발언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뿐 아니라 부시 정부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한국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양국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음에 주목해주기 바랍니다.”

    비자 거부율, 여권 보안장치가 관건

    -한국인에 대한 미국의 비자 면제는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지난해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비자 면제국이 될 수 있는 로드맵을 개발하겠다고 해서 기뻐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양국은 한국이 비자 면제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비자 거부율이 2년 연속으로 3% 미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비자 거부율은 3%를 약간 넘었는데, 양국이 비자 신청자를 상대로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한다면 2년 연속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한국은 2008년에 비자 면제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기준은 여권 보안장치의 개선입니다. 여권 사기나 여권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여권에 생체인식정보를 넣어야 합니다. 또 국제적으로 조직범죄와 인신매매가 일어나고 있으니 미국 사법 당국은 한국을 비자 면제국으로 지정할 경우 이것이 미국 안보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합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양국이 함께 노력한다면 2008년쯤 한국은 비자 면제국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국 언론을 상대해보니 어떻든가요. 전임자인 힐 대사로부터 한국 언론 상대법에 대한 조언을 받았습니까.

    “힐 전 대사로부터 ‘한국에는 매우 활기차고 적극적인 언론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한국 언론과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했어요. 또한 한국 언론을 통해 미국의 정책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1991년 소련이 무너졌습니다. 소련에서 공산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이 있었기에 러시아는 민주국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산정권의 붕괴는 체제교체(regime change)를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아닐까요.

    “北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많다”

    “1980년대 소련에서는 공산주의 모순이 심해졌습니다. 국제경제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소련 국민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것마저 채워주지 못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고르바초프가 과감한 개혁에 나섰는데, 그가 다른 정책을 선택했다면 체제붕괴 없이도 내부 변혁을 달성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예가 중국인데,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소련의 붕괴에는 여러 가지 사건이 맞물려 있습니다. 고르바초프가 끝까지 개혁을 끌고 나가지 못했고, 1991년 여름 쿠데타가 갑작스럽게 일어나 소련이 붕괴했다고 봅니다. 공산체제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북한 지도부가 과연 북한 경제를 개혁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러한 개혁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대해 경제 지원과 핵 문제를 분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데 반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미국측 생각은 어떻습니까.

    “한국 정부의 정책이 과연 지금 말씀한 대로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이 서명한 지난해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에 따라 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차관도 북한에 대한 지원은 핵 문제 해결과 연결돼 있다고 말한 바 있어요.

    미국은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을 무기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의 참담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이미 양국은 식량 등을 지원해오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북한 주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개혁을 하도록 격려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어요. 미국은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북한 지도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합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이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북한의 일부 기업과 기관이 미사일을 비롯한 WMD를 확산하고 위조 달러를 유통하고 있어 가하는 것이에요.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는 6자회담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미국은 사법 당국을 동원해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北 위조 달러 제작 증거 제공

    -김정일이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습니까.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면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이 있는 것을 용인하겠느냐는 질문입니다. 미국이 이를 수용한다면 이는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겠다고 한 앞서의 대사 말씀과 배치되는 것인데요.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을 이미 6자회담에서 밝혔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다뤄야 할 일이 무척 많아요. 9·19 공동성명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양자 정책에 따른 정상화’라는 문구가 나옵니다(정확한 문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것은 미-북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이 불법활동을 그만두고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그 길을 갈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도 그 길을 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통일 이전에도 미국은 북한과 공식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어요.

    9·19 공동성명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이 한반도의 영구 평화체제 구축인데, 이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다시 한 번 강조됐습니다. 이것도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6·25전쟁 정전(停戰) 50년이 지났지만 미국과 북한은 공식적으로 전쟁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양국이 협력으로 나아간다면 평화체제를 정착하고 미-북 관계 개선을 동시에 할 수도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에는 여러 측면이 있는데, 이는 북한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많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내부 상황을 개선하고 이웃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얘깁니다. 물론 조건이 있지요. 북한은 말과 행동으로 핵을 없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랍니다. 플루토늄을 보유했다고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플루토늄은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과 북한은 상대국에 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했는데, 북한은 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과연 정상국가가 되려고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데, 우리는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이 위조 달러를 제작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어떤 증거를 제공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협의에 참석한 미 재무부의 SS(Secret Service·비밀수사국) 관계자가 브리핑을 통해 여러 세대에 걸친 위조 달러와 함께 북한이 달러를 위조하고 있다는 증거도 보여줬습니다. 북한은 위폐에 관련한 형사사건에 관련돼 있는 나라입니다. 북한 기업과 관료들이 러시아나 유럽과 남미에서 위조 달러를 사용하거나 전달하려고 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10월 북아일랜드 노동당 션 갈랜드 당수가 북한산(産) 위조 달러를 유통하려다 체포된 것이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이러한 증거 덕분에 우리는 한국측의 전반적인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SS는 이 브리핑에서 2001년과 2003년에 만들어진 위조 달러를 보여줬는데, 이 위폐 제작에 사용된 종이와 기법, 잉크가 과거 북한이 관련된 위조 달러와 비슷했습니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북한에 있는 위조 달러 공장에 들어가 기계를 몰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도 미국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한국측 관계자가 북한측 관계자를 만나서 북한이 달러를 위조해 유통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는데, 이러한 의사 표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북한이 위조 달러를 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요.

    “내가 이해한 바로는, 한국은 북한이 위조 달러를 제작한 증거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한 것이지 증거가 없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확보한 증거를 한국에 제공함으로써 증거를 공유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 이해에 감사

    -과거에 중국 옌볜에서는 위조 달러가 유통됐습니다. 이것이 북한에서 제작된 위폐라고 생각합니까. 또 1990년대 한국 안기부는 북한이 위조 달러를 제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위조 달러를 제작하고 있다는 증거를 구한 바 없다며 180도 달라진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1990년대엔 침묵하다가 지금은 북한이 위조 달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왜 그런 겁니까.

    “15년 전 위조 달러가 발견됐을 때 미국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위조 달러 문제가 불거져 나왔는데, 이는 최근에야 형사상 조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입니다. 아일랜드와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위조 달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완료돼 관련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에요. 조사 과정에서 섣불리 공개하면 위조 달러 제작에 관여한 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어 침묵했던 겁니다.”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문제 등에 동원됨으로써 다른 분쟁에 한국이 말려드는 것을 우려합니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해결책을 찾게 됐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21세기 해외 주둔 미군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해외 주둔 미군은 지진과 쓰나미, 대(對)테러전 등에 투입될 것입니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다른 지역에 있던 미군이 한반도로 옮겨올 것이기 때문이지요.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미국의 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이행함에 있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방침을 존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을 한국이 관심을 보이는 우발상황에만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한미동맹의 의지입니다. 이는 상대의 안보에 관심을 갖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동맹이라야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균형잡힌 관계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상호 존중을 반영하는 길을 찾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곧 발표될 미국의 4개년 국방보고서(QDR)에 따르면 미군은 WMD사령부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WMD사령부 신설은 북한 핵 문제를 겨냥한 것이 분명한데, 이는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인 5027과 별개로 미국군이 북한 핵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만들겠다는 것인가요.

    “QDR은 오늘이나 내일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라 아직 숙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관된 군사전략 중의 하나가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인데, 한미동맹은 미국이 맺고 있는 여러 동맹 중에서 중요한 하나입니다. 미국은 군사전략을 펼치는 데 있어 한국과 협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우선 방안은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군사동맹은 공동의 적, 공동의 위협이 있어야 유지된다고 합니다. 최근 60%의 한국인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한미동맹이 위기를 맞이한 것 아닐까요.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한국인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동의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미 양국의 억제력이 강하기 때문인데, 한미연합군은 북한 지도부에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한미연합군이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놓고 있습니다. 리언 러포트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이임 전 ‘가장 강력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과의 협상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기반이다. 강력한 억제력이 북핵 위기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제거하고 한반도를 화해로 이끄는 협상을 가능케 하는 최고 기반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2월3일 러포트 사령관 이임식 때 한국의 국방장관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한미동맹은 위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안정된 관계를 지속할 것입니다. 미군이 참여하고 있는 유엔사령부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한으로 가는 물자와 사람의 유통이 원활하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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