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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임신, 모텔 유람, 동성애…영화로 읽는 신세대의 性

“섹스? 솔직하고 재밌어야죠, 아름다운 건 시시해요”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중고생 임신, 모텔 유람, 동성애…영화로 읽는 신세대의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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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임신, 모텔 유람, 동성애…영화로 읽는 신세대의 性

최신식 모텔 전시장을 방불케 한 영화 ‘연애술사’. 모텔과 몰카라는 신세대의 은밀한 관심거리를 동시에 건드림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

송강호, 유지태라는 국내 최고의 배우가 ‘투톱’으로 나선 ‘남극일기’에 비하면 ‘연애술사’의 캐릭터는 초라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원로배우 연규진씨의 아들인 남자 주인공 연정훈은 한때 주가가 한참 올랐지만, 영화 개봉 직전인 지난해 4월 미녀 탤런트 한가인과 결혼하고 난 뒤 연예인의 생명이랄 수 있는 신비감을 급속도로 잃으면서 인기 하락세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연정훈의 파트너로 나선 박진희는 사실 연정훈만큼이나 연기파이지만, 영화 데뷔작인 ‘여고괴담’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죠. 그 스스로 “이번 영화도 (흥행이) 안 되면 이민 가겠다”고 했을 정도이니까요.

그럼 ‘연애술사’라는 다윗은 어떤 전략으로 골리앗과 같은 ‘남극일기’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바로 젊은이들의 성의식과 연애담을 노골적이라고 할 만큼 솔직하게 담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희원’(박진희)이라는 미술교사가 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와 만나고 있는데, 결혼까지 고려하고 있죠. 약간의 속물근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순진하고 예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희원 앞에 아주 오래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 ‘지훈’(연정훈)이 나타나 급한 소식을 전합니다. 두 사람이 과거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던 광경이 ‘몰카’(몰래카메라)에 찍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거죠. 몰카에 찍힐 당시 초짜 마술사이던 지훈은 유명한 마술사로 성장해 있습니다. 바람둥이인 건 여전하고요. 두 남녀는 희원의 수첩에 남아 있는 ‘사랑의 기록’을 유일한 단서로 삼아 과거 ‘순례’했던 모텔을 찾아다닙니다. 몰래카메라를 색출하기 위해서죠. 그러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선 아니나다를까, 다시 사랑이 싹틉니다.

모텔과 몰카

자, 문제를 내겠습니다. 역시 ‘15세 이상’ 등급을 받은 이 영화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갖는 것 하나와, 진정 두려워하는 것 하나가 동시에 들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첫 질문에 대한 답은 ‘모텔’이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은 ‘몰카’입니다.



모텔과 몰카는 젊은이들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모텔은 가고 싶은데 몰카는 두려우니까요. 이 영화는 이렇게 젊은이들의 성문화 속에 자리잡은 온탕과 냉탕을 동시에 건드리는 고도의 전략으로 그들의 마음을 훔친 것입니다.

‘연애술사’에는 특별한 액션장면이나 명확한 선악구도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단한 스펙터클이 펼쳐지죠. 그 스펙터클의 정체는 바로 최신식 모텔의 내부 전경입니다. 이 영화 속 모텔 장면은 대부분 대구에 있는 한 최신식 모텔에서 촬영됐습니다. 이 모텔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죠.

가장 충격적인 건 내부 구조입니다. 욕실 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침대가 있는 룸에서 욕실과 샤워부스가 훤히 들여다보이죠. 오로지 ‘급한 일’을 보기 위한 변기만 살짝 간이벽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욕실이 더 이상 ‘내밀한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죠.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 벽돌을 쌓아두거나 커튼을 쳐 연인과 슬쩍 키스도 나눌 수 있었던 1980, 90년대 대학가 카페들이 최근 사방이 유리로 된 커피 전문점으로 변신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키스를 안 하고 살까요? 물론 그렇지 않죠. 과거 어둠침침한 카페가 제공하던 이런 기능 중 일부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비디오방’ 혹은 ‘DVD방’이 그 자리를 떠맡고, 나머지는 첨단 모텔들이 차지했죠. 많은 젊은이에게 모텔은 더는 음습한 공간이 아니라,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놀이공원’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입니다.

일단 시설이 최첨단입니다. 공기 방울이 나오는 ‘월풀’ 욕조와 비데는 기본이고요, 매끈한 피부를 위한 연수기와, 물이 안개처럼 나오는 최첨단 샤워기도 모텔의 필수장비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 전용선이 깔린 컴퓨터와 DVD는 물론이고, 140개 위성 채널이 나오는 42인치 PDP 혹은 LCD TV는 자랑거리도 못 되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가 한 방에 2대씩 설치되어 있어, 연인끼리 들어와 서로 인터넷에 접속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복합 놀이공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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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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