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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⑫

꼿꼿한 수탉, 김매는 오리, 무심한 염소에게 크게 배우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꼿꼿한 수탉, 김매는 오리, 무심한 염소에게 크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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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전천후 짐승

꼿꼿한 수탉, 김매는 오리, 무심한 염소에게 크게 배우다

둘레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수탉.

목소리가 매끄러워지면서 우렁차게 되면 수평아리는 아비 수탉과 맞서 싸운다. 목털을 곧추세우며 위세를 드러낸다. 수탉 싸움은 서로 노려보는 것을 봐야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피 흘리기보다는 기세 싸움이다. 한참을 서로 노려보다가 서로 쪼는 싸움은 단 1합이나 2합 정도다. 구경꾼 처지에서는 싱겁기 짝이 없다.

늙어가는 아비는 자라나는 자식을 당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우두머리 수탉의 레임덕도 빨라진다. 그게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싶다. 아내는 나와 내 아들이 이따금 티격태격하면 수탉 싸움이라고 곧잘 놀린다. 이웃과 어울릴 때도 어른인 남자들끼리는 미묘한 ‘수탉 싸움’이 일어나는 걸 느낀다. 수탉 싸움을 보면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뒤끝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도 싸우고 나서 뒤끝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둥오리는 사람이 하기 힘겨운 논농사를 대신 해준다. 오리는 김매기는 물론 벌레를 잡아먹을뿐더러, 거름까지 덤으로 준다. 논에서 허리 굽혀 김을 매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김매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그러니 오리는 환경농업을 하고자 하는 우리 같은 초보 농사꾼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짐승이다.

지금처럼 오리를 논농사에 끌어들이는 데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농사에 필요한 본성은 살리되, 하늘을 날아가고자 하는 본성은 되도록 억제해 기른 결과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오리는 날짐승의 본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 우선 날갯짓부터 그렇다. 닭은 특별하지 않은 한 날갯짓을 하지 않는다. 천적에게 자신이 커 보이게 하려고 날개를 펼치거나 위급한 상황에 쫓기면 날기도 하는, 방어의 몸짓이다. 하지만 오리는 틈만 나면 날개를 돌보고 날갯짓을 한다. 한창 자라는 새끼 오리도 곧잘 퍼덕이며, 근육의 힘을 키운다.

오리, 하늘을 날다!

먹이를 찾는 모습에도 야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오리는 한번 먹고 지나간 자리는 다시 오려고 하지 않는다. 논 가장자리에 그물망이 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한쪽 끝에서 다음 한쪽 끝으로 돌 뿐이다. 작은 틈만 보이면 망을 탈출하려고 기를 쓴다.

오리가 탈출하면 다시 잡아넣고 망을 고친다. 그래도 나는 오리가 지닌 야성이 좋다. 오리는 자랄수록 물, 땅, 하늘을 다 먹이 영역으로 한다. 이는 사람이 가진 또 다른 본성과도 흡사하다. 사람 또한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를 동경하고 끝없이 개척해가니 오리와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 연재 기사를 계속 읽은 독자들은 ‘신동아’ 2005년 8월호에 썼던 청둥오리의 야생성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거기서 나는 “올가을쯤, 논에 새끼 오리들이 다 자라면 하늘을 날아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사이 오리들이 컸다. 정말 하늘로 날아갔을까.

논에 벼이삭이 패기 전에, 오리를 논에서 빼내 집에 있는 오리장에 가두었다. 그리고 한 달쯤 뒤 어느 날. 아내가 오리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리들이 불안해하며 아내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깐 사이 어미 오리 한 마리가 오리장 틈새로 날아가버렸단다. 하늘로 솟구치더니 길 아래 논 밑으로 사라졌다 했다. 저녁에 식구들이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와! 정말이야? 자세히 말해봐요.”

모두 신이 나 이야기를 들었다. 오리가 사라진 걸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하늘을 난 것마냥 통쾌해 했다. 그러면서 동화 같은 꿈을 그려본다. 청둥오리가 농사철이면 논으로 왔다가 가을이면 남쪽나라로 떠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으련만.

짐승은 키우는 사람에 따라 잘 자라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너무 잘 자라 뒤처리가 어려운 짐승도 있다. 우리에게는 토끼가 그렇다.

해부학 실습

토끼는 번식력이 대단하다. 새끼가 귀엽다고 섣불리 키울 짐승이 아니다. 봄에 키우기 시작한 토끼가 가을에 엄청 불어나니 먹이를 마련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겨울을 나자면 가을에 미리 먹이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어린 시절 내 동무는 토끼를 곧잘 키웠다. 콩잎도 콩깍지도 미리 챙겨두고 먹이곤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식구는 그 어린 소년만큼 정성을 기울이지 못했다. 겨울이 깊어지고 먹이가 떨어지자, 토끼 먹이가 뭐 없나 하고 찾으러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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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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