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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십이지장암, 간암 이겨낸 전 YS 주치의 고창순 박사

“청년·장년· 노년기에 찾아온 세 번의 암, 투지와 배짱으로 정면돌파”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대장암, 십이지장암, 간암 이겨낸 전 YS 주치의 고창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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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사, 니 괘않겠나?’

-간암이 부신까지 퍼졌다면 수술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태 아닌가요?

“그렇죠. 눈에 보이는 암세포를 모조리 제거한다고 해도 이미 다른 장기에 퍼져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들이 언제 어디서 솟아나올지 모르니까요. 게다가 저는 만성 C형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된 상태였어요. 수술이 잘 된다 해도 간 기능이 회복되지 못해 죽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러나 의사를 믿었어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가 수술했는데, 간암 수술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사인 데다 제 뱃속을 잘 알고 있었죠. 민병철 교수가 십이지장암 수술을 할 때 이승규 교수가 그 곁에 있었거든요. 그런 점에선 제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이 교수에게 ‘눈에 보이는 암세포만 잘 제거해라. 나중에 재발하는 건 내가 면역력을 강화해 이겨내겠다’고 말했죠.”

1997년 9월23일 아침 8시30분에 시작한 수술은 저녁 6시가 되도록 본수술에 들어가지 못했다. 심하게 유착된 장을 박리하는 수술로 ‘교통정리’하는 데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수술은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16시간이 걸렸다. 고 박사는 “의료진의 정성이 대단했다”고 했지만, 당시 의료진은 고령에 그만한 수술을 견뎌낸 그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에도 침대에 누운 채 침대 손잡이를 붙잡고 안간힘을 다해 몸을 뻗으며 운동했다. 발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는 것도 계속했다.

-환자는 잘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더군다나 수술받은 암 환자라면.



“그렇지 않아요. 수술 후 가만히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쎄, 의사로서는 좀 위험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체력은 한계가 느껴질 때까지 단련하는 게 좋다고 봐요. 제가 수술 후에 지나치다싶을 만큼 운동을 많이 한 것도 그럴수록 오히려 몸이 더 빨리 회복되는 게 느껴져서죠. 단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죠. 그런 문제가 없다면 몸을 한계 상황까지 활성화하면 육체도 그에 따라옵니다.”

-간암 수술을 했을 때 김영삼 대통령 주치의를 맡고 계셨죠?

“대통령 임기가 1998년 2월까지였는데, 제가 1997년 9월23일에 수술을 했어요. 수술하고 21일 만에 퇴원했는데, 그리고 얼마 안 돼서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 일정이 잡혔어요.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 주치의가 수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제가 따라나섰죠. 그런데 대통령과 경호실장이 염려하는 눈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참 낯 뜨거운 일이죠. 대통령께서 ‘고 박사, 니 괘않겠나’ 하는데,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네, 괜찮습니다. 걱정마십시오’ 했으니까요. 몸무게가 10kg도 넘게 줄어서 허깨비 같은 몰골이었는데, 그런 꼴을 하고 대통령 주치의라며 따라다니면 외국 관계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죠. 그런데 아프다고 위축되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 하려고 했던 배짱이 있었기에 제가 병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낯 두꺼운 놈, 욕 많이 얻어먹는 놈이 오래 산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에요. 세상 눈치 보고, 감정을 억누르고, 갈등하는 게 다 병을 키우는 거죠.”

화학요법, 신중히 선택해야

고 박사는 일단 암이 발견되면 수술로 정면 돌파했다. 대장암도, 십이지장암도, 간암도 모두 수술로 암세포를 최대한 제거했다. 11시간, 16시간씩 걸리는 수술 후 그의 장기는 초토화됐다. 오장육부 중 지금 뱃속에 온전히 남아 있는 장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보통사람이라면 길이가 150cm에 이르는 대장은 거의 없어졌다. 십이지장과 위도 절반만 남아 있다. 담낭과 췌장도 일부 잘려나갔다. 간과 왼쪽 부신도 온전하지 않다. 이 때문에 동료 의사들은 그를 ‘사람이 최소한의 장기만 갖고 얼마나 잘 살 수 있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실험인간’이라고 부른다.

암 수술 후에는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자잘한 암세포들이 자라 다시 위협해 올 것에 대비해 항암 화학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는 화학요법에 전혀 의존하지 않았다.

-항암 화학치료제를 쓰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장암 수술을 받았을 때는 항암 화학치료라는 게 없었고, 십이지장암 수술 후엔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없었어요. 간암 수술을 받은 뒤에는 내 의지로 항암 화학치료제를 맞지 않았죠.

화학요법은 케이스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와요. 어떤 사람한테서는 암세포만 잘 죽이던 것이 다른 사람 몸에서는 정상세포까지 다 죽이기도 해요. 환자에 따라, 암 유형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죠. 그래서 항암 화학치료제를 쓸지 말지는 환자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문제라는 게 내 견해인데, 내 몸은 화학요법이 잘 듣지 않는 타입이었어요. 운동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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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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